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아픈 모순의 세상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책을 덮을 때까지 마음이 무겁고 슬펐다. 책표지의 어린아이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살인적인 기아와 질병의 고통속에서 그들은 영문도 이유도 모른체 그냥 자신의 땅에 태어난 이유로 그렇게 죽어가고 있다.

세계의 기아문제가 그냥 환경파괴로 인한 식량부족, 전쟁으로 인한 물자부족으로 생긴 그들만의 문제인줄 알았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기아라는 꼭두각시 인형은 무대 뒤에서 강대국들과 다국적 기업들의 횡포가  조정하는 처참한 연극이라는 것이 들어났다.

세계인구의 2배인 120억을 먹여살릴만한 식량이 있음에도 그들은 굶주려야만 했다. 영양만은 이유식, 유기농 이유식을 만든다고 광고를 때리는 저 다국적 기업 네슬레가 돈을 지불하겠다는데도 불구하고 칠레 어린아이들의 분유공급을 차단했다. 그리곤 그 나라의 희망을 잘라버렸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구걸이나 마약, 매춘으로 먹고사는데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세네갈의 한 지방 도시는 가난해도 절대로 마약, 매춘, 구걸을 하지 않고 당당하게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고있다. 마음 아픈것은 식민지 정책때문에 그들이 아무리 뼈빠지게 일을 해도 먹을것을 걱정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싶다. 이를 악물고 버티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프리카의 이름없는 나라 브르키나파소, 이 나라는 가진 자원도 물자도 없어 서구 열강들에게 아예 관심도 끌지 못한 나라다. 굶어죽든 말든, 그러나 상카라는 젊은 혁명가(대통령)에 의하여 4년만에 식량을 자급자족하게 된다. 그야 말로 아프리카에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그러나 그것이 강대국(프랑스 등)에게 눈에 가시가 된다. 다른 나라들도 본 받으면 그들에 부의 축적에 지장이 된다는 것은 뻔한 일. 그래서 그 젊은 대통령은 38세를 넘기지 못하고 강대국에게 매수당한 동료에게 총살당한다. 그리고 그 나라는 다시 예전처럼 가난과 굶주림의 지옥이 되어 버렸다. 묘한 방정식 공식이 성립된다. "부자나라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굶어죽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세계 기아문제의 근원을 잘 파헤쳐 읽은이에게 대화의 형식으로 쉽게 전달해 주고 있다. 200페이지의 얇은 분량이다. 하지만 책을 덮을때는 모두들 인류애와 휴머니즘을 가슴에 묻고 나도 뭔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것이다. 그들은 파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지금도 5초당 1명씩 굶어죽고 있다. 그것도 고통스럽게, 그들은 나의 형제요 나의 자녀다. 그들은 우리와 똑같은 심성과 감정과 가족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자집 아이들의 이야기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6월

지독하게 가난한 집의 아이가 도둑질을 했다. 나쁜놈! 못배워 먹어도 유분수지 눈앞에 물건을 참지못하고 도둑질 하다니...... 근데, 엄청나게 부자집 아이는 눈앞에 물건을 훔쳐가지 않는다. 우와 인간성 착하고 바로 교육받은 엄청 멋진 아이구나......뭐 대충 인런식의 시각인것 같았다.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문제없는 나라, 차표 검표원이 없는나라, 거의 국민모두가 폭력을 싫어하고 양심적인 나라, 남을 돕는 나라, 하지만 내면에 잠재된 권력주의와 쾌락주의가 사냥과 포르노 사업으로 표출되는 나라...

한쪽은 어려운이에게 가진돈 100원을 주면 자신이 누릴 수 있는 편리한 생활이 사라지고 그저 평범하게 살게되는 나라의 사람, 한쪽은 어려운이에게 가진돈 10원을 주면 자신이 누릴 수 있는 평범한 생활이 사라지고 고통을 느끼며 살게되는 나라의 사람,

이 두 나라사람에 대한 시각과 평가의 잣대는 틀려야 하는것이 옳다. 근대 박노자는 역시 예리한 관찰과 분석으로 사회현상을 파헤치기만 했다. 그것도 동일한 시각과 생각으로,....

한국과 비교해서 국민의 정서와 사회구조, 대학정서 등 많은 부분 차이가 나고 월등히 우수히 보였지만,

노르웨이라는 나라, 참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은 드는데 뭔가 중요한것이 없는 듯 허전함이 든는것은 왜일까? 

폭력과 불평등이 없는 유토피아를 꿈구는 그대

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얼마전 인생의 가장 절친한 최문영 실장님으로 부터 책을 소개 받았다.

자신의 학문적 천재성은 들어내지 않았지만 러시아 사람으로서 우리말의 수준높은 어휘들만 골라  특유의 예리한 시각과 날카로운 분석력으로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아는 사람이었다.

우리사회 곳곳에 드러나는 문제점들을 외국인의 시각과 한국적 사고로 명쾌하게 파헤치고 분석했다.

그를 통하여 러시아 학자들의 학문에 대한 태도를 알게 되었으며,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내려져있는 모순의  줄기와 열매들이 부끄러운 나의 자화상으로 떠올랐다.

폭력의 종가였던 러시아 공산주의 군사정권하에서 성장했던 그는 오히려 폭력의 야만성을 혐오하며 무폭력주의로 인간의 각자 내면세계를 존중하며 모두가 평등하고 인간답게 사는 순리의 세상을 꿈꾸는 듯 했다.

안타까운것은 인간이 모두 박노자와 같지 않다는 것이다. 박노자만의 휴머니즘을 모든 인간이 공유하길 바랐던것 같다. 역시 인생의 연륜이 없어서인가? 인생공부가 아직 괘도에 오르지 않은것인가?

암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선과 악, 질서와 무질서, 부와 빈, 고통과 쾌락, 차별과 평등 등이 어느시대이건, 어느나라이건 이러한 모순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순간까지 아쉬웠던것은 그가 보았던 한국의 문제점만 있었지, 문제를 넘어선 한국의 숨은 저력을 보지 못했던것 같다.

다음번엔 문제와 함께 우리의 저력을 분석할 만한 희망적인 작품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