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들 ㅣ 환상하는 여자들 2
브랜다 로사노 지음, 구유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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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싸웠던 전장에는 꽃을 가지고 가야 하는 법이야."

"아이 버섯은 지혜롭습니다. 지혜가 곧 언어이기 때문이지요. 지혜는 몸이 아닌 목소리입니다."


남미 문학의 신경향을 이끌 작가로 손꼽히는 '브렌다 로사노'의 <마녀들>이 은행나무 '환상하는 여자들' 시리즈의 제2권으로 출간되었다.

소설은 오악사카의 후예로서 치유자의 피가 흐르던 '팔로마'가 살해당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팔로마는 가스파르라는 이름의 소년으로 출생한, 사포텍 문화권에서 제3의 성으로 인정받는 '무셰'이다.

일종의 주술적 언어를 통해 길흉화복을 점치고 미래를 예지하는 전통 무속인인 듯하다.


팔로마의 살인 사건을 취재하는 젊은 기자 '조에'와 팔로마의 사촌이자 후계자인 '펠리시아나'가 번갈아 등장하고 또는 마주치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자신 혹은 주위의 여성들이 성장하면서 다양한 폭력에 노출되고, 위험에 처하는 장면이 연이어 묘사된다.


현대적인 도회지 멕시코시티와 호젓한 산골 마을 산펠리페에서 각각의 여성들은 신체적/정신적으로 심각한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딸에게 닥칠 위험을 예지하는 엄마의 기이한 능력 때문에 몇 번의 구사일생을 경험한 조에는 그 비결을 묻는다.

"여자들은 모두 자기 안에 마녀 같은 면을 조금은 품은 채로 태어난단다.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지."


여성들은 무법천지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신비한 능력을 일부 지니고 태어난다. 그 필살기는 후천적으로 습득될 수도 있다. 허나 온갖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홀로 생존하기는 불가능하다. 여성들은 연대와 협력을 통해 서로의 무사안녕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단단히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아야만 마녀사냥을 피할 수 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고립되어 반사회적인 이단으로 취급받는 마녀들을 불태우기 위한 제단이 높이 솟아 있다. 활활 불타오르는 화형대를 목전에 두고 여성들은 공동체 의식을 굳게 다지는 한편, 각자의 언어적 능력을 발휘해 연대할 필요가 있다. 마술적인 힘과 집단의식이 깃든 언어는 지혜를 발화시키며, 이를 통해 이질적인 세계와 진영은 조화를 이루고 평안을 되찾을 수 있다. 세대를 넘은 치열한 투쟁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을 때.. 생살이 타드는 고통이 멈추고 잿더미만 남은 전장에 검붉은 꽃무리를 수놓을 수 있는 것이다.


브렌다 로사노의 장편 소설 <마녀들>은 두 여성과 세계가 대립이 아닌, 언어적 치유와 연대를 통해 폭력의 상처를 회복하고 해소하는 이야기를 마술적인 필치로 그린다. 우리는 그녀의 소설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상처가 집단의 언어를 통해 회복되는 주술적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현실 사회의 편견과 무자비한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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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마지막 여름
지안프랑코 칼리가리치 지음, 김현주 옮김 / 잔(도서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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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로마'는 화려하고 북적이는 대도시지만, 그 이면은 황량하고 혼탁한 데다 퇴색되어 가는 그림자가 기울었다. 그 도시에 머무르는 이들은 수많은 군중들에 둘러싸여 정처 없이 표류한다. 그들은 과장된 미소를 지으며 관심과 사랑을 갈망하지만, 도시가 내뿜는 어둑한 그림자에 온몸이 물드는 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외로움과 고독은 떨어질 수 없는, 그들의 절친이었다.




1973년 첫 출간 이후, 절판과 재출간을 거듭하며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으로 남은 컬트 소설 <도시의 마지막 여름>이 출간되었다. 알음알음 입소문으로 이어진 명성답게, 로마의 명소를 묘사한 '지안프랑코 칼리가리치'의 문장들은 생동감이 넘치고 정교하기까지 하다. 커플의 애정 행위를 정밀 스케치한 문장들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에로틱하게 들끓는다. 책을 읽다 보면 밀라노에서 로마로 건너온 '레오'가 되어 핀초 언덕의 테라스, 캄포 데이 피오리의 쉼터, 움베르티노 지구 등 한여름 로마의 곳곳을 방랑하듯 거닐 수  있다. 레오는 완벽한 혼자가 아니었다. 로마 상류층에 속하는 어느 부부와 가까이 지냈고, 뜻이 맞아 함께 영화를 제작하려 한 절친 '그라지아노'도 외로움을 달래 주었다. 그와 사랑 비슷한 감정을 나누는 '아리아나' 또한 나비처럼 그의 곁에 머물다 사라짐을 반복하며 육체적 관계를 맺는다.


번잡한 도시 안에서 무의미하고 공허한 나날을 지속하던 레오는 곁의 모든 이들을 관찰한다. 어떠한 분석이나 냉철한 비판 없이 방관자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끝 모를 고독의 중심으로 점차 끌려간다. 가혹한 운명은 무더운 도시 한가운데서 표류하는 그를 놓치지 않았다. 진심으로 교류하던 그라지아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그의 시신을 수습하면서 레오는 도시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 존재의 의미에 대해 강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애써 숨기고 부정하면서 아리아나 곁에 머물려 했던 그는 벼랑 끝으로 자신을 몰고 간다. 헛된 허영심과 사치에 잠식당한 그녀는 결국 레오의 곁을 떠날 수밖에 없다. 레오는 하이에나처럼 타인이 남긴 음식을 먹어치우고, 사랑하는 애인을 독차지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절감하며, 도시에서 버림받고 추방당한 모든 이들을 받아주는 푸른 '바다'를 향해 다가간다.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영원을 향해 나아갔다.

 



50년 전에 출간된 이 책이 대중들 사이에서 망각되지 않고 복간되는 데는 어떤 보편적 의미가 숨어있을 것이다. 우리는 각종 SNS로 촘촘히 연결된 인터넷/디지털 AI 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레오가 느끼는 고독감과 허무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극명하게 대비되는 인간관계는 이런 모순을 극대화하며, 무수한 팔로워에 둘러싸여 소외감과 외로움을 면치 못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량적인 숫자로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장기간 고립되어 끝내 고독사할 처지에 몰리는 이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도심의 이면에 깔린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진심 어린 사랑과 우정을 나누지 못하는 '레오'들은 오늘날 대도시 어디에나 존재한다. 돛을 올리고 나아가야 할 뚜렷한 목적지 없이 떠도는 이들. 이 시대를 살아야 하는 존재 의미를 숙고하지 않은 채, 부유하는 이들이 여러 도시에 남아있는 한, 이 책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보편성을 획득할 것이다. <도시의 마지막 여름>이 시대를 관통하는 영원한 고전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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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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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한 계급 사회 속 발아하는 비극의 씨앗

박지리 작가의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철저하게 통제되고 구획된 가상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인간의 씁쓸한 이면을 치밀하게 묘사한 소설이다. 소설 속 세계는 1지구부터 9지구까지 철저한 계급에 따라 나뉘어 있다. 상위 지구로 갈수록 풍요와 특권을 누리며 하위 지구는 빈곤과 범죄가 들끓는 무법 지대다.

주인공 다윈 영은 최상위 계층이 거주하는 1지구의 명문 학교 프라임스쿨에 재학 중인 16세 소년이다. 문교부 장관인 아버지 니스 영의 든든한 배경과 본인의 뛰어난 두뇌,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성정까지 갖춘 다윈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온전한 빛의 표상처럼 보인다. 여기에 프라임스쿨의 숨 막히는 학업 경쟁이 더해진다. "프라임 보이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 내기 위해 매일 밤 창가 빛을 밝히지만, 이들에게 실패는 기회가 아니라 오히려 벌의 속성을 띠었다."라는 작가의 통찰은 1지구의 풍요 속에 감춰진 억압적인 엘리트주의를 고발한다.


하지만 소설은 다윈이 1지구의 온실을 벗어나 하위 지구의 정원사 아저씨가 흘리는 땀방울에서 묘한 죄책감을 느끼는 장면이나, 동갑내기 소녀 루미 헌터와 함께 하위 지구로 향하는 낡은 기차에 탑승하며 겪는 충격을 통해 견고한 체제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다. 부모 형제와 단절된 채 오직 1지구의 지배 계층으로 길러지는 프라임스쿨의 엄격한 기숙사 생활은 소년들의 내면에 은밀한 이질감을 심어놓는다. 책 속에 묘사된 낡은 열차의 불쾌한 냄새와 뜯겨 나간 좌석 커버는 다윈이 처음 마주한 현실의 흉터이자 앞으로 그가 짊어져야 할 진실의 예고편과 같다. 특히 루미 헌터가 죽은 삼촌 제이의 방에서 테이프에 녹음된 음성을 듣고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하면서, 30년 전 안개에 휩싸인 실버힐 폭동의 미스터리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다.


세대를 이어 대물림되는 원죄와 인간의 딜레마

주요한 갈등은 아버지와 아들 세대에 걸쳐 이어지는 원죄의 대물림이다. 30년 전 실버힐에서 발생한 제이 헌터의 죽음은 영 가문에 숨겨진 거대한 그림자다. 루미 헌터가 삼촌 제이의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자애로운 1지구의 어른으로만 보였던 아버지 니스 영의 불안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른다. 다윈이 루미를 집으로 초대했을 때 니스가 느꼈던 미심쩍은 조각과 두려움은 단순한 부모의 기우가 아닌, 과거의 과오가 현재의 일상을 파괴할지도 모른다는 본능적인 공포였다. 아들을 향한 니스의 비틀린 부성애는 "다윈은 한 마리의 양이었다. 내가 저지른 죄를 속죄하기 위해 제물로 바치는 양"이라는 고해성사 같은 독백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할아버지 러너 영과 아버지 니스 영, 그리고 아들 다윈 영으로 이어지는 3대의 관계는 신뢰가 아닌, 날 선 긴장감으로 팽팽하다. 대외적으로 예의 바르기로 소문난 니스가 아버지 러너에게만은 적대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은 "세상의 모든 아들들은 아버지의 적군이다"라는 섬뜩한 문장과 맞물려 숨 막히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다윈은 진실의 조각들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선악의 기로에 선다. 아버지가 감춘 죄악을 깨달은 다윈은 악몽 속에서 "살인자, 살인자, 니스 영 넌 살인자야."라는 환청에 시달리며 무너져 내린다. 정의를 선택하여 자신이 누려온 1지구의 삶과 아버지를 파멸시킬 것인가, 아니면 그 악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기득권의 세계를 지켜낼 것인가. 소설은 섣부른 도덕적 판단을 유보한 채, 생존과 번영을 위해 기꺼이 타락을 선택하는 인간의 서글픈 생물학적 본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천재 작가가 남긴 문학적 유산 & 사후의 평가

박지리 작가는 스물다섯에 <합체>로 제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2016년 이른 나이에 돌연 세상을 떠났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그가 남긴 서사적 성취를 증명하는 대표작이다. 8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단 한순간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속도감과 복선 회수 능력은 놀라움을 자아낸다. 인간 내면에 숨겨진 위선과 이기심을 해부하는 작가 특유의 예리한 시선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만나 에너지를 뿜어낸다. "만약에 저울에 3그램 이상이 뜨면, 그 사람은 새해를 맞을 자격이 없는 죄인이니 처벌받아야 한다"라는 대사처럼, 소설은 끊임없이 인간의 원죄와 순결함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소설이 2016년 출간 이후 15쇄를 돌파하며 굳건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2018년 서울 예술단의 창작 뮤지컬로 무대에 올라 매 시즌 폭발적인 관객 반응을 이끌어낸 이유는 명확하다. 단순히 가상의 세계를 그린 판타지 스릴러를 넘어 현대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계급주의와 능력주의의 허상을 날카롭게 찌르고 있기 때문이다. 관객과 독자들은 무대 위에서, 혹은 활자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다윈의 절망적인 선택을 지켜보며 우리 현실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한국 문단에 새겨진 독보적 발자취, 박지리의 작품 세계

사후인 2020년, 그의 문학적 성취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박지리문학상'은 작가가 한국 문단에 남긴 족적이 얼마나 뚜렷한지를 방증한다. 생전에 발표한 고시원 배경의 소설 <맨홀>(2012)과 노인들의 씁쓸한 현실을 그려낸 <양춘단 대학 탐방기>(2014), 그리고 사후에 출간된 <번외>(2018)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사회의 그늘진 곳과 인간 존재의 근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두고 김명남 과학서 번역가는 추천사에서 "가상세계를 가장 효과적으로 그려낸 일종의 SF다. 또한 종교적 상징과 과학을 끌어들인 은유를 비롯하여 많은 기호로 시공을 추상화했으나 그것이 유치하지 않은 일종의 판타지"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덧붙여 결말을 일찍 짐작했음에도 플롯의 당위에 설득되어 나가는 탁월한 범죄소설이라고 평가했다. 치열한 삶의 문제의식을 탁월한 서사로 엮어낸 그의 통찰을 확인하고 싶다면, 데뷔작 <합체>부터 마지막 흔적인 <번외>까지 작가의 궤적을 차례로 좇아 읽어보기를 강력히 권한다.


선과 악의 경계에 선 독자들에게..

다윈 영의 이야기는 끝내 해피엔딩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결말부에 다다라 다윈은 어린 시절 친구 레오와 나누었던 오래된 놀이공원 입장권을 땅에 떨어뜨리며 "이젠 아무 쓸모 없는 거야"라고 차갑게 내뱉는다. 빗물에 젖어 곧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찢어지는 종이의 묘사는, 다윈이 자신의 결백했던 과거를 가차 없이 단절해 버리는 의식과도 같다. "어떠한 죄도 짓지 않은 채 어린 시절과 결별하고 어른이 된다는 게 가능할까?"라는 문구는 바로 이 참혹한 성장의 순간을 정통으로 찌른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살려 달라고 빌어야지. 아버지와 나를 살려 달라고 눈물로 빌며 애원해야지"라고 되뇌며 끔찍한 진실을 은폐하는 다윈의 모습은 타락의 정점을 보여준다. 빛을 향해 뻗어 나가려던 소년이 어떻게 안개 낀 어둠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 무감각한 어른이 되어가는지.. 그 비극적인 껍질 깨기를 숨죽여 지켜볼 뿐이다. 진실을 마주한 다윈의 서늘한 변화는 우리의 가슴에 거대한 파문을 일으킨다.


우리는 과연 다윈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이 책을 덮고 나면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는 색채를 잃고 오직 생존을 갈구하는 이기적인 인간의 초상만이 뇌리에 남는다. 인간 진화에 관한 미싱 링크를 치밀하게 추적해 나가는 이 실증적 보고서는 긴 여운과 함께 스스로의 도덕성을 끊임없이 묻고 또 묻게 만든다. 세상을 떠난 천재 작가가 남긴 서늘한 질문이 아직도 귓가를 맴도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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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호텔 ㅣ 노는날 그림책 46
다비드 칼리 지음, 안나 아파리시오 카탈라 그림, 박재연 옮김 / 노는날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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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 부는 계절에 만나는 포근한 이야기 옷깃을 여미게 되는 쌀쌀한 날씨가 찾아오면 마음까지 훈훈하게 데워줄 이야기가 생각나지요. 오늘은 기발한 상상력을 자랑하는 다비드 칼리 작가와 안나 아파리시오 카탈라 작가가 그림을 그린 <가을 호텔>을 소개할게요. 노는날 출판사에서 출간된 이 책은 추운 겨울을 피해 달콤한 단잠에 빠져드는 숲속 생물들의 다정한 일상을 담고 있답니다. 프랑스 문학과 미술사를 공부한 박재연 번역가의 매끄러운 우리말 옮김 덕분에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한결 편안해요.


맞춤형 서비스가 가득한 신기한 호텔 풍경

낙엽이 붉게 물들고 기온이 뚝 떨어지면, 동물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웅장한 나무로 지어진 가을 호텔로 모여듭니다. 부지런한 오소리 지배인과 까치 벨보이들이 손닙들의 짐을 나르며 분주하게 움직이지요. 1층에는 커다란 곰 아저씨가 자리를 잡고, 대가족인 햄스터는 2층을 통째로 빌렸어요. 마멋 가족은 4층에 널찍한 방을 두 개나 마련했답니다. 손님마다 입맛에 꼭 맞는 맞춤형 간식을 준비해 둔 점이 흥미로워요. 곰을 위한 달콤한 꿀단지, 거북이 부부의 싱싱한 잎사귀, 달팽이의 아삭한 상추, 겨울잠쥐를 위한 개암과 호두까지 세심한 배려가 돋보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벽난로 앞에 모여 인사를 나누는 밤, 겨울잠쥐 기로가 보이지 않아요. 동물들은 매서운 추위 속에 길을 잃었을 기로를 위해 쪽문을 열어두고 환한 불빛을 밝혀둔 채 친구를 기다린답니다.


꽁꽁 언 마음을 녹이는 친구들의 배려심

그림책 <가을 호텔>을 읽으며 가장 가슴 뭉클했던 장면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친구를 애타게 기다리는 숲속 이웃들의 모습이었어요. 자신들은 이미 안전하고 아늑한 방에 들어와 있지만, 밖에서 떨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온기를 나누려는 태도가 여운을 남깁니다. 화사한 가을 색채와 세밀하게 묘사된 건물 내부를 구경하는 즐거움도 크지만, 그 안에 스며든 타인을 향한 따뜻한 메시지가 이야기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요.


엄마 아빠와 아이가 함께 읽어야 할 이유

부모님과 아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읽기에 참 유익한 책이에요. 자연스럽게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의 생태와 각기 다른 식성을 습득할 수 있답니다. 무엇보다 생김새와 생활 방식이 다른 생물들이 한 공간에 모여 서로를 챙겨주는 과정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을 기를 수 있어요. 개성 넘치는 귀여운 캐릭터들은 시각적인 만족감까지 풍성하게 선사한답니다.


푹 빠져들어 감상하는 아이들의 다채로운 반응

아이들은 마치 아기자기한 동물의 집을 들여다보듯.. 호텔 단면도를 뚫어지게 관찰했어요. 층마다 어떤 동물이 머물고 있는지 숨은그림찾기 하듯 무척 즐거워했답니다. 각양각색의 간식 창고를 보면서 자신이라면 어떤 음식을 고를지 조잘조잘 이야기꽃을 피웠어요. 마지막에 길을 잃은 기로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 두 손을 모으고 응원하는 모습도 사랑스러웠답니다.


다비드 칼리와 노는날 출판사가 선사하는 또 다른 이야기들

다비드 칼리 작가와 노는날 출판사가 호흡을 맞춰 출간한 다른 그림책들도 아이들과 꼭 함께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려요. 먼저 <수줍은 괴물 조르지오>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한 나를 발견하고 자존감을 튼튼하게 키워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작품이랍니다. <슬픈 유령 누더기>는 마음속에 자리한 상처를 조심스레 알아차리고 건강하게 회복하는 방법을 다정하게 알려주어, 아이들이 낯선 감정을 스스로 돌볼 수 있도록 이끌어 주지요. <가을 호텔>에서 엿볼 수 있었던 작가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타인을 향한 따스한 시선이 앞서 말한 두 작품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어요. 주말 오후나 잠들기 전, 아이 곁에 나란히 누워 이 책들을 차례대로 만나보시면 가족 모두에게 더욱 다채롭고 포근한 독서 시간이 될 거예요.


기발한 상상력과 따스한 시선이 머무는 다비드 칼리의 작품 세계

다비드 칼리 작가의 그림책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틀을 깨는 독창적인 상상력에 있어요. 일상적인 소재나 평범해 보이는 상황 속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답니다. <가을 호텔>에서 겨울잠을 자러 온 동물들에게 맞춤형 룸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설정처럼, 작가의 작품 곳곳에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놀라운 발상이 가득해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 바탕에는 항상 타인을 향한 다정한 위로가 깔려 있어서 다 읽고 나면 마음이 포근해진답니다.

아이와 어른 모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사로운 메시지 또한 작가는 두려움, 소외감, 슬픔 같은 아이들이 겪기 쉬운 복잡한 감정들을 무겁지 않게 다루는 데 능숙해요. 개성 넘치고 귀여운 캐릭터들을 내세워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주제도 유쾌하고 자연스럽게 풀어내지요. 덕분에 아이들은 거부감 없이 주인공의 상황에 공감하며 스스로 내면을 단단하게 다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답니다. 화려한 수식어나 길고 복잡한 문장 없이 간결하면서도 리듬감 있는 글을 선보인다는 점도 돋보여요. 유머러스한 전개 속에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담아내어 아이들뿐만 아니라 함께 책을 읽는 부모님들의 마음까지 뭉클하게 어루만져 주는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어요.


노는날 출판사와 다비드 칼리 작품을 풍성하게 즐기는 꿀팁

노는날의 사회 정서 그림책 시리즈는 아이들의 마음을 돌보고 세상을 향한 이해심을 넓혀주기로 유명하지요. 이 책을 더욱 생생하게 감상하려면 책 속 부록에 적힌 안내처럼 부모님과 소리 내어 함께 읽어보세요. 주인공들의 기분이 어떨지 마음을 나누고, 그림을 보며 아이가 자유로운 생각을 펼치도록 이끌어주시면 참 좋답니다. 다비드 칼리의 널리 알려진 작품인 <나는 기다립니다>, <수줍은 괴물 조르지오> 등을 함께 찾아 읽어보며 작가 특유의 재치 있고 감동적인 전개 방식을 비교해 보는 독후 활동도 추천해요. 부록 굿즈로 제공되는 포스터, 엽서를 활용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정한 안부 인사를 전해보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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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비하인드 컬렉션 : 종족의 숨겨진 이야기 ㅣ 전사들
에린 헌터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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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헌터의 환상적인 세계관이 돋보이는 가람어린이 신간 <전사들 비하인드 컬렉션: 종족의 숨겨진 이야기>는 기존 시리즈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전사들의 이면을 조명하는 매력적인 작품이랍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 견줄 만큼 전 세계적인 화제작으로 116주 동안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유를 이 책 한 권으로 충분히 증명하고 있어요. 세 편의 이야기는 선과 악의 단순한 대립을 넘어 각 캐릭터가 짊어진 도덕적 번뇌와 처절한 희생을 설득력 있게 그려냅니다.


책은 세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첫 번째 이야기인 <타이거클로의 분노>에서는 천둥족 무리에서 추방당한 타이거클로가 떠돌이들을 모아 전염병으로 무너져가는 그림자족을 장악하는 맹목적인 야심과 원초적인 생존 본능을 생생하게 보여줘요. 이어서 <리프풀의 소원>은 치료사라는 엄격한 규약과 혈육을 향한 모성애 사이에서 갈등하는, 세 아이를 임신한 리프풀의 애달픈 사연을 다루며 별족의 계시 앞에서도 흔들리는 나약한 개인의 아픔을 포착해 독자들의 콧잔등을 시큰하게 한답니다. 마지막 <도브윙의 침묵>은 어둠의 숲 전투 이후 비범한 능력을 잃어버리고 평범한 전사로 살아가는 도브윙의 상실감을 차분하게 따라갑니다. 동료들과 함께 여우 덫에 갇힌 짐승을 상대하며 일상의 위협에 맞서는 대목은 진정한 용기가 초자연적인 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님을 일깨워요. 또한 여우 덫에 걸려 목숨을 잃은 폭스리프를 보며 절망하는 제이페더의 모습이나 파이어스타의 숭고한 죽음 앞에 애통해하는 샌드스톰과 스쿼럴플라이트의 눈물 등.. 남겨진 자들이 겪는 슬픔의 흔적을 생생한 문장으로 담아내어 오랜 여운을 남긴답니다. 어둠의 숲 세력에 가담했던 동료들을 향한 불신을 수습하고 아물지 않는 내상을 보듬어가는 종족들의 분투는 크나큰 감동을 선사하지요.


화려한 영웅 서사 뒤편에 가려져 있던 고양이들의 땀방울과 종족을 지키기 위한 지난한 노력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 독자들에게도 커다란 공감대를 형성해요.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손에 땀을 쥐게 하다가도 숙명적인 비극 앞에서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에린 헌터 저자 그룹의 유려한 완급 조절이 돋보입니다. 전 세계 38개국에 번역 출판되며 9천만 부 이상 판매된 경이로운 기록은 절대 허투루 쌓인 것이 아님을 실감하게 되지요. 본편의 방대한 서사를 촘촘하게 채워주는 정교한 퍼즐 조각이자 그 자체로도 훌륭한 야생의 연대기를 완성한 이 책은 판타지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기꺼이 추천하고 싶은 소중한 선물입니다. 거짓과 진실 충성과 배신이 교차하는 거친 무대에서 다양한 고양이 전사들이 써 내려간 치열한 삶의 궤적을 꼭 만나보시길 권해요.


타이거클로의 분노 주요 등장인물은 타이거클로, 블랙풋, 러닝노즈, 파이어하트 등이랍니다. 줄거리는 천둥족에서 추방당한 타이거클로가 떠돌이 고양이들을 규합하여 새로운 무리를 만드는 과정부터 시작해요. 전염병으로 쇠약해진 그림자족의 현실을 마주한 그는 잔혹한 계략을 꾸며 그들의 새로운 지도자 자리에 오를 치밀한 계획을 실행에 옮긴답니다.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가시덤불 숲에서 숙적 파이어하트와 마주쳐 숨 막히는 혈투를 벌이는 대목과 훗날 그림자족의 지도자로 인정받으며 동료들의 환호성을 듣는 장면이에요. 이 이야기를 통해 권력을 향한 맹목적인 야망과 이면에 자리 잡은 짐승의 끈질긴 생존 본능을 엿볼 수 있어요. 입체적인 악역 서사를 탄탄하게 구축하여 시리즈 전체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는 느낌을 받는답니다.


리프풀의 소원 주요 등장인물은 리프풀, 스쿼럴플라이트, 옐로팽, 크로우페더 등이랍니다. 줄거리는 천둥족의 치료사 리프풀이 타 종족 고양이와의 사이에서 새끼를 잉태하는 중대한 규약 위반을 저지르며 겪는 시련을 다뤄요. 자신의 핏줄을 지키기 위해 자매인 스쿼럴플라이트에게 비밀스러운 부탁을 감행하며 파국을 막으려 애쓴답니다. 밤하늘의 징조 아래에서 별족 옐로팽과 대화하며 자신의 얄궂은 운명과 새끼들의 불투명한 미래 사이에서 절망하고 고뇌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에요. 종족의 낡은 규약과 본능적인 모성애 사이에서 번민하는 인물의 심리가 섬세하게 묘사되어 먹먹함을 자아냅니다. 영웅들의 서사 뒤에 가려져 있던 개인의 처절한 희생과 내면의 아픔에 크게 공감하게 되어요.


도브윙의 침묵 주요 등장인물은 도브윙, 브램블스타, 아이비풀, 범블스트라이프 등이랍니다. 줄거리는 위대한 예언이 실현되고 거대한 전투가 막을 내린 직후를 배경으로 해요. 특별한 감각 능력을 잃어버린 도브윙이 평범한 전사로서의 삶에 적응하는 혼란스러운 과정을 그립니다. 더불어 어둠의 숲 세력에게 동조하거나 훈련받았던 고양이들을 향한 종족 내의 팽배한 불신을 수습하는 내용도 비중 있게 다뤄진답니다. 초자연적인 청각과 시각으로 세상을 이끌던 도브윙이 감각이 닫힌 듯한 고립감을 느끼며 좌절하고 울부짖는 대목이 돋보여요. 비범한 능력이 사라진 후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상실감을 리얼하게 포착했습니다. 진정한 용기는 특별한 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평범함 속에서 스스로의 일상을 지켜내는 데 있음을 깨닫게 해요.



<전사들> 7부 <부서진 규약> 1권 <잃어버린 별들> 출간 프리뷰

  • 가람어린이에서 곧 <전사들> 새로운 시리즈, 7부가 출간될 예정이에요. 전사들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새로운 7부의 포문을 여는 첫 번째 권으로 빠른 시일 내에 정식으로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답니다!

  • 예상 줄거리: 잎 없는 계절의 얼음 같은 추위가 호숫가를 뒤덮고 달못마저 꽁꽁 얼어붙으면서 다섯 종족의 치료사들은 별족과의 소통이 전면적으로 단절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 즈음 그림자족의 수습 치료사 섀도포는 안개 속에서 어렴풋한 그림자와 함께 무시무시한 환영을 보게 되지요. 그 환영은 종족 고양이들이 오랜 시간 지켜 온 전사의 규약을 어겼으며, 그로 인해 모두가 고통받게 될 것이라는 불길한 경고를 담고 있어요. 설상가상으로 호수에 빠진 훈련병 루트포를 천둥족의 브리슬포가 구해주면서 새로운 세대의 얽히고설킨 인연이 시작되고, 천둥족의 지도자 브램블스타마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리며 숲에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몰아닥칩니다.

  • 주요 등장인물: 하늘족의 훈련병에서 의젓한 전사로 성장해 나갈 루트포, 천둥족의 용감하고 당찬 젊은 고양이 브리슬포(브리슬프로스트), 끔찍한 계시의 환영에 시달리는 그림자족의 수습 치료사 섀도포가 극의 중심을 이끌어 간답니다. 여기에 기둥 같은 지도자이지만 이상한 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는 브램블스타와 그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스쿼럴플라이트, 제이페더 등 익숙한 얼굴들도 중요한 역할을 맡아요.

  • 이번 <전사들> 7부의 중심적인 화두는 단연코 별족과의 단절과 전사 규약의 위기랍니다. 영혼들의 인도를 받으며 살아온 고양이들에게 선조들의 침묵은 그 자체로 커다란 재앙이지요. 절대적인 진리로 여겨지던 전사의 규약이 요동치는 위기 속에서 기성세대가 아닌, 새롭게 등장한 세 마리의 어린 고양이들이 어떤 활약으로 다섯 종족의 운명을 구해낼지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예요. 독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브램블스타의 괴이한 병과 섀도포가 들은 목소리의 진짜 정체를 두고 다양한 추론이 오가며 팽팽한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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