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때였던가. 체육대회에서 발야구 선수로 나가 수비를 맡았던 그 날, 정면으로 안길 듯 날아오는 공을 너무나 안정적으로 받아 쓰리 아웃 체인지를 이뤄냈던 너무나 멋진 나! 곧 애 둘의 엄마가 되는 만큼 제법 오래 살아온 인생인데 잊지 못할 몇 안되는 감격의 순간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다.
이렇듯 운동이란 영역에는 가슴 떨림을 동반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거시기... 특유의 무언가가 있다. 그런데 글 한 줄 없이 이야기를 풀어내기로 유명한 데이비드 위즈너가 "야구"라는 테마를 골라 (5년만에!!!) 신작을 들고 나타났다! 그의 책을 향한 설레임, 마술사 같은 그의 특별함을 어찌 기대감 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까? 어서 빨리, 같이 음미해보도록 하자!!!
(이럴수가! 이번 책에는 문장이 두 개나 나온다! 그래도 다른 책에 비해 너무 적은 양이고 그림으로만 말하는 책이니 나는 사진을 최대한 배제하고 글로만 설명해보겠다. 그대들의 상상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한 소년이 펜스 밖에서 곧 야구 경기를 펼칠 것 같은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에게는 따가운 태양을 대적할 야구모자도 있고 손에 딱 맞는 글러브도 준비되어 있다.
소년은 용기를 내어 펜스 안으로, 아이들 곁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에게 (조금은 어렵게) 허락된 한 자리를 얻어냈다. 그는 그의 가능성을 증명해내야만 한다!!!
상대편 타자가 호기롭게 친 공이 그를 향해 날아온다. "내가 잡을게!" 큰 소리를 치며 공을 향해 손을 뻗어보지만 신발은 벗겨지고, 나무 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등 수많은 장애가 빨간 옷의 루키를 넘어뜨린다.
소년의 불안감 때문인지 걸음을 슬쩍 불편하게 만들 뿐이었던 나무뿌리는 어느새 키가 쑥쑥 자라 갖은 종류의 새가 깃들 정도가 되어 버리고 그런 소년의 형편을 알 턱이 없는 공은 자꾸만 날아온다. 공마저 지구만큼 커져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다.
계속되는 소년의 뜀박질!!! 경쟁자는 또 왜 이리 많은지! 다들 소년보다 월등한 신체 조건을 지닌 듯 보이고, 소년은 그들에 비해 너무나 작고 연약해 보인다! 하지만 포기라는 단어를 모르는 소년!
드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