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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에 입술을 달아주고 ㅣ 에세이&
이근화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평점 :
창비 신간, 이근화 시인 에세이 <작은 것들에 입술을 달아주고>.
책은 겉으로 보기에 소박하지만 그 안에 담은 글은 생각의 뿌리가 깊고 넓다.
중견 시인이 바라보고 관찰하는 삶과 일상, 현실은 솔직하면서 애틋하고 남다르다.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고 발에 치이는 '솔방울'을 천천히 바라보고 요리조리 살핀다.
최근의 계엄 내란 사태와 탄핵으로 이어지는 혼란한 시국에 대한 시인의 사유를 허심탄회하게 내보이고 둥글고 뾰족한 솔방울을 벗 삼아 진심을 토로한다.
시인은 타인의 고통에 예민하다. 고통을 겪는 당사자가 가족이라면 그 여파와 후유증은 거대한 바위처럼 시인의 가슴을 짓누를 것이다. 병마에 시달리는 노모를 보살피고 간호하고,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오면 마음은 단단히 굳어 산산이 부서질 것만 같다. 마음을 부드럽게 이완시키기 위해 아이들이 읽은 동화책을 읽고 그 의미를 자세히 되새긴다. 각박하고 삭막한 현실이지만 어떻게든 샛길로 돌아가고, 가로막은 돌벼락의 틈으로 건너편을 살피면서 여유로움을 찾고 고통에 매몰되는 것으로부터 멀어진다.
저자는 언어와 문학을 다루는 시인이기 이전에 일상과 현실에 치이는 엄마이자 아내, 며느리 그리고 병든 노모를 간호하는 딸이기도 하다. 갈수록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쉴 틈 없이 바빠지는 현실에서 시인의 세계로 돌아오기에는 그 낙차가 깊고도 멀다. 실제 삶과 이상 또는 업을 오가며 때로는 미칠 것만 같고 혼란스러운 시간들이 늘어날 때, 저자는 멀리 동해 바다로 떠나 파도에 몸을 맡기기도 하고, 가족들을 위한 요리에 집중하기도 한다.
우리는 <작은 것들에 입술을 달아주고>를 읽으며 네 아이의 엄마이자 노모의 딸, 교단에 선 시인으로서 ‘삶’과 ‘시’ 사이를 오가며 체험한 하루하루를 근접하여 체험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비상계엄 & 탄핵, 기후 위기, 인공지능 AI 등 예측할 수 없는, 험난한 시대적 파고 속에서 일상을 스치는 작은 순간들이 어떻게 우리를 일으켜 세우고 글로 태어나는지 깨닫게 한다.
"우리는 참 많이 만났다. 나의 작은 인간들. 헤어질 수가 없어서 꼬깃꼬깃 접었다 폈다 하며 지칠 때까지 그려본다. 나의 작은 인간들은 웃고 울고 노래하며 지칠 줄 모른다.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 그렇게 노크를 하고, 스르르 문이 열린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고 드문 축복인 것 같다."_ 139p
시인의 에세이답게 감각적이고 간결한 언어와 에세이적 사유가 절묘하게 어울린다. 허나 그 안에 담긴 사소한 진심은 오랜 시간 천천히 벼려 내고 연마한 시인의 것이라, 고유하면서 독자적인 사유의 폭과 깊이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작은 것들에 입술을 달아주고>라는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의 세부에 언어적 생명력을 부여하고, 그(것)의 말을 들어주고 자신의 속내를 내보이며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 할 수 있다.
창비 신간 에세이 <작은 것들에 입술을 달아주고>는 시인 이근화가 일상과 시의 경계를 유려하게 넘나들며 세심히 빚어낸 작품이다. 담담하면서도 공감이 되는 목소리 그리고 시적 영감을 촘촘히 엮어낸 언어의 미학이 돋보인다. 반복되는 삶과 무의미한 일상 속에서 어떻게 독자적인 글이 태어나고 생생한 시가 탄생하는지, 경험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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