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에는 왕도가 없다고 하지요?그렇지만 정도(正道)는 다고 생각됩니다.
무조건 외운다는 것도 금방 싫증을 내게 되니까 문제이고...
그래서 제가 생각해둔 것들을 몇 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한자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첫째, 부수를 외워야 합니다.
부수는 한자의 알파벳과 같습니다.
기초가 튼튼해야 높게 쌓아올릴 수 있는 이치이겠지요.
한자 자전을 찾기 위해서도 필요하므로 꼭 공부하셔야 합니다.
둘째, 8-6급까지의 급수시험용 한자를 공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8급은 초등학교 저학년용 50자이므로 익히기에 쉬울 것입니다.
7-6급도 초등학생용으로 7급은 150자, 6급은 300자입니다.
급수가 낮을수록 쉽기 때문에 가장 낮은 급수로부터 공부를 시작하면
능률도 오르고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기에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기왕 공부하는 김에 시험을 목표로 하여 합격한다면
더 좋은 계기가 될 것이고 성취감도 이룰 수 있으므로 일거양득이겠네요.
셋째, 그림문자라고도 하는 象形(상형)문자를 먼저 익히는 방법입니다.
상형이라 함은 어떤 물체를 본뜬다는 뜻이지요.
갑골문이나 금문의 글자 형태가 그런 경우인데
이들을 통하여 쉽게 한자를 익힐 수 있지요.
갑골문이라는 것은 최초의 한자 형태로써 뼈와 같은 딱딱한 곳에
송곳같은 날카로운 도구로 새긴 상형문자랍니다.
초기의 대부분의 한자들이 이렇게 그림문자의 형태이기 때문에
한자에 편하게 접근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금문이라는 것도 쇠붙이에 새기는 등의 방법으로 쓴 글자로써
갑골문보다 후대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한자가 변해가는 과정을 볼 수도 있고
갑골문에는 없던 한자들의 초기 형태를 볼 수 있으므로 매우 유용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소주 이름 중에 삼각형 3개가 옆으로 나란히 붙어있는 상표가 있지요?
바로 산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물, 불, 나무, 새, 말, 소, 개, 코끼리 등의 상형문자를 보면
정말 자연의 모습과 닮았다는 것을 느낄 것이고 쉽다는 것도 알게 될 것입니다.
넷째, 위의 방법으로 기본적인 한자를 익혔다면 이를 뼈대로 하여
살을 하나씩 붙여가며 공부를 해봅시다.
나무목을 알았지요? 그럼 木자 옆에 다른 글자들을 하나씩 붙여 봅시다.
많은 한자들을 쉽게 익힐 수 있습니다.
- 나무뿌리 부분을 표시하면 本(근본본, 뿌리본)
- 나무 끝부분을 표시하여 末(끝말)
- 나무가 한 그루 더 있으면 林, 수풀림
- 나무가 두 그루 더 있으면 森, 수풀삼
- 귀公(공) 자가 붙으면 松, 소나무송
- 토끼卯(묘) 자가 붙어 柳, 버드나무류
- 바람風(풍)과 합해서 楓, 단풍나무풍
- 지탱할支(지)와 함께 있으면 枝, 가지지
- 복숭아 좋아하나요? 일조兆가 곁에 있으면 복숭아桃(도)
- 서녁西(원래는 '덮을아'로 부수자)와 합하면 밤栗(률)
- 과일은 나무 위에 열리죠? 열매果(과)
- 돼지亥(해)와 함께 있으면 과일씨核(핵) * 문제의 본질을 핵심(核心)이라고 하죠
등등... 무수히 많습니다.
참고로, 위에서 소나무松 밑으로는 한 글자는 뜻을, 한 글자는 소리를
나타내는 形聲(형성)문자입니다.
'형성'에서 '형'은 형태를 말하고, '성'은 소리를 말합니다.
즉 木은 나무라는 뜻을, 옆의 글자는 비슷하거나 같은 소리를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공'과 '송', '묘'과 '류', '풍'과 '풍', '지'와 '지', '조'와 '도', '해'와 '핵'.... 발음이 비슷하지요?
아니라구요?
초성을 빼고 보면 대개는 비슷해지기도 하고
모음이 약간 변해서 'ㅛ'가 'ㅠ'로, 또는 'ㅓ'가 'ㅏ'로 변하는것과 같이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받침은 거의 같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 중의 75% 정도가 이 형성문자라는 사실을 안다면
한자를 배우는 것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는것을 느낄 것입니다.
다섯째, 이제 복잡한 글자에 도전해 봅시다.
위와 같은 기본적인 한자들을 익히고 나면 그 한자들을 결합하여
더 많은 뜻의 글자들을 만들어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답니다.
즉, 복잡한 글자를 간단한 여러 개의 자형으로 쪼개 놓고 보면
의외로 쉽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런 방법을 破字(파자)라고 합니다.
'깰파'에 '글자자'니까 글자를 파손시켜서 작은 단위의 글자로 분해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懼(구)를 봅시다.
마음의 상태를 표현하기 때문에 마음심변이 앞에 있지요?
오른쪽의 밑부분은 새라는 뜻의 '추'자이고 위에는 눈목 자가 두개 있네요.
이것은 새의 두 눈을 강조한 것인데, 눈이 휘둥그레 커진 형태를 나타낸 것입니다.
즉, 새가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뜨고 있는 마음으로 두렵다는 뜻입니다.
또 힘力과 입口 두 자를 알면 더할加를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역도 선수를 생각해보세요. 역기를 들어올릴 때 기합을 넣지요?
기합을 넣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큰 힘을 낼 수 없을 것입니다.
장작을 팰 때나 격파를 할 때에도 반드시 그렇지요?
힘(力)을 쓸 때에는 입(口)으로 기합을 넣어야 힘을 더 크게 할 수 있다는 뜻이죠.
지금까지는 한자 한 자, 한 자를 공부했으니까 이해가 되었으면
이제부터는 단어를 공부해봅시다.
단어를 익히는 첫째 방법으로 배운 글자로 만들어진 단어를 찾아 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기술을 배울 때에는 반드시 견습생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볼見과 익힐習을 안다면 막연하게 느껴지던 '견습'의 뜻도 쉽게 느껴지지요?
즉 기술자가 하는 작업을 "보면서 배운다"는 것이니까요.
둘째로 이미 알고 있는 단어를 활용하여 글자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대충 알고 사용하는 말 중에 '각광을 받는다'라는 것이 있는데
脚(각)은 '다리'라는 뜻이고, 光(광)은 '빛'이라는 뜻입니다.
그럼 얼른 이해가 되나요?
글자에 충실한 원뜻은 '다리에 비추는 불빛'이 될 것이며
속뜻은 '무대 앞면 아래쪽에서 배우를 환하게 비추는 조명'입니다.
그래서 다리에 빛을 비추는 것이겠지요?
셋째로 글자나 단어에 대한 의문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생각나는 단어와 글자를 메모 해두었다가 사전을 찾아보는 방법이지요.
그렇게 어렵지도 않으면서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답니다.
사전을 찾아본 단어와 글자들을 메모장에 차례대로 기록 해두었다가
나중에 가끔씩 뒤적여보면 잊어버릴 염려도 없으니까요.
끝으로 네이버 등의 사전 검색 기능이 매우 훌륭하므로 이를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자전을 찾아보려면 음을 알거나 부수를 알아야 하지만 찾아보기에도 번거롭지요.
그러나 이 검색 기능을 이용하면 뜻을 이용해서도 찾아볼 수 있으며
비슷한 뜻의 글자와 같은 음의 글자들 뿐만 아니라
해당 글자가 들어가는 단어와 사자성어까지 보여줍니다.
뜻으로도 찾을 수 있다는 매우 큰 장점은 인터넷 사전만의 특징이지요.
글이 너무 길지만 이 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방법을 이용해보세요.
위에 제시한 방법들에 따라서 공부하고 싶다면 서점에 들러 보시구요.
서점에는 다양한 한자 교육 교재들이 있으니까 취향에 맞는 책을 고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