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해도 되는 타이밍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황영미 지음 / 우리학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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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출판사 신간, '황영미 작가'의 4년 만의 장편소설 <고백해도 되는 타이밍>은 청소년기의 섬세한 감정과 성장의 순간을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소설은 첫사랑의 설렘과 우정의 소중함 그리고 자신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선사한다.


시민 중학교에서 허언증이 있다는 오해를 받으며 왕따가 된 '홍지민'은 홀로 급식(혼급식)을 먹어야 하는 처지에 몰린다. SNS에서 이런저런 혼급식 사례를 수집하며 고민하던 지민은 학교 도서관에 틀어박혀 고전을 접하고는 그 매력에 끌린다. 홀린 것처럼 고전 동아리에 가입한 지민은 '조현서' 등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며 그간의 방황과 시행착오에서 탈출하기 시작한다. 급기야 마음이 끌리는 짝사랑남 '안태오'와 가까워지면서 지민은 절대 차이지 않고 상처받지 않을 고백을 하기 위해 타이밍을 재고 작전을 짜기 시작한다.


세상이 급변하고 AI 세상이 도래했다지만, 예나 지금이나 사춘기 시절의 좌충우돌 첫사랑은 달뜬 열병에 걸린 것처럼 고통스럽고 험난하기 그지없다. 갈수록 무게를 더하는 공부/시험 압박과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친구 관계에 더해 꼬일 대로 꼬인 이성 사이까지.. 질풍노도의 시기에 이 모든 난관, 트러블들이 완벽하게 해결되고, 명쾌히 풀릴 리는 만무하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거듭하고 부끄러움과 창피함에 짝남의 눈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멍하니 방황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청춘의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평범하지만 매력 넘치는 지민이 어떻게든 현실을 타파하면서 친구들과의 관계, 가족과의 소통, 호감 가는 이성에 대한 고백 등 다양한 인간관계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이 큰 울림을 준다. 이를 통해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핑크빛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애틋하면서 뒤통수를 치게 만드는 실수투성이 애정담에 젖을 수 있다.


황영미 작가 신작 <고백해도 되는 타이밍>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는 성장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용기와 타인의 감정을 존중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우리학교 신간 <고백해도 되는 타이밍>은 청소년기의 감정과 성장의 순간을 따뜻하고 현실감 있게 그려낸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용기와 그 타이밍의 중요성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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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에 입술을 달아주고 에세이&
이근화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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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신간, 이근화 시인 에세이 <작은 것들에 입술을 달아주고>.

책은 겉으로 보기에 소박하지만 그 안에 담은 글은 생각의 뿌리가 깊고 넓다.

중견 시인이 바라보고 관찰하는 삶과 일상, 현실은 솔직하면서 애틋하고 남다르다.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고 발에 치이는 '솔방울'을 천천히 바라보고 요리조리 살핀다.

최근의 계엄 내란 사태와 탄핵으로 이어지는 혼란한 시국에 대한 시인의 사유를 허심탄회하게 내보이고 둥글고 뾰족한 솔방울을 벗 삼아 진심을 토로한다.



시인은 타인의 고통에 예민하다. 고통을 겪는 당사자가 가족이라면 그 여파와 후유증은 거대한 바위처럼 시인의 가슴을 짓누를 것이다. 병마에 시달리는 노모를 보살피고 간호하고,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오면 마음은 단단히 굳어 산산이 부서질 것만 같다. 마음을 부드럽게 이완시키기 위해 아이들이 읽은 동화책을 읽고 그 의미를 자세히 되새긴다. 각박하고 삭막한 현실이지만 어떻게든 샛길로 돌아가고, 가로막은 돌벼락의 틈으로 건너편을 살피면서 여유로움을 찾고 고통에 매몰되는 것으로부터 멀어진다.



저자는 언어와 문학을 다루는 시인이기 이전에 일상과 현실에 치이는 엄마이자 아내, 며느리 그리고 병든 노모를 간호하는 딸이기도 하다. 갈수록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쉴 틈 없이 바빠지는 현실에서 시인의 세계로 돌아오기에는 그 낙차가 깊고도 멀다. 실제 삶과 이상 또는 업을 오가며 때로는 미칠 것만 같고 혼란스러운 시간들이 늘어날 때, 저자는 멀리 동해 바다로 떠나 파도에 몸을 맡기기도 하고, 가족들을 위한 요리에 집중하기도 한다.



우리는 <작은 것들에 입술을 달아주고>를 읽으며 네 아이의 엄마이자 노모의 딸, 교단에 선 시인으로서 ‘삶’과 ‘시’ 사이를 오가며 체험한 하루하루를 근접하여 체험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비상계엄 & 탄핵, 기후 위기, 인공지능 AI 등 예측할 수 없는, 험난한 시대적 파고 속에서 일상을 스치는 작은 순간들이 어떻게 우리를 일으켜 세우고 글로 태어나는지 깨닫게 한다.


"우리는 참 많이 만났다. 나의 작은 인간들. 헤어질 수가 없어서 꼬깃꼬깃 접었다 폈다 하며 지칠 때까지 그려본다. 나의 작은 인간들은 웃고 울고 노래하며 지칠 줄 모른다.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 그렇게 노크를 하고, 스르르 문이 열린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고 드문 축복인 것 같다."_ 139p


시인의 에세이답게 감각적이고 간결한 언어와 에세이적 사유가 절묘하게 어울린다. 허나 그 안에 담긴 사소한 진심은 오랜 시간 천천히 벼려 내고 연마한 시인의 것이라, 고유하면서 독자적인 사유의 폭과 깊이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작은 것들에 입술을 달아주고>라는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의 세부에 언어적 생명력을 부여하고, 그(것)의 말을 들어주고 자신의 속내를 내보이며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 할 수 있다.



창비 신간 에세이 <작은 것들에 입술을 달아주고>는 시인 이근화가 일상과 시의 경계를 유려하게 넘나들며 세심히 빚어낸 작품이다. 담담하면서도 공감이 되는 목소리 그리고 시적 영감을 촘촘히 엮어낸 언어의 미학이 돋보인다. 반복되는 삶과 무의미한 일상 속에서 어떻게 독자적인 글이 태어나고 생생한 시가 탄생하는지, 경험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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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관하여
베레나 카스트 지음, 최호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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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언제 불안에 휩싸이고 사로잡히는가? 테마파크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천천히 레일의 고점에 도달할 때. 학창 시절, 수능 D-day 가 점점 다가올 때. 지망하는 회사의 면접장에 들어가기 직전 또는 수많은 청중 앞에서 공들여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직전이라든지.. 손바닥에 땀이 나고 동공이 흔들리며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안색이 붉어지고 호흡이 거칠어지는가 하면 어지러운 빈혈 증상에 두통, 복통이 겹치기도 한다.


현대인들이 자주 겪는 불안 증세는 일상 속 자주 마주치는 가족, 친구와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우리는 불안을 껴안고 받아들이며 때로는 극복하고 떨치기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을유문화사 출간 <불안에 관하여>는 독일 출신의 심리치료사이자 융(Jung) 심리학 권위자인 베레나 카스트(Verena Kast)의 저작이다. 서두에서 '불안'의 의미, 본질, 각자 개인이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대처하는 법을 다룬다. 키르케고르, 하이데거 등 철학자들의 불안에 대한 실존철학적 의의, 구체적 사례를 되새긴다. 또한 불안이라는 일종의 신체 증상, 감정 상태의 유발 요인과 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우리가 앞서 정의한 불안한 상황에서 긴장을 떨치기 위해 심호흡을 한다든지, 눈을 감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명상을 한다든지, 가볍게 몸을 풀고 스트레칭을 한다든지 하는 행위는 유구한 역사 속에 인간이 불안으로부터 탈출하고 생존하기 위해 개발한 해결책들이다.



"우리는 때때로 우리 자신 때문에 놀랄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다시 말해 이런 놀라움을 부정하는 대신에 '무의식'의 존재를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의 이상적 자아상을, 우리가 원하는 우리의 모습을 우리 삶에 더 적합하게 바꿀 줄 알아야 한다."_297p



저자는 저명한 심리 치료사, 심리학 귄위자 답게 불안을 회피하거나 억누르는 대신 ‘마주할 용기’를 갖추기 위한 심리적·실천적 방법을 제시한다. 호흡과 이미지 활용, 자기 성찰적 일지 쓰기 등 구체적 기법을 통해 내면의 경고 신호를 능동적으로 수용하도록 돕는다. 불안이 단순한 ‘위험 신호’가 아니라 내면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촉매가 될 수 있음을 제시하고, 불안이 열어 주는 새로운 삶의 지평을 모색한다.


베레나 카스트 <불안에 관하여>는 기존 심리치료서가 제공하지 못한 불안의 존재 의의를 세부적으로 조망하는 드문 저작이다. 저자는 융 심리학의 이론적 깊이를 바탕으로 불안을 일시적 장애가 아닌 ‘내면을 탐색하고 성장시키는 신호’로 재정의한다. 각 장에 제시된 구체적인 실천 사례와 과제들은 이론과 실천을 결합하여 독자로 하여금 불안을 일종의 지지벽이자 토대, 파수꾼처럼 대할 수 있도록 가이드 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불안을 억누르고 회피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나아가 불안이 던지는 질문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재구성할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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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극한기 - 영화 [바이러스] 원작 네오픽션 ON시리즈 35
이지민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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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 시대 청춘들의 좌충우돌 극한 생존기, 화제의 신간 <청춘극한기>가 출간되었다.


저자 이지민 작가는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및 드라마 작가로 활동 중이며, 장편소설 <모던보이: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로 문학동네 신인작가 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이후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 <나와 마릴린> 등의 장편과 다수의 영화·드라마 시나리오 작업을 통해 영화적인 서사를 탁월하게 구사하는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네오픽션에서 출간한 근간 <청춘극한기>는 최근 개봉한 영화 〈바이러스〉의 원작 소설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옥택선은 일, 연애, 인간관계 어느 것 하나에도 흥미를 잃은 'MZ 세대', ‘요즘 것들’ 중 하나다. 어느 날, 소개팅에서 괴짜 과학자 '남수필'을 만나고 이후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종 ‘러브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타인에게 열렬히 사랑을 느끼고 무모한 모험을 감행하는 도파민 & 엔도르핀 충만한 일상에 빠지게 되는데.. 백신이 없으면 생사가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옥택선은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걸고 모험을 감행하며 비로소 타인을 돌아보고 자신이 살아 있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이 과정에서 ‘청춘’이란 단순한 세대적 위기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빛나는 순간임을 역설한다.


이지민 작가 <청춘극한기>는 청춘의 불안과 무기력을 SF 적 발상과 로맨스 장르가 절묘하게 교차하는 지점에서 승화시킨 작품이다. 남수필과 첫 만남을 가지는 초반부터 한없이 명랑하고 솔직한 대사가 쏟아지고, 긴박한 상황이 쉴 틈 없이 이어진다. 바이러스로 사망한 남수필이 남긴 힌트를 따라 '이균' 박사와 힘을 합쳐 백신을 찾는 과정이 요절복통 흥미진진하다. ‘사랑에 걸리면 죽을 수도 있다’는 극한의 상황 설정은 독자를 단숨에 몰입시키며, 낭만적이면서 현실적인 캐릭터 구축을 통해 감정의 파고를 생생히 전달한다. 기존 로맨스나 재난 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러브 바이러스’ 설정은 실수투성이지만 열병과 같은 호된 시기를 정면 돌파하는 가운데 획득하는 청춘의 의미를 보여준다. 단순한 ‘바이러스 감염기’가 아니라 기발한 상상력과 치밀한 심리 묘사가 만나 ‘청춘 예찬’이라는 주제를 깊고도 즐겁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한국 장르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하고 싶다.


더불어 이 소설을 원작으로 최근 개봉한 배두나, 김윤석, 장기하, 손석구 출연 <바이러스> 영화는 톡소 바이러스에 감염된 핑크빛 청춘들을 얼마나 코믹하고 매력적으로 그려냈을지 기대가 된다. 영화를 미처 보지 못한 분들 & 혹여 감상했더라도 원작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지민 작가 <청춘극한기>를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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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하이드어웨이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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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셜에서 출간된 후루우치 가즈에의 신작 소설 <도쿄 하이드어웨이>. 현대 도시인의 고단한 일상 속 작은 쉼터이자 은밀한 오아시스를 여섯 편의 단편으로 그려낸 소설집이다. 도쿄의 IT 기업 ‘파라다이스 게이트웨이’ 등을 중심으로 사회에 갓 진입한 MZ 세대 신입사원부터 중간 관리자·거품경제 세대 임원 그리고 괴롭힘당하는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위치의 인물들이 자신만의 ‘은신처(Hideaway)’를 찾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영화사, 중국어 번역가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닌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관찰력은 빌딩 숲속 점심시간 풍경과 직장인들의 내면 갈등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들의 고립과 갈등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하는 연대, 작은 위로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각 단편마다 현실에 지친 등장인물들이 자신만의 은밀한 오아시스이자 아지트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재충전하는 모습을 통해 ‘타인의 간섭, 방해 없이 숨 고르고 리프레시 할 공간’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방주의 앞길은 험난할 것이다.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콘크리트 정글을 항해해야 하니까. 사회도 회사도 공평하지 않다. 그러나 물러서지 말자. 다들, 지지 말자."_116p



책을 읽으며 지난 사회생활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톱니바퀴와 같은 소모적인 나날들. 다양한 인간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성과를 쫓아 살아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갈등이 빚어지고 트러블이 발생하는 법. 스트레스와 피로에 찌들어 사무실과 회의실에 갇혀 있다 보면 가끔은 삭막하고 냉정하고 무감각한 공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가까이는 비상로 램프가 깜박이는 외부 계단일 수도 있고, 허름한 자재 창고일 수도 있다. 때로는 인근의 으슥한 카페나 그늘에 방치된 공원이나 놀이터 벤치도 숨어드는 아지트로 딱이다. 외부 출장이나 세미나를 빙자해 아무 극장이나 찾아 흘러간 영화들을 보며 잡생각을 떨치고 어느새 깊은 잠에 들기도 했었지. 돌이켜 보면 처절하고 다이내믹한 정글 콘크리트 도시, 서울에서 제정신으로 살아남으려면 자신만의 오아시스이자 은신처, 즉 '하이드어웨이'를 마련하고 틈틈이 은신할 필요가 있었다. 은밀한 나만의 도피처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총성 없는 전쟁터와 같았던 지난 사회생활을 어찌 버텼을지 가늠이 되지를 않는다. 더불어 뜻이 맞는 이들이 각자의 하이드어웨이를 소개하고 날 초대하지 않았다면, 영영 고립되고 소외된 하루하루를 버티다 지치고 스러졌으리라.


인플루엔셜, 후루우치 가즈에 소설집 <도쿄 하이드어웨이>는 각자의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다 자신만의 하이드어웨이를 찾아 숨어든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는 유난히 애착이 가고 공감되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은밀한 아지트를 떠올릴 것이다. 정글 콘크리트를 헤매다 어느 으슥하고 깊은 동굴을 찾아 누운, 숨을 헐떡이며 상처 입은 짐승처럼.. 은신하며 상처를 핥는 야수의 점점 차오르는 숨소리와 빛나는 두 눈을 보라. 얼마 후 기력을 되찾은 우리는 다시금 빌딩 숲을 헤치며 크레이지 한 세상을 탐험하며 고투를 계속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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