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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러스트
필립 마이어 지음, 최용준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의 녹슨 못이 보여주듯이 이 소설은 쇠락해져 가는 철강 마을을 배경으로 아메리칸 드림의 허망하고 절망적인 이면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제는 그 가치를 다하고 쓰러져가는 마을의 이야기이자 그곳에서 어떤 꿈과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펜실베이니아의 마을 부엘은 한때는 철강 산업으로 부를 누렸으나 변화하지 않고 안주하려는 자본가와 그 노동자들에 의해서 쇠락해져 갑니다. 한때는 많은 노동자들의 배를 채워주었던 제강소는 이제는 낡고 녹슬고 부서져서 그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제강소에 의지하며 살아가던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가족은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합니다. 주인공 아이작의 어머니는 강물에 빠져 자살을 하고 아버지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하루하루를 아무 의미 없이 보냅니다. 그의 친구 포는 풋볼 선수의 꿈을 포기한 채 어머니의 트레일러에 얹혀살면서 사슴이나 잡으면서 그의 청춘을 소비합니다. 마을에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이제 꿈과 미래가 없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의 실체는 이제 그들을 가차 없이 잡아먹기 시작합니다.
아이작과 포. 꿈과 희망을 포기한 채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보내던 그들에게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사건이 터집니다. 집을 떠나려는 아이작은 마지막을 포와 함께 보내기 위해 들른 폐공장에서 부랑자들을 만나게 되고, 우발적 살인을 저지르게 됩니다. 부랑자 한 명을 죽인 아이작은 체포 영장을 피하기 위해 마을을 떠나고, 포는 아이작의 누명을 뒤집어쓰고 감옥으로 향합니다. 폐쇄적이고 사회 부적응자인 아이작은 감옥에 가기 두려워서, 사람들의 비난이 싫어서 무조건 도망을 갑니다. 자신의 죄는 회피한 채 자신 안에 있는 또 다른 자아 ‘아이’를 내세워 위기의 순간을 모면합니다. 다혈질인 포는 이미 결혼한 아이작의 누나 리를 사랑합니다. 아이작의 누나에게 상처를 주기 싫어서, 그의 나약한 친구인 아이작을 위해서 아이작의 죄를 뒤집어쓰고 변호사도 만나지 않은 채 고통스러운 감옥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들 주변의, 절망과 좌절로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는 포의 엄마 그레이스, 그레이스를 사랑하는 보안관 해리스의 삶도 점차 그들로 인하여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좌절과 절망, 슬픔, 꿈과 희망의 포기, 가난, 멍에, 고통……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벼랑 끝까지 내몰린 쇠락한 마을 부엘의 거주자들은 그들 자신의 껍질을 깨고 비상하기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그러한 행위는 또 다른 절망과 좌절의 연속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어제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어서 이 부분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우발적 살인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아이작과 포,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들은 잔잔하게 펼쳐집니다. 살인사건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충격이나 자극도 주지 않습니다. 이러한 그들의 행동이 다소 지루할 수도 있지만, 깊게 씹는 맛은 확실합니다. 여운과 감동은 오래갑니다. 아이작이나 포, 아니면 그들 주변의 사람들 모두 나와, 우리와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좌절과 절망에 고통스러워하고, 돈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하며, 매일 고통 때문에 몸부림 친 적이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그만큼 현실적이고 쓸쓸하며 아픕니다. 아이작과 포의 미래는? 마을의 미래는? 우리들의 부모님의 미래는? 나의 미래는? 21세기 다이내믹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는 결코 남의 이야기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꼬집은 그 어떤 이야기보다 더 무섭습니다.
덧. 2009년 아마존 ‘올해의 책’ 선정,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뉴스위크」「이코노미스트」등 주요 언론이 선정한 ‘올해의 책’에 이름을 올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월터 살레스 감독에 의해서 영화화될 예정이라고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