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울컥 뒤에 깨달음이 밀려왔어요 ㅎ

저도 남의 집 귀한 딸인데요
악아 지음 / 봄름 / 2019년 1월

지난 토요일, 딸에게 주려고 매일 쓰는 일기를 시댁으로 떠나기 전 급히 썼다.

부디 네가 며느리가 될 때에는 두루두루 편한 사회분위기이길 바란다.. 엄마도 며느리에게 쿨한 시어머니가 되고 싶어 ㅎ 명절엔 국내에 없는 ㅋㅋ 사랑한다 우리 볼살 :)

그렇다! 나는 현직(?) 며느리다. 미래의 시어머니요, 장모가 될 인생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저도 남의 집 귀한 딸인데요..> 작가가 쓴 것처럼 그저 비정규직 마냥 서러운 신세요, 명절은 그냥 노동절이다.

뭐... 내 친구 중에는 친정은 가지도 말고 명절 내내 시댁에 있어라 하시는, 막장 넘어 환장 시어머님을 둔 이도 있지만 나의 명절도 고단하다. 친정 먼저 가는 것이 도리가 아니라며 노기 등등한 얼굴로 말씀하셨던 시엄니의 딸은 늘 친정에 득달같이 도착! 시어머니+시누이 콤보로 공격태세를 구축하니 말이다.

작가도 그래서 (이름만) 곱디 고운 "아가"의 신분을 버리고 나쁜 아이(악아)의 길을 걷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이름 석 자조차 공개할 수 없는, 위험할 정도로 대담한 속내를 세상에 내비친 것이다.

좋은 시댁 이야기는 그렇지 못한 곳에서 지내는 이들의 시샘이 두려워서인지 잘 들려오지 않는다. 정말 그런 곳이 존재하는지도 나도 잘 모르겠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루어 함께 사는 일도 어려운 일이고 불협화음이 날 수 밖에 없다고 어느 책에선가 읽었다. 하물며 더 오랜 세월을 살아오신 어르신들이 더하면 더했지 덜 하겠는가?

시누이의 공격을 받는 나도 남동생이 결혼을 한다면 시누이가 될텐데 마냥 하하호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시어머니가 되어 아들 손주들이 보고싶어지는 때가 오면 쉬이 외국으로 떠날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올챙이 시절을 기억하는 개구리들이 늘어가길 바란다.

나부터 좋은 시누이가 되려고 노력하고, 좋은 시어머니가 되려 맘을 잘 다독이면 좋은 세상이 오려나... 하지만 서로 너무 아프고 힘들게 참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냥 착한 며느리 노릇은 그만, 할 말은 해야겠다. 이제 8년차 며느리, 말솜씨만큼 음식솜씨가 좀 늘어주면 수월할텐데... 전국의 며느리 동지들이여, 성큼성큼 다가오는 추석에도 같이 힘내자!

힘내요, 청춘!

저 청소일 하는데요? - 조금 다르게 살아보니, 생각보다 행복합니다
김예지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스물 일곱 꽃다운 나이에 엄마를 따라 청소일을 시작했다는 아가씨를 (책으로) 만났다. <저 청소일 하는데요?> 책 제목이라고도 믿기지 않고 젊은 아가씨가 청소일을 한다고 상상하는 것도 어렵다. 실제로 책의 작가인 김예지 씨를 바라보는 시선들도 참 따갑다고 한다.

남들이 즐겨 가지 않는, 소수만 걷는 길을 걷고 있는 까닭에 많이 외롭다는 작가. 꿈과 직업이 같아야 성공한 것으로 여겨지는 세상에서 어쩔 수 없이 택한 직업 때문에 패배감을 느낀 적도 많지만 하고 싶은 일(그림)을 할 시간도 생기고 여러 일들을 즐길 수 있을만큼 쏠쏠한 벌이에 차츰 견딜만해졌단다.

그녀가 아파하며 이런 깨달음을 얻기까지 스스로 생각도 많았을테고, 그 과정을 그림으로 그리며 정리도 되었을테지만 그녀에게는 "엄마"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자식을 깎아내리지 않는, 항상 딸을 생각해주는... 믿어주고 함께 기뻐하는 그런 어머님이 계셨다. 작가의 버팀도 나에게는 감탄할만한 것이었지만 어떤 선택을 내릴지 모르는 아이 둘을 둔 엄마라서... 나는 어머님이 나오시는 페이지마다 더 마음이 쓰이고 눈길이 갔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이 정말이냐고, 정말 그런 세상이냐고 누군가 물었을 때 누구라도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고 당연한 걸 묻느냐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

작가의 어머님 같은 분이 더 많은 세상이면 가능할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어떤 상황에서건 부정하지 않고 단단하게 자랄 수 있는 자양분이 나 역시 되어주고 싶다. 그런 맘을 심어주는 책이었다. 쉽지 않은 길을 가는 중인 무수한 이들에게도 빛이 되어주길.

함께 잘 살면 참 좋을텐데 말이죠?

바닷속 케이크 - 함께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
안드레아 츠루미 지음, 엄혜숙 옮김 / 꿈꾸는달팽이(꿈달) / 2019년 1월

안녕하세요 ㅎ 별로 한 일은 없는데 충청북도에서 전라도 다녀오니 몹시 피곤한 책읽맘, 콰과과광 인사드려요 ㅎ 연휴 동안 좀 뜸했으니 또 좋은 책 소개해드려야지요?!? 오늘은 맘이 좀 뜨끔했던 그림책 들고 왔어용.

책 제목은 <바닷속 케이크>고요. 위에 "함께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라고 쓰여있네요. 정말이지 모두가 이 책을 함께 읽고 자연과 함께 사는 좋은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면 좋겠어요.

첫 장입니다. 깊은 바닷속이에요. 말미잘 속 흰동가리, 깔끔쟁이 쥐가오리, 숨을 잘 참는 바다거북, 신기하게 헤엄치는 국자가리비, 떼로 몰려다니는 블루탱까지... 참 많은 아이들이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즐겁게 생활하고 있는 이곳에서...

게가 케이크를 굽는다네요 ㅋ 먹음직스러워요 ㅋㅋ 

이야기는 계속해서 바닷속에 사는 여러 물친구(?)들을 소개합니다 ㅎ 소개 때마다 게는 어디에선가 나타나 꾸준히 베이킹 솜씨를 자랑합니다 ㅋ

이렇게요 ㅋ

언제까지나 평온할 것 같았던 친구들의 바닷속에 사건이 일어나요. 밤에 일어난 일이었지요.

이런... 엄청난 쓰레기를... 사람들이 바닷 속에 버린 거에요. 충격과 공포로 커다래진 바닷속 친구들의 얼굴에 맘이 아플 정도였어요. 아들과 같이 읽는데 제가 버린 것처럼 부끄럽더라고요. 

상어도, 복어도, 왕새우도, 쏠배감펭조차 얼어붙은 그런 밤이었지요. 하지만 우리의 게는요? 역시나 케이크를 굽고 있었어요. 

얼어붙어있던 친구들이 드디어 게에게 말을 겁니다. "케이크 좀 먹어도 되니?" "Sure. Why not?" 게가 흔쾌히 허락합니다. 그리고 모두 모여 케이크를 먹어요. 쓰레기에 대한 의논이 오고 가지요.

왕새우는 들고, 도미는 밀어요. 흰동가리가 굴리고 거북들이 짊어지고, 대왕조개는 치어리더! 모두 힘을 합쳐... 세상을 바꾸기로 합니다. 소중한 터전을 지켜냅니다.

보여드리지는 않을 거지만 정말 자연의 친구들(특히 북극곰 친구들)이 이 그림책 속 친구들처럼 단합된 힘과 필력(!)을 가지고 있다면 사람들은 참 부끄럽겠지만 조금은 더 깨끗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아들과 이야기 나눴답니다.

사람만 사는 세상 아니잖아요. 수많은 생명들이 모두 소중해요. 서로의 소중함을 좀 더 살뜰히 깨닫고 자연에 해가... 전혀 안가게는 어렵겠지만 조금 덜 가게 생활해요. 조금씩 바꿔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어른들이 좀 더 노력해요. 뻔한 이야기지만... 제 작은 공간에나마 쓰고, 더 많은 분들이 이 좋은 그림책을 많이 읽으셨으면 하는 맘을 전해봅니다.

저는 또 올게요!!! 

첫 사랑 첫 아기...

언제까지나 나의 처음인 너에게
퍼트리샤 매클라클랜 지음, 스테퍼니 그레긴 그림, 김희정 옮김 / 청어람미디어(청어람아이) / 2019년 1월

안녕하세요 :) 책읽맘 콰과과광 인사드려요 ㅎ

오늘은 맏이의, 맏이에 의한, 맏이를 위한 책을 한 권 소개해드리려고요 ㅎ 딸래미를 재워두고 이렇게 거실로 나와있습니다 ㅎ 제목은...

<언제까지나 나의 처음인 너에게>에요. 감이 파바박! 오셨을까요? "처음"이란 특별한 울림을 갖는 말이잖아요... 하물며 처음 한 인생을 낳아 기르며 함께 시작한 여러 일들이 얼마나 가슴 떨리고... 선물 같을지... 커다란 감동이 가득 담긴 이야기 바로 시작합니다!

이야기 들어가기 전 갓난쟁이를 보여주고 본 내용이 시작해요.  첫 문장은 "너는 우리에게 온 첫아기..." 인데 봄이라도 타려는 것인지 저는 바로 뭉클해졌어요. 

갓난아이 울음을 처음으로 들려준, 엄마 아빠를 향해 웃어 준 첫 아기...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해서 결국은 (무거운) 머리를 가누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첫 아기!!!

엄마 아빠의 노래 소리에 맞춰 옹알이를 들려준 첫 아기... 뒤집기를 하고 배밀이에 이어 걷기까지!!! 

잇님들도 아가들의 그 첫 걸음을 기억하시나요?

저희집 1호는 351일만에 처음 저희 부부를 향해 쓰러질 듯 걸어왔었는데 말이죠... 정말이지 감동이었고... 웃음이 끊임 없이 흘러나오던 순간이었답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요... 둘째가 생기고 오빠가 되고 여섯 살이 되었다는 이유로 엄마도 (거의) 뺏기고 어리광 부리면 아기 흉내낸다고 혼이 나요... 미안하기도 하고... 아기 시절엔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잘 싸기만하면 칭찬 받았잖아요? 요새는 제 느낌에도 아드리가 세상 살기 참 팍팍할 것 같아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나의 처음인 너에게>를 읽었으니 부모가 되는 법을, 부모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안겨준 첫 아기를 좀 더 살뜰히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들은 언제까지나 저와 남편의 첫 아기, 세상에 둘도 없는 첫 사랑이니까요. 

마지막으로... 고백할 것이 있는데요... 책이 집에 온 날 바로 펼쳐보고 눈물을 뚝뚝 흘려가며 울고, 아들과 아빠가 읽는 것만 봤지... 차마 아들에게 읽어주지 못했어요... 오늘은 장아빠가 많이 늦게 올거래요... 맘을 굳게 먹고 자기 전 읽어주겠습니다. 책을 덮고나면 힘주어 안고 귓가에 속삭여줄 거에요.

"엄마의 첫 아기, 장아들. 엄마가 많이 사랑한다."

반응이 괜찮으면 뽀뽀도 해주겠습니다. 첫 사랑인 아가들과 오늘도 모두 행복하세요 :)

 

 

어른이 풀어도 재밌어요~

멘사 미로 찾기 - 머리가 똑똑! 집중력이 쑥쑥! ㅣ 멘사 어린이 시리즈
브리티시 멘사 지음, 멘사코리아 감수 / 바이킹 / 2019년 2월

아들 녀석이 지금보다 더 어려 숫자도 겨우 10 조금 넘게 헤아리던 날에 퍼즐책 세트가 선물로 들어온 적이 있다. 곧 학교 갈 아가들이 쉬이 푸는 수준이라니 아들이 풀 수 있는 퍼즐은 1부터 10까지의 점잇기라든가, 틀린 그림 찾기 정도였는데 심지어 그런 하수용 퍼즐 페이지들은 몇 장 되지도 않았다!

미로도 안해본 녀석이라 설명을 한다고 했는데 잘 이해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유아용 미로를 사줘야했다. 그제서야 막힌 벽을 피해야한다며 조금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 숫자도 100까지는 알고, 미로도 중수 쯤은 되니 묵혀뒀던 책들을 꺼내줘야겠다. 그마저 클리어하면 애미가 밤마다 씨름 중인 <멘사 미로 찾기>에 동참할 권리를 허락하고 말이다.

IQ148 이상인 사람들만이 가입할 수 있다는 이른바 천재 클럽에서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멘사 미로 찾기>. 생각해보니 나는 어릴 때 미로 찾기를 전혀 안해봤다. 그래서 글로도 못배운 놀이를 아들에게 설명하려니 한계가 있었던 것일까? 아들의 두뇌계발도 물론 중요하지만 애 둘을 전신마취로 낳고 체력, 기억력 등을 죄다 잃은 나의 집중력, 문제해결력, 창의력도 시급하여 먼저 보기로했다. 나의 절박함이 느껴지는지?

아이들을 위한 책이 정말 맞는가?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천재가 아니라 감탄만 하며 훑어봤다. 생전 처음 보는 무늬들이 많았는데 켈트족 전통무늬, 마야 파칼왕 무덤에서 발견한 무늬 등 전세계에서 온 이미지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87개의 멋진 미로가 담겨있는데 어느 것 하나 만만해보이지 않아 소심하게 1번부터 도전했다. 두 번 반을 실패하고 나서야 길을 찾았다. 다행히 몇 번 해보니 감히 직관!이라 불러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무언가가 생겨나 좀 덜 실수하고 슉슉 전진했지만 결과물을 떳떳하게 인터넷 세상에 공개하기엔 처참한 모습이다.

그래도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가족 모두가 잠든 시간에 몰래몰래하다가 더 하고 싶은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아들이 시퍼렇게 깨어있는 시간에 꺼내뒀다가 너무 빨리 장씨 부자의 침을 묻히는 결과를 낳았을 정도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함께 즐겨도 좋을 책이다. 기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