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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 땅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평점 :
<키메라의 땅 Le Temps des chimères>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장편으로 열린책들, 김희진 옮김으로 전 2권 출간되었다.
주인공 '알리스 카메러'는 진화생물학자이자 혼종 창조자이다. 소설은 기후 위기, 핵 전쟁으로 인류가 황폐화된 근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알리스의 유전자 실험으로 탄생한 ‘키메라’들이 새로운 생태적 지위를 차지하며 구 인류와 공존, 갈등, 경쟁하는 서사가 전개된다. 지하에서 적응한 두더지형 혼종, 공중을 유영하는 박쥐형 혼종, 표면을 지배하는 미지의 혼종 등 복수의 종족이 등장한다. 각 종족 간의 동맹, 충돌과 창조자 알리스의 윤리적 고민, 인류의 미래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대서사로 엮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키메라의 땅>은 저자 특유의 ‘과학적 상상력’과 ‘신화적 서사’가 한데 어우러진 장대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이다. 저자는 생물학, 유전공학, 진화적 상상력을 동력으로 삼아 ‘혼종(키메라)’이라는 존재를 통해 종의 경계, 정체성, 권력 구조를 과감히 허문다.
초반 플롯은 창조자 알리스의 시선과 혼종들 각 집단의 적응 전략을 교차시키며 전개된다. 이러한 서사는 독자로 하여금 ‘과연 누가 인간이고 누가 비인간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특히 베르베르는 생태적 위기라는 현실적 토대를 화두에 올렸다. 기후 재난, 식량 문제, 핵 위협이 단순한 배경을 넘어 등장인물의 선택과 공동체 간 갈등을 규정한다.
서사 흐름은 크게 두 층위로 나뉘는데.. 한 축은 흡인력 있는 모험담, 정치적 음모, 전투 묘사로 독자의 긴장과 흥미를 유발하고, 다른 축은 종의 윤리, 창조자의 책임, 미래 기술의 한계라는 사유적 논점으로 독자의 사유를 촉발한다. 베르베르 특유의 ‘백과 사전식 설명’과 짧은 삽화적 지문은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어려운 과학적 용어, 실험적 절차, 생태계의 메커니즘을 쉬운 비유로 풀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종의 계보, 유전적 장치, 정치 지형에 대한 설명적 서술이 많아 인물의 감정선이 상대적으로 희미해지는 파트가 눈에 띈다. 또한 거대한 아이디어를 여러 갈래로 펼치다 보니, 일부 장면은 설득력 있는 논리보다 장대한 스케일 묘사에 의존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
허나 이 작품은 베르베르의 장르적 장점(대중적 서사력, 아이디어의 직관성, 지식 유희)을 유지한 채, 한층 성숙한 생태적 상상력을 시도한 성과로 읽힌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는 이전에 <개미>, <신들의 숨결>, <제3의 인류> 등에서 보여 준 ‘지식과 이야기의 결합’을 본작에서도 일관되게 발전시킨다. 대중성과 사유성을 동시에 겨냥하는 그의 소설은 광범위하고 충성도 높은 독자층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키메라의 땅>은 오늘의 기술적 가능성과 윤리적 질문을 대담하게 소설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베르베르 만의 포스트-아포칼립스 작품이다. 동시대 생태적, 정치적 문제를 문학적 상상 & 사유를 통해 읽고 싶은 독자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다.
".. 그렇게 해서 인류 4분의 3이 고작 며칠 만에 사라졌어요. 폭격을 맞아, 아니면 그 결과로 생긴 방사능 섞인 바람 때문에 말이죠." 알리스 카메러가 설명한다.
15년이 지났다."_<키메라의 땅> 1권 2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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