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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ㅣ 노블우드 클럽 5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박물관에서의 기이한 살인사건. 박물관 홀에 있는 마차 안에서 단검에 찔려 죽은 시체가 발견됩니다. 과연 그 시체는 누구이며, 왜 그곳에서 죽어 있을까? 사건은 아일랜드 인 캐러더스 형사, 잉글랜드 인 부국장 암스트롱 경, 스코틀랜드 인 해들리 총경에 의해서 시간의 흐름 순으로 밝혀졌다고 미궁 속으로 빠지고, 다시 밝혀졌다가 미궁 속으로 빠져 결국에는 명탐정 펠 박사에 의해서 모든 것이 밝혀집니다. 존 딕슨 카가 즐겨 사용하는 (독자들에게는 무척 고마운) 11개의 수수께끼(논리적으로 설명하기 까다로운 이상한 점)를 요약한 목록도 공개가 됩니다. 11개의 수수께끼가 모두 해결되면 범인도 밝혀집니다. 그러나 마지막 확실하게 범인을 잡고도 누군가의 간교한 술책에 의해서 범인을 놓아주게 됩니다.
결정적으로 펠 박사가 사건을 해결은 하지만, 펠 박사가 등장하는 장면은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무척 아쉽더군요. 펠 박사의 잘난 척 하는 모습을 조금 많이 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이 작품에서는 해들리 총경이 큰 활약을 펼칩니다. 결정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거든요. 역시나 이야기는 기이하고 황당하게 시작합니다. 담장 위에서 노신사는 미친 짓을 하고, 살인사건 현장에서는 가짜 수염과 가정요리책 등이 발견되며, 캐러더스 형사가 방문하기에 앞서 박물관 안내원은 이상한 춤을 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용의자들도 뭔가 정신이 나간 듯 보이고요.
캐러더스 형사-암스트롱 부국장-해들리 총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살인사건의 내막이 드러나는 구조입니다. 나름 독특하다면 독특한 구조이죠(캐러더스는 사건을 관찰만 하는 반면, 암스트롱 부국장은 나름 해결하는 노력을 보입니다. 11개의 수수께끼를 그의 비서가 정리하거든요. 그리고 마지막 해들리는 이 모든 의문점을 논리정연하게 해결하고요). 반면 조금 산만하기도 하더군요. 가짜 수염, 석탄 덩어리, 페르시아 단검, 마차 안에 시체, 춤추는 박물관 안내원, 기이한 노신사 등등 제시된 힌트(?)로는 도대체 무슨 사건인지 감도 안 잡힙니다. 사실 범인의 범행 수법은 조금 단순해 보이는데, 독자를 정신없이 만들어서 헷갈리게 만듭니다. 그런 점을 작가가 노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건 자체는 무척 단순합니다. 이야기를 일부러 복잡하게 만든 느낌이 들더군요(사실 존 딕슨 카 작품 중에서는 조금 집중이 잘 안 되었습니다).
암튼 『유다의 창』에 이어 단순하게 밀실트릭의 대가로만 알고 있던 제게 존 딕슨 카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해 준 작품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트릭 자체보다는 구성 자체에 무척 신경을 쓴 것 같더군요. 캐러더스 형사-암스트롱 부국장-해들리 총경에 의해서 시간의 흐름 순으로 사건의 내막이 밝혀졌다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는 이런 반전의 연속은 나름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기괴하거나 비현실적인 분위기는 다소 약하지만 그래도 그런 분위기도 살짝 풍깁니다. 이야기의 산만함이나 트릭에는 다소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지만, 구성 자체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