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아
오키타 밧카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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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일처럼 느껴지지만 지난 3월 아드리가 가정 어린이집에서 여러 층에 교실을 둔 커다란 어린이집으로 옮겼을 때의 일이 생각 납니다.

사실 아드리는 가정 어린이집에서도 순한 아이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사회화되고 있었죠. 목소리가 크고 세보이지만 사실 겁이 많고 눈물도 많은, 예쁜 꽃이 좋고 자기 손톱까지도 반짝반짝 어여뻤으면 좋겠는 그런 아이였고요.

졸업하기 전 가정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께서는 그런 아이의 성향을 새로 가게 될 선생님께 조목조목 잘 말씀드려야할 것이라고, 장단점을 잘 알려드려야한다고 이야기하셨어요. 그런데 학기 초라 그런지, 서류들이 몇 개 빠져 있었고 저는 아이 얘기를 전달할 기회를 조금 늦게 얻게 됐답니다.

영유아검진 결과 평균보다 작은 키에 몸무게는 평균보다 조금 높게 나온 아드리가 어찌된 일인지 새싹반 친구들 곁에 서면 굉장히 큰 아이가 되어버리더군요. 똑같은 장난을 쳐도, 친구가 먼저 밀쳐 같은 방식으로 대응을 해도 친구는 넘어지니 선생님께는 아드리가 반 아이들에게 위협이 된다 생각하기 시작하신 것 같아요.

아이가 시무룩한 얼굴로 돌아오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급기야 이상한 행동들이 나타나더군요. 어린이집이 아닌 곳에서 자꾸만 울음을 터뜨리고 일대일로 어른과 이야기해야하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몹시 두려워하며 "친구들과 있고싶다"고 공포에 찬 모습을 보였답니다. 어린이집에 가고 싶지 않다고, 엄마와 있고 싶다고 밤이면 밤마다 울었어요......

그렇게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겼지요. 밤마다 우는 건 한동안 계속 됐어요. 이사 올 때도 아이가 적응을 못하고 또 그럴까봐 너무 염려스러웠는데 옮긴 곳에서 선생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 덕분인지 웃으며 잘 다니고 있답니다. 

 

 

 

 

 

<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아>에 나오는 니트로라는 친구는 여학생이에요. 아들과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교육기관에 적응하지 못했고 말로, 체벌로 선생님들께 심하게 데인 아이입니다.

아이는 사실 아스퍼거증후군과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와 학습장애였던 것으로 나중에 밝혀지지만 아이가 어렸을 때는 그런 용어조차, 치료조차 어려운 시기였어요.

조금 달랐을 뿐인데 학교는, 그녀가 만났던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니트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상처에 상처를 더했어요. 몸은 자라는데 머리는 크게 자라지도, 배우지도 못하니 아이의 몸을 함부로 만지는 선생이라 부를 수도 없는 작자까지 있었습니다.

죽고 싶었지만 죽을 수 없었던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 봄에 가비라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아이는 가비라 선생님에게서 오랫동안 기다렸던 말, 몹시 듣고 싶었던 말 "니트로는 나쁘지 않아." 소리를 들었고 나쁜 선생님만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게 됩니다.

어찌보면 참 쉬운 일이고 이야기인데 아이들을 진심으로 위해줄 한 사람, 한 분의 선생님이 계시지 않아 꽃 같은 목숨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 시대입니다. 니트로처럼 실제로 병이 있건 없건, 진정한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순간에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누군가보다 먼저 났으니 선생일 수 있고, 여러분도 그럴 거에요. 같이 노력합시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연어린이집 김현옥 선생님 감사합니다.  베풀어주신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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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빨강머리 앤 : 초록지붕 집 이야기 (오디오북) 오디오북 빨강머리 앤 시리즈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엄진현 옮김, 이지혜 읽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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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EBS 책읽어주는 라디오를 즐겨 들었다. 사연도 보내고 노래도 듣고 좋았는데 언젠가부터 어학쪽으로 돌아서 좋아하던 방송이 단축되고 중국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몹시 서운했던 기억이 난다.

요새는 오디오북을 듣는다.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나온 <빨강머리 앤>!!! 연극배우 이지혜 씨가 혼자서 여러 목소리를 내주는데 매슈아저씨는 조금 아쉽지만 마릴라 아줌마나 앤의 목소리는 참 잘 어울린다. 어린 시절 성우를 꿈꿨던 적이 있는데 무수한 인물들을 혼자 연기하는 이지혜 씨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역시 내 길이 아니었던 것 같아 때 아닌 안도감이 밀려온다.

책과 음악이 있다면 단연 글자가 인쇄된 것을 선택, 들여다보는 것이 더 좋았던 나인데 어느새 애가 둘이니 책읽기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 오디오북 역시 애 둘이 집에 있거나 눈을 반짝이고 있는 때에는 듣기가 어렵다.

둘째는 낯설은 사람의 목소리보다 나의 굵직한 목소리나 첫째를 견디라고 태어나면서부터 틀어줬던 음악이 더 편한 듯하고 발연기가 취미인 1호는 이지혜 씨 목소리가 나오면 따라하느라 정신이 없다. 책을 읽으며 노래를 듣는 정도는 할 수 있지만 두 목소리를 분리해서 들으려 노력하다보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자연히 애들을 재워두고 듣게 된다. 주로 빨래 널고, 개면서 듣고 호사를 부리고 싶은 날엔 스티커북이나 컬러링 북을 펼쳐놓고 듣는다.

글로만 읽었던 때보다 좀 더 입체적으로 이야기가 그려진다. 어렸을 적 즐겨 보았던 애니메이션의 장면들도 머릿 속에 떠오른다. 주근깨가 난 얼굴에 빼빼 말랐다는 빨강머리 소녀가 너무나 부러워 스스로의 애칭을 앤이라 짓고 친한 친구에게 다이애너가 되라고 했던 초등학생 시절도 새록새록 자꾸만 생각이 난다.

<빨강머리 앤> 이야기로 말할 것 같으면 어른이 된 내게는 앤이 좀 가엾다. 철없이 소녀가 비로소 누리게 된 행복들이 부러웠던 어린애는 이제 내 안에 없고, 소녀의 넘치는 감수성에 오글거려하고 안타까워하는 마릴라 "아줌마"의 심정만 가득하다. 그래서 이야기가 더 새롭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싸늘한 계절따라 몸과 마음이 굳어지는 나날이다. 참 예쁜 앤과 몹시 사랑스러운 이지혜 씨의 낭독으로 따뜻하고 말랑거리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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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다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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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로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모리 에토의 신간이 나왔다. 이번 책 『다시, 만나다』에도 작가 특유의 매력이 잘 담겨 있다.

제목이 제목이니만큼 "재회"에 관한 이야기들인데 관계의 종류가 다양하여 만남 종합 세트 같은 느낌이 든다.

첫 번째 에피소드 <다시, 만나다>는 업무 관계로 만났던 이를 여러 번에 걸쳐 다시 만나고,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는 손님과 백화점 지하 식품부 관리자의 조금은 황당한-순무 샐러드인데 무 맛이 나서!!!- 조우를, <마마>에서는 어머니, <매듭>에서는 친구, <꼬리등>에서는 연인, <파란 하늘>에서는 아내를 다시 만나게 된다.

소설이니 설정이 일반적이지는 않으나 현실적인 만남이 이뤄지기도 하고 죽었던 이가 위기의 순간에 영혼의 형태로 갑자기 나타나기도 한다. <꼬리등>에서는 환생을 몇 번이고 계속하며 만나는 연인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비애감마저 느껴져 자꾸 책에 빠져들게 됐다.

주책맞은 아줌마라 행간의 의미를 읽고 싶은대로 읽고 설레기도 하고 부러운 마음도 들어 아껴가며 즐겁게 읽었는데 글솜씨가 미천하여 표현이 잘 안되니 아쉽다.

자연스레 옛 사람들 생각도 났다. <매듭>에서처럼 상처와 아픔으로만 기억되는 관계들을 풀고 싶어지더라. 연락조차 되지 않는 사람들이 태반이라 실행에 옮기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재회란 것이 늘 좋은 일은 아니나 모리 에토는 그래도 썩 괜찮은 경우들로 담백하게 그려두었다. 이 겨울, 그대들에게 위로가 되는 만남, 다행인 재회들만 가득하길 바라며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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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가루를 사러 가는 길에
박지연 지음 / JEI재능교육(재능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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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ㅎ 추위를 뚫고(!) 나타난 책읽맘 콰과과광입니다 ㅎ 인사가 무색하게 아드리 등하원 차태우러 나가는 것 빼고는 두문불출하고 있지만 책 속에서 여러 곳을 누비고 있으니 저희는 행복한 걸로요 ㅋㅋㅋ

 

 

 

 

 

오늘 소개해드릴 곰은... 아니 책은 ㅋ JEI 재능교육에서 나온 <초코가루를 사러 가는 길에>라는 그림책이에요 ㅎ 162일만에 뒤집기를 드디어! 성공한 딸래미만큼이나 귀여운 곰이 나온답니다 ㅎ 얼른 같이 봐요!!!

 

 

 

 

 

무엇이든 안아주는 곰이 살았답니다. 정말이지 뭐든 안아주는 녀석이라 크기도 안가렸어요 ㅎ 커다란 나무나 소파는 물론, 작은 숟가락도 망설임 1도 없이 안아주었어요.

미련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기도 하는 짐승이지만 그림책 속에선 대부분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ㅎ <초코가루를 사러 가는 길에> 속 곰탱이도 그런 녀석 중 하나랍니다 ㅎ

이 곰이 안아주는 것만큼이나 좋아하는 것이 또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초코차!!! 

 

 

 

 

 

집 안이 초코차 냄새로 진동할 정도로 맨날맨날 마신 까닭에 똑 떨어졌어요. 다행히 언덕 두 개만 넘어가면 파는 곳이 있다네요? 같이 쇼핑을 가요 ㅎ 실제로는 너무 추워 못나가지만 이렇게라도 지름신 님 팔짱을 껴보는 것이지요 ㅋ

 

 

 

 

 

앗 그런데!!! 초코가루 원정을 나서자마자 슬픈 친구를 하나 만나게 돼요! 나무 뒤에서 엉엉 울고 있는 여우 말이에요.

이 친구도 사회적 통념과 싸우고 있는 모양이에요. 여우하면 교활하고 약삭빠른 동물이라고 흔히 생각하잖아요. 친구들이 여우더러 잘 속여먹게 생겼다고 안놀아준다네요... 괜히 조금 미안해지려고 하는데...

 

 

 

 

 


곰이 여우를 꼬옥 안아줍니다 ㅎ

여우는 눈물을 뚝 그칠 정도로 당황했... 하지만 이내 슬픔이 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ㅎ

잇님들도 같은 위로를 경험해본 적 있으시죠? 백 마디 말보다 따스한 포옹 한 번이 주는 위안이 크잖아요 ㅎ

안정된 여우를 뒤로 하고 곰은 다시 초코가루를 사러 떠납니다 ㅎ 

 

 

 

 

 

이번에는 잔뜩 화가 난 돼지를 만났어요. 게으른 돼지라는 타이틀이 싫다면서 자기가 얼마나 바쁜 줄 아냐며 버스가 안온다고 성질을, 성질을...

우리 곰의 처방은 또... 꼬옥 안아주기였어요 ㅎ

어려운 행동도 아닌데... 포옹 한 번에 돼지의 기분도 나아집니다 ㅎ 얼마나 만족스러운 얼굴인지 직접 확인해보셨으면 좋겠어요 ㅋ 몹시 귀여워서 곰따라 옆에 무엇이든 안아주고 싶어진다니께요 ㅋ

 초코가루 사러 가는 길이 어째 점점 멀게 느껴지는데 이번에는 세 마리의 말썽꾸러기들을 만납니다 ㅋ 얘네는 귀엽고 민첩한 녀석들로 알려져있는데 ㅋ 양아치 짓을 해요 ㅋㅋㅋ 얘네들이 의외니 역시 직접 확인하시길요 ㅋ

곰은 또 안아주기를 시전! 사나운 녀석들을 무장해제시킵니다 ㅋ 그리고 또 가던 길을 마저 가는데... 초코가루 가게가 닫혀있어요;; 사랑을 너무 퍼준 나머지 늦은 거죠 ㅎ

집에 돌아와 시무룩하게 앉아 있는데 똑! 똑! 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요. 누가 온 걸까요?!?

곰의 집에 다시 초코차 냄새가 나고, 다른 밤보다 더 시끌벅적했다는 점만 알려드리며 글을 맺을게요. 

눈 내리는 밤에 핫초코 타서 아가들이랑 읽으면 너무너무 행복한 느낌을 줄 것 같은, 추운 겨울 밤에 읽으면 완전 좋을 것 같은 그림책이었습니다.


같이 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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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 Va' dove ti porta il cuore
수산나 타마로 지음, 최정화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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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딸 대신 딸의 아이를 오래도록 따스하게 품어주던 한 할머니가 살았습니다. 조금은 특이하다고 말할 수 있고 어찌 보면 한 없이 평범한 어린아이였던 손녀가 할머니의 품 안을 떠나, 실제로도 할머니와 다른 공간에 가 살게 됩니다.

썩 기분 좋은 출가는 아니었던 터라 할머니는 손녀에게 편지조차 보낼 수 없었지만 할머니의 연세는 어느덧 여든, 철 없이 반항하는 손녀딸의 말대로 하기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하여 35일간의 시간을 들여 따뜻하고 주름진 손으로 써내려간 15통의 편지...

... 넌 지금 행복하니?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그것 뿐이야. (40쪽)

시작은 손녀딸에 대한 염려로, 편지의 모든 이야기는
결국 손녀를 향한 사랑으로 점철된 길지도, 짧지도 않은 각각의 편지들.

할머니는 그 편지들 안에 자신의 어려웠던 삶과 손녀딸의 엄마였던 어리고 어리석었던 여인에 관한 이야기, 어려웠던 시대 상황까지도 녹여냅니다.

여인이기에 이해해야만 하고 감내해야만 했던 아픔과 상처들이 가득합니다. 어린 손녀딸도 세상 속에서 이런저런 어려움들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 분명하기에 깊은 숨 내쉬며, 어떤 것에도 현혹당하지 말고, 마음이 하는 말에 귀기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게 할머니의 편지는 손녀딸 뿐 아니라 45개국의 수 많은 여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였습니다. 한국의 저에게도 도달하였지요.

예견된 어려움이라고 해도 아프고 슬플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먼저 그 길을 걸은 이의 이야기들을 보며 외롭지 않을 수 있고 견뎌낼 힘을 얻을 수 있을지도요. 

 

 

 

 

 

 

 

그래서 아직은 너무 어린 딸이지만 권해봅니다. 직접 지혜가 가득한 글을 써줄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겠지만 저는 모자란 사람이니 좋은 책들을 먼저 읽고 추천해줄 수는 있을테니까요. 같은 마음이 넘실댄다면 읽어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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