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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코끼리 노는날 그림책 40
로렌초 콜텔라치 지음, 리사 로프레도 그림, 박재연 옮김 / 노는날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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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날이 더워지고 있어요. 아이들이 밤에 잠을 못 이루고 눈을 반짝일 때면 엄마, 아빠는 피곤하기도 하고 어떻게 재워야 할지 고민이 많아지죠. 저도 딸 둘 어릴 적에 새벽에 어둑한 거실을 엉기적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보고 깜짝 놀라곤 했답니다! 오늘은 이렇게 밤낮이 뒤바뀌어 잠 못 이루는 아이들과 함께 읽기 참 좋은 그림책 한 권 소개해 드릴게요. 바로 노는날 신간 그림책 <한밤의 코끼리>랍니다.


독창적인 상상력을 펼치는 두 작가 소개

이 책을 지은 로렌초 콜텔라치는 이탈리아 로마 출생으로 까만 밤과 진한 누텔라 맛 아이스크림을 사랑한다고 해요. 그래픽 노블 <에서: 불가능한 세계>, <로마의 에서> 전시회 공식 카탈로그, <카마스마트> 등을 펴냈고, 그림책으로는 <식물과 이야기하는 니나, 그리고 할머니>, <신비로운 거인>, <무인도에서 필요한 딱 한 가지> 등을 작업하며 다채롭고 섬세한 이야기 세계를 만들어 왔답니다.


그림을 그린 리사 로프레도 작가는 암스테르담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예요. 유쾌하고 기발한 색채 실험으로 환상적인 그림을 선보이죠. 전작 <분수의 선물>에서도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주었는데 이번 <한밤의 코끼리>로 2025년 볼로냐 아동 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고, 2026년 나미콩쿠르 일러스트레이션 상까지 거머쥔 실력파랍니다. 번역은 여러 좋은 책을 우리말로 옮겨오신 박재연 번역가님이 맡아 주셨어요.


아무리 피곤해도 잠이 오지 않는 밤의 이야기

주인공은 하얀 코끼리 엘리오예요. 따뜻한 캐모마일 차를 마시고 양을 스물한 마리나 세어 보아도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 아이랍니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시간에 화려한 뻐꾸기시계가 밤 12시를 알리는 장면이 눈에 들어와요. 현실의 방에서 환상적인 판타지 세계로 훌쩍 넘어가는 마법의 문이 열리는 듯한 계기로 다가오거든요.


침대를 빠져나온 엘리오는 빨간 자동차를 몰고 아무도 없는 심야의 도시를 달립니다. 모두가 곤히 잠든 알록달록한 건물들 사이로 홀로 깨어 운전하는 코끼리의 모습은 묘한 해방감을 주기도 해요. 언뜻 외로워 보이기도 하지요. 한낮에는 시끌벅적했을 놀이공원도 밤에는 왠지 으스스하지만 한편으로는 거대한 관람차가 비로소 한숨을 돌리며 조용히 쉬고 있는 진짜 얼굴을 마주하게 되죠. 긴 하루를 마친 장난감들이 곤히 잠든 장난감 세계도 엘리오의 발길이 닿는 매력적인 장소랍니다. 파티가 끝난 듯 텅 빈 광장, 초록 분수대에서 별빛을 바라보는 엘리오의 모습은 밤이 주는 고요함을 담아내고 있어요.


밤낮이 뒤바뀐 코끼리 엘리오가 전하는 의미

엘리오가 낮밤이 뒤바뀌어 홀로 깨어있는 것은 단지 잠투정이 아니라 아이들 내면에 웅크린 불안이나 호기심, 낮 동안 다 발산하지 못한 에너지를 의미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은 때로 고요한 어둠 속에서 스스로 마음을 다독일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요즘처럼 놀이터나 공원, 골목길에서 실컷 놀지 못하는 아이들.. 힘이 남아돌 수밖에 없어요. 홀로 산책하며 잠든 도시의 평온함을 확인한 엘리오는 마침내 포근한 담요를 덮고 잠에 빠져들어요. 모두가 깨어나는 도시의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든 엘리오가 광활한 우주를 유영하듯 편안하게 여행하는 결말은 정말이지 따스한 위로를 전해준답니다.


밤낮이 뒤바뀐 아이,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엘리오처럼 밤을 꼴딱 새우며 밤낮이 뒤바뀐 아이들을 볼 때면 부모님들은 걱정이 앞서게 되죠. 성장기 아이들에게 규칙적인 수면은 신체 발달과 정서 안정에 필수적이니까요. 딸 둘 아이들을 돌본 입장에서 조언해 드리면.. 억지로 자라고 다그치거나 화를 내는 것은 오히려 아이의 불안도를 높여 수면을 더욱 방해할 수 있답니다.


우선 아이가 밤에 깨어있고 싶어 하는 마음이나 잠들기 두려워하는 감정을 천천히 알아봐 주시는 것이 중요해요. 엘리오가 고요한 밤 산책을 하며 스스로 마음을 다독였듯, 아이에게도 어둠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며 차분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세요. 낮 시간 동안에는 햇빛을 충분히 쬐며 신체 활동량을 늘려주고, 잠들기 1~2시간 전부터는 집안 조명을 어둡게 조절하여 수면 호르몬 분비를 돕는 환경을 조성해 주시는 것이 좋답니다. 일시적인 수면 퇴행이나 밤낮 바뀜 현상은 부모님의 일관되고 따뜻한 수면 의식을 통해 서서히 원래의 리듬을 되찾을 수 있어요. 아이들이 말똥한 눈으로 거실로 나올 때면 차라리 유모차에 태우고 새벽 거리를 산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정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고 체력은 바닥이지만.. 결국 아이들 에너지 & 호기심을 소진시켜야만 잠이 들더군요. 새벽 4시 넘어까지 심야 산책을 하고, 집에 돌아올 때 즈음, 유모차 안에서 곤히 잠든 아이들을 바라보는 순간은.. 내일은 더 일찍 잠들 수 있지 않을까? 언제까지 이런 야행성 올빼미 생활을 계속해야 하나? 과연 내가 버틸 수 있을까? 오만 감정이 교차하던 힘들면서도 애틋한 시절이었습니다.


<한밤의 코끼리>를 읽어주니 아이들도 어릴 적 밤에 잠이 안 와서 집안을 서성거렸던 경험을 신나게 이야기하더라고요. 모두가 자는데 혼자만 깨어있으면 무섭기도 하지만 왠지 모를 비밀스러운 탐험가가 된 것 같았다면서 엘리오의 마음에 크게 공감했어요. 억지로 재우려 하지 않고 스스로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엘리오의 밤 산책이 아이들에게도 큰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았답니다.


잠 못 드는 밤 억지로 눈을 감으라고 하기보다 아이와 함께 엘리오의 빨간 자동차에 올라타 다정한 밤 산책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부모님과 아이 모두에게 따뜻한 위안이 되어줄 힐링 그림책으로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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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림책은 내 친구 82
키티 크라우더 지음, 이주희 옮김 / 논장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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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추적추적 비도 오고, 우리 아이들 뒤척뒤척 잠들기 어려운 밤.. 읽어주면 꿈나라 편히 입장할 수 있는 신간 그림책 소개할게요. 논장 출판사 신간, 키티 크라우더 작가의 <그래서?>입니다.


그림책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키티 크라우더'라는 이름이 익숙하실 거예요. 1970년 벨기에에서 태어난 작가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을 수상한 거장이랍니다. 전작들을 보면 <작은 사람과 신>, <작은 죽음이 찾아왔어요>, <메두사 엄마> 등 조금은 낯설고 신비로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요. 보이지 않는 존재나 마법 같은 순간들을 일상으로 끌어들이는 데 탁월하죠. 이번 신간 <그래서?>에서도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어딘가 엉뚱한 매력의 색연필 스케치가 빛을 발한답니다. 색연필 고유의 사각거리는 파스텔 질감이 페이지마다 살아있어서 눈이 정말 편안하고 포근해요.


책을 펼치면 방 안에서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주인공이 보입니다. 장난감 친구들이 하나둘씩 방으로 들어옵니다. 파란 곰 인형, 줄무늬 괴물, 토끼, 까만 고양이, 작은 개, 부엉이 등 7마리의 동물 친구들이 모여들어요. 이들이 등장할 때마다 똑같은 질문을 던진답니다. 그래서? 의자에 앉은 친구는 대답하죠.


집에 있어? 아니. 없다고! 아무 소식 없어. 아직도 없어.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방 안의 긴장감과 기대감이 점점 고조된답니다. 대체 누구의 소식을 기다리길래 다들 이렇게 모여서 묻는 걸까 저도 모르게 옆에 누운 아이와 함께 숨을 죽이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되더라고요.

마침내 문이 벌컥 열리며.. 왔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단 한 사람 귀여운 꼬마 아이가 등장한답니다. 동물 친구들이 만세를 부르며 환호하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요. 이어지는 장면은 이 책의 백미랍니다. 아이와 7마리의 동물 친구들이 커다란 침대에 옹기종기 모여 눕습니다. 


자 이제 다들 코하자!


이불을 덮고 한 침대에 누운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릴 만큼 포근하고 안정감을 준답니다. 우리 아이도 몇몇 애착 인형들을 침대에 잔뜩 끌어모아 놓고 자는데 딱 그 모습이 겹쳐 보여서 미소가 절로 지어졌어요.

재미있는 반전이 숨어 있어요. 불을 끄고 깜깜해진 방.. 코하자고 했어! 어둠 속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에선 웃음이 빵, 터지고 말았답니다. 자라고 하면 더 안 자는 쌩쌩, 말똥말똥한 우리 아이들 모습 그대로죠.


이 책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복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등장인물이 바뀔 때마다 그래서?라는 대사가 반복된답니다. 몇 번 읽어주면 나중에는 아이가 먼저 그래서? 하고 주인공처럼 묻게 돼요. 아이의 참여, 독서 흥미를 유도하기에 무척 좋답니다.

기다림의 주체가 뒤바뀐 기발한 발상도 매력적이에요. 보통은 아이가 장난감들을 재워주거나 기다리는데 이 책은 장난감들이 차례로 등장해 아이가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린답니다. 아이 입장에선 자기가 환영받는 존재라는 것에 묘한 반가움 &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시끌벅적하게 모였다가 침대에 누워 불을 끄는 전개가 잠자리, 수면 유도 독서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답니다. 마지막 페이지의 안 자고 눈 뜨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너희들도 안 자고 있네, 우리는 빨리 눈 감고 자자~ 하면서 자연스레 잠을 유도할 수 있어요.


<그래서?>를 읽어주면서 아이 반응을 보면.. 동물 친구들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이번엔 누가 올까 하고 그림을 구석구석 살피는 재미에 푹 빠진답니다. 블록 숫자가 바뀌는 걸 찾아내는 디테일한 재미도 있어요. 아이가 문을 열고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주인공이 된 것처럼 같이 와아 소리를 지르며 좋아할지도 몰라요!


동그랗게 뜬 눈들을 보며 웃다가도 쉬이 이제 진짜 자야 해! 하면 장난감들을 토닥이며 잠들 준비를 할 겁니다. 오늘 밤 아이와 함께 잠자리, 침대 위에서 그래서? 놀이 한번 어떠신가요. 키티 크라우더의 따뜻한 그림, 유머가 아이들의 꿈속까지 포근하게 만들어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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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
이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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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덤하우스 신간, 이수 에세이 <그곳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는 상처투성이 과거를 딛고 세상과 화해하는 과정을 담은 진솔한 기록이다. 저자 이수는 아동학대, 주민등록 말소, 부모의 방치라는 가혹한 어린 시절을 견뎌낸 생존자이자 현재 제주에서 활동하는 2030 세대 대상 여행 프로젝트 '이수 투어'의 크리에이터다.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기 돌봄 여행 멘토로 활약하며 대중들과 소통해 온 그녀는 이번 책을 통해 자신만의 단단한 치유와 성장의 궤적을 보여준다. 비극적인 과거에 얽매여 동정을 구하지 않고 여행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타인의 온기를 보듬어 스스로를 껴안는 긍정적인 태도가 돋보인다.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다시 나아갈 용기를 주는 따뜻한 안내서다.


저자의 삶은 탈출과 유랑, 정착의 지난한 서사다. 폭력이 난무하던 집을 벗어나기 위해 2012년 1월 1일 떨리는 마음으로 지하 방 창문 틈으로 가방을 빼내고 쉼터로 향했던 63페이지의 결단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날갯짓이었다. 더 나은 삶을 살고, 게임에 빠져 무책임했던 가족들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한 몸부림. 책의 1장은 그 혹독했던 시절과 엄마에게서 도망쳐야 했던 아픈 기억을 덤덤히 풀어낸다. 이후 여행사 면접장에서 쉼터 입소자로서 가장 원했던 것이 거창한 시설이 아닌 일상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식탁'이었다는 고백은 가족의 온기가 그녀에게 얼마나 절실했는지 짐작게 한다. 이후 해외 선교 활동을 통해 비행기를 타며 처음으로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감각을 뼈저리게 체험한다. 2장과 3장을 거치며 저자는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다정한 눈빛과 배려를 통해 오랜 결핍을 채워나간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부모 역시 부모 역할이 처음이었던 나약한 인간이었음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장면은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진정한 독립의 순간을 보여준다.


<그곳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은 우리에게 후회 없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저자는 불행의 시간을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205페이지.. "불행을 모르는데 어떻게 진짜 행복을 알아볼 수 있을까"라는 문장은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다.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불행 속을 지나며 살아간다. 과거의 상처, 트라우마에 발목 잡히지 않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려면, 내 안의 상처받은 어린아이를 마주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적극적인 자기 돌봄 & 위로가 선행되어야 한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단순한 현실 도피가 아니라 세상의 따뜻함을 발견하고 나를 사랑하는 법을 연습하는 치유의 과정이다.


저자가 제주라는 낯선 공간에 뿌리를 내리고 다른 이들의 여행을 이끄는 크리에이터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여 진짜 행복을 알아보는 안목을 길렀기 때문이다. 타인과 세상을 향해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마침내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끼게 된 그녀의 고백은 현재를 힘겹게 버텨내는 모든 이들에게 값진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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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낮잠
브라이언 라이스 지음, 서현정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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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데콧 명예상 수상 작가 브라이언 라이스가 짓고, 서현정 번역가가 우리말로 옮긴 그림책 <고양이의 낮잠>은 단순한 동화책을 넘어 다양한 미술관을 탐험하는 작품이랍니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그는 보스턴 미술관 학교에서 수학한 이력을 바탕으로 예술과 상상력을 결합한 독창적인 세계를 그려냈어요. 작가는 자신의 반려묘인 러시안블루 & 샴 믹스묘 '딜런'이 외출 후 수염에 거미줄을 잔뜩 묻히고 돌아온 일화에서 영감을 얻어 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해요. 전작 <에번의 개>나 박쥐 시리즈에서 보여준 섬세한 묘사와 서정적인 분위기가 이번 작품에서는 다채로운 미술사 탐험으로 경이롭게 확장되었답니다.


붉은 노을이 비치는 거실, 평화롭게 잠을 자던 아기 고양이 딜런이 사각거리는 생쥐를 발견하며 이야기가 시작돼요. 생쥐를 쫓아 벽에 걸린 2006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이집트 유물전 포스터로 뛰어든 고양이는 놀라운 시공간 초월 모험을 마주하게 됩니다. 기원전 이집트의 부조 벽화 속으로 들어간 고양이는 상형 문자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하고, 14세기 프랑스 왕비 잔 데브뢰의 기도서 속에서는 낯선 자를 잡으라고 소리치는 왕과 병사들을 피해 달아나죠. 멕시코의 구운 도자기 개를 만나 잔뜩 겁을 먹기도 하고, 페트루스 크리스투스의 유화 <젊은 여성의 초상> 속 딸기를 먹는 소녀 앞을 쏜살같이 지나가기도 한답니다. 화려한 색감의 성 안토니오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깨뜨릴 듯 넘나드는가 하면.. 아프리카 바울레족의 목조 가면 위에서 까마귀에게 길을 묻거나, 조지아 오키프의 풍경화 <검은 곳 II>를 지나는 추격전이 리얼하게 펼쳐져요.


정신없이 아홉 점의 예술 작품들을 넘나들던 고양이는 어느 순간 생쥐도 먹이도 없는 낯선 공간에서 길을 잃었다는 무서운 사실을 깨닫고 덜컥 외로움에 빠진답니다. 다행히 쥐를 몰아낸 고양이를 향해 환호하는 이집트인들 덕분에 좁고 먼지 낀 문을 열고 나와 마법처럼 원래의 따뜻한 거실로 돌아오게 돼요. 이처럼 액자 안팎을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구성은 독자들에게 타임머신을 타고 새로운 전시실의 문을 여는 듯한 신선함, 감동을 느끼게 한답니다.


<고양이의 낮잠>이 지닌 특별한 매력은 삽화가 컴퓨터 그래픽을 거친 디지털 작업이 아닌 100% 아날로그 방식으로 완성되었다는 점이에요. 작가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있는 실제 작품들의 모조품을 직접 만들고, 그 안에 고양이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고되면서 매력적인 길을 택했어요. 유화와 아크릴 물감을 칠하는 것은 물론 실제로 금박을 입히고 점토를 빚어 도자기를 만들거나, 유리를 자르고 납땜하여 스테인드글라스를 직접 제작했답니다. 캔버스의 붓 터치부터 고대 유물의 갈라진 틈까지 입체적으로 표현된 그림들은 원작이 지닌 고유한 아우라를 책장 위에 생생하게 구현해 냈어요.


책 말미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사랑이 담긴 노력의 결실이자 상상력의 비행'이라고 찬사를 보냈듯.. 이 책은 예술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뜻깊은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일깨워요. 작가의 땀방울이 가득 녹아 있기에 어린이들에게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즐거운 놀이터가 되고, 성인들에게는 아름다움을 곁에 두고 감상할 수 있는 멋진 아트북으로 다가온답니다. 시간을 초월한 명작들의 발자취를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현실로 돌아와 포근한 낮잠을 청하는 고양이 딜런의 온기를 흠뻑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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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 진흙 괴물에게 라임 그림 동화 47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지음, 이현경 옮김 / 라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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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신간,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그림책 <내 마음속 진흙 괴물에게>를 읽고 나니 마음 한구석에 깊은 여운이 감돌아요. 누구나 숨기고 싶어 하는 어둡고 축축한 감정들을 참으로 따뜻하고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낸 그림책이랍니다.


마음의 밑바닥, 진흙 세계로의 탐험

주인공 유키는 잔뜩 화가 나 있어요. 오빠와 함께 하교하는 길 마음속은 짜증으로 가득하지요. 책의 도입부에서 유키의 상태는 이렇게 묘사된답니다.


"퉁명스럽고 버릇이 없지.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거나 발버둥을 치면서 울어. 내 마음속은 이 거리의 전깃줄처럼 마구 뒤엉켜 있거든."


충동적으로 집 열쇠를 하수구에 던져버린 유키는 열쇠를 찾기 위해 뚜껑 열린 하수구 밑으로 내려가요. 그곳은 퀴퀴하고 어두운 지하 세계랍니다. 바다 토끼들이 끄는 마차를 타고 도착한 곳에서 유키는 거대하고 끈적이는 진흙 괴물을 만나요. 그 세계의 진열장에는 '슬픔, 짜증, 화, 불안'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온갖 병에 담겨 있지요.


"네가 거짓말을 할수록 나는 자꾸자꾸 더 커져."


괴물은 거짓말을 먹고 자라며 뚝뚝 진흙을 흘려요. 유키는 그곳 '짜증 쓰레기 박물관'에서 오빠의 노란 강아지 인형을 발견한답니다. 늘 어른스럽게만 보이던 오빠 역시 이 어둡고 혼란스러운 지하 세계를 헤맨 적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요. 모두 다 자신을 떠나버리고 멀리한다며 엉엉 우는 괴물을 유키가 꼭 안아주면서 엉켜있던 마음의 실타래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지요.


저자 베아트리체 알레마냐는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를 무대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랍니다. 1996년 프랑스 몽트뢰유 도서전에서 '미래의 인물상'을 받으며 일찌감치 주목받았어요. 이후 2007년 <파리에 간 사자>로 볼로냐 라가치상을, 2020년 <사라지는 것들>로 프랑스 소시에르상을, 2022년 <우리는 공원에 간다>로 다시 한번 라가치상 스페셜 멘션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답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기념상과 안데르센상 후보로도 꾸준히 지명되는 거장이지요.


작가의 작품 세계는 늘 어린이의 내면과 불안, 존재의 본질을 향해 있어요. 다양한 질감이 느껴지는 재료를 활용해 거칠면서도 따스한 감성을 캔버스에 담아내지요. 형광빛이 도는 쨍한 색감과 어둡고 탁한 색채를 대비시키는 스타일이 인상적입니다. <유리 아이> <어린이> <페퍼와 나> 같은 전작들을 함께 읽어보면 상처를 치유하고 내면을 단단하게 다져가는 작가 특유의 다정한 통찰력을 느낄 수 있어요.


유키가 내려간 하수구 밑 지하 터널은 무의식의 세계.. 즉 겉으로 드러내기 싫은 어두운 감정들이 억눌려 있는 내면의 밑바닥을 상징하는 거 같아요. 끈적거리는 진흙 괴물과 콧물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감정 찌꺼기들이지요. 짜증, 분노, 슬픔 같은 감정들은 예쁘게 다듬어지지 않은 채 진흙처럼 자신에게 엉겨 붙어 있어요. 자신의 진짜 마음을 외면하고 피하고, 거짓말을 할수록 이 부정적인 감정 덩어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답니다. 보기 흉한 괴물은 다름 아닌 사랑 받고 싶어, 관심받고 싶어 투정 부리는 유키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에요.


모두가 같은 불안을 품고 산다는 위로

오빠의 강아지 인형을 발견하는 장면은 이 책의 빛나는 지점 중 하나예요. 나만 못나서 툭하면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는 줄 알았는데 타인 역시 나와 똑같은 고민과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답니다. 누구나 마음속 깊은 곳에 자신만의 진흙 괴물 한 마리쯤은 키우고 있다는 깨달음은 묘한 안도감과 연대감을 선사하지요. 타인의 내면을 향한 이해의 폭이 한 뼘 더 넓어지는 순간이랍니다.


성인이 된 유키도 다시 진흙 괴물과 조우할 수 있을까요? 틀림없이 그럴 겁니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슬픔과 짜증, 불안이라는 감정들이 마법처럼 증발하고 사라지지는 않으니까요. 어른이 되어서도 이따금 하수구 뚜껑이 열리고 축축한 진흙 괴물이 불쑥 모습을 드러내겠지요.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유키는 더 이상 괴물을 두려워하거나 외면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그저 다가가 꼭 안아주면 괴물은 더 이상 몸집을 불리지 않고 얌전해진다는 것을 이미 배웠기 때문이에요. 자신의 치부, 어두운 면까지 끌어안을 줄 아는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할 유키의 앞날이 그려진답니다.


라임 신간 <내 마음속 진흙 괴물에게>는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라고 가르치는 대신..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다독이는 법을 알려주는 가치 있는 그림책이랍니다. 페이지마다 펼쳐지는 환상적인 화면 구성과 인물의 섬세한 감정 묘사가 이야기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려요.


자기감정을 통제하는 데 서툰 아이들 그리고 여전히 내면의 엉킨 전깃줄을 풀지 못해 끙끙대는 어른들 모두에게 커다란 위안이 되어줄 책이에요. 어둑하고 못난 내 마음까지 온전히 사랑하고 싶은 이들에게 꼭 한번 펼쳐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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