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간이 무사와 천재 미소년의 기이한 사건 해결부

얼간이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5월

혼조 후카가와의 뎃핀 나가야(마을 공동체)의 서민들이 웃고 떠들고 울고 같이 슬퍼하는 삶을 그린 무척 서민지향적인 작품입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미신에 혹하지도 않고, 예쁜 아내도 있으며, 정도 많은 얼간이 무사 ‘헤이시로’와 측량을 좋아하는 천재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줌싸개이기도 한 미소년 ‘유미노스케’가 있고요. 그런 뎃핀 나가야에 이상한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납니다. 뎃핀 나가야의 관리인 ‘규베’는 아무도몰래 마을을 떠나버리고, 신참내기 ‘사키치’가 새로운 관리인으로 들어오는데, 유독 그가 관리인으로 들어오고부터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그럴듯한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뭔가 수상합니다. 헤이시로와 유미노스케는 바로 이 사건의 내막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번 작품은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 미스터리소설 중에서도 가장 미스터리가 약합니다.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는 이유가 마지막에 밝혀지는데 조금 싱겁더군요. 이번 작품은 미스터리보다는 서민들의 고충이나 애환, 그리고 소소한 즐거움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네요. 미스터리가 없는 대신 (삶의) 드라마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조금 지루합니다. 조금 드라마틱한 전개에 비해 결말은 다소 밋밋하거든요. 캐릭터에 대한 애정만으로 600페이지를 견디기에는 조금 벅차더군요(캐릭터는 하나같이 모두 사랑스럽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에서는 선한 이웃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너무 착한 인간들이 많이 등장해서 조금은 반발심도 생기더군요). 잔잔한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미스터리를 기대하고 읽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개인적으로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 미스터리 중에서는 다소 재미가 떨어지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