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본 다이어리 2015>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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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본 다이어리 2015
새시 로이드 지음, 고정아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인생 뭐 별거 있어...대충 살고 ,즐기며 살자 ~
저처럼 이런 생각으로 살고 있는 사람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책입니다. 아낀다고 얼마나 잘 살겠는가, 우리 식구가 쓰면 얼마나 쓸까. 적당히 필요한 만큼은 마음대로 쓰면서 살자..이렇게 생각하며 살았던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 자린고비처럼 물건을 아끼고 인색하게 사람들을 대하는 걸 보면, 한심하기도 하고 이해가 안 가기도 했어요. 얼마나 부자가 되려고 저렇게 박하게 사나..삐뚫어진 눈으로 쳐다보곤 했지요.
그런데 이건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으로 살고 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당장 생존의 문제고 시간의 문제였어요. 아껴서 부자가 되자가 아니고 아껴서 사람답게 살자 ~ 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탄소배급제를 실시하기로 한 영국의 2015년. 그곳에 살고 있는 소녀 로라의 일기입니다. 처음에는 배급제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우왕좌왕 헤맸지만, 점점 확연하게 드러나는 탄소배급제의 실체를 경험하면서 참으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됩니다.
스마트 미터는 군사독재보다 무서운 것이었어요. 비행기를 타고 어딜 가는 것, 마음껏 물을 쓰고 목욕하는 것, 난방을 따뜻하게 돌리는 것, 이렇게 사소한 것들마저 통제되고 있는 사회로 변했어요. 로라의 가족들은 변화를 조금씩 받아들입니다. 엉뚱하면서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킴과 무력해보이는 아빠, 그리고 꿈속을 둥둥 떠다니는 듯한 엄마, 그리고 아직은 풋풋한 소녀인 로라, 네 식구는 사회의 변화속에 내던져지네요. 관광학의 수요가 제로가 되면서 아빠는 실직을 하고 그들의 가족은 어려움을 겪게 되어요. 언니에게 찾아온 뜻하지 않는 사건, 엄마의 변화, 로라에게 다가오는 설레는 순간들, 그리고 절망과 꿈에 대한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합니다.
로라의 일기 속에서 사춘기 소녀의 고민들이 잘 녹아 있어요. 짝사랑하는 래비에 대한 애틋함과 질투, 그리고 사랑에 대한 단상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 탄소배급제라는 엄청난 사건을 몸소 체험하면서 더 큰 혼란에 허우적 거리기도 하죠.하지만 로라는 바닥에 머물러 절망하지 않아요. 그녀는 어리고 또 꿈이 있어요. 읽는 내내 어둡고 답답한 분위기에 우울했지만, 로라의 솔직한 일기를 읽어보면서 함께 웃고 함께 실망하면서 지냈어요.
지금도 지구촌에는 많은 기상이변들이 생겨납니다. 갑자기 폭우가 내리고, 겨울도 오기전에 한파를 겪기도 하죠. 바닷물이 밀려와 작은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소중한 생명을 앗아갑니다. 2015년이면 앞으로 몇 년 남지 않았어요. 절대 그런 일이 오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을 아무도 없어요. 로라가 살고 있는 가정과 사회에서 겪고 있는 일들이 남의 일이 아닙니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지고 지금 누릴 수 있는 많은 행복들과 멀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포기하는 만큼 얻어지는 이익도 있을 거예요. 환경을 보호하면서 얻게 되는 좋은 점은 자발적으로 만들어져야 할 겁니다. 남에게 통제 당하기 전에 스스로 조금씩 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간다면 그 충격도 덜하겠죠. 지금 누리고 있는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고마운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