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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듯 깊은 생각들 - 찰나의 삶, 얽히고 설킨 갈등의 일상
정팔영 지음 / 명륜북스 / 2022년 4월
평점 :
<소소한 듯 깊은 생각들>의 저자는 교사이자 행정가로 근무하였고 교직에서 느낀 다양한 이야기와 세상살이를 소개한다. 순간적으로 스쳐 갈 수 있는 일상들은 훗날 역사가 되고 지혜가 된다.
가끔은 흰 안개나 구름의 스치고 소멸하는 모습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음에 안정적 정서를 느끼며 틈을 내어 관산의 느낌에 다가가고 싶어 산행이나 산책을 즐기는데 숲을 구성하는 수많은 존재의 어울림에 깊은 겸허함을 느낀다. 소로우의 [월든]은 숲속의 느리고 평안하고 가르치려 하지 않고 보이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러기에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체험적 삶이 오히려 소중하다고 했다.
외로움이나 고독은 공허한 시간의 감당하기 어려운 선물을 놓고 고민일 것인가, 오히려 소중한 보너스이냐의 차이이므로 책을 읽을까, 산책할까, 취미활동을 할까? 그것이 문제이니 각자의 다른 사유의 공간에서 사는 것이다. 무얼 잘하느냐고? 갑자기 묻는다면 대개는 곧바로, 자신 있게 대답하기가 그렇고 그렇다. 간혹 우월한 심리로 던지는 말로 넘기면 되는데 약간 기분은 언짢은 표현이다. 그래서 쉽게 되받아치는 말이 “없다!”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장면은 무언가 가슴 뭉클하다. 아버지를 팝니다. 코믹 내용 같지만 생각에 빠지게 된다. 현충일에 신문을 펼쳐 보니 6.25 전쟁 참전에 미국인이 타국에서 목숨을 건 전쟁 중 찍은 사진 289장을 한국 정부에 기증하고 싶다는 기사와 함께 보내 온 사진들을 보고 51년생인 저자는 아련히 귀동냥으로 들어 보았고 일부는 경험한 듯하거나 한 나이지만 50년대의 사진들을 보며 유아 성장기의 풍경을 회상해 본다.
인생의 그 어떤 것도 ‘살아 있다는 것’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한 번뿐인 인생을 타인의 기준에 휘둘리지 말고 내 삶을 살되 ‘민폐’가 되지 않는 선까지만 즐겁게 살아야 한다.(p114)
부유층 사모님이 백화점에 가던 시각 대형 백화점 붕괴 사고 뉴스가 나오는데 그곳이 자기가 옷을 사러 가려고 하다 교통사고로 갈 수 없었던 삼풍백화점이었다. 목숨을 잃을 뻔한 어마어마한 사고가 소형승용차와 다툼으로 모면할 수 있었던 사고는 위기로부터 구한 사례이다.
요즘 사회적으로 유행어가 돼 버린 ‘내로남불’이란 말은 주장이 강한 사람들이 그들끼리 강한 어필을 앞세울 때 많이들 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의 앞말을 따서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남은 비난하면서도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교직의 보람으로 <생>을 되돌아보면 그동안 가르쳤던 많은 학생은 이제는 이 시대에 살면서 여러 직업을 가지고 훌륭히 잘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때 왜 그리 학생들의 덜 다듬어진 행동과 내 잣대로 들이댔는지, 돌이켜 보면 부끄럽고 내 그릇이 오히려 작았음에 초라함을 느낀다. 긍정적 습관이 원만한 사회성을 키워준다는 사실을 내포한다.
삶의 후반기 누구에게나 닥칠 재앙, 가장 슬픈 병,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옛날의 용어인 듯한데 ‘건망증’ 그러나 수명이 길어지는 반면 가장 무섭고 피하기를 기원하는 슬픈 병, 치매는 지난날의 기억을 나눌 수 있고,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을수록 늦출 수는 있다고 하니 스러져 가는 기억이 떠올라 반복한다고 몰아붙인다면 소심해져서 입 닫고 마니 어린아이 보살피듯 조심하고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어린아이가 노는 상황과 노인이 살아가는 상황은 아주 비슷하다. 어린아이는 자라면서 자존감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의존과 모델을 찾아 흉내를 내지만 그 이후부터는 겁이 없어지고 새로운 모험을 즐기려 충동적이고 반항적이며 서서히 자신만의 우월감을 갖게 된다.
욕망의 공통점은 각자의 삶의 영역을 덜 침해 받고, 덜 복잡한 관계의 무게를 짊어지고 쉽지 않음은 알지만, 그 알 수 없는 행복의 잣대의 우위를 누리고 싶은 심리로서 모두가 같다. 이 모든 것이 눈 깜짝할 사이[찰나(刹那)]의 거쳐 가는 인생인 것을. 그러나 이제는 끈을 놓아야 할 시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소소한 듯 깊은 생각들]에서 “삶의 적기는 지금이 최적기다.”라는 말을 최고로 꼽는다. 삶의 여유가 없다고 느껴질 때, 저자의 경험과 지혜가 담긴 이 책을 읽어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좋은 책을 선물로 보내 준 신규출판사 명륜북스에 감사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