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숲 - 제19회 중앙공론문예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소담 옮김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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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단을 대표하는 오기와라 히로시는 1956년 사이타마현 출생으로 세이조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한 후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다 39세의 나이에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로 제10회 소설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화려하게 등장한다. 이후 알츠하이머에 걸린 중년 남성의 애환을 현실감 있게 그린 <내일의 기억>으로 제2회 서점대상 2위에 오르며 영화화까지 성공시켰고, 2016년 발표한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로 제155회 나오키상을 거머쥐며 대중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입증받은 베테랑 작가이다.


2024년 출간된 신간 <웃는 숲>은 제19회 중앙공론문예상 수상 및 독서미터 올해의 도서 2024-2025에 선정되며 그의 식지 않은 필력을 다시 한번 증명한 소설이다. 한국에는 북다, 이소담 번역을 통해 최근 출간되었다.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하면서도 인간 소외를 향한 따스한 시선이 문장 곳곳에 스며 있으며, 현대 사회에서 상처받고 고립된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자연 친화 & 휴먼 미스터리 드라마로 손색이 없다. 복잡하고 메마른 현실에서 벗어나 타인과의 진정한 연결을 갈망하는 성인 독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작품이다.


실종된 5세 자폐 아동 마히토와 숲이 품은 비밀

소설은 가미모리 산책로에서 행방불명되었던 다섯 살 남자아이 마히토가 일주일 만에 무사히 발견되면서 본격적인 막을 올린다. 아이는 눈에 띄게 쇠약해졌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고, 숲에서 물과 음식을 어떻게 얻었는지 묻는 어른들에게 그저 "곰 아저씨가 도와줬어."라는 미스터리한 말만 남긴다. 보호자인 미사키와 삼촌 도야는 아이가 텔레비전이나 어린이집에서 배운 적 없는 나무를 비벼 불 피우는 시늉을 하거나, 숲속 곰 아저씨라는 동요를 부르는 것을 유심히 관찰하며, 실종 기간 동안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아이를 적극적으로 돌보았음을 직감한다. 소설은 마히토의 기적적인 귀환 이후 흩어져 있는 단서들을 역추적하는 동시에, 어둡고 광활한 숲속으로 숨어든 다양한 인간 군상의 과거 시점을 절묘하게 교차 편집하여 보여준다. 이처럼 치밀하게 설계된 플롯은 독자로 하여금 거친 야생의 자연 속에서 연약한 아이를 살려낸 구원자가 과연 누구인지 끊임없이 추리하게 만드는 독서 동력을 제공한다.


벼랑 끝에 선 인간들이 교차하는 고립된 공간

페이지를 넘길수록 배경이 되는 가미모리 숲은 단순한 자연 풍경을 넘어, 각자의 절박한 사연을 품고 사회로부터 도망쳐 온 이들의 은밀한 도피처로 변모한다. 숲에서 길을 잃은 5세 자폐 아동 마히토는 운 좋게도 이곳에서 네 명의 성인을 차례로 만난다. 빚에 쫓겨 야심 차게 원시 캠핑 생존 방송으로 재기를 노리지만 라이터조차 없이 허덕이는 다쿠마, 야쿠자 조직의 상납금을 훔쳐 달아나며 짐승처럼 숲에 몸을 숨기는 다니시마, 소중한 인형의 무덤을 만든다는 기괴한 거짓말로 아이의 입을 막으려는 미나, 그리고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자살을 시도하는 중등 교사 사토미가 그들이다. 이들은 우연히 마주친 마히토에게 마실 것을 주거나 추위를 피하게 해 주며 잠시 돌보았을 뿐, 각자의 안위가 우선이었기에 끝내 아이를 집, 수색대에 돌려보내지 않는다. 타인의 생명보다 자신의 도피, 생존이 먼저였던 어른들의 비겁함과 이기적이고 잔인한 면모는 자칫 마히토를 영영 실종 상태로 놔둘 뻔한 아찔한 위기를 조장한다. 불안정한 현대인의 위태로운 내면을 투영한 이기적인 선택들은 팽팽한 범죄 스릴러의 묘미를 선사하며 등골을 서늘하게 만든다.


거대한 자연의 조소와 그 속에서 피어난 기적

허나 벼랑 끝에 몰린 어른들이 외면한 연약한 생명을 거두어 구원한 것은 다름 아닌 대자연이었다. 비겁한 인간들과 대비되게 정체불명의 곰 아저씨와 가미모리 숲은 어린아이를 따스하게 돌봐주었고, 덕분에 마히토는 애타게 기다리던 엄마 품으로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다. 작가 오기와라 히로시는 범죄 미스터리의 외피를 두르고 있으면서도, 종국에는 오만한 인간성에 대한 경종과 자연의 거대한 섭리를 절묘하게 교직한다.

소설 후반부에 이르러 진상을 조사하는 도야가 숲이 인간들을 조소하고 비웃는 듯한 소리를 듣는다는 묘사는 강렬하고 서늘한 잔상을 남긴다. 거대한 자연의 품속에서 한없이 작고 하찮은 존재일 뿐인 인간의 위선과 어리석음을 통렬하게 꼬집는 것이다. 자폐 스펙트럼(ASD) 아동의 시선을 철저히 객관적이고 담담한 필치로 그려내며 억지스러운 감동을 강요하지 않아 진한 여운을 자아낸다.


서스펜스와 인간 소외, 자연의 비밀에 대한 통찰이 최적의 비율로 배합된 북다 신간 <웃는 숲>은 책을 덮은 후에도 오래도록 반추하게 되는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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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츠하우스 ㅣ ANGST
강지영 지음 / 북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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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의 쇼핑몰> 원작자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입증한 강지영 작가의 신작 <프린츠하우스>는 서늘한 공포와 날카로운 사회 비판을 직조해 낸 스릴러다. 작가는 <심여사는 킬러>, <프랑켄슈타인 가족> 등 다수의 전작에서 보여준 치밀한 플롯과 속도감 넘치는 전개, 특유의 블랙 유머를 이번 작품에서도 여과 없이 발휘한다. 17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20개국 이상에 출간될 만큼 보편적인 흡인력을 자랑하는 저자는 북다 신간을 통해 가톨릭 구마 의식과 한국 무속 신앙이라는 이질적인 요소를 자본주의의 어두운 이면과 결합하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이 책은 단순한 악령 퇴치 서사를 넘어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탐욕의 근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촘촘한 세계관과 탄탄한 서스펜스를 즐기는 독자, 한국형 오컬트의 새로운 지평을 경험하고 싶은 장르 소설 팬들에게 망설임 없이 권하는 바이다.


욕망이 똬리를 튼 공간, 기묘한 거주지

소설은 합리적이고 세속적인 게임 개발자 김선우가 한남동의 낡지만 기품 있는 고급 빌라에 입주하며 시작된다. 목차가 암시하듯 소설은 '사람의 집'에서 '귀신의 집', '부마자의 집'을 거쳐 마침내 '영주의 집'으로 향하며 점진적으로 서스펜스의 밀도를 조인다. 선우가 마주한 세입자 전승아는 평범한 외피를 두르고 있으나, 그 안에는 헤아릴 수 없이 탁하고 기괴한 이계의 존재들이 들끓는다. 작가는 선우의 이성적이면서도 탐욕적인 시선을 통해 일상적인 주거 공간이 어떻게 자본과 욕망이 얽힌 지옥의 축소판으로 변모하는지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모기와 지네가 피부를 파고드는 듯한 선우의 환지통이나 과거 연인의 모습을 한 악령과의 조우 장면은 시각적 공포를 넘어 촉각적인 기정사실로 말초신경을 자극한다.


동서양 오컬트의 충돌과 무력한 구원

이 소설의 서사를 이끄는 강력한 동력은 가톨릭 사제와 무당이 빚어내는 파열음이다. 승아의 육신을 차지하기 위해 서양의 악마 레비아탄과 동양의 주술적 저주인 고독이 맹렬하게 충돌한다. 엘리트 지식인으로 포장된 승아의 부모 전무정과 현마리아는 자신의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딸을 지옥의 제단에 바치는 끔찍한 패륜을 저지른다. 신장암에 걸린 아버지가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기복 신앙에 기대어 타인의 생명을 갉아먹는 행태는 자본주의적 이기심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 아비규환 속에서 독자를 짓누르는 것은 구마 사제들의 처절한 선택이다. 이사악 신부는 악마를 외부로 쫓아내는 대신 자신의 영혼과 함께 소녀의 몸속에 십 년 가까이 봉인했고, 미카엘 사제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결단을 내린다. 성수와 기도문, 부적과 굿거리장단이 혼재하는 풍경은 이질감을 넘어 기이한 장엄함을 자아낸다.


영원한 지옥, 불티에 잠식된 인간

결말부에 이르러 소설은 장르적 쾌감을 넘어 윤리적 질문과 절망을 동시에 안긴다. 가장 강렬하고 비장한 기운을 내뿜는 대목은 화자 선우가 끝내 끝없는 탐욕에 사로잡혀 '불티'에 휩싸이는 마지막 장면이다.


"내 안의 불티들이 점막을 뚫고 폭발하듯 입과 코로 터져 나왔다. 불티는 맹렬한 속도로 황야를 걷는 미카엘에게 달려들었다."


미카엘 사제는 스스로 타락한 척 악마와 한 몸이 되어 함께 파멸하는 동귀어진의 길을 택했다. 하지만 그 숭고한 자멸의 대가로 사제가 얻은 것은 구원이 아니라 끝없는 지옥의 황야를 걷는 형벌이다. 반면, 자기희생의 가치를 외면하고 오컬트적 자본의 주술적 매개물인 '불티'에 감염된 선우는 차갑고 무자비한 부자로 살아남는다. 선우가 꿈속 지옥을 걷는 미카엘을 향해 불티를 쏘아대며 조롱하는 묘사는 처절하다. 이는 자본주의의 신비화된 욕망 앞에서는 종교적 구원조차 무력해진다는 작가의 서늘한 선언과 다름없다. 과연 자본주의의 탐욕, 끝없는 증식을 잠재울 수 있는 구마사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값싼 해피엔딩으로 봉합되기를 거부하는 이 책은 책장을 덮은 후에도 오랫동안 가시지 않는 섬뜩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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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쫓는 자들 여정의 시작 6 : 별의 정령 ㅣ 별을 쫓는 자들 1부 여정의 시작 6
에린 헌터 지음, 윤영철 옮김 / 가람어린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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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어린이 신간, 에린 헌터 판타지 소설 <별을 쫓는 자들> 6권 <별의 정령>은 변신곰 어주락, 갈색곰 토클로, 흑곰 루사, 흰곰 칼릭이 기나긴 여정 끝에 얼음으로 뒤덮인 별섬에 도착하며 겪는 최후의 모험을 다루고 있어요. 혹독한 추위 속에서 굶주림과 싸우던 네 마리의 곰은 바다를 오염시키는 검은 기름과 병든 물개들을 목격하며 자연을 파괴하는 납작얼굴들의 만행에 맞서게 된답니다. 특히 칼릭이 범고래 떼의 습격 속에서 루사를 구하고 고아 새끼 곰 키시미를 거두며 강인하게 성장하는 에피소드와 어주락이 까마귀로 변신하는 툴루가크를 만나 섬 전체를 파괴할 석유 시추의 진실을 깨닫는 장면이 인상적이에요. 터전, 핏줄이 다른 곰들이 온갖 갈등과 위협 속에서도 서로를 지키며 진정한 가족, 동료로 거듭나는 서사는 긴 여운을 남겨요. 인간의 탐욕이 파괴한 생태계의 비극을 야생 동물의 시선으로 생생히 고발하고 있어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어요.


<별을 쫓는 자들> 시리즈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6권 <별의 정령>은 단순한 동물 판타지를 넘어 생태계의 위기와 생명의 연대를 통찰하는 의미 있는 서사시라고 할 수 있어요. 책을 읽으며 시선을 끌었던 부분은 곰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근원적인 공포가 거대한 포식자나 매서운 추위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독성 물질이라는 점이에요. 썩은 물개 사체들을 추적하다가 마침내 땅에서 석유를 퍼 올리는 납작얼굴들의 시추 작업에 따른 오염 문제라는 것을 깨닫는 장면은 현실의 환경 문제를 섬뜩할 정도로 짚어내고 있답니다. 


또한 죽은 어미 흰곰의 새끼인 키시미를 칼릭이 거두어 정성껏 돌보는 대목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피어나는 생명의 온기를 전해주어요. 텃세를 부리는 다른 흰곰들과 여러 트러블, 다툼이 있었지만 까마귀 툴루가크와 거대한 순록 무리의 도움을 받아 결국 시추 장비들을 파괴하고 무너뜨리는 통쾌한 장면에서는 신출귀몰한 변신곰 어주락의 눈부신 활약이 돋보인답니다. 마지막 갈등을 넘어 야코네라는 새로운 동료가 합류하며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과정 역시 감동을 자아내요. 하지만 모든 임무를 마친 뒤 안타깝게도 어주락이 별의 정령을 따라 먼 길을 떠나며 이별을 고하는 결말은 커다란 슬픔을 남긴답니다. 과연 어주락은 나중에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없는 걸까요? 동굴 벽화와 밤하늘에 새겨진 다정한 그를 다시 볼 수 없다면 너무나 아쉬울 것 같아요!


희생과 용기로 일궈낸 야생의 고귀한 발자취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이 책을 환경 보호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뜻깊은 독서로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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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그래픽 노블 : 천둥족의 도둑 ㅣ 전사들 그래픽 노블
에린 헌터 외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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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어린이 신간, 에린 헌터 판타지 소설 <전사들> 그래픽 노블 <천둥족의 도둑>은 신체적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천둥족 여전사의 용기를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에요. 주요 등장인물인 브라이트하트와 클라우드테일은 잇따라 발생하는 먹이 도난 사건의 정체를 추적한답니다. 과거 개 떼의 공격으로 한쪽 눈과 귀를 잃은 브라이트하트가 스스로를 의심하던 굴레에서 벗어나 사냥하던 토끼에게 두 눈을 긁혀 시력을 잃고 좌절한 롱테일을 진심으로 위로하며 다시 전사의 길로 이끄는 에피소드는 여운을 남겨요. 오소리의 끔찍한 습격으로 윌로펠트가 희생되는 비극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그레이스트라이프를 비롯한 부족 고양이들과 함께 낯선 발자국의 도둑을 밝혀내는 과정은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들어요. 장애를 지녔음에도 뛰어난 직감과 따뜻한 이타심으로 부족을 지켜내는 브라이트하트의 눈부신 성장은 뭉클한 감동을 안겨주며, 흥미로운 미스터리 구조 덕분에 단숨에 마지막 장까지 넘기게 되어 모험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 있게 권해 드려요.


지도자의 부재가 불러온 뜻밖의 성장

이야기 후반부에 지도자 파이어스타가 샌드스톰과 함께 별족의 부름을 받아 천둥족 터전을 떠나는 대목은 진한 아쉬움을 남겨요. 이유를 밝히지 않았기에 천둥족 무리들은 그들의 여행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지요. 무리의 든든한 버팀목이 자리를 비운다는 사실이 몹시 안타까우면서도.. 과연 왜 이토록 혼란스러운 시기에 험난한 여정을 떠나야만 했는지 마음 한구석에 작은 의문이 피어오르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이 공백은 남겨진 천둥족 전사들이 스스로 뭉치고 훌쩍 성장하는 기폭제가 돼요. 은밀하게 사라지는 먹이의 행방을 쫓아 브라이트하트와 클라우드테일이 기지를 발휘하여 먹이 더미를 미끼로 쌓아두고 밤새워 잠복하는 추적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한답니다. 두 주인공뿐만 아니라 무리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눈부신 활약상은 진정한 연대의 힘을 보여주어요.


섬세한 작화로 빚어낸 생생한 숲의 분위기

다친 고양이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와 거칠게 뻗은 털의 질감, 어둡고 서늘한 숲의 분위기를 역동적인 선과 다채로운 색감으로 살려낸 작화 역시 단연 시선을 사로잡아요. 롱테일이 예기치 못한 사고 직후 두려움에 떠는 장면이나, 기묘한 냄새를 맡고 경계하는 전사들의 모습은 텍스트를 뛰어넘는 슬픔과 팽팽한 긴박감을 전달합니다.


내면의 혼란을 넘어 단단해지는 자존감

과거의 끔찍한 기억 때문에 무리에 짐이 될까 봐 전전긍긍하던 주인공이 짝의 든든한 지지 속에서 서서히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은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잔잔한 위로를 건네주어요. 육체적인 상흔이 결코 삶의 끝이 아니며 오히려 타인의 아픔을 헤아리는 특별한 공감 능력으로 자라날 수 있다는 희망찬 메시지가 이야기 전반에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있어요. 진영을 노리는 정체불명의 도둑을 추리해 나가는 서사 구조는 쫀쫀한 몰입감을 선사하여 평소 글밥이 빼곡한 글을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들도 단숨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이끌어 준답니다. 마지막 장에서 작고 소중한 생명인 화이트킷을 품에 안은 브레이트하트의 평화로운 결말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기에 충분해요. 여름방학 기간, 자녀와 함께 유익한 시간을 보내거나 지친 마음을 다독이고 싶은 성인 독자들에게도 가슴 따뜻해지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해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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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둘, 맨땅에 헤딩하듯 전원생활
고다혜 지음 / 푸른향기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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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향기 신간, 고다혜 에세이 <서른둘, 맨땅에 헤딩하듯 전원생활>은 2026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중소출판사 성장도약 제작지원사업 선정작으로 그 진정성을 인정받은 책이다. 저자 고다혜는 서울 토박이로 태어나 KBS <6시 내고향> 리포터를 비롯해 15년간 전국 팔도강산을 누비며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활동했다. 어르신들을 인터뷰하고 새벽부터 산삼을 캐고 어선에 올라 각종 수산물을 낚으며 타인의 삶을 조명하던 그녀는 삼십 대 초반 돌연 시골행을 택했다. 현재는 도예 공방 '집에 사는 그릇'을 운영하며 11년째 흙과 자연을 만지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 책은 막연한 귀촌의 낭만을 늘어놓는 대신 맨몸으로 부딪치며 체득한 생생한 전원생활의 희로애락을 재치 넘치는 필치로 담아낸다. 매일 쫓기듯 살아가는 도시인들, 번아웃에 직면한 직장인, 자연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를 찾고자 하는 예비 귀촌인들에게 유용한 지침서이자 다정한 위로가 되는 책이다.


생존을 위한 궤도 수정과 생생한 정착기

책 초반 '뜨거운 안녕' 에피소드는 저자가 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낯선 시골로 향해야만 했는지 강한 설득력을 부여한다. 며칠씩 밤을 새우고 꼭두새벽부터 운전대를 잡으며 쉼 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던 그녀는 어느 날 수면 중 전신 발작을 일으킨다. 응급실에 실려 가 뇌전증 진단을 받는 장면은 삶의 방향을 수정해야만 했던 절박한 순간을 절박하게 보여준다. 아프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은 건강의 가치와 일상의 소중함은 이후 펼쳐지는 자연 친화적인 삶의 기조를 형성하는 토대가 된다.

막상 시작한 시골 생활은 여유로움 이면에 숨겨진 고된 노동의 연속이었다. 저자는 앞마당에 눈물 뚝뚝 흘리며 화덕을 만들던 날의 기억을 생생하게 소환한다. 황토와 볏짚을 섞어 직접 벽돌 틈을 메우려다 마음대로 되지 않아 남편과 갈등을 빚고, 결국 엉엉 울며 황토 벽돌을 눈물로 적셨던 일화는 짠하면서도 진한 공감을 자아낸다. 막연한 환상 대신 좌충우돌하며 집을 가꾸고 땅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 글 전체에 뼈대를 이룬다.


자연이 내어주는 다채로운 위로와 유쾌한 시트콤

저자는 촌집에서 겪는 예상치 못한 난관들을 특유의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거실 벽난로에 참새가 날아들어 오도 가도 못하게 되자 이웃 동네 삼촌에게 구조 요청을 보내고, 함께 커다란 낚시용 뜰채를 휘두르며 참새를 구출하는 소동은 시골에서만 겪을 수 있는 유쾌한 시트콤 같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조차 닿지 않는 불편한 환경이지만, 그녀는 그 결핍 속에서 자립하는 법을 배운다. 작두를 이용해 씨와 과육을 분리하며 매실청을 담그고, 텃밭의 바질을 말려 페스토를 만드는 소박한 노동, 일상의 묘사는 흙 내음과 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끼게 만든다. 혹독한 겨울날 얼어붙은 강물에서 뜰채로 붕어를 낚아 올리며 느끼는 생명력은 지난한 노동 끝에 찾아오는 달콤한 보상과도 같다.


멈출 줄 아는 용기와 주체적인 삶의 태도

이 책에서 인상적인 지점은 십여 년간 쌓아온 리포터라는 직업을 과감히 내려놓은 저자의 결단력이다. 멀미약을 삼켜가며 험난한 파도 앞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방송인이 화려한 조명을 뒤로하고 낯선 시골을 택한 것은 대단한 용기다. 책의 추천사를 쓴 김재원 아나운서의 말처럼.. 그녀의 시골행은 단순한 현실 도피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바를 향한 능동적이고 아름다운 정착이다.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가 정해둔 성공 궤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최우선으로 둔 태도는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우리는 고다혜 작가의 삶을 통해 멈춰야 할 때를 아는 지혜와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서도 스스로 일상을 개척하는 강인한 의지를 배운다. 무한 경쟁에 지친 현대인에게 그녀가 몸소 증명한 자립의 과정은 삶의 방향성을 점검하게 만든다.


느린 호흡으로 써 내려간 단단한 삶의 문장들

고다혜 에세이 <서른둘, 맨땅에 헤딩하듯 전원생활>의 가장 큰 미덕은 꾸밈없는 솔직함에 있다. 집 짓기의 어려움에서 시작해 흙을 만지는 도예 작업, 사계절의 변화, 자급자족의 요리, 마침내 전원생활을 온전히 즐기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여준다. 화려한 수식어를 배제하고 담담히 써 내려간 문장들은 마치 직접 재배한 채소로 차려낸 소박한 밥상처럼 속이 편안하다.


과거 뱃멀미를 참아가며 삼치를 잡고 <어두일미>라는 자작곡까지 부르며 열성적으로 방송을 만들던 열정적인 리포터는 이제 텃밭의 잡초와 씨름하고 공방에서 도자기를 빚는 성실한 생활인으로 변모했다. 타인의 시선과 도시의 속도전에서 이탈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현대인들에게, 고다혜 작가의 이야기는 남들과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도 충분히 단단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묵묵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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