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들 환상하는 여자들 2
브랜다 로사노 지음, 구유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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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싸웠던 전장에는 꽃을 가지고 가야 하는 법이야."

"아이 버섯은 지혜롭습니다. 지혜가 곧 언어이기 때문이지요. 지혜는 몸이 아닌 목소리입니다."


남미 문학의 신경향을 이끌 작가로 손꼽히는 '브렌다 로사노'의 <마녀들>이 은행나무 '환상하는 여자들' 시리즈의 제2권으로 출간되었다.

소설은 오악사카의 후예로서 치유자의 피가 흐르던 '팔로마'가 살해당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팔로마는 가스파르라는 이름의 소년으로 출생한, 사포텍 문화권에서 제3의 성으로 인정받는 '무셰'이다.

일종의 주술적 언어를 통해 길흉화복을 점치고 미래를 예지하는 전통 무속인인 듯하다.


팔로마의 살인 사건을 취재하는 젊은 기자 '조에'와 팔로마의 사촌이자 후계자인 '펠리시아나'가 번갈아 등장하고 또는 마주치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자신 혹은 주위의 여성들이 성장하면서 다양한 폭력에 노출되고, 위험에 처하는 장면이 연이어 묘사된다.


현대적인 도회지 멕시코시티와 호젓한 산골 마을 산펠리페에서 각각의 여성들은 신체적/정신적으로 심각한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딸에게 닥칠 위험을 예지하는 엄마의 기이한 능력 때문에 몇 번의 구사일생을 경험한 조에는 그 비결을 묻는다.

"여자들은 모두 자기 안에 마녀 같은 면을 조금은 품은 채로 태어난단다.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지."


여성들은 무법천지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신비한 능력을 일부 지니고 태어난다. 그 필살기는 후천적으로 습득될 수도 있다. 허나 온갖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홀로 생존하기는 불가능하다. 여성들은 연대와 협력을 통해 서로의 무사안녕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단단히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아야만 마녀사냥을 피할 수 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고립되어 반사회적인 이단으로 취급받는 마녀들을 불태우기 위한 제단이 높이 솟아 있다. 활활 불타오르는 화형대를 목전에 두고 여성들은 공동체 의식을 굳게 다지는 한편, 각자의 언어적 능력을 발휘해 연대할 필요가 있다. 마술적인 힘과 집단의식이 깃든 언어는 지혜를 발화시키며, 이를 통해 이질적인 세계와 진영은 조화를 이루고 평안을 되찾을 수 있다. 세대를 넘은 치열한 투쟁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을 때.. 생살이 타드는 고통이 멈추고 잿더미만 남은 전장에 검붉은 꽃무리를 수놓을 수 있는 것이다.


브렌다 로사노의 장편 소설 <마녀들>은 두 여성과 세계가 대립이 아닌, 언어적 치유와 연대를 통해 폭력의 상처를 회복하고 해소하는 이야기를 마술적인 필치로 그린다. 우리는 그녀의 소설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상처가 집단의 언어를 통해 회복되는 주술적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현실 사회의 편견과 무자비한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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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마지막 여름
지안프랑코 칼리가리치 지음, 김현주 옮김 / 잔(도서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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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로마'는 화려하고 북적이는 대도시지만, 그 이면은 황량하고 혼탁한 데다 퇴색되어 가는 그림자가 기울었다. 그 도시에 머무르는 이들은 수많은 군중들에 둘러싸여 정처 없이 표류한다. 그들은 과장된 미소를 지으며 관심과 사랑을 갈망하지만, 도시가 내뿜는 어둑한 그림자에 온몸이 물드는 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외로움과 고독은 떨어질 수 없는, 그들의 절친이었다.




1973년 첫 출간 이후, 절판과 재출간을 거듭하며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으로 남은 컬트 소설 <도시의 마지막 여름>이 출간되었다. 알음알음 입소문으로 이어진 명성답게, 로마의 명소를 묘사한 '지안프랑코 칼리가리치'의 문장들은 생동감이 넘치고 정교하기까지 하다. 커플의 애정 행위를 정밀 스케치한 문장들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에로틱하게 들끓는다. 책을 읽다 보면 밀라노에서 로마로 건너온 '레오'가 되어 핀초 언덕의 테라스, 캄포 데이 피오리의 쉼터, 움베르티노 지구 등 한여름 로마의 곳곳을 방랑하듯 거닐 수  있다. 레오는 완벽한 혼자가 아니었다. 로마 상류층에 속하는 어느 부부와 가까이 지냈고, 뜻이 맞아 함께 영화를 제작하려 한 절친 '그라지아노'도 외로움을 달래 주었다. 그와 사랑 비슷한 감정을 나누는 '아리아나' 또한 나비처럼 그의 곁에 머물다 사라짐을 반복하며 육체적 관계를 맺는다.


번잡한 도시 안에서 무의미하고 공허한 나날을 지속하던 레오는 곁의 모든 이들을 관찰한다. 어떠한 분석이나 냉철한 비판 없이 방관자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끝 모를 고독의 중심으로 점차 끌려간다. 가혹한 운명은 무더운 도시 한가운데서 표류하는 그를 놓치지 않았다. 진심으로 교류하던 그라지아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그의 시신을 수습하면서 레오는 도시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 존재의 의미에 대해 강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애써 숨기고 부정하면서 아리아나 곁에 머물려 했던 그는 벼랑 끝으로 자신을 몰고 간다. 헛된 허영심과 사치에 잠식당한 그녀는 결국 레오의 곁을 떠날 수밖에 없다. 레오는 하이에나처럼 타인이 남긴 음식을 먹어치우고, 사랑하는 애인을 독차지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절감하며, 도시에서 버림받고 추방당한 모든 이들을 받아주는 푸른 '바다'를 향해 다가간다.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영원을 향해 나아갔다.

 



50년 전에 출간된 이 책이 대중들 사이에서 망각되지 않고 복간되는 데는 어떤 보편적 의미가 숨어있을 것이다. 우리는 각종 SNS로 촘촘히 연결된 인터넷/디지털 AI 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레오가 느끼는 고독감과 허무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극명하게 대비되는 인간관계는 이런 모순을 극대화하며, 무수한 팔로워에 둘러싸여 소외감과 외로움을 면치 못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량적인 숫자로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장기간 고립되어 끝내 고독사할 처지에 몰리는 이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도심의 이면에 깔린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진심 어린 사랑과 우정을 나누지 못하는 '레오'들은 오늘날 대도시 어디에나 존재한다. 돛을 올리고 나아가야 할 뚜렷한 목적지 없이 떠도는 이들. 이 시대를 살아야 하는 존재 의미를 숙고하지 않은 채, 부유하는 이들이 여러 도시에 남아있는 한, 이 책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보편성을 획득할 것이다. <도시의 마지막 여름>이 시대를 관통하는 영원한 고전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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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 다정한 타인이 되는 시간
지금 지음 / 부크크(bookk)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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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에 앉아서 늦은 밤까지 방문객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또 듣고 싶어서 내일을 기다렸습니다. 그냥 듣기만 했는데 통증을 잊고, 책방을 폐업할 정도의 경제적 위기도 견뎌냈습니다. 방문객들이 책방에 군불을 지펴준 덕분입니다. 방문객을 안아주는 책방이 되기를 소망했습니다. (중략) 책방에 오신 책동무들과 글동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정한 타인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도 들어주는 다정한 책이 되면 좋겠습니다."



경주 보문호수 부근에 서점 <지금 니 생각 중이야>를 운영하는 '지금' 작가.

그녀는 서점과 책을 매개체 삼아 발길이 닿는 이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하며 소소한 기록을 남겼다. 3년 넘게 책방을 운영하며 이런저런 추억, 에피소드를 담아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를 출간했다.


담담히 과장되지 않게, 있는 그대로의 사유를 담은 문장이 친근하다.

저자의 책방처럼 언제든 문을 열고 발을 들일 수 있는, 부담스럽지 않게 페이지가 읽히고 넘어간다. 푹신한 의자에 앉아 따스한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것처럼 번잡스러운 마음이 가라앉고 차분해진다.

수년 간 책방을 운영하고 생존한 노하우를 담아, 동네 서점의 역할은 무엇인가? 장기적으로 살아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에 대한 답이 책에 담겨 있다.



동네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작가와 독자,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구심적 역할, 모두가 회합할 수 있는 사랑방이어야 한다. 독서, 글쓰기 뿐만 아니라 악기 연주, 자수, 다과 만들기 등 다양한 취미에 군불을 지필 수 있는 공방이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유서 깊은 도시 경주의 젖줄, 보문호를 바라보는 저자의 서점이 문전성시를 이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갈수록 동네 서점이 힘들다, 사라진다 하지만.. <지금 니 생각 중이야>는 그녀의 비전대로 '지금은 제철이라서 글을 쓰며 재미나게 놀 수 있는' 소중한 아지트로 남았으면 한다. 


책에 자주 등장하는 말대로, 경주의 대박 동네 서점이자 대빵 알차고 재미있는 공간이라 입소문이 나길 바란다.





#서평단 #도서협찬제공 #지금작가 #당신의이야기를듣고싶었습니다 #경주책방 #보문호수 #부크크 #신간추천리뷰 #군불글쓰기 #나안시 #지금니생각중이야 #대빵알찬책방 #경주대박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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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작은 집 마리의 부엌
김랑 지음 / 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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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연을 나비매듭으로 묶습니다. 그래야 어디든 날아가니까..

계절마다 우리를 다시 찾아올 테니까."



형형색색 봄꽃이 핀 화전, 달큼하고 사각거리는 골담초 꽃떡, 다홍빛 꽃잎이 가득한 원추리 꽃밥 등.. 사시사철 지리산에서 피고 나는 꽃, 나물들을 버무리고 비벼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이가 있다.

지리산 산청 숲속 작은 집, <마리의 부엌> 스테이를 운영하는 김랑 작가.


저자는 자신의 손때가 고루 묻은, 소담한 자연 공간에서 심신이 지치고 사람이 그리운 이들을 초대한다.

밤새 날뛰는 도시의 분주함,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경적과 독촉 소리, 카페인에 취해 불면의 밤을 지새운 이들은 그녀의 아지트로 숨어든다. 청정한 지리산 골짝에서 저자가 손수 만든 자연식을 맛보며 사람들은 진정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금 살아가기 위한 기력을 얻는다.



"아무리 풍경이 좋고 아름다워도 사람과의 이야기가 없다면 그 순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색과 향이 옅어진다. 

하지만 그 풍경 안에 사람이 있다면 순간은 영원이 된다."_<바래지 않을 셀추크>



저자는 세계 각지로 가족들, 지인들과 여행을 하며 낯선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어 진심으로 대한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홀로 남은 자신의 어머니가 그랬듯이, 없는 형편에도 곳간 양식을 내어주며 허기진 이들을 돌보는 마음이 문장 곳곳에서 묻어난다. 그저 사람이 좋아서, 소중한 인연과 정을 쌓으면서.. 그들에게 정성 가득한 밥을 먹이면서 이어온 긴 세월이 한 권의 책에 담겼다.


<숲속 작은 집, 마리의 부엌>. 도시의 삭막함에 상처받은 이들, 마음이 주리고 배가 고픈 이들은 저자의 부엌을 찾길 바란다. 향긋한 제철 나물과 화사한 꽃전을 맛보다 보면, 온몸이 따스해지고 얼어붙은 마음이 스르르, 풀리는 것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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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 텍스트T 12
이희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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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셰이커> 이희영 작가의 판타지 신작 <베아>는 표지부터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요.

비스족의 후계자 베아(Bear)가 절친 타이(Tiger)와 함께 전설의 숲 케이브(Cave)로 향한다는 설정은 너무나 익숙한 '단군 신화'를 모티프로 삼았어요. 작중 탐험하는 침엽수림에서 거대한 꽃이 터트린 '마늘꽃' 포자를 베아가 섭생하는 장면에서 현대 판타지로 각색한 웅녀 설화를 접할 수 있어요.


베아는 주위 모두가 만류함에도 비스족의 번영을 위해 미지의 세계 '케이브'로 떠납니다.

어릴 때부터 절친이었던 타이와 울프는 베아의 마음을 돌리려 하지만 역부족임을 깨닫고,

타이가 동행하기로 합니다. 어둠의 땅 '케이브'를 통과하여 신비의 지역 '사라아'에 도달하기 위한 그들의 여정은 순탄치 않아요. 도중에 도적을 만나기도 하고, 강을 건너다 인어에게 홀려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도 겪지요. 거대한 백사에게 몰려 갖은 수난을 겪으면서도 베아의 호기심과 도전 의식은 결코 식지를 않아요.


기나긴 여정의 후반부, 베아는 절친들의 칼끝이 자신을 노리는데도 불구하고 발걸음을 멈추지 않습니다. 결국 온전한 혼자가 되고서야 모든 족쇄를 벗어버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종착지에 다다르지요.

베아는 케이프를 빠져나와 그토록 바라던 '사라아'에 무사히 발을 들일 수 있을까요?

사라아에서 베아는 새로운 종족을 만나 동맹을 맺고 협력하여 비스족의 미래를 밝힐 수 있을지요?

모험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베아의 눈빛은 어두운 동굴을 밝힐 것이고, 뜻을 같이 하는 동료들이 언제나 함께 할 것입니다.


4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이희영 작가의 신작 판타지 소설 <베아>.

그 눈부신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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