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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안의 작은 새
가노 도모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한 알콩달콩 미스터리 로맨스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 심오한 철학적 의미도 담고 있네요. 소설을 읽는 도중 깜짝깜짝 놀라는 그런 문장들이 있습니다. 인간을 보는, 세상을 보는, 특히나 연인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냉철하면서도 따뜻하더군요. 남자는 “정말 여자의 마음이 그래?”, 반면 여자는 “그래 맞아!, 나도 그럴 때가 있는데…” 이렇게 놀래거나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상황이나 내면 묘사들이 많습니다. 『손 안의 작은 새』라는 작품은 여자 바텐더 이즈미가 혼자 운영하는 카페 ‘에그 스탠드’에서 연애를 시작하는 케이스케와 사에가 일상생활에서 벌어졌던 미스터리 한 사건들의 진실 또는 비밀들을 밝혀나가는 이야기입니다. 과연 에그 스탠드 카페에는, 그리고 케이스케와 사에 사이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자신을 좋아하지는 못하지만 논리적인 추리 하나만은 끝내주는 까칠한 남자 케이스케와 완벽한 도시 여성으로 보이지만 조금 허점이 많고 때로는 질투도 부릴 줄 아는 사랑스러운 여자 사에, 그리고 이 둘 사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에그 스탠드 카페의 여주인 이즈미, 이들이 만들어가는 청춘과 사랑, 우정의 이야기. 이야기는 크게 다섯 개의 작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손 안의 작은 새」를 시작으로 「벚꽃 달밤」, 「자전거 도둑」, 「불가능한 이야기」, 「에그 스탠드」 이렇게 다섯 개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각 이야기 속에는 소소한 미스터리가 복병처럼 숨어 있다 나타납니다. 어라? 이거 미스터리였어? 일상생활에서 유심히 지켜보거나 크게 관심을 갖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고 넘어갔을 그런 수수께끼가 등장합니다. 사람이 죽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거창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그냥 모르고 넘어 가기에는 조금 찜찜합니다. 누구나 그런 수수께끼는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죠. 분명히 내가 핸드폰을 여기에 두었는데, 도대체 어디에 간 것일까? 고민의 고민을 거듭합니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합니다. 비록 소소하지만 짜릿함은 이루어 말할 수 없죠. 그런 소소한 수수께끼 풀이에서 오는 짜릿함이 까칠남과 차도녀의 연애 이야기와 맞물리면서 짜릿함과 쾌감은 배가 됩니다.
도대체 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어떤 미스터리가 숨어 있을까? 일상 미스터리라고 가볍게 보다가는 큰 코 다칩니다. 사실 미스터리는 크게 기대를 안 했는데, 이거 은근히 머리를 쓰게 하더군요. 특히나 두 번째 이야기 「벚꽃 달밤」의 트릭은 조금 놀라웠습니다. 이런 트릭까지는 기대를 안 해서인지 모르겠지만요. 「불가능한 이야기」 역시 트릭이 꽤 괜찮습니다. 정말 불가능한 매직을 가능한 속임수로 밝혀내더군요. 수수께끼는 주로 케이스케가 해결합니다. 홈즈식 관찰 추리라고 할까요? 사실 세상에 불가능은 없습니다. 뛰어난 관찰력만 가지고 있다면 불가능해 보이는 매직도 사실 시시합니다. 물론 이런 뛰어난 관찰력과 추리력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부족한 것이 딱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직관력. 특히나 여성의 직관력은 잘 모르더군요. 그래서 카페 주인 이즈미와 여자 친구 사에에게 꼼짝을 못합니다. 이런 장면에서는 살짝 웃음이 나오더군요. 무척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입니다. 주변에 정말 저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습니다(후속작을 기대하게 되더군요. 이들의 알콩달콩 미스터리 로맨스 계속 보고 싶습니다). 일상 미스터리는 (대체로) 살인사건이 없어서 무겁지 않아서 좋습니다. 그렇다고 미스터리나 트릭까지 가볍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사랑, 우정과 미스터리, 그리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 읽으면 기분이 무척 좋아지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