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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
조수빈 지음 / 파람북 / 2022년 5월
평점 :

이 책의 저자는 KBS에서 [뉴스 9] 앵커로 활약했고, 지금은 채널A에서 주말 뉴스를 맡고 있는 조수빈 아나운서이다. 자신의 청춘 이야기를 누군가에겐 작은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서툴고 부끄럽지만 청춘의 기록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고 믿는다.
IMF라는 시절을 만나 힘들었을 때 해맑게 대학을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젊었던 아버지 덕이라고 했다. 부모가 젊다는 건 큰 축복이다. 20대부터 영화 매거진에 연재를 했던 경험으로 영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스무 살에 본 ‘엽기적인 그녀’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나도 재미있게 봤던 영화이다. 인생의 장면도 영화처럼 반복된다. 똑같은 벽에 또 부딪히고, 풀어야 할 숙제의 이름만 바뀐다. <주말의 명화> 속 장면을 목격하고, 키스신을 보고 엄마한테 걸리는 게 아닐까 조마조마했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영화로 열 번 이상, 소설을 스무 번 넘게 읽었고 스칼렛은 상상 속의 롤모델이다.
다들 힘들다고 하는데 감사한 20대였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하고 싶던 방송이 업이 되었는데 마냥 즐겁기만 했을까. 인간은 꿈을 잡으면 행복할 줄 착각하지만 사람 마음은 간사하다고 한다. ‘업’에 치이고 사람 ‘입’에 치이면서 불면과 공허함을 견뎠다. 20대를 함께 해준 친구가 있어 30대를 용기 있게 맞았지만 30대엔 인생이란 놈으로부터 뺨을 대차게 맞았다. 그래도 힘들 때 서로 위로했고 곁에 있었다. 무탈했던 연인의 갑작스런 이별에 굳이 왜 나에게 ‘핵폭탄’ 같은 이별을 선포했는지 알려고 하지마라. 알아봤자,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괴로울 뿐이라고 했다.
저자가 처음 방송을 시작한 곳은 강릉인데 영화 <봄날은 간다>에 나오는 방송국이 첫 근무지가 되었다. KBS <FM음악여행>을 진행했는데 라디오가 없었다면 더욱 고독했을 것이다. 그 후 <상쾌한 아침>과 9시 뉴스를 병행하는 힘든 스케줄로 디스크가 와서 마이크를 놓을 수밖에 없어 많이 아쉬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 강연을 통해서 꾸준히 대중들을 만나왔고, 유튜브채널 <조수빈TV>를 통해 얇고 넓은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살면서 아직도 이루고 싶은 꿈이 많지만 늘 1순위는 가족이다.
15년 울타리였던 곳을 그만둘 거라곤, 그만둘 ‘용기’가 생길 거라곤 생각한 적 없었다. 직장이 주던 모든 혜택을 포기하고 나오니까 비로소 다른 문이 열리더라는 말을 하고 싶다. 언제가 회사를 그만두면 좋은 타이밍일까, 고민하는 청춘에게 ‘더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을 때’가 그만둘 시점이고, 직업을 바꾸는 거라면 하루라도 일찍 그만두거나 그게 아니라면 한 분야에서 적어도 10년쯤은 내공을 쌓기를 바란다.
서른셋은 어른이지만 엄마가 처음이라 두려움이 컸다. 아이를 안고 산후조리원을 몇 주만에 나와 집으로 향했다. 조리원 방에만 있다 나오니, 세상이 처음 본 것 같이 낯설었던 기억이 나고 갑자기 주어진 엄마라는 역할도 그 세상처럼 낯설었다. 한 친구는 아이를 낳고 기르다 급성혈액암에 걸려 한 달 만에 세상을 떴고. 한 친구는 아이를 먼저 보내고 결혼생활마저 끝나 버렸다. 두 친구의 불행은 저자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후배들에게 직업적 조언으로 ‘몸부터 바꿔라!’라고 한다. 건강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어떤 테크닉을 배워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몸, 체력부터 키우라는 거다. 살면서 힘들거나 공포심을 느낄 때가 있는데 운동을 하는 순간만큼은 잠시 고민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직업상 유족들과 인터뷰를 할 일이 있는데 유업이 부모님을 전화로 만났다. 처음 코로나가 시작된 대구에서 비 내리던 날, 마스크를 사느라 긴 줄을 서야 했던 고등학생이었던 유엽이는 코로나에 걸렸지만 병원을 찾지 못하고 ”엄마, 너무 아프다.“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는 이야기를 길게 쓰는 이유는 ‘사람’의 이야기면서 잊지 못할 경험이어서라고 하였다.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고 했는데, 줄 수만 있다면 유엽이 같은 아이들에게 청춘을 주고 싶다.
저자는 주말 저녁 7시, 광화문 청계천 광장에서 방송을 한다. 오픈 스튜디오라고 하니 한 번 가보고 싶다. 청춘은 다 서툴고 지나고 나면 아쉬운 것이 인생인 것 같다. 이 책은 힘들다고 생각하던 그때가 지나고 보면 아쉽고 빛나던 때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늘 도전하는 청춘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