[eBook] 부지런한 사랑 - 몸과 마음을 탐구하는 이슬아 글방
이슬아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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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소설 [가녀장의 시대]를 처음 읽어 보았다. 저자는 수년간 글쓰기 교사로 일해왔다. 처음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전단을 붙이는 것으로 시작한 글쓰기 교사는 KTX를 타고 여수 글방을 열고, 어린 형제들을 위한 작은 글방, 망원동의 어른여자 글방, 청소년 글방 등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으로 이어졌다.

 

열아홉 살 때 재능에 관해 자주 생각했다. 반복 없이는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기꺼이 괴로워하며 계속한다. 재능에 더 무심한 채로 글을 쓸 수 있게 될 때까지. 간접적인 영향을 준 목소리는 엄마 복희씨다. 엄마는 자신의 재능을 한껏 발휘하며 살아왔다고 느낀다. 음식을 뚝딱 만들기도 하고 부엌에서 노래를 자주 흥얼거린다.

 

처음 글쓰기 제자는 형제였는데 아홉 살 세윤의 마지막 글은 너는 꼭 내 글을 간직해줘였다. 그런 문장을 읽고 나니 책임감 같은 게 마음에 남았다고 했다. 학생들의 글에서 소년의 마음으로 쓴 소년의 글에서 벗어나려는 순간을 종종 본다. 거짓말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대도 좋은 거짓말에는 빛도 어둠도 풍부하게 담겨 있다. 그와 함께 지어낸 거짓말로 진실 쪽을 가리키고 싶었다.

 

서울에서 여수까지 출장 글쓰기 교사로 일했다. 출퇴근을 반복한지 4년째 되던 어느 날, 김온유가 원고지를 들고 왔다. 선생님의 옷이 너무 야하다고 적었다. 글에 유심히 기억해줘서 고마워라고 코멘트를 달아주었다. 매주 한 편의 글을 완성하며 몇 개의 계절을 통과하다보면 아이들은 어느 새 다른 인물에게 숨을 불어넣는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일기를 꼭 쓰라고 했는데 은선생님은 거의 편지에 가까운 코멘트를 손수 적어주었다. 일기를 그렇게 열심히 봐준게 처음이었고 그날부터 일기인이 되었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 어딘의 글방에서 글을 썼다. 글방 합평을 하는 시간은 최선을 다해도 글에서는 언제나 부족한 점이 발견되었다. 지금은 어떤 소속도 없이 혼자 글을 쓰지만 언제라도 등뒤에서 나를 꾸짖거나 응원할 그들이 나타날 것만 같다고 한다.

 

어른여자 글방은 성인 여자분들이 망원동 집으로 와서 수업을 한다. 녹슨 몸을 실감하지 않고도 배워볼 수 있는 게 글쓰기인 것 같다고 한다. 코로나 시대의 글방을 할 때는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상태에서 영상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수업방식을 공유했다. 매주 한 번씩 만나 근황을 나눈 후 각자 써온 글을 가지고 합평을 한다.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해 허송세월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헤엄 글방을 열었다.

 

어딘은 저자를 가장 오래 가르친 스승이다. 아주 많은 글을 쓰고 아주 많은 일을 하고 많은 제자를 사랑하며 살아왔다. 이 책을 탈고할 무렵 어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집을 정리하다가 1995년 썼던 노트를 발견했다며 노트에 적힌 시 한 편을 보내주었다.

 

교사의 자리에 서서 아이들을 매혹한 것들을 탐구했다. 부지런한 사람이 부지런히 쓰고 사랑할 때 어떤 힘과 파장을 일으키는지, 사람의 문장이 어떻게 이 세상과 자신의 운명을 조금씩 바꾸어나가는지 저자는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아이들이 인용을 허락해준 덕분에 만들어졌다. 저자는 써야 할 이야기와 쓸 수 있는 체력과 다시 쓸 수 있는 끈기에 희망을 느꼈다. 글쓰기 교사로 일했던 글방들에서 그가 가르치고 또 배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꾸준한 글쓰기가 지금의 작가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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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법 - 생존을 위한 두 가지 요건에 관한 이야기
장혜영 지음 / 궁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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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7년 동안 검사로 일한 저자가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변사, 책임, 사기, 학대, 합의, 중독, 시효라는 주제로 묶었다. 타인의 삶을 보면서 내 삶에 대해서 생각하고, 내 삶이 타인의 삶과 완전히 분리될 수 없음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사랑과 법은 사람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사람들의 삶에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과는 별개로, 사랑과 법은 추상적인 개념이다. 각자 생각하는 사랑과 법의 모습은 모두 다르다. 자주 법이 개정되고 새로운 법이 제정되는 이유도 사랑과 법에 대해서는 저마다의 정의와 이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처를 때려 상해를 입혀 구속된 피의자를 조사하면서 입장을 묻는데 제가 죽일 놈이지요라고 했다. ‘잘못한 건 처벌받고, 앞으로 안 그러면 되죠라고 말했다. 다음 날 피의자가 자살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의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의문에 답은 해소되지 않았다. 변사란 그 사망이 범죄에 기인하지 아니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는 부자연사로서, 변사체는 그러한 사체를 의미한다. 변사 기록은 통상의 결재판과는 달리 빨간색 결재판에 끼워져 오는데, 시각적으로도 다른 업무에 우선하여 처리되어야 함을 환기시킨다. 저자는 검사로 일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살로 인한 변사 기록이 증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알코올중독자에 종종 처와 자녀들을 때렸다던 남자의 죽음을 알려왔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죽을 결심을 하자 아이가 난 아직 일곱 살밖에 안 됐는데 조금 더 살면 안 될까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못 죽겠더라고. 그래서 아이들하고 또 살았다. 아이들 중 한 명이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그래도 아비라고 아이가 결혼하기 전 자신의 소식을 알려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녀가 계속 살 수 있었던 것은 사랑의 존재 덕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가끔 책임능력이 문제되거나 피의자 스스로 책임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건이 있었지만, 책임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한 기억은 별로 없다. 책임능력의 필요성에 대해서 개인적인 확신을 갖지 못했지만, ‘책임은 검사에게 그 필요성을 부인할 수 없는 중요한 요건이다. 수사와 공소유지가 주된 업무인 검사에게는 공소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이 가장 중요하다.

 

누구나 속을 수 있기 때문에 속은 사람이 아니라 속인 사람을 비난해야 한다는 원칙은 착오가 한 단계에서 끝나는 경우는 비교적 지키기 쉽지만 속은 사람이 그 상태로 또 다른 사람을 속이게 될 경우, 착오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다른 착오를 일으킨 경우, 원칙을 견지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에 대해서는 피해자이면서 다른 사람의 피해에 대해서는 가해자가 되는 사건을 착오의 사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다단계 사건이나 유사수신 사건에 많이 존재한다.

 

검사였고, 아동학대를 주제로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저자도 구체적인 사건에서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했다. 어려움을 느낀 경우 중 하나로,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사람들 중 때린 건 맞지만 학대한 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최근 아동학대 판결에서는 체벌이라는 용어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데,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체벌이 부정적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입양한 딸을 성폭행한 사건은 여덟 살이던 때 처음 발생했는데 꼭 10년 전이었다. 첫 번째 범행은 공소시효가 완성되었을 상태였다. 해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가 정지될 수 있게 되어 당시 공소 시효로 인한 문제는 없었다. 피의자를 구속할지 여부에 관하여 고민했다. 시간이 피해자와 가해자에게 동일한 속도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불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성년이 될 무렵 집을 나와서 피의자를 고소하고, 최대 10년 전의 피해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할 수 있었던 것은, 피해자가 그 10년 동안 원했든 아니든 과거를 기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사용했음을 의미한다.

 

이 책을 읽고 사랑의 책임능력은 범죄의 성립요건인 책임능력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피해자는 고통에서 회복하지 못하여 과거에 머물러 있는 반면에 가해자는 완전한 면책을 얻어 과거에 머물 필요가 없어지기도 한다니 유효기간을 정하지 않는 것은 어떨까 싶은 저자의 생각과 같은 생각을 해보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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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CC스토어 특서 어린이교양 2
이재은 지음, 진성훈 그림 / 특서주니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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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낯선 개념인 기후 위기를 재미있게 설명하기 위해 딸기, 김치, 감자칩, 미역국, 쌀밥, 초코바 등 우리가 평소 즐겨 먹는 음식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야기 속에서 30년 뒤의 상황을 가상으로 꾸며 놓은 메타버스에서 쇼핑하면서 지금의 기후 위기에 대해 알게 된다.

 

TV 채널 요리 프로그램에서 딸기 디저트를 만드는 방법을 메모했다. TV 화면에 큰 큐알 코드가 떠 있고 [지구를 사랑하는 어린이를 위한 메타버스 쇼핑, 지금 경험하세요]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CC 스토어 가입 선물로 100만 원을 준다고 했다. CC 기후 위기 상품을 선택했는데 지금으로부터 30(2054)이 흘러 있었다.

 

딸기 한 알에 10만 원?이라고 한다. 이는 기후 변동성 때문이란다. 날씨의 기분은 변하면서도 질서가 있었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고, 봄에는 이 정도 따뜻해야 하고, 가을에는 이 정도 서늘하고. 이런 규칙이 깨지고 이상한 날씨가 자주 나타나서 변화가 생기면, 기후 변동성이 커졌다.





CC스토어 안내서를 읽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기후 위기 상품을 찾아내 사는 것뿐이다. 정답을 맞히면 적립금을 주는 ‘CC스토어 퀴즈를 풀고, 기후 위기 키워드와 관련한 지식을 알려 주는 지식의 방’, CC 스토어 상품과 기후 위기 키워드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 주는 의문의 방’, 기후 위기로 인해 사라질 위험에 처한 상품에 대해 알려 주는 소멸의 방’, 기후 위기로 인해 사라질 위험에 처한 상품을 살리기 위한 방법을 알려 주는 부활의 방을 하나씩 통과하며 기후 위기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30년 뒤에 김치는 사라졌고 메타버스에는 김치 맛 가루를 팔고 있었다. 생물 다양성의 감소로 인해 김치가 사라지면서 개발된 김치 맛 가루를 개발할 수 밖에 없다. 그밖에 지구 열탕화, 해양 산성화, 탄소 중립 등 기후 위기와 관련한 문제로 이어진다. 파리 협정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기로 약속했다는데, 온실가스가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인간 때문이다.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 연료를 쓰고 무분별한 개발을 하면서 온실가스를 쉼 없이 뿜어낸다. 지금부터라도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만 지구가 더 뜨거워지지 않게 막을 수 있다.

 

해양 산성화가 심해진 바다에서 해조류는 요오드 함유량이 많이 증가하게 되어 많이 먹으면 우리 몸의 갑상샘에 병이 생길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바다도, 인간도 함께 살 수 있도록 해양 산성화의 속도를 늦추고 건강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환경 오염으로 인한 지구 열탕화 현상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아지면 대기가 따뜻해지고, 따뜻해진 대기는 더욱 땅을 건조하게 해서 사막화가 일어난다. 물 발자국, 생태 발자국, 탄소 발자국이란 것이 있다. 다년생 벼를 기르니까 물 발자국까지 줄어들게 된다. 다년생 벼 개발은 아직도 진행 중인데 꾸준히 좋은 품종을 개발하면, 물 발자국은 줄이면서 더 맛 좋은 쌀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탄소 중립을 이루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개인은 일상생활에서 탄소를 만드는 행동을 되도록 하지 않아야 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를 절약하고, 재활용품을 쓰고, 소비를 줄이고, 까까운 곳은 걸어 다니기, 고기를 덜 먹는 것도 탄소를 덜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곤충이 탄소 중립을 실천한다고? 이 대목에서는 충격적으로 읽었다. 지구에는 사람 한 명당 먹을 수 있는 곤충의 양이 50톤이나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2013년부터 식용 곤충을 작은 가축이라고 부르면서 미래의 중요한 식량 자원으로 여긴다. 우리도 머지않아 곤충을 아무렇지 않게 먹을 날이 다가올지 모른다.

 

저자는 코로나 시대 온라인으로 장을 보곤 했는데 제철이었던 딸기 가격을 보고 놀랐다. 뉴스를 찾아보니 이상 고온 현상과 빠른 한파 때문이라는 분석이었다. 감자 농사가 흉년이라는 것도 기후 위기 때문이었다. 국민 과일인 사과는 너무 비싸서 금사과라는 별명을 얻었고,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며 기후 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책 속의 메타버스 쇼핑 공간인 CC 스토어의 곳곳을 보면서 기후 위기에 대해 조금 더 생생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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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지음 / 이야기장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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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가부장이 있었다. 지금은 가녀장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이슬아 작가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제목과 내용이 신선하고 매력이 있다. 이 소설은 가부장도 가모장도 아닌 가녀장이 주인공이다.

 

할아버지가 집안의 가장으로 열한 식구를 다스렸다. 슬아의 엄마는 식구들 밥을 챙겨야 하는 맏며느리였다. 할아버지는 손녀인 슬아에게만 붓글씨를 가르쳤고 손녀와 외식을 즐겼다. 너는 커서 뭐가 될 거니? 물었을 때 사장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슬아는 글쓰기로 가세를 일으킨다. 출판사를 열게 되면서 작가이자 사장님이 되었다. 쉰다섯 살 웅이와 복희는 슬아의 모부인데 직원이 되었다. 웅이가 하는 일은 청소와 운전, 배달, 택배 발송, 세금 처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복희는 기사식당에 취업할지 말지 고민중이었는데 딸이 같이 일을 하자고 했다.

 

 대표님, 수고하셨습니다.”

 역시 성공한 애는 달라.”

 이 대사는 그들 사이의 유행어다.

 

그들이 일하는 회사 이름은 낮잠출판사다. 아무리 바빠도 낮잠은 꼭 챙긴다. 부모를 모부라고 칭한다. 해가 뜨면 모부는 도서 주문을 확인하고 발주를 넣고 재고 파악하고 파본도 회수하고 독자 문의 메일에 답장도 쓰고 회계 장부도 적는다. 모부가 일을 맡아주는 덕분에 슬아는 창작에 집중할 수 있다.

 

복희는 시부모로부터 독립했다. 열한 명이 먹을 밥을 삼시 세끼 차리는 수고에서 벗어나 자식 둘을 먹이기 위한 수고 정도는 누워서 떡 먹기였다. 가부장제 속에서 며느리의 살림 노동은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다. 슬아는 복희의 살림 노동에 월급을 산정한 최초의 가장이다.

 

웅이가 주로 청소와 빨래를 하고 복희가 부엌일을 책임진다. 복희의 월급은 웅이 월급의 두 배다. 잊을 만하면 시아버지에게 안부 전화를 건다. 매일 아침 운동하는 건 여전하시다고 한다. 복희는 자신에게도 남편에게도 없는 기질을 딸이 가졌다고 느낀다. 슬아는 요가도 하고 야식은 절대 먹지 않는다.

 

가녀장을 차로 모시는 일을 하는 웅이는 타투를 했다. 슬아의 사촌들과 슬아 친구 미란이는 곤란한 일이 생기면 웅이한테 전화를 건다. 글로 읽어도 웅이는 자상한 아빠이면서 척척박사인 것 같다. 슬아는 아빠가 다사다난한 노동의 역사를 물어보면서 어떻게 그런 걸 잘하냐고 물으면 살다보니까 알게 됐다고 말한다. 이런 대답이 뒤에도 몇 번 나와서 웃음 지으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슬아는 학부생 시절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외 선생님이었다. 다니는 대학과 별것 없는 경력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가 아이들 필력은 매주 성장하였고, 모부들은 자녀가 작문 천재임을 자신들의 무심함에 통탄했다. 그 이후 이슬아 글방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낮잠 출판사에도 상여금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설날, 추석, 여름휴가, 성탄절, 생일을 맞이한 직원에게 보너스를 지급한다. 된장을 좋아해서 복희네 모부로부터 된장을 배우러 가기 위해 일박 휴가를 신청하면 슬아는 출장으로 인정했다. 일년에 세 번 정도 가는데 된장 보너스와 겨울이 되면 김장 보너스도 지급된다.

 

웅이는 주말마다 투잡을 뛴다. 이벤트 렌털 업자로서 일한다. 철이를 고용했는데 사장님에게 골똘히 일을 배웠다. 일을 마치고 철이에게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한다. 철이는 이 시간을 좋아한다. 출판사에 왔을 때 어른들이 슬아에게 존댓말을 써서 놀랐다. 웅이가 자신의 사장님은 슬아라고 소개했다. 사장님의 사장님인 셈이다.

 

가장이자 대표로서 직원들 월급을 결정하고 책 제목을 결정한다. 또한 책값을 결정한다. 슬아가 가격을 표기할 때 0을 하나 빼먹어서 모든 배송 취소하고 전권 회수하는 일이 생긴다. 3쇄가 유통되던 날 책의 페이지가 뒤바뀌었다는 제보를 받고 전부를 회수하고 새 책으로 교환해줘야 한다. 글쓰기와 출판이라는 작업이 갈수록 어렵게 다가온다.

 

딸에 의해 강제로 요가원에 다닌 일년 동안 복희의 몸이 유연해졌다. 막상 오면 열심히 할거면서 왜 안오려고 하는 건지 슬아는 생각한다. 엄마에게 어울리는 책도 권한다. 슬아의 초대 손님들이 들어오면 복희는 추가 수당을 받는다.

 

저자는 아직 본 적 없는 모양의 가족드라마. 늠름한 아가씨, 아름다운 아저씨와 경이로운 아줌마가 서로에게 무엇을 배울지 궁금했다. 실수와 만회 속에서 좋은 팀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TV에서 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썼단다.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맺는 가족 이야기는 신선하게 다가왔고 즐겁게 읽게 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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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순간, 치트키 독서 - 실패의 순간에 나를 일으켜준 것은 언제나 ‘책’
이혜주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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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실패의 순간에 일으켜준 것은 언제나 책이었다고 했다. 직장에서 업무 실수로 주눅이 들었을 때 팟캐스트를 듣기 시작했고 한 권씩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실패의 순간, 길을 잃고 헤맬 때 힌트가 되어줄 본격 독서 의욕 증진 에세이다.

 

책은 네 개의 파트로 나누었다. 무능한 나를 마주할 때 글에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임에도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안쓰러운 마음이 생겼다. 책에는 허우적거림이 많은 사람, 청소하는 사람,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 직장에서 적응하지 못한 사람 등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어도 그대로의 삶을 감당하고 있었다.

 

저자가 자투리 시간까지 모아 책을 읽는 것은 도피하고 싶어서였다. 하루에 6~7시간 책을 읽으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싶었다. 아이를 키우며 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일은 독서였다. 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새로운 꿈도 찾아보자 싶었다. 육아서도 읽었지만, 육아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며 내 삶과 공통점, 차이점을 찾기 시작했다.

 

블로그는 결혼식을 준비하며 모아둔 정보를 비교 분석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육아 아이템 협찬과 체험단 등 혜택을 누렸다. 수많은 의심과 자기 비하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8번이나 도서 인플루언서에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은 책이 정말 나를 변화시켰기 때문이라고 했다.

 

네이버 인플루언서가 어떻게 되었는지 과정을 설명한다. 검색 시장에서의 위치, 진행하고 있는 챌린지를 생각하면 네이버는 정확한 정보, 양질의 콘텐츠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은 읽었다면 기록해야 한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이 나지 않으니까. 기록은 결과물이다. 누구든 결과물을 마주하면 뿌듯해질 것이다. 문장에 머무르는 시간을 당연하게 생각하자 조금 어려운 책도 집어 들 용기가 생겼다. 책을 읽은 후 책, 감정, 3가지 기록만으로 달라졌다.

 

독서 모임을 준비하면서 좋아하는 책을 읽어 내려갈 때는 힘든 줄 몰랐지만, 모임을 이끈다는 생각을 하면 귀찮아져서 감당하는 순간이 많았음을 고백한다. 생각보다 책 읽는 시간이 많지 않아 놀랄 수도 있는데 저자의 독서 핵심은 병렬 독서였다. 책을 고를 때 목차의 전개가 마음에 들면 뒤표지를 살펴본다. 쟁쟁한 사람들의 추천사가 있지만 추천사를 그리 신뢰하는 편은 아니어서 무엇보다 책을 읽는 태도,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했다.

 

읽고 생각하고 질문하고 답을 찾으면(기록), 실천한다. 완벽한 독서의 흐름이다.p190

 

많은 독서가들이 책을 지저분하게 본다고 하지만, 깨끗하게 보려고 노력한다. 책 사진을 찍어두면 블로그에 리뷰를 쓸 때도 유용하게 쓰인다고 했다. 질문을 품고 책을 읽는다. 필사를 하면 책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져서 눈으로만 읽을 때는 하지 않았을 저자의 마음도 헤아려 보면서 나의 마음을 만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필사를 해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좋은 문장이 있으면 필사도 해봐야겠다.

 

무엇을 지속하게 하는 힘은 다양하다. 재미, , 의미, 성장 등 무리하지 않아야 지속할 수 있다. 주어진 삶을 잘 이해하고 기록해서 나와 같은 질문을 품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 먼저 내 삶을 잘 살아야 하기에 좋아하는 책을 도구 삼아 배운다고 한다.

 

저자는 독서 모임을 만들면서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겪었고 책에 기대어 감상과 생각을 적다 보면 반복되는 말을 발견할 것이라고 했다. 타인의 행복을 마음대로 재단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삶, 다른 세계, 여러 가능성을 책을 통해 제시하고 싶은 마음으로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독서 모임을 가입하고 여섯 권의 책을 읽었다. 혼자서 많은 책을 읽어와서 모임 쯤이야 생각했다가 큰코를 다쳤다. 책을 읽는 행위나 모임을 한다는 것은 체력이 받쳐줘야 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삶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내 삶의 주인이 된다는 말이 공감이 되었다. 저자가 책을 택하고 다른 삶을 발견하는 재미를 얻었듯 자신만의 시선을 통해 또 다른 이야기를 찾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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