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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요, 엄마
서미애 지음 / 노블마인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잘 자요……엄마.”
위의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엄마가 아이에게 잘 자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또한 그런 말은 무척 부드럽고 사랑스럽게 들리죠, 아이가 엄마에게 잘 자라는 말은 조금 무섭게 들립니다. 모르겠습니다. 이미 이 작품에 대한 사전 정보가 어느 정도 있는 상태에서(추리작가라는 정보) 제목을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제목을 보는 순간 무척 무서웠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에도 섬뜩합니다. 연민의 감정도 조금 생기기는 하지만, 엔딩의 충격 때문인지 뭐라 설명하기 힘든 불편함과 무서움, 연민이 뒤죽박죽, 뭔가 답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더 혼란스러워지기만 했습니다.
이 작품의 화두는 “과연 연쇄살인범은 태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환경이 만드는 것일까?” 라는 질문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작품을 다 읽고 나서도 혼란스럽고 고민이 되었던 문제이기도 하고요. 범죄와 가정환경은 정말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편모나 편부가정의 아이, 부모에게 학대 받으면서 자란 아이, 부모에게 애정을 전혀 받지 못하면서 자란 아이, 이런 아이들이 크면 정말 지독한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높을까요? 만약 이것이 아니라면 태어날 때부터 범죄자의 유전자는 따로 있는 것일까요? 잔인한 연쇄살인범들은 정말 왜 그렇게 잔인하게 사람들을 죽이는 것일까요? TV 속의 연쇄살인범에게 연민이나 심지어 동정심을 갖는 사람들은 거의 없죠. 모두 욕하면서 때려 죽여야 한다고들 말을 하죠. 정말 그들은 죽어야만 하는 존재들일까요? 이해조차 하면 안 되는 괴물들인 건가요?
사실 조금은 (외국 추리소설의 틀 안에서는) 평범한 주제입니다. 연쇄살인범의 이면을 들여다본다든지,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작품들은 많죠. 다소 지루하고 진부할 수도 있는 소재를 나름 잘 살린 느낌이 듭니다. 물론 사건 전개가 다소 늘어지고, 중간 중간 큰 충격 효과가 없어서 클라이맥스에 도달하기까지는 조금 심심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종반의 클라이맥스는 꽤나 괜찮더군요. 그리고 그 클라이맥스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도 조심스럽게 깊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고요. 너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서 그 점을 조금 싫어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엔딩의 충격이 충분히 보상을 해 줍니다. 제가 원하는 엔딩이었습니다. 주제의식과 오락적인 재미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방화연쇄사건과 연쇄살인범과의 면담, 그리고 느닷없이 생긴 아이, 과연 2010년 대한민국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