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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숲 - 제19회 중앙공론문예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소담 옮김 / 북다 / 2026년 7월
평점 :
일본 문단을 대표하는 오기와라 히로시는 1956년 사이타마현 출생으로 세이조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한 후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다 39세의 나이에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로 제10회 소설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화려하게 등장한다. 이후 알츠하이머에 걸린 중년 남성의 애환을 현실감 있게 그린 <내일의 기억>으로 제2회 서점대상 2위에 오르며 영화화까지 성공시켰고, 2016년 발표한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로 제155회 나오키상을 거머쥐며 대중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입증받은 베테랑 작가이다.
2024년 출간된 신간 <웃는 숲>은 제19회 중앙공론문예상 수상 및 독서미터 올해의 도서 2024-2025에 선정되며 그의 식지 않은 필력을 다시 한번 증명한 소설이다. 한국에는 북다, 이소담 번역을 통해 최근 출간되었다.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하면서도 인간 소외를 향한 따스한 시선이 문장 곳곳에 스며 있으며, 현대 사회에서 상처받고 고립된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자연 친화 & 휴먼 미스터리 드라마로 손색이 없다. 복잡하고 메마른 현실에서 벗어나 타인과의 진정한 연결을 갈망하는 성인 독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작품이다.
실종된 5세 자폐 아동 마히토와 숲이 품은 비밀
소설은 가미모리 산책로에서 행방불명되었던 다섯 살 남자아이 마히토가 일주일 만에 무사히 발견되면서 본격적인 막을 올린다. 아이는 눈에 띄게 쇠약해졌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고, 숲에서 물과 음식을 어떻게 얻었는지 묻는 어른들에게 그저 "곰 아저씨가 도와줬어."라는 미스터리한 말만 남긴다. 보호자인 미사키와 삼촌 도야는 아이가 텔레비전이나 어린이집에서 배운 적 없는 나무를 비벼 불 피우는 시늉을 하거나, 숲속 곰 아저씨라는 동요를 부르는 것을 유심히 관찰하며, 실종 기간 동안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아이를 적극적으로 돌보았음을 직감한다. 소설은 마히토의 기적적인 귀환 이후 흩어져 있는 단서들을 역추적하는 동시에, 어둡고 광활한 숲속으로 숨어든 다양한 인간 군상의 과거 시점을 절묘하게 교차 편집하여 보여준다. 이처럼 치밀하게 설계된 플롯은 독자로 하여금 거친 야생의 자연 속에서 연약한 아이를 살려낸 구원자가 과연 누구인지 끊임없이 추리하게 만드는 독서 동력을 제공한다.
벼랑 끝에 선 인간들이 교차하는 고립된 공간
페이지를 넘길수록 배경이 되는 가미모리 숲은 단순한 자연 풍경을 넘어, 각자의 절박한 사연을 품고 사회로부터 도망쳐 온 이들의 은밀한 도피처로 변모한다. 숲에서 길을 잃은 5세 자폐 아동 마히토는 운 좋게도 이곳에서 네 명의 성인을 차례로 만난다. 빚에 쫓겨 야심 차게 원시 캠핑 생존 방송으로 재기를 노리지만 라이터조차 없이 허덕이는 다쿠마, 야쿠자 조직의 상납금을 훔쳐 달아나며 짐승처럼 숲에 몸을 숨기는 다니시마, 소중한 인형의 무덤을 만든다는 기괴한 거짓말로 아이의 입을 막으려는 미나, 그리고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자살을 시도하는 중등 교사 사토미가 그들이다. 이들은 우연히 마주친 마히토에게 마실 것을 주거나 추위를 피하게 해 주며 잠시 돌보았을 뿐, 각자의 안위가 우선이었기에 끝내 아이를 집, 수색대에 돌려보내지 않는다. 타인의 생명보다 자신의 도피, 생존이 먼저였던 어른들의 비겁함과 이기적이고 잔인한 면모는 자칫 마히토를 영영 실종 상태로 놔둘 뻔한 아찔한 위기를 조장한다. 불안정한 현대인의 위태로운 내면을 투영한 이기적인 선택들은 팽팽한 범죄 스릴러의 묘미를 선사하며 등골을 서늘하게 만든다.
거대한 자연의 조소와 그 속에서 피어난 기적
허나 벼랑 끝에 몰린 어른들이 외면한 연약한 생명을 거두어 구원한 것은 다름 아닌 대자연이었다. 비겁한 인간들과 대비되게 정체불명의 곰 아저씨와 가미모리 숲은 어린아이를 따스하게 돌봐주었고, 덕분에 마히토는 애타게 기다리던 엄마 품으로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다. 작가 오기와라 히로시는 범죄 미스터리의 외피를 두르고 있으면서도, 종국에는 오만한 인간성에 대한 경종과 자연의 거대한 섭리를 절묘하게 교직한다.
소설 후반부에 이르러 진상을 조사하는 도야가 숲이 인간들을 조소하고 비웃는 듯한 소리를 듣는다는 묘사는 강렬하고 서늘한 잔상을 남긴다. 거대한 자연의 품속에서 한없이 작고 하찮은 존재일 뿐인 인간의 위선과 어리석음을 통렬하게 꼬집는 것이다. 자폐 스펙트럼(ASD) 아동의 시선을 철저히 객관적이고 담담한 필치로 그려내며 억지스러운 감동을 강요하지 않아 진한 여운을 자아낸다.
서스펜스와 인간 소외, 자연의 비밀에 대한 통찰이 최적의 비율로 배합된 북다 신간 <웃는 숲>은 책을 덮은 후에도 오래도록 반추하게 되는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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