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종이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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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생각하고, 매일 걱정하고, 매일 꿈꾸는 것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자, 그 누구인가

 

약국을 운영하면서 부자가 된 박경숙은 시래기를 주워 먹는 돌깍쟁이로 유명하다. 그녀가 쓰러져 식물인간이 되었다. 아끼고 돈 모으면 뭘 해, 남편이 먼저 떠나버리더니 아들도 그 모양이라니 친구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배승우는 공장 잡히고 돈을 빌렸는데 다 날리고 공장 경매 처분 될 형편이다. 이동욱은 어머니는 중환자실에 있고 마누라가 이혼하자고 한다. 집안은 거덜 나버렸고 중병 환자 시어머니를 모셔야 되니 괜찮을 리가 없다. 두 사람은 도박과 가상화폐 투자에 빠져들었고 실패를 하자 마지막 복수를 결심한다.

 

윤민서의 사촌 윤한서는 홀로 지내던 70대 아버지가 중년의 여자와 동거를 하다 정식 결혼을 하겠다고 하자 충격에 휩싸인다. 변호사를 통해 다 알아봤다. 아버지가 아버지 재산을 마음대로 못 한다는 것을. 넷이 번갈아가며 등기부 서류를 떼보자고 한다. 하여튼 무서워, 도무지 돈이 무엇인지 모를 일이다.

 

박현규의 아내는 윤상무님 회사의 보험 일을 했으면 해서 윤민서를 찾아왔다. 현규만 생각하면 마음이 침울해지고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일었다. 재벌 2세가 로펌의 여 변호사를 성추행에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표는 조용히 넘기면 대학 선배로서 장래는 특별히 봐주겠다는 투였다. 기자의 편지로 알게 된 사실은 대표가 100억을 받은 것이다. 자신은 햇병아리 변호사에 지나지 않았고 대표는 돈만 밝히는 노회한 백 여우였던 것이다. 이태하 변호사는 내용증명을 보내서 돈을 받아낸다고 했다.

 

외로이 싸우는 이태하에게 희망이자 기댈 곳은 선배 한지섭이다.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섰고, 정치인의 길로 들어섰지만 자기 욕심 채우기에 급급한 정치에 환멸을 느껴 귀농하여 살아간다. 한지섭은 자신의 힘으로 실현시키고 싶은 일이 있는데 자립 영농, 조합 운영, 수입의 극대화 장학 재단 운영이다.

 

취준생 전진혜는 여러 번의 취업 실패를 하고 우연히 거동이 불편한 노 회장의 수발을 드는 고액 알바를 하게 된다. 밤중에도 서너번 일어나고 목욕을 시키는 일은 싫지만 돈만 생각하고 참고 있다. 회장의 반려견에 상속을 해주며 키워달라는 부탁에 내가 개만도 못한 사람인가 속이 뒤집어지는 배신감을 느꼈다.

 

황희주는 남편이 60이 가까운 나이까지 변호사 하면서 자식 유학비를 마련 못해서 고민하는 사람은 이태하 한 사람뿐일거라는 동생의 말들이 쟁쟁하게 울리고 있었다. 누님의 큰아들 손자 돌잔치에 몇 백만원은 쉽게 든다. 아이가 돌잡이로 돈을 집었다는 것에 이태하는 입맛을 다셨다. 강남길의 무죄를 받아냈다. 배심원들은 전원일치의 무죄판결을 내렸다.

 

신경훈 선배가 암투병을 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부인이 찾아와서 보험회사 설계사가 되었는데 남편 동창의 회장님을 소개해 달라는 것이다. 가입을 원하는 액수가 1억이었다. 신 선배 동창들은 일류 기업 간부를 하고 호의호식하는 데 그 부인은 보험 애걸을 하고 다니니 참 처절한 것이 리얼한 부조리가 어디 있겠나. 돈이라는 흉물이 부리는 괴력이라고 말했다.

 

쓸 때 쓰고, 아낄 때 아끼는한 선배의 실천력에 공감하며 신경훈 선배를 돕기로 마음먹었다. 박현규가 죽었다는 연락이 왔다. 결국 돈 때문에 부인만이 아니라 박현규도 수천억의 돈의 마력에 분별력 있는 이성을 마비시키고 탐욕을 자극해 댄 것이다.

 

윤민서의 아내 고종사촌은 치매 걸린 아버지가 죽기 전 전 재산 500억을 대학에 기부하기로 약정한 사실을 알았고 기증자 이름으로 도서관을 짓기로 한 것이다. 재산을 되찾기 위해 수임료 10억을 거론하며 사건을 맡아주라고 한다. 이태하는 선배에게 의논할까. 아내에게 얘기해 볼까. 아내는 우리가 맡아서 이기자. 애들 유학비가 싹 해결되는 거라구요 할 것이다. 인간은 영원한 돈의 노예인가. 황금종이란 우리의 삶에서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것일까. 자본주의 세상의 유일신 돈을 향한 인간의 욕망과 갈등을 파헤친 작가님의 역작 [황금종이]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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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이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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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이]는 인간이 돈 앞에서 얼마나 추악하고 더럽게 변하고 인간성을 마모해가면서 비인간적 행위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돈을 안 좋아하는 인간은 없을 것이다. 이 소설은 인간이 욕망하고 있는 돈을 최고의 가치로 하고 있는 시대에 당면하고 있는 우리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소설 1권은 박현규가 이모 댁의 송사로 이태하를 찾아간다. 사촌 여동생이 아버지가 물려주신 어머니 유산을 더 받으려고 소송을 걸었던 것이다. 신망이 두텁고 냉철한 변호사 이태하는 가족간에 법적 다툼까지 가기전에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게 조언을 한다. 가장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부모의 죽음이라는 말이 있다지만 유산을 동등하게 받으려는 딸들과 더 많이 가지려는 아들들의 싸움은 돈 앞에서는 핏줄도 없는 것인가 환멸스럽게 다가왔다.

 

이태하는 갑자기 법복을 벗고 변호사가 되었다. 기업의 불법 행태와 기득권의 힘은 막강했다. 3개월 동안 일이 주어지지 않았고 소외감과 고립감 속에서 생각나는 것은 한 선배였다. 심한 험지 발령을 보고 귀양살이와 다름없다고 반격을 가했고 사표를 낸 것이다. 변호사 개업을 했지만 기업에 찍혀서 생활이 힘겹게 이여져오고 친구들은 주변에 변호사가 필요한 사건이 생기면 몰이를 했다. 우정 보다는 바른 일을 해내고자 했던 의지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다. 한지섭 선배는 정치권에 진입했고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운동권 경력과 두 번의 투옥이 맞설 수 있는 상대는 없었지만 새 나라 건설의 꿈에 부풀어 진보적인 개혁안을 제기하면 따돌림당하고, 돈키호테 취급을 당하고 할 뿐이라며 정치를 등지고 시골로 내려갔다.

 

돈은 우리 사람들의 생존을 유지해 가는 소중한 도구이되, 공권력까지 그렇게 무력화할 만큼 안 되는 것이 없는 괴력을 발휘하니 그건 흉물이기도 하다.p87

 

월세 4배 인상을 요구하는 건물주와 말다툼을 벌이다 다치게 하여 감옥에 가게 된 세입자 강남길을 식당 단골이었던 이태하가 인권변호사로 나섰다. 이버지가 돌아가시자 최민제에게 이복 동생이 나타난다. 1 1 분할이면 회사 반쪽이 날아가게 생겼다. 이태하는 수임료 5백에서 4백은 돌려주었다. 돈을 좋아하지만 노예로 지배당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거라고 했다.

 

술만 먹으면 달라지는 남편과 이혼하고 남매를 키우지도 못했는데 말년에 암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게 된 중년여자의 아들과 딸들이 엄마의 재산을 반으로 나누자고 싸우고 있다. 성격 차이라는 참극을 낳은 사연은 제일 마음이 아팠다. 박현규의 딸이 사귀던 남자친구의 집이 가세가 기울어졌고 수천억 부자의 새 남자친구가 생겼다. 성격 차이로 헤어지자고 했지만 스토킹이 시작되었다. 박현규가 아빠 된 도리로 헤어지라고 정중히 말을 했지만 새 남자친구가 억대 부자라는 걸 알고 분노했다. 전 남친의 무차별 폭행이 이어졌다.

 

청소년에게 담배 심부름을 해주는 하루 하루 살아가는 노인이 있다. 로또 중독으로 전 재산을 날리는 가장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하는 생각을 말로 할 수는 없었다. 김승기는 어머니의 정을 모르고 살았다가 통장의 잔고를 보고 놀랐다. 천 만원이나 그저 몇 백만원 정도라 생각했다. 그동안 간절히 바라던 로또 사냥에 나섰다.

 

윤민서에게 박현규가 식물인간이 됐다는 연락을 받는다. 흉한 일을 당해 충격으로 쓰러졌고 뇌출혈이 너무 심했다고 한다. 이태하는 현규가 돈은 인간의 실존인 동시에 부조리다하는 정의를 입증해 주는 실증자 같다고 말했다. 자신도 해치고 타인도 해치는 돈 중독이 목숨도 짓밟는 일이 허다하다. 수희는 연인에게 헤어지자고 하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알바가 아닌 취업을 한다고 해도 어느 세월에 전세비 모으고, 집 살 돈 모으고 앞길이 막막하다고 연애, 결혼, 출산도 안하는 시대가 된 것만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2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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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무너뜨린 정신의학사의 위대한 진실
수재나 캐헐런 지음, 장호연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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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정신질환 오진을 경험한다. 병명은 자가면역 뇌염이었지만 의사들은 조현병이라고 적었다. 한 의사의 노력으로 정확한 병명을 밝혀낼 수 있었다. 로젠한 실험을 추적하면서 그는 왜 이 실험을 계획했는가 정신의학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오진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살펴보았다.

 

50년 전, 로젠한의 연구는 19731월 저명한 저널 <사이언스>[정신병원에서 제 정신으로 지내기]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로젠한을 포함하여 여덟 명(대학생, 심리학자 셋, 의사 둘, 화가, 주부로 남자 다섯, 여자 셋이었다)의 자원자들이 정신질환자로 위장해 정신병원 잠입을 시도한다. 그들은 의사에게 , 비었어 공허해라는 목소리가 들린다고 말했다. 병원들은 이런 증상만을 근거로 가짜 환자들에게 심각한 정신질환 진단을 내렸다. 입원 기간은 7일에서 52일까지 다양했고 평균 19일이었다. 2100개의 알약이 건강한 사람들에게 처방되었다. 가짜 환자들은 알약을 삼키지 않고 뺨이나 호주머니에 숨겼다가 변기에 뱉거나 버리도록 훈련받았다.

 

저자는 여덟 명의 가짜 환자들이 입원해 있으면서 겪었던 극도의 자아 상실에 공감했다. ‘가짜 환자라고 표시된 출판되지 않은 그의 책을 발견했다. 로젠한을 포함해 모두 가명으로 입원을 했던 것이다. 정신질환이라는 꼬리표는 자체적인 삶과 영향력을 갖는다. 환자가 조현병이라는 인식이 만들어지고 나면 계속해서 조현병 환자일 것이라고 예상하게 된다. 스워스모어 수업에서 농담으로 만들어낸 , 비었어, 공허해라는 증상은 의사로부터 조현병 진단을 받는 지름길이 되었다.

 

빌 언더우드라는 가짜 환자와 연락이 닿았다. 빌이 입원을 판정하는 의사가 진단을 내리기까지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편집성 조현병이라고 했다. 빌은 혀 아래에 둔 알약이 녹아 입안이 얼얼했고 화장실로 가기 전에 삼켜 버렸다. 기억하는 것은 간병인이 깨워서 일어났다.로젠한이 와 있었고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기억나지 않았다고 한다.

 

[정신병원에서 제정신으로 지내기]가 발표되고 논란이 일자 미국사회는 고민에 빠졌다. 과학계 최고 저널에 실린 과학 연구는 정신의학자들이 온전한 정신과 정신이상을 구별하지 못했음을 보여주었다. 케네디가는 로즈메리의 정신지체를 대중에게 숨기려고 애를 쓰다 미국인 의사를 찾아냈다. 뇌엽절리술을 받았고 수술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으로 남겼다. 시술 전 그녀는 4학년 수준이었는데 갓난아기 상태로 퇴행하였다. 로즈메리에게 일어난 일은 가족에게 지울수 없는 오점으로 남았다.

 

로젠한은 자신이 잠입했을 때는 본인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데 학생들에게는 예방책을 취했다는 정황이 없다. 트라우마가 되고 위험할 수 있는 경험에 제대로 대비하도록 만전을 기하는 것은 연구자로서, 스승으로서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닌가. 그의 글과 조사를 통해 알게 된 로젠한답지 않았다.

 

로젠한의 연구에서 아홉 번째 환자였던 해리의 자료가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기록이 삭제되었던 것이다. 로젠한은 멋대로 개입했고 노골적인 날조로 빈칸을 채워 넣었다. <사이언스> 편집자가 위반에 대해 알았다면 로젠한의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인터뷰에서도 입원 기간을 연장하고 알약도 많이 추가해서 말을 했다. 로젠한이 해리의 자료를 연구에 포함시키고 했다면 오늘날 우리는 더 나은 세상에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로젠한의 시대보다 오늘날 상황이 더 나쁘다고 경고한 정신과 의사 토리는 해결책을 제안한다. 그가 설립한 치료옹호센터는 주립병원과 감호소에 병상을 늘리면 대기 시간을 줄이고 사람들을 교도소에서 적절한 치료 시설로 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이언스> 같은 명망 있는 저널에 출판된 논문이 의혹에 휘말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저자는 5년 전 자료를 모았다. 로젠한이 쓴 논문, 일기, 미출간 책, 인터뷰와 강의, 시청각 자료, 신문인터뷰, 수백 명의 사람들의 인터뷰 등 귀중한 자료들이었다. 로젠한의 실험은 여러 문제가 있지만, 정신의학에 올바른 문제를 제기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환자의 이야기 몇 마디에 환청이나 망상이라고 진단할 수 없다고 한다. 정신의학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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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추는 찻집 - 휴고와 조각난 영혼들
TJ 클룬 지음, 이은선 옮김 / 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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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위의 집]의 저자 TJ 클룬의 신작[시간이 멈추는 찻집]은 인간이 영원히 살 것처럼 치열하게 살아가다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영혼 판타지 소설이다. 죽음은 최종 마침표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마침표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냉철한 변호사 월리스 프라이스는 오로지 성공만을 위해 달려왔고, 제일 중요한 사람은 고객이었다. 자신이 지시하면 모든 직원은 기계처럼 일하길 원했다. 부품을 교체하듯 직원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실수하면 가차없이 해고했다.

 

월리스는 이틀 뒤에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자신의 장례식장에서 눈을 떴다. 조문객은 다섯 명뿐이었다. 네 명은 아는 사람들이었는데 전처 네이오미와 동료 파트너 변호사들이었다. 그들은 그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고 잡담만 늘어놓고 있었다. 처음 보는 여자가 메이라고 소개하면서 저승으로 건너가기 전 잠시 머문다는 카론의 나루터찻집으로 데려갔다.

 

찻집에는 아폴로라는 개와 나이 많은 넬슨 노인이 그를 맞이한다. 한 남자가 저승으로 안내 할 사공 휴고 프리먼이라고 소개하였다. 아폴로는 벽을 통과하였고 저 아이도 당신처럼 죽었다고 말했다. 월리스는 자신이 죽었다고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한다. 주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변론 취지서가 있어서 자신은 죽지 않아야 한다고 죽음을 인정하지 않았다. 휴고는 월리스를 보며 이 친구는 사후 세계에 적응을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리스의 가슴에 달린 케이블이 휴고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는 숟가락을 잡을 수도 없었고 손이 그대로 통과해버렸다. 이곳은 시간은 멈출 때도 있고 점프할 때도 있다. 유령이 되면 달라지는 것들이 있다. 배가 고프지 않고, 잠을 자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생각만으로 옷을 바꿔 입을 수 있다.

 

휴고는 나를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훌륭한 사공이 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과거에 저지른 실수를 통해 배워나가고 있다고 했다. 메이와 넬슨, 휴고와 지내면서 월리스는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었다. 그는 끊임없이 일했고 회사가 승승장구한 데는 이유가 있었지만 친구, 가족도 없었다. 최근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쓴 적이 언제였나 인간답게 행동한 적이 있냐는 말에 스스로 외로웠던 것 같다고 고백하며 지나온 삶을 후회했다.

 

메이와 같은 사신 캐머런, 유잉육종 뼈에 생기는 암으로 죽은 아이 리와 엄마 낸시의 사연들을 알게 되었다. 월리스는 가게 안을 돌아다니며 테이블 위에 의자를 내려 정리를 하며 이곳에서 지내기가 점점 수월해졌고 최소한의 것들은 도왔다. 하찮은 일에서 즐거움을 느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죽는 걸 싫어하고 월리스처럼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에는 받아들인다. 타살로 죽었던 앨런은 비명을 지르고 난동을 피웠다. 가게 밖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세상이어서 모든 걸 잃게 된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떼를 썼다. 관리자라는 아이는 월리스가 죽은 다음에 인간다워졌다고 칭찬을 한다. 이기적이고 못됐었는데 예전의 그런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진심으로 이곳의 사람들을 아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관리자에게 일주일의 시간을 달라고 하였다. 월리스는 다른 세계로 들어갈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흥미롭게 읽었다.

 

[시간이 멈추는 찻집]은 삶과 죽음을 판타지로 풀어냈다. 각자 아픔을 겪는 인물들이 카론의 나루터 찻집에서 만나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여정을 함께 하며, 그들이 있는 모습을 인정받고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은 참 아름답다. 작가는 개인적으로 사랑했던 사람을 잃은 상심에 작품을 쓰기 힘들었다고 한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한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상심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설을 읽으며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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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져도 살아갈 우리는 - 응급실 의사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깨달은 치유의 힘
미셸 하퍼 지음, 안기순 옮김 / 디플롯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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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응급실 의사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깨달은 치유의 힘이다. 저자는 남성과 백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응급실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의사로 근무 중이다. 내면의 크고 작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새로운 도시와 직장에서 낯선 삶을 마주한다. 하퍼는 환자들에게서 수많은 위로와 통찰을 발견한다.

 

아수라장인 병원 응급실에서 하루 버티며 노예가 됐다가 구원자가 되고 저승사자가 된다. 대개 죽음을 막기 위해 일한다. 흑인 여성으로서 인종차별 시대가 끝났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정반대의 면모를 드러내는 미국 사회를 살아간다고 한다.

 

저자는 부유층 지역에서 가정폭력을 겪으며 자랐다. 엄마 아빠가 싸우고 오빠가 싸움을 말리는 것은 일곱 살 아이에게는 참혹한 광경이었다. 아빠의 폭력을 경찰에 신고를 해도 도와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싸움을 말리던 오빠의 손가락이 물어뜯긴 사건으로 응급실을 가게 되었고 폭력 너머에서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면, 겹겹이 쌓인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면, 응급실 의사가 되기로 마음 먹는다.

 

정치 성향을 가진 백인 남편은 독립 영화 제작자이고, 흑인 아내는 의사다. 하버드대학교 재학 시절 연인이 되고, 결혼을 하였다. 저자가 레지던트 과정을 졸업하기 몇 달 남겨두고 이제 나 자신을 찾아야겠어라는 말과 함께 이혼을 통보받았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빠와 가족으로 이어진 끈을 끊었다. 삶에서 아빠가 사라진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의사 하퍼는 응급실에서 온갖 종류의 참혹한 고통 속에 놓인 환자들을 마주한다. 생후 12일 신생아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전화가 걸려왔고 이송되어 온다는 소식은 반갑지 않았다. 아기가 이미 세상을 떠났는데 소생술은 잔인할 수 있었다. 아기 엄마는 어렵게 임신했고, 너무 행복해했는데 견디기 힘든 밤이었다. 저자는 아기의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목이 메었다. 의료진이 환자를 도와주려다 오히려 공격받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성추행을 당하기도 하고 그런 환자 차트에 황색경보라고 쓰여 있었다.

 

마약을 사용한 혐의로 체포된 남자가 수갑을 차고 끌려와서 검사 받는 것을 꺼린다면 검사를 강요할 수 없고 환자에게 인간답게 대우해야 한다. 게다가 경찰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외상을 당한 환자가 들어오면 치료를 하고 상담이 필요하면 사회복지사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어린 시절 폭력에 노출되었을 때 자신에게 안전하냐고 물어봤다면 이 세상에는 다른 사람을 보호해줄 어른들이 있다는 사실을 배웠을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났다면 누구나 망가진 존재라는 사실, 하퍼의 삶처럼 누구든 특별한 이유 없이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으로 학대당할 수 있다는 사실, 그럼에도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머리에 부상을 입은 응급환자를 대할 때는 마음이 복잡하다. 죽는 거냐고 눈물로 호소할 때 약물보다 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환자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던 순간을 기억하며 탄식했다. 타국에서 상사와 동료에게 강간을 당하고 임신중절을 하고 정신과 치료 중인 군인 비키는 유색 인종 의사 선생님을 뵙다니 반갑다고 했다. 속속들이 털어놓으니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했다.

 

저자는 바쁜 나날에도 경찰관 콜린과 사귀었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어서 헤어졌다. 콜린의 무너진 모습에서 엄마를 보았고 이처럼 깊이 사랑하는 관계를 다시는 맺지 못하리라고 말했다.

 

마약 주사를 맞아 감염이 되어 응급 치료를 하고 정형외과 수술팀을 호출하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근처 대학 병원의 교수진이 있는 것은 축복이지만 호출 받은 그들은 십중팔구 화를 내고 무례한 말을 뱉는다. 지역 사회 개업의들은 환자 치료 요청에 협조해주는데 말이다. 약 처방전도 받지 않고 가버렸고 다른 환자는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화학 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거부했다.

 

저자는 환자들을 치료하고 인정 많은 의료 활동을 한 공로상을 수상했다. 자신이 저지른 모든 일에 책임을 통감한다는 편지를 읽고 아빠를 용서했다. 명상과 요가를 하면서 상처를 치유한다. 자신을 향한 각종 폭력과 차별 앞에서도 묵묵히 환자를 돌본다. 타인의 상처, 고통, 질병, 죽음을 직면하며 삶을 받아들이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며 이제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갈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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