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실레스트 잉 지음, 이미영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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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페이지에서 겨우 5페이지 부족한 두꺼운 소설책, 이런 장편을 거침 없이 세상에 내놓는 작가들을 사랑한다. 독자들을 사로잡을 자신이 있다는 그들의 오만함이랄까, 자신감이랄까 특유의 그 무엇이 내게 없다는 것을 알고 소설가를 꿈꾸다 포기한 어린 시절의 나는 아직도 내 속에 시퍼렇게 살아있어 시기 가득한 열정으로 이런 무거운 책을 (임신 8개월이라 무거운 몸으로) 오늘도 열심히 짊어지고 다니며 읽었다.

이야기의 배경은 "계획"이란 것이 철저하게 우선시되고  추앙 받는 지역사회 셰이커하이츠. 그 곳을 대표하는 듯한 변호사 리처드슨, 기자인 그의 아내 리처드슨 부인, 부족함 하나 없이 살아온 십대 아이 셋... 더하기 하나, 이 막내는 셰이커하이츠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다른 가족들과 달리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

이런 막내딸이 말썽을 부려도 리처드슨 부인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순탄하고 평온하기 그지 없었는데 그런 그녀의 앞에 무계획, 불안정의 아이콘! 미혼모 미아와 그녀의 딸 펄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녀들의 자유분방함이 리처드슨가의 아이들을, 리처드슨 부부를 여러 모양으로 변화시키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일련의 사건들이 작은 불씨처럼 지펴지고 스스로가 옳다고 믿어왔던, 그래서 열심히 지켜왔던 일상이 마구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리처드슨 부인과 미아의 대립이 흥미롭다. 그들 인생의 여러 사건들의 짜임이 촘촘하고 인물 간의 갈등도 평범한 듯 보이지만 첨예하다.

 

 

 

 

 

 

작가가 인물들의 입을 빌어 하는 평범한 이야기들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 특히 미아, 그래서 그녀의 한 마디가 미친 걸스카우트(리처드슨가의 막내 이지)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켜 행동하게 만들고, 그녀의 작은 행동이 엄마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렉시로 하여금 털어놓게 만들고, 무디와 트립은 그녀의 작품으로 위로받았을 듯. 하물며 철의 여인 같았던 리처드슨 부인까지도 스스로의 본심을 깨닫고 칼날 같은 울음을 토해내게 됐으니 쿠크다스 같은 나의 멘탈이, 나의 마음이 동하지 않았을리 만무하다.

하여 두꺼운 소설책은 훌륭하다, 라는 나의 지론은 이렇게 오늘도 건재하다. 그대들에게도 일독을 권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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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잡았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57
데이비드 위즈너 지음 / 시공주니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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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때였던가. 체육대회에서 발야구 선수로 나가 수비를 맡았던 그 날, 정면으로 안길 듯 날아오는 공을 너무나 안정적으로 받아 쓰리 아웃 체인지를 이뤄냈던 너무나 멋진 나! 곧 애 둘의 엄마가 되는 만큼 제법 오래 살아온 인생인데 잊지 못할 몇 안되는 감격의 순간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다.

이렇듯 운동이란 영역에는 가슴 떨림을 동반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거시기... 특유의 무언가가 있다. 그런데 글 한 줄 없이 이야기를 풀어내기로 유명한 데이비드 위즈너가 "야구"라는 테마를 골라 (5년만에!!!) 신작을 들고 나타났다! 그의 책을 향한 설레임, 마술사 같은 그의 특별함을 어찌 기대감 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까? 어서 빨리, 같이 음미해보도록 하자!!!

(이럴수가! 이번 책에는 문장이 두 개나 나온다! 그래도 다른 책에 비해 너무 적은 양이고 그림으로만 말하는 책이니 나는 사진을 최대한 배제하고 글로만 설명해보겠다. 그대들의 상상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한 소년이 펜스 밖에서 곧 야구 경기를 펼칠 것 같은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에게는 따가운 태양을 대적할 야구모자도 있고 손에 딱 맞는 글러브도 준비되어 있다.

소년은 용기를 내어 펜스 안으로, 아이들 곁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에게 (조금은 어렵게) 허락된 한 자리를 얻어냈다. 그는 그의 가능성을 증명해내야만 한다!!!

상대편 타자가 호기롭게 친 공이 그를 향해 날아온다. "내가 잡을게!" 큰 소리를 치며 공을 향해 손을 뻗어보지만 신발은 벗겨지고, 나무 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등 수많은 장애가 빨간 옷의 루키를 넘어뜨린다.

소년의 불안감 때문인지 걸음을 슬쩍 불편하게 만들 뿐이었던 나무뿌리는 어느새 키가 쑥쑥 자라 갖은 종류의 새가 깃들 정도가 되어 버리고 그런 소년의 형편을 알 턱이 없는 공은 자꾸만 날아온다. 공마저 지구만큼 커져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다.

계속되는 소년의 뜀박질!!! 경쟁자는 또 왜 이리 많은지! 다들 소년보다 월등한 신체 조건을 지닌 듯 보이고, 소년은 그들에 비해 너무나 작고 연약해 보인다! 하지만 포기라는 단어를 모르는 소년!

드디어!!!

 

 

 

 

 

소년이 이 한 방으로 무리의 어엿한 구성원이 되었음이 마지막 그림에서 기분 좋게 드러난다. 나는 가만히 앉아 책만 들여다봤을 뿐인데 왜 흐뭇한 마음이 드는 것인지? 다섯 살 꼬꼬마는 글이 많은 책보다 더 집중해서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봤다. 애미보다 야구를 잘 아는 아빠는 어떤 방식으로 그림을 읽어줄지 기대가 되는 책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그대들의 경험이, 그대들의 지식 또는 지혜가 <<내가 잡았어!>>를 더욱 반짝이는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다가가게 할 것이다. 나는 그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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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하는 몬테소리 놀이 150 - 자존감과 사회성을 기르는
실비 데스클레브.노에미 데스클레브 지음, 안광순 옮김 / 유아이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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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50개월로 훌쩍 커버린 아들 녀석이 세 살 정도 되었을 무렵에 몬테소리 교구를 물려받았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이 오셔서 수업도 해주신다고 들었지만 그냥 둘이 한 주에 하나씩 꺼내놓고 장난감처럼 부담스럽지 않게 갖고 놀았다. 이전에 썼던 글들을 찾아보니 요새 "교육"이란 이름으로 아들을 괴롭히는 지금 엄마와의 시간보다는 밝고 행복한 얼굴이다.

 

 

 

 

 

 

마리아 몬테소리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교육학자이자 (이 건 몰랐는데)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의사이다. 그녀의 교구는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들과 야생아들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정상적인 아이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게 훗날 개선되었고 전세계의 무수한 유명인사들을 교육하는데도 사용되었다.

그리고 그 교육법에 근거한 놀이, 사회성이란 열매를 거두게 해주는 집중력을 훈련(!)할 수 있는 150가지 방법이 실려 있는 <<집에서 하는 몬테소리 놀이 150>> 이 책을 지금 소개하려고 한다.

아이의 건강한 정신발달을 위해서 환경은 물론 놀이를 지도할 어른도 준비되어있어야 하고, 교구도 가지런히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등 조금은 까다로운 원칙들이 존재하지만 그렇게 해서 아이가 프랑스 아이처럼 놀면서 잘~ 자랄 수 있다면 감수할만하다는 것이 내 생각!

말보다 중요한 행동으로 아이의 맘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관건인데, 다섯 살이 되어 버린 아이를 너무 크게 보는 나는 친절하지도 않고 웃어주지도 않고! 지식을 전달하는 데만 급급했다는 반성이 책을 보는 내낸 뒤따랐다.

부모와 아이를 조화로 가득찬 관계로 만들어주는 놀이, 놀다보면 자연스레 부모를 신뢰하게 되고 건강한 몸과 마음의 소유자로 길러주는 좋은 놀이 몬테소리에게서 확실히 배워야겠다!!!

놀이별로 적정연령과 준비물까지 자세히 적어둔 작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수 영역 놀이나 언어 영역 놀이는 내 경험치가 부족한 것인지 아들의 월령보다 어린 것들도 도전정신을 부추기는 것들 투성이지만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하나씩 해야겠다(2호 때는 제발 좀 더 여유롭게 잘 할 수 있기를!!).

문화 영역 놀이에 특히나 많은 놀이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몬테소리 여사의 영향을 받은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문화란 것이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것이라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역시나 재미난 것들 투성이다. 궁금할 잇님들을 위해 살짝 찍어드리자면

 

 

 

 

 

 

이렇다!

같이 놀자!!! 씩씩하게 (불특정 다수에게) 말을 건네며 소개하는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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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아 - 늘 남에게 애쓰기만 하느라 나를 잃어버린 당신에게
윤정은 지음, 마설 그림 / 애플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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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그 누구도 발만 담구는 정도지 갯벌과 몸뚱이의 접선을 시도하지 않았던 봄날 그 바닷가에서 아들은 격정적인 머드팩을 했더랬다. 그리고 일요일엔 비가 쏟아지더니 기온이 마구 내려가기 시작, 다섯 살 꼬꼬마의 기침도 덩달아 시작됐다.

그리고 어제, 축 쳐져서는 평소에 안자던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한바탕 토까지 했다. 그야말로 비상사태! 좋아하는 낙지를 삶아 물에 만 밥을 어찌어찌 먹이고 다시 재웠는데 임신 8개월 내 머리도 지끈거렸다. 이럴 때 나를 치료하는 것이 있으니 다름 아닌 "나만의 시간"!!!

 

 

 

 

 

 

늘 남에게 애쓰기만 하느라 나를 잃어버린 당신에게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아"라고 꽃 같은 위로를 건네는 윤정은 작가의 책을 집어들었다.

배가 자꾸 아프다고 징징대는 어린 녀석을 위한 보리차가 끓을 동안만 읽다 일찍 잘 생각이었는데 담백하게 적힌 이런저런 처방(!)들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읽다 보니 한 시간 살짝 넘는 시간 동안에 끝을 보고 말았다.

여러 면에서 이 책도 참 좋다. 나는 혼밥을 즐기지 않지만 천둥벌거숭이와의 그야말로 벼락치는 것 같은 식사에 반하여 "여유" 가득한 그것이라면 그야말로 "감사"해야할 시간이고, 차마 (아직은) 공개적으로 블로그에 올릴 수 없지만 아가씨 때처럼 스스로의 모습을 찍고 또 찍으며, 가장 어리고 예쁠 순간인 지금을 만끽하라 권하는 것도 좋았다. 에어로빅 하다 생긴 2호인지라 단유하는 날이 오면, 몸짱이 되고 싶다는 큰 꿈도 같은 맥락이다.

하나 뿐인 나를 좀 더 살뜰히 (내 두 손으로, 작가처럼 날개 뼈에 손이 닿진 않지만 OTL) 안아주고 사랑하며 살아가다 보면 내 주변의 사람들도 자연스레 더욱 아끼며 돌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책이다.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다. 힘내자, 꽃 같은 우리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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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입니다만 - 지금, 여기에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라문숙 지음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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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림은 계절이 지나고 해가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지만 살림하는 여자의 마음은 매일 다르다. 평온한 날들 사이에 억울하고 막막하고 허전하고 불안한 날들이 양념처럼 끼어든다(144쪽).

 

 

이런 날에 완벽한 전업주부라기엔 부족하여 가장자리나 경계 어디 쯤에 자신의 자리가 있다 말하는 라문숙 작가는 단순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음식을 만든다고 한다.

헌데 그녀가 자주 해먹는다는 음식들의 목록을 훔쳐보자니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을 훨씬 웃돈다. 그녀가 스스로를 불량주부라 일컫는다면 나는 전업주부라 말하기도 민망한 어디엔가 있을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사랑하는 풍경, 냄새, 또 그녀의 글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책에 관한 이야기들이 몹시 내 맘을 흔들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나머지 부럽고 또 부럽다.

전업주부라는 타이틀이 지겹기도 하고, 버겁기도 한 나날인데 그녀처럼 작은 행복을 살뜰하게 찾아, 잘 보듬고 간직한다면 나를 정의하는 네 글자에 감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나를 좀 더 대접하고(이미 너무 아끼고 있는 거 아니냐고 신랑은 타박할지도 모르겠으나) 언젠가는 라주부처럼 좋은 글을 써낼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를 수 있도록 편협한 독서는 그만 두고 좀 더 광범위한 글들을 다독해야겠다는 야심가득한 결심도 했다!

부족함 투성이의 주부인지라 이 책을 집어들기까지도 시간이 좀 걸렸지만, 주부가 아니더라도 책 좋아하는 여인들이라면 누구나 반할만한 책이다. 하지만 나는 누구에게도 이 책을 넘길 마음이 없으니 궁금하다면 어서 온라인 서점들로 달려가시길.

표도 안나는 집안 일에 파김치 못지 않게 지쳐있을 사랑하는 여인들이여, 오늘도 부디 어여쁘시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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