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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추는 찻집 - 휴고와 조각난 영혼들
TJ 클룬 지음, 이은선 옮김 / 든 / 2023년 11월
평점 :
[벼랑 위의 집]의 저자 TJ 클룬의 신작[시간이 멈추는 찻집]은 인간이 영원히 살 것처럼 치열하게 살아가다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영혼 판타지 소설이다. 죽음은 최종 마침표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마침표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냉철한 변호사 월리스 프라이스는 오로지 성공만을 위해 달려왔고, 제일 중요한 사람은 고객이었다. 자신이 지시하면 모든 직원은 기계처럼 일하길 원했다. 부품을 교체하듯 직원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실수하면 가차없이 해고했다.
월리스는 이틀 뒤에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자신의 장례식장에서 눈을 떴다. 조문객은 다섯 명뿐이었다. 네 명은 아는 사람들이었는데 전처 네이오미와 동료 파트너 변호사들이었다. 그들은 그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고 잡담만 늘어놓고 있었다. 처음 보는 여자가 ‘메이’라고 소개하면서 저승으로 건너가기 전 잠시 머문다는 ‘카론의 나루터’ 찻집으로 데려갔다.
찻집에는 아폴로라는 개와 나이 많은 넬슨 노인이 그를 맞이한다. 한 남자가 저승으로 안내 할 사공 휴고 프리먼이라고 소개하였다. 아폴로는 벽을 통과하였고 저 아이도 당신처럼 죽었다고 말했다. 월리스는 자신이 죽었다고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한다. 주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변론 취지서가 있어서 자신은 죽지 않아야 한다고 죽음을 인정하지 않았다. 휴고는 월리스를 보며 이 친구는 사후 세계에 적응을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리스의 가슴에 달린 케이블이 휴고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는 숟가락을 잡을 수도 없었고 손이 그대로 통과해버렸다. 이곳은 시간은 멈출 때도 있고 점프할 때도 있다. 유령이 되면 달라지는 것들이 있다. 배가 고프지 않고, 잠을 자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생각만으로 옷을 바꿔 입을 수 있다.
휴고는 나를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훌륭한 사공이 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과거에 저지른 실수를 통해 배워나가고 있다고 했다. 메이와 넬슨, 휴고와 지내면서 월리스는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었다. 그는 끊임없이 일했고 회사가 승승장구한 데는 이유가 있었지만 친구, 가족도 없었다. 최근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쓴 적이 언제였나 인간답게 행동한 적이 있냐는 말에 스스로 외로웠던 것 같다고 고백하며 지나온 삶을 후회했다.
메이와 같은 사신 캐머런, 유잉육종 뼈에 생기는 암으로 죽은 아이 리와 엄마 낸시의 사연들을 알게 되었다. 월리스는 가게 안을 돌아다니며 테이블 위에 의자를 내려 정리를 하며 이곳에서 지내기가 점점 수월해졌고 최소한의 것들은 도왔다. 하찮은 일에서 즐거움을 느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죽는 걸 싫어하고 월리스처럼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에는 받아들인다. 타살로 죽었던 앨런은 비명을 지르고 난동을 피웠다. 가게 밖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세상이어서 모든 걸 잃게 된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떼를 썼다. 관리자라는 아이는 월리스가 죽은 다음에 인간다워졌다고 칭찬을 한다. 이기적이고 못됐었는데 예전의 그런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진심으로 이곳의 사람들을 아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관리자에게 일주일의 시간을 달라고 하였다. 월리스는 다른 세계로 들어갈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흥미롭게 읽었다.
[시간이 멈추는 찻집]은 삶과 죽음을 판타지로 풀어냈다. 각자 아픔을 겪는 인물들이 카론의 나루터 찻집에서 만나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여정을 함께 하며, 그들이 있는 모습을 인정받고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은 참 아름답다. 작가는 개인적으로 사랑했던 사람을 잃은 상심에 작품을 쓰기 힘들었다고 한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한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상심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설을 읽으며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