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의 쇼핑몰> 원작자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입증한 강지영 작가의 신작 <프린츠하우스>는 서늘한 공포와 날카로운 사회 비판을 직조해 낸 스릴러다. 작가는 <심여사는 킬러>, <프랑켄슈타인 가족> 등 다수의 전작에서 보여준 치밀한 플롯과 속도감 넘치는 전개, 특유의 블랙 유머를 이번 작품에서도 여과 없이 발휘한다. 17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20개국 이상에 출간될 만큼 보편적인 흡인력을 자랑하는 저자는 북다 신간을 통해 가톨릭 구마 의식과 한국 무속 신앙이라는 이질적인 요소를 자본주의의 어두운 이면과 결합하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이 책은 단순한 악령 퇴치 서사를 넘어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탐욕의 근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촘촘한 세계관과 탄탄한 서스펜스를 즐기는 독자, 한국형 오컬트의 새로운 지평을 경험하고 싶은 장르 소설 팬들에게 망설임 없이 권하는 바이다.
욕망이 똬리를 튼 공간, 기묘한 거주지
소설은 합리적이고 세속적인 게임 개발자 김선우가 한남동의 낡지만 기품 있는 고급 빌라에 입주하며 시작된다. 목차가 암시하듯 소설은 '사람의 집'에서 '귀신의 집', '부마자의 집'을 거쳐 마침내 '영주의 집'으로 향하며 점진적으로 서스펜스의 밀도를 조인다. 선우가 마주한 세입자 전승아는 평범한 외피를 두르고 있으나, 그 안에는 헤아릴 수 없이 탁하고 기괴한 이계의 존재들이 들끓는다. 작가는 선우의 이성적이면서도 탐욕적인 시선을 통해 일상적인 주거 공간이 어떻게 자본과 욕망이 얽힌 지옥의 축소판으로 변모하는지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모기와 지네가 피부를 파고드는 듯한 선우의 환지통이나 과거 연인의 모습을 한 악령과의 조우 장면은 시각적 공포를 넘어 촉각적인 기정사실로 말초신경을 자극한다.
동서양 오컬트의 충돌과 무력한 구원
이 소설의 서사를 이끄는 강력한 동력은 가톨릭 사제와 무당이 빚어내는 파열음이다. 승아의 육신을 차지하기 위해 서양의 악마 레비아탄과 동양의 주술적 저주인 고독이 맹렬하게 충돌한다. 엘리트 지식인으로 포장된 승아의 부모 전무정과 현마리아는 자신의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딸을 지옥의 제단에 바치는 끔찍한 패륜을 저지른다. 신장암에 걸린 아버지가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기복 신앙에 기대어 타인의 생명을 갉아먹는 행태는 자본주의적 이기심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 아비규환 속에서 독자를 짓누르는 것은 구마 사제들의 처절한 선택이다. 이사악 신부는 악마를 외부로 쫓아내는 대신 자신의 영혼과 함께 소녀의 몸속에 십 년 가까이 봉인했고, 미카엘 사제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결단을 내린다. 성수와 기도문, 부적과 굿거리장단이 혼재하는 풍경은 이질감을 넘어 기이한 장엄함을 자아낸다.
영원한 지옥, 불티에 잠식된 인간
결말부에 이르러 소설은 장르적 쾌감을 넘어 윤리적 질문과 절망을 동시에 안긴다. 가장 강렬하고 비장한 기운을 내뿜는 대목은 화자 선우가 끝내 끝없는 탐욕에 사로잡혀 '불티'에 휩싸이는 마지막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