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식 교수. 그는 평생을 디아스포라, 즉 이방인과 소수자의 영토에서 살았다. 어느 국적이나 집단에 명확히 소속되지 않은 채, 내부도 외부도 아닌 경계선을 방랑하며 한국과 세계정세를 주시했다. 1951년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나 전쟁으로 황폐화된 한국의 재건 과정을 낱낱이 지켜본 그는 군홧발에 짓밟힌 모국이 자신의 등에 칼을 꽂을지는 꿈에도 몰랐으리라. 70년대 군부에 의해 조작된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두 친형이 구속되자, 그는 전 세계에 부당함을 호소하고 형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한국의 군사독재 정권을 견제하고 가족들의 무고를 증명할 만한 세계 각지의 인권/시민/종교 단체, 민주화 인사 등과 소통하며 유랑하던 중, 그는 자유 민주주의 체제의 최전방이자 다양한 인종/문화가 뒤섞인 용광로와 같은 미국에 발을 들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