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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주례사 - 사랑에 서툴고, 결혼이 낯선 딸에게
김재용 지음, 소보로 사진 / 가디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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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엄마의 주례사]는 결혼을 앞둔 딸에게 앞으로 살아갈 삶과 생활을 여러 가지 조언을 담은 사랑과 축복의 메시지다. 이 책은 8년이 지나 개정판으로 출간되었고 저자는 은퇴한 남편을 매니저로 두고 사는 결혼 40년 차 주부가 되었고, 제주로 이주해 일상을 여행처럼 산다 그녀들의 글 수다프로그램과 글 쓰는 여행자를 위한 숙소 글스테이를 운영중이다.

 

스물세 살에 결혼 한 저자는 남편이 둘째 아들이지만 시어머니와 산다는 것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좋다고 했다. 결혼 안한 시누와 시동생도 같이 살아서 스스로 선택한 시집살이지만 짐이 어깨를 짓눌렀다. 혼자는 외로워 결혼하고 싶어지겠지만 결혼만 하면 외롭지 않을 거라는 것은 착각이다. 둘인데 외로우면 혼자 있을 때 보다 외로움은 배가 된다.

 

저자는 시집살이를 심하게 하는 친구가 시집 식구에 대한 원망을 토해내는 것이 보기 흉하고 내 꼴도 저렇겠다고 생각하니 어차피 지고 가야 할 짐이라면 조용히 지고 가자생각했다. 마침 카페에서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가 흘러나왔다. 마흔 후반 즈음에 글쓰기를 배워서 블로그를 만들어 나이 든 여자로 사는 즐거움이라는 주재로 그동안 살아왔던 얘기나 일상들을 적어나갔다. 그리고 혼자 잘 놀 줄 알아야 결혼해서도 행복하고, 더 나이 들어서는 가족에게 부담 주지 않아서 좋고 진짜 인싸가 되는 것이다. 저자의 딸이 엄마는 정말 행복하게 사는 것 같아, 나도 엄마처럼 살고 싶다는 말을 들고 즐거운 일이라고 했다. 대부분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하지 않는가. 이 년전, 나의 친정엄마가 그런 말씀을 하기에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네 꿈을 인정해주는 남자라면 결혼해. 여자에게 결혼의 행복과 불행은 꿈을 이루며 사느냐 아니냐에 달렸거든.p62

 

좋은 사람과 깊이 있는 관계를 만들어보는데 반대로 자기 얘기만 하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 늘 부정적이고 인색한 사람, 남 얘기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좋은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사람이니 만나지 않는 게 좋다. 성공한 여자의 인생은 어떤 남편을 만났느냐보다 남편을 어떻게 내 편으로 만들어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시어머니 말투에 속이 상했지만 그때마다 일기를 썼고 남편이 편을 들어주니 자신은 시어머니 편에 서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이 먹어갈수록 어른을 잘 모시면 복 받는다는 말의 뜻을 조금씩 알 것 같다. 예비부부들이 결혼식 준비에는 온갖 정성을 다하면서 정작 결혼생활에 관한 공부는 놓치는 게 좀 안타깝다. 결혼식은 순간이지만 결혼생활은 평생 이어지는 거니까 더 중요하다.

 

육아가 전쟁이라고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수월해지는 법이고 아이들은 금방 크니 나를 닮은 아기를 꼭 낳아 키워보라고 한다.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을 남기는데 손글쓰기 아니더라도 컴퓨터로 쓰는 육아일기, 사진일기도 좋다. 저자는 박혜란의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을 보다가 부러웠다. 딸을 따뜻한 가슴으로 키워야 했는데 머리로만 키운 것 같고, 독립적인 아이로 키워야 한다는 명분 아래 무섭다고 품으로 파고들면 떼어놨다고 한다. 딸은 아이를 키운다면 물고 핥고 빨며어미 개가 강아지 키우듯 그렇게 키웠으면 좋겠다. 사람들 대부분 마음을 탁 터놓고 얘기할 사람이 없어서 외롭다. 정신없이 사느라 가까운 친구를 옆에 두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니 젊은 시절부터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소통하면서 진정한 친구를 만들어라.

 

늦은 때란 없다. 지금이야말로 자신의 꿈을 향해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좋은 때라고 모지스 할머니 예를 들었다. 성형이나 시술을 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살기로 했다. 다만 한 가지, 피부는 젊었을 때부터 관리하라고 말한다. 신나고 재미있는 게 없을까 싶을 때 뭔가를 배우게 되면 방전되었던 휴대폰이 충전되듯 다시 힘이 생겼다. 신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로 만든 건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으라는 미션을 준 건지도 모르니 사람도, 일도, 음식도, 운동도, 오직 자신에게 맞는 것이어야 행복하다고 전한다.

 

저자는 결혼 앞둔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쓴다는 게 오히려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단다. 이 책은 친정엄마의 지혜와 따뜻한 위로가 담겨 있어 나이가 많은 나에게도 많은 공감과 울림을 주었다.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결혼 생활을 하는 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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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윤슬이 빛날 때
박소현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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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장을 데우는 군불처럼 따스한 글을 쓰고 싶었다는 저자의 [내 안의 윤슬이 빛날 때]을 읽으며 수필은 이렇게 쓰는구나 감탄하였다. 이야기를 구성하여 글로 내놓는 사람, 작가는 누구의 이야기이든 글로 표현할 땐 글쓴이 자신의 의도를 글에 담는다고 한 박상률 작가의 추천글도 기억에 남는다.

 

내성행상불망비에서 보부상 십이령길 답사하던 날, 초입에서 오래된 비석 두 개를 만났다.정한조와 권재만의 공덕을 기린 것이다. 보부상들은 미역, 생선, 해산물들을 쪽지게에 지고 험준한 길을 걸어 봉화 춘양장과 내성장 등으로 팔러 다녔다. 3, 4일을 꼬박 걸어야 겨우 봉화장에 도착했다. 식솔들의 입에 들어갈 따뜻한 밥 한술을 위해 보잘것없는 삯전을 받으면서도 쉼 없이 걷고 또 걸었을 것이다. 저자는 십이령길에서 오래전 어머니가 생선이 가득 담긴 고무 함지박을 이고 다녔던 기억을 떠올린다. 마음속에는 어머니를 위한 공덕비 하나 세우고 있다고 했다. 고등학교 입학한 작은오빠가 공납금 전액 면제에 학기당 25천 원의 장학금을 받아 삐까번쩍한책상을 들이던 날 서랍도 세 개나 달려 있었고 무슨 비밀이라도 숨겨둔 양 꼭꼭 잠가놓고 아무도 손을 못 대게 했다. 오빠가 타지로 나간 후에야 책상은 작가의 차지가 되었다. 94세의 어머니는 순간순간 지난 일을 잊어버리고 엄마보다 훨씬 더 나이를 먹어버린 자식들만 옛날 그 책상 이야기를 하며 숙연해졌다.

 

친정 집이 하루아침에 경매로 넘어가 내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살림살이를 언니 집으로 옮겨놓고 집주인을 찾아가니 건설업을 하다 은행 빚을 못 갚아 부도가 났다고 했다. 주인은 사정이 좋아지면 전세금부터 갚겠다고 약속을 하고 난 후 허름한 집을 얻어 살게 되었다. 몇 년 후, 거짓말처럼 집주인이 돈을 들고 찾아왔다. 그런 성품의 사람이니 지금은 탄탄한 건설 회사 경영주가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50이 넘어 대학원에 진학을 하는 딸의 학비가 걱정되어 몰래 봉투를 넣어 준 어머니, 저자는 그 돈을 어머니의 심장 같은 돈이여서 못 쓰고 있다고 했다. 40대 중반에 아버지가 위암 말기 진단을 받고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녀도 마지막엔 모르핀 주사에 의존해야 했다. 오빠들에겐 남자다움을 강요했지만 딸들에게는 한없이 자상했다.

 

계절이 바뀔 때면 어머니는 손수 만든 잠옷을 식구 수대로 보내주신다. 50년도 더 지난 낡은 재봉틀을 부여안고 몇 날 며칠 힘겹게 바느질을 했을 터이다. 아흔 살 어머니는 몇 년 전만 해도 다 쓸 수 있는 것들이라며 한사코 만류하더니 이제 철 따라 입을 옷 세 벌씩만 남기고 다 버려달라고 한다. 옷장에는 20년도 더 지난 코트부터 며느리가 혼수로 해온 이불까지 저마다 사연을 안고 모습을 드러냈다. 10여 년 전에 이미 당신이 손수 짠 삼베로 수의를 만들어놓으셨다. 햇볕에 쏘일양으로 보자기를 풀었는데 수의와 함께 남자용 파자마 두 벌이 들어 있었다. 낡은 재봉틀로 자식들이 입을 파자마를 만든다.

 

오빠는 동생들 학비 때문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외항선을 탔다. 대신 자신의 꿈을 버렸고 쉰세 살에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어머니는 큰 아들 몫으로 파자마 두 벌을 만들어 수의와 함께 싸두었다고 했다. 그 파자마를 만들면서 어머니는 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어머니 휴대폰 바탕화면에는 큰오빠 사진이 저장되어 있다. 작가의 고향이기도 한 남해를 아름답게 소개해주어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대도시 삶에 지친 사람이라면 남해 바래길을 느리게 걸으며 자신을 되돌아볼 일이다. ‘바래란 소쿠리와 호미를 들고 갯벌로 나가 해산물을 채취하러 다니는 것을 말하는 남해 사투리인데 삶의 터전이었던 이곳을 트레킹 코스로 만든 것이다.

 

수필의 끝에 묻고, 쓰다-시인과의 대담 두 편으로 마무리했다. 첫 번째 시인은 강은교 시인으로 이 세상에 와서 억울하게 죽어간 넋들을 위한 헌화가를 부르는 시대의 무당이 되길 자청한다. 두 번째 시인 허영선 시인은 제주 토박이인 시인이자 언론인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인 제주 4.3을 알리기 위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4.3이 남긴 상흔과 여성들의 비참했던 삶이 그려져 있다. 마침 읽었던 책이라 무척 반가웠다. 이 책은 작가의 유년의 기억들, 지인, 가족들의 소중한 이야기다. 때로는 잔잔한 울림을 주는 우리의 삶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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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사료로 보는 청와대의 모든 것
백승렬 지음 / 아라크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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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510일 청와대가 개방됐다. 이 책은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기록한 사진과 글을 담고 있다. 저자는 청와대 출입기자가 된 후 보도용 사진을 찍다가 점점 청와대 안 건물, 그림, 가구, 풍경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했다. 조선시대 궁궐의 뒤뜰에서 오늘날의 청와대 모습과 건물에 담긴 전통 사상, 청와대 안 소박한 가구 등을 볼 수 있었고, 영빈관, 녹지원, 상춘재, 여민관, 가족의 사적 공간인 관저, 춘추관, 수궁터를 직접 본 것처럼 생생한 사진들을 실었다. 지금은 못가지만 언젠가는 청와대를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다.

 

궁궐에는 인간으로서 최고의 권력을 지녔던 왕과 왕비와 신하들의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삶과 이야기들이 남아 있다. 서울에는 조선시대 궁궐들이 있는데 경복궁은 복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고, 창덕궁은 아름다움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에 등재되기까지 했다. 경운궁과 창경궁은 그 모습이 많이 훼손되긴 했지만 여전히 궁궐로서의 기품을 갖추고 있다. 경희궁은 전각들을 거의 잃어버리고 정전의 승정전과 그 부근의 건물들 몇 채만 남아 있다. 현대에 와서 궁궐의 역할을 했던 곳은 바로 청와대였다.

 

일제는 우리나라의 정기를 완전히 끊어 버리겠다는 생각에서 경복궁을 유린하는 한편 1926년에는 총독 관저마저 경복궁 일대에서 물색하게 됐다. 조선총독부 청사는 해방 후에도 철거되지 않은 채 중앙청, 국립중앙박물관으로 70년 동안이나 계속해서 사용됐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궁궐의 뒤뜰이었던 곳이 현대에 와서 대통령 관저로 사용된 셈이다.





청와대 장식 기와는 대부분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단다. 사악하고 나쁜 기운이 궁궐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팔작지붕은 우리 전통 지붕 모양 중 가장 아름답고 격조 높은 양식으로 꼽힌다. 해태상은 액운을 쫓는 벽사로도 사용됐다지만 무섭다기보다는 익살스럽게 보인다. 예전에는 하마(말에서 내리는 곳)였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공식 환영식 때 외국 정상을 태운 승용차가 해태상 앞에서 정차한다.

 

대통령 영부인이 집무를 보는 곳이었다. 대통령 배우자의 집무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집무를 보며 비서실 직원과 각료들을 불러 국가의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궁궐에서는 왕이 일상적으로 기거하면서 주요 신하들과 중요한 현안을 논의하는 곳이 대전이다. 청와대에서는 여러 유명 작가의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필자가 본관에 들어서면서 처음 만난 것은 역사의식을 가지고 우리 것을 그린 손장섭의 고목 그림이었다. 천연기념물 고목 4그루 <효자송> <김제왕버들> <이천백송> <느티나무>20064월에 수장고로 들어가고 김병종의 <생명의 노래> 연작 4점이 그 자리를 채웠다.

 

녹지원은 청와대 후원으로, 청와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글자를 풀어 보면 검푸른 영지 정원이란 뜻이다. 원래는 채소밭이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때 총독 관저가 들어서면서 가축 사육장과 온실 등이 조성됐다고 한다. 이곳에는 역대 대통령의 기념식수와 120여 종의 나무가 잘 가꿔져 있다.





대통령과 가족이 생활하던 관저는 19901025일에 완공됐다. 공적과 사적인 공간을 구분하기 위해서였다. 춘추관은 대통령의 기자회견 장소이자 출입기자들의 기사송고실로 사용됐던 곳이다. 출입기자들에게는 춘추삼락이라는 것이 있었다. 싼값으로 아침과 점심을 먹을수 있고, 대부분 시간을 춘추관에서 보냈다. 피로할 때 목욕할 수 있는 목욕탕이 있다는 것이다. 오전과 오후 한 시간씩 여민관에 있는 비서실 직원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청와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녹지원 앞을 지날 수 있는 즐거움이 있었다. 마지막 즐거움이 참여정부 들어서 사라졌다.

 

청와대는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은근한 멋과 맛을 풍기는 우리 것 그 자체이다. 보도 목적이 아닌 청와대 사진을 찍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 청와대를 좀 더 가깝게 들여다보고 드러나지 않았던 문화유산과 역사를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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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듯 깊은 생각들 - 찰나의 삶, 얽히고 설킨 갈등의 일상
정팔영 지음 / 명륜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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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듯 깊은 생각들>의 저자는 교사이자 행정가로 근무하였고 교직에서 느낀 다양한 이야기와 세상살이를 소개한다. 순간적으로 스쳐 갈 수 있는 일상들은 훗날 역사가 되고 지혜가 된다.

 

가끔은 흰 안개나 구름의 스치고 소멸하는 모습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음에 안정적 정서를 느끼며 틈을 내어 관산의 느낌에 다가가고 싶어 산행이나 산책을 즐기는데 숲을 구성하는 수많은 존재의 어울림에 깊은 겸허함을 느낀다. 소로우의 [월든]은 숲속의 느리고 평안하고 가르치려 하지 않고 보이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러기에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체험적 삶이 오히려 소중하다고 했다.

 

외로움이나 고독은 공허한 시간의 감당하기 어려운 선물을 놓고 고민일 것인가, 오히려 소중한 보너스이냐의 차이이므로 책을 읽을까, 산책할까, 취미활동을 할까? 그것이 문제이니 각자의 다른 사유의 공간에서 사는 것이다. 무얼 잘하느냐고? 갑자기 묻는다면 대개는 곧바로, 자신 있게 대답하기가 그렇고 그렇다. 간혹 우월한 심리로 던지는 말로 넘기면 되는데 약간 기분은 언짢은 표현이다. 그래서 쉽게 되받아치는 말이 없다!”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장면은 무언가 가슴 뭉클하다. 아버지를 팝니다. 코믹 내용 같지만 생각에 빠지게 된다. 현충일에 신문을 펼쳐 보니 6.25 전쟁 참전에 미국인이 타국에서 목숨을 건 전쟁 중 찍은 사진 289장을 한국 정부에 기증하고 싶다는 기사와 함께 보내 온 사진들을 보고 51년생인 저자는 아련히 귀동냥으로 들어 보았고 일부는 경험한 듯하거나 한 나이지만 50년대의 사진들을 보며 유아 성장기의 풍경을 회상해 본다.

 

인생의 그 어떤 것도 살아 있다는 것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한 번뿐인 인생을 타인의 기준에 휘둘리지 말고 내 삶을 살되 민폐가 되지 않는 선까지만 즐겁게 살아야 한다.(p114)

 

부유층 사모님이 백화점에 가던 시각 대형 백화점 붕괴 사고 뉴스가 나오는데 그곳이 자기가 옷을 사러 가려고 하다 교통사고로 갈 수 없었던 삼풍백화점이었다. 목숨을 잃을 뻔한 어마어마한 사고가 소형승용차와 다툼으로 모면할 수 있었던 사고는 위기로부터 구한 사례이다.

 

요즘 사회적으로 유행어가 돼 버린 내로남불이란 말은 주장이 강한 사람들이 그들끼리 강한 어필을 앞세울 때 많이들 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의 앞말을 따서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남은 비난하면서도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교직의 보람으로 <>을 되돌아보면 그동안 가르쳤던 많은 학생은 이제는 이 시대에 살면서 여러 직업을 가지고 훌륭히 잘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때 왜 그리 학생들의 덜 다듬어진 행동과 내 잣대로 들이댔는지, 돌이켜 보면 부끄럽고 내 그릇이 오히려 작았음에 초라함을 느낀다. 긍정적 습관이 원만한 사회성을 키워준다는 사실을 내포한다.

 

삶의 후반기 누구에게나 닥칠 재앙, 가장 슬픈 병,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옛날의 용어인 듯한데 건망증그러나 수명이 길어지는 반면 가장 무섭고 피하기를 기원하는 슬픈 병, 치매는 지난날의 기억을 나눌 수 있고,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을수록 늦출 수는 있다고 하니 스러져 가는 기억이 떠올라 반복한다고 몰아붙인다면 소심해져서 입 닫고 마니 어린아이 보살피듯 조심하고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어린아이가 노는 상황과 노인이 살아가는 상황은 아주 비슷하다. 어린아이는 자라면서 자존감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의존과 모델을 찾아 흉내를 내지만 그 이후부터는 겁이 없어지고 새로운 모험을 즐기려 충동적이고 반항적이며 서서히 자신만의 우월감을 갖게 된다.

 

욕망의 공통점은 각자의 삶의 영역을 덜 침해 받고, 덜 복잡한 관계의 무게를 짊어지고 쉽지 않음은 알지만, 그 알 수 없는 행복의 잣대의 우위를 누리고 싶은 심리로서 모두가 같다. 이 모든 것이 눈 깜짝할 사이[찰나(刹那)]의 거쳐 가는 인생인 것을. 그러나 이제는 끈을 놓아야 할 시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소소한 듯 깊은 생각들]에서 삶의 적기는 지금이 최적기다.”라는 말을 최고로 꼽는다. 삶의 여유가 없다고 느껴질 때, 저자의 경험과 지혜가 담긴 이 책을 읽어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좋은 책을 선물로 보내 준 신규출판사 명륜북스에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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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
조수빈 지음 / 파람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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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KBS에서 [뉴스 9] 앵커로 활약했고, 지금은 채널A에서 주말 뉴스를 맡고 있는 조수빈 아나운서이다. 자신의 청춘 이야기를 누군가에겐 작은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서툴고 부끄럽지만 청춘의 기록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고 믿는다.

 

IMF라는 시절을 만나 힘들었을 때 해맑게 대학을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젊었던 아버지 덕이라고 했다. 부모가 젊다는 건 큰 축복이다. 20대부터 영화 매거진에 연재를 했던 경험으로 영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스무 살에 본 엽기적인 그녀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나도 재미있게 봤던 영화이다. 인생의 장면도 영화처럼 반복된다. 똑같은 벽에 또 부딪히고, 풀어야 할 숙제의 이름만 바뀐다. <주말의 명화> 속 장면을 목격하고, 키스신을 보고 엄마한테 걸리는 게 아닐까 조마조마했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영화로 열 번 이상, 소설을 스무 번 넘게 읽었고 스칼렛은 상상 속의 롤모델이다.

 

다들 힘들다고 하는데 감사한 20대였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하고 싶던 방송이 업이 되었는데 마냥 즐겁기만 했을까. 인간은 꿈을 잡으면 행복할 줄 착각하지만 사람 마음은 간사하다고 한다. ‘에 치이고 사람 에 치이면서 불면과 공허함을 견뎠다. 20대를 함께 해준 친구가 있어 30대를 용기 있게 맞았지만 30대엔 인생이란 놈으로부터 뺨을 대차게 맞았다. 그래도 힘들 때 서로 위로했고 곁에 있었다. 무탈했던 연인의 갑작스런 이별에 굳이 왜 나에게 핵폭탄같은 이별을 선포했는지 알려고 하지마라. 알아봤자,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괴로울 뿐이라고 했다.

 

저자가 처음 방송을 시작한 곳은 강릉인데 영화 <봄날은 간다>에 나오는 방송국이 첫 근무지가 되었다. KBS <FM음악여행>을 진행했는데 라디오가 없었다면 더욱 고독했을 것이다. 그 후 <상쾌한 아침>9시 뉴스를 병행하는 힘든 스케줄로 디스크가 와서 마이크를 놓을 수밖에 없어 많이 아쉬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 강연을 통해서 꾸준히 대중들을 만나왔고, 유튜브채널 <조수빈TV>를 통해 얇고 넓은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살면서 아직도 이루고 싶은 꿈이 많지만 늘 1순위는 가족이다.

 

15년 울타리였던 곳을 그만둘 거라곤, 그만둘 용기가 생길 거라곤 생각한 적 없었다. 직장이 주던 모든 혜택을 포기하고 나오니까 비로소 다른 문이 열리더라는 말을 하고 싶다. 언제가 회사를 그만두면 좋은 타이밍일까, 고민하는 청춘에게 더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을 때가 그만둘 시점이고, 직업을 바꾸는 거라면 하루라도 일찍 그만두거나 그게 아니라면 한 분야에서 적어도 10년쯤은 내공을 쌓기를 바란다.

 

서른셋은 어른이지만 엄마가 처음이라 두려움이 컸다. 아이를 안고 산후조리원을 몇 주만에 나와 집으로 향했다. 조리원 방에만 있다 나오니, 세상이 처음 본 것 같이 낯설었던 기억이 나고 갑자기 주어진 엄마라는 역할도 그 세상처럼 낯설었다. 한 친구는 아이를 낳고 기르다 급성혈액암에 걸려 한 달 만에 세상을 떴고. 한 친구는 아이를 먼저 보내고 결혼생활마저 끝나 버렸다. 두 친구의 불행은 저자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후배들에게 직업적 조언으로 몸부터 바꿔라!’라고 한다. 건강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어떤 테크닉을 배워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몸, 체력부터 키우라는 거다. 살면서 힘들거나 공포심을 느낄 때가 있는데 운동을 하는 순간만큼은 잠시 고민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직업상 유족들과 인터뷰를 할 일이 있는데 유업이 부모님을 전화로 만났다. 처음 코로나가 시작된 대구에서 비 내리던 날, 마스크를 사느라 긴 줄을 서야 했던 고등학생이었던 유엽이는 코로나에 걸렸지만 병원을 찾지 못하고 엄마, 너무 아프다.“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는 이야기를 길게 쓰는 이유는 사람의 이야기면서 잊지 못할 경험이어서라고 하였다.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고 했는데, 줄 수만 있다면 유엽이 같은 아이들에게 청춘을 주고 싶다.

 

저자는 주말 저녁 7, 광화문 청계천 광장에서 방송을 한다. 오픈 스튜디오라고 하니 한 번 가보고 싶다. 청춘은 다 서툴고 지나고 나면 아쉬운 것이 인생인 것 같다. 이 책은 힘들다고 생각하던 그때가 지나고 보면 아쉽고 빛나던 때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늘 도전하는 청춘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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