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둘, 맨땅에 헤딩하듯 전원생활
고다혜 지음 / 푸른향기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푸른향기 신간, 고다혜 에세이 <서른둘, 맨땅에 헤딩하듯 전원생활>은 2026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중소출판사 성장도약 제작지원사업 선정작으로 그 진정성을 인정받은 책이다. 저자 고다혜는 서울 토박이로 태어나 KBS <6시 내고향> 리포터를 비롯해 15년간 전국 팔도강산을 누비며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활동했다. 어르신들을 인터뷰하고 새벽부터 산삼을 캐고 어선에 올라 각종 수산물을 낚으며 타인의 삶을 조명하던 그녀는 삼십 대 초반 돌연 시골행을 택했다. 현재는 도예 공방 '집에 사는 그릇'을 운영하며 11년째 흙과 자연을 만지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 책은 막연한 귀촌의 낭만을 늘어놓는 대신 맨몸으로 부딪치며 체득한 생생한 전원생활의 희로애락을 재치 넘치는 필치로 담아낸다. 매일 쫓기듯 살아가는 도시인들, 번아웃에 직면한 직장인, 자연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를 찾고자 하는 예비 귀촌인들에게 유용한 지침서이자 다정한 위로가 되는 책이다.


생존을 위한 궤도 수정과 생생한 정착기

책 초반 '뜨거운 안녕' 에피소드는 저자가 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낯선 시골로 향해야만 했는지 강한 설득력을 부여한다. 며칠씩 밤을 새우고 꼭두새벽부터 운전대를 잡으며 쉼 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던 그녀는 어느 날 수면 중 전신 발작을 일으킨다. 응급실에 실려 가 뇌전증 진단을 받는 장면은 삶의 방향을 수정해야만 했던 절박한 순간을 절박하게 보여준다. 아프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은 건강의 가치와 일상의 소중함은 이후 펼쳐지는 자연 친화적인 삶의 기조를 형성하는 토대가 된다.

막상 시작한 시골 생활은 여유로움 이면에 숨겨진 고된 노동의 연속이었다. 저자는 앞마당에 눈물 뚝뚝 흘리며 화덕을 만들던 날의 기억을 생생하게 소환한다. 황토와 볏짚을 섞어 직접 벽돌 틈을 메우려다 마음대로 되지 않아 남편과 갈등을 빚고, 결국 엉엉 울며 황토 벽돌을 눈물로 적셨던 일화는 짠하면서도 진한 공감을 자아낸다. 막연한 환상 대신 좌충우돌하며 집을 가꾸고 땅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 글 전체에 뼈대를 이룬다.


자연이 내어주는 다채로운 위로와 유쾌한 시트콤

저자는 촌집에서 겪는 예상치 못한 난관들을 특유의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거실 벽난로에 참새가 날아들어 오도 가도 못하게 되자 이웃 동네 삼촌에게 구조 요청을 보내고, 함께 커다란 낚시용 뜰채를 휘두르며 참새를 구출하는 소동은 시골에서만 겪을 수 있는 유쾌한 시트콤 같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조차 닿지 않는 불편한 환경이지만, 그녀는 그 결핍 속에서 자립하는 법을 배운다. 작두를 이용해 씨와 과육을 분리하며 매실청을 담그고, 텃밭의 바질을 말려 페스토를 만드는 소박한 노동, 일상의 묘사는 흙 내음과 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끼게 만든다. 혹독한 겨울날 얼어붙은 강물에서 뜰채로 붕어를 낚아 올리며 느끼는 생명력은 지난한 노동 끝에 찾아오는 달콤한 보상과도 같다.


멈출 줄 아는 용기와 주체적인 삶의 태도

이 책에서 인상적인 지점은 십여 년간 쌓아온 리포터라는 직업을 과감히 내려놓은 저자의 결단력이다. 멀미약을 삼켜가며 험난한 파도 앞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방송인이 화려한 조명을 뒤로하고 낯선 시골을 택한 것은 대단한 용기다. 책의 추천사를 쓴 김재원 아나운서의 말처럼.. 그녀의 시골행은 단순한 현실 도피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바를 향한 능동적이고 아름다운 정착이다.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가 정해둔 성공 궤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최우선으로 둔 태도는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우리는 고다혜 작가의 삶을 통해 멈춰야 할 때를 아는 지혜와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서도 스스로 일상을 개척하는 강인한 의지를 배운다. 무한 경쟁에 지친 현대인에게 그녀가 몸소 증명한 자립의 과정은 삶의 방향성을 점검하게 만든다.


느린 호흡으로 써 내려간 단단한 삶의 문장들

고다혜 에세이 <서른둘, 맨땅에 헤딩하듯 전원생활>의 가장 큰 미덕은 꾸밈없는 솔직함에 있다. 집 짓기의 어려움에서 시작해 흙을 만지는 도예 작업, 사계절의 변화, 자급자족의 요리, 마침내 전원생활을 온전히 즐기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여준다. 화려한 수식어를 배제하고 담담히 써 내려간 문장들은 마치 직접 재배한 채소로 차려낸 소박한 밥상처럼 속이 편안하다.


과거 뱃멀미를 참아가며 삼치를 잡고 <어두일미>라는 자작곡까지 부르며 열성적으로 방송을 만들던 열정적인 리포터는 이제 텃밭의 잡초와 씨름하고 공방에서 도자기를 빚는 성실한 생활인으로 변모했다. 타인의 시선과 도시의 속도전에서 이탈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현대인들에게, 고다혜 작가의 이야기는 남들과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도 충분히 단단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묵묵히 증명한다.





#서른둘맨땅에헤딩하듯전원생활 #고다혜 #푸른향기 #에세이추천 #산문집추천 #귀촌일기 #전원생활 #시골살이 #시골생활 #도예공방 #번아웃극복 #자급자족 #미니멀라이프 #느린삶 #자연친화 #퇴사후일상 #새로운시작 #동기부여 #책리뷰 #서평 #독서기록 #북스타그램 #책추천 #삶의태도 #인생후반전 #서평단 #서포터즈 #도서제공협찬 #신간추천리뷰 #책추천리뷰 #도서추천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