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USB] 빨강머리 앤 : 초록지붕 집 이야기 (오디오북) ㅣ 오디오북 빨강머리 앤 시리즈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엄진현 옮김, 이지혜 읽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예전엔 EBS 책읽어주는 라디오를 즐겨 들었다. 사연도 보내고 노래도 듣고 좋았는데 언젠가부터 어학쪽으로 돌아서 좋아하던 방송이 단축되고
중국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몹시 서운했던 기억이 난다.
요새는 오디오북을 듣는다.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나온 <빨강머리
앤>!!! 연극배우 이지혜 씨가 혼자서 여러 목소리를 내주는데 매슈아저씨는 조금 아쉽지만 마릴라 아줌마나 앤의 목소리는 참 잘 어울린다.
어린 시절 성우를 꿈꿨던 적이 있는데 무수한 인물들을 혼자 연기하는 이지혜 씨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역시 내 길이 아니었던 것 같아 때 아닌
안도감이 밀려온다.
책과 음악이 있다면 단연 글자가 인쇄된 것을 선택, 들여다보는 것이 더 좋았던 나인데 어느새 애가 둘이니 책읽기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 오디오북 역시 애 둘이 집에 있거나 눈을 반짝이고 있는 때에는 듣기가 어렵다.
둘째는 낯설은 사람의
목소리보다 나의 굵직한 목소리나 첫째를 견디라고 태어나면서부터 틀어줬던 음악이 더 편한 듯하고 발연기가 취미인 1호는 이지혜 씨 목소리가 나오면
따라하느라 정신이 없다. 책을 읽으며 노래를 듣는 정도는 할 수 있지만 두 목소리를 분리해서 들으려 노력하다보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자연히 애들을 재워두고 듣게 된다. 주로 빨래 널고, 개면서 듣고 호사를 부리고 싶은 날엔 스티커북이나 컬러링 북을
펼쳐놓고 듣는다.
글로만 읽었던 때보다 좀 더 입체적으로 이야기가 그려진다. 어렸을 적 즐겨 보았던 애니메이션의 장면들도 머릿 속에
떠오른다. 주근깨가 난 얼굴에 빼빼 말랐다는 빨강머리 소녀가 너무나 부러워 스스로의 애칭을 앤이라 짓고 친한 친구에게 다이애너가 되라고 했던
초등학생 시절도 새록새록 자꾸만 생각이 난다.
<빨강머리 앤> 이야기로 말할 것 같으면 어른이 된 내게는 앤이 좀
가엾다. 철없이 소녀가 비로소 누리게 된 행복들이 부러웠던 어린애는 이제 내 안에 없고, 소녀의 넘치는 감수성에 오글거려하고 안타까워하는 마릴라
"아줌마"의 심정만 가득하다. 그래서 이야기가 더 새롭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싸늘한 계절따라 몸과 마음이 굳어지는 나날이다. 참
예쁜 앤과 몹시 사랑스러운 이지혜 씨의 낭독으로 따뜻하고 말랑거리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