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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상위 100%
김시훈 지음 / 덤보 / 2022년 10월
평점 :
올해 쏟아진 신간의 표지 디자인을 놓고 Top 10을 매긴다면 난 이 책을 원픽으로 밀어 몰표를 던지고 싶다. 저자의 자화상인지 누구의 타화상인지 모르겠으나 흑백과 컬러로 조각난 표지의 매서운 눈길이 부담스러운건 사실이다. 곁의 아이들도 좀비 아니면 괴물이라고 꺄악, 기겁하는 걸 보면..
급진적인데다 파격적이고 키치하면서 퇴폐적인, 온갖 금기 터부를 박살내려는 표지인의 따가운 시선을 마주하기 버겁다면 해결책은 하나 뿐이다. 그건 바로 책을 펼쳐 작가의 입담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문제는 얼핏 들으면 주사끼 다분한 어느 술자리의 장광설에 모순 섞인 궤변이 한바탕 휘몰아치는데.. 이를 상대 멱살 잡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일종의 뻔뻔함과 근엄 진지함에 나도 모르게 그래, 당신 말이 100번 옳고 맞다.. 고개를 끄덕여 수긍하고 마는 것이다. 참으로 묘하게, 극적으로 논리적이다.
밤새 이어지는 그의 입심에 절로 고개가 꺾이고 오늘도 틀렸구나 이대로 꼴딱 밤 새보자 엎드려 자는 척해도.. 귓가에 대고 끊임없이 술술 터지는 그의 수다에 두손 두발 다 들고 말았다.
첨언하자면 이 책을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펼쳐서 읽는다면 다수의 시선을 확 끌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앞뒤표지는 폭발하는 근자감과 관종끼 없이는 감히 타인에게 내보이기 어려운, 낯섦 & 부끄러움 지수 상위 1%를 자랑한다. 아마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모든 것(몇몇 치부까지 포함해서..)을 속속들이 내보이기로 작정한 듯 싶다. 난 그렇게 이 책을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