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치다 술독에 퐁당
한지혜 지음 / 톰캣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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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캣 신간, 한지혜 지음 <뒷걸음치다 술독에 퐁당>은 번아웃으로 퇴사한 마케터 출신 저자가 서울 신림동에 수제 막걸리 양조장 '해일막걸리'를 창업하며 겪은 좌충우돌 생존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막걸리 학교, 국세청 주류제조아카데미 등을 수료하며 전통주 전문가로 성장한 이력을 지녔다. 홀로 소규모 주류제조 면허를 따고, 자신만의 속도로 술을 빚어가는 삶의 철학을 유쾌한 문체로 풀어낸다. 무조건 살아남아야 다시 취업하지 않을 수 있다며 짠 내 나는 웃음을 보인 저자는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4년 차 자영업자의 고군분투를 생생히 증언한다.


번듯한 직장을 석 달 만에 퇴사하고 막연한 불안감 속에서 홀로 양조장을 차린 저자는 앞길이 막막하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라는 아버지, 쉬엄쉬엄해보라는 어머니의 현실적인 우려 속에서 저자는 오롯이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뛰어든다. 책은 막걸리 빚기에 처음 매력을 느낀 순간부터 나 홀로 주류 제조 면허를 취득하고 골목에 술 빚는 공방을 꾸리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간다.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처음 내 손으로 빚었던 창포 막걸리와 평화미 술덧에 얽힌 일화다. 단양주를 빚다 실패를 맛보고 벌레 먹은 쌀 때문에 좌절하던 저자는 망한 줄 알았던 첫 술이 제멋대로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깊은 깨달음을 얻는다.

내가 멈춰 있고 방황하는 순간에도 술독 안의 미생물들은 부지런히 발효를 이어간다는 사실은 방향을 잃고 조급해하는 이들에게 뭉클한 위안으로 다가온다.


책의 목차를 따라가면 일반인이 자신만의 술을 빚고 양조장을 오픈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현실적인 과정이 상세히 드러난다. 무작정 뛰어들기보다 막걸리 학교 같은 전문 교육 기관에 등록해 전통주의 기초 이론과 양조 기술을 배우는 것이 첫걸음이다. 이후 국세청 주류제조아카데미 등 심화 과정을 수료하며 까다로운 법적 기준과 주류 제조 면허 취득에 필요한 실무 요건을 숙지해야 한다. 끝없는 술 빚기 & 레시피 연구로 자신만의 시그니처 주종을 찾았다면 위생과 제조 시설 기준에 엄격히 부합하는 상가 공간을 찾아 임대하고 본격적인 양조 공방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이 모든 험난한 준비를 마치고 관할 세무서와 식약처의 허가 문턱을 넘어야만 비로소 정식 양조장의 문을 열고 직접 빚은 술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다.


저자는 스스로를 수렁에 빠진 얼렁뚱땅 창업가로 낮춰 부르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 이면에 자리한 치열한 열정, 인내를 마주하게 된다. 인테리어부터 레시피 개발, 브랜딩, 마케팅까지 홀로 감당해 낸 흔적들은 단순히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는 낭만적인 포장을 훌쩍 뛰어넘는다.

<뒷걸음치다 술독에 퐁당>은 성공한 사업가의 영웅담이 아니라 오늘을 꿋꿋하게 버텨내는 생활인의 진솔한 일기장이다.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며 발효되는 수제 막걸리처럼 저자는 세상의 획일적인 기준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농도와 향기를 찾아간다. 막걸리라는 전통적인 소재를 2030 세대의 팍팍한 현실과 접목해 풀어낸 시선이 신선하다. 섣불리 실패를 단정 짓기보다 기다림의 미학을 배우고 앞서 길을 걸어간 선배들의 다정을 잊지 않고 순환시키겠다는 다짐은 독자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속도에 지친 이들이라면 미지근한 온도로 뭉근하게 익어가는 이 유쾌한 저자의 술독에 기꺼이 빠져볼 만하다.


한국인들 만큼 술 좋아하는 이들을 찾기 힘들 것이다. 과거 15만 개에 달했던 전국의 술도가들은 일제 강점기의 식량 수탈과 탄압, 1965년 양곡 관리법 시행을 통한 개인들의 술 빚기 금지, 주류 대기업들의 로비 등으로 인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흑백요리사 2에 '술 빚는 윤주모' 등이 실력을 인정받고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누룩과 곡물 등을 활용한 양조 공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세이 <뒷걸음치다 술독에 퐁당>과 저자가 운영하는 '해일막걸리' 양조 공방을 통해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시그니처 주종을 빚고 즐길 수 있는 기쁨을 누렸으면 한다!

찾아보니 '해일 막걸리'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난곡 터널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오프라인 강의를 듣고 직접 술을 빚는 체험 수업에 참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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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기 전에
한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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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다스북스 신간, 한봄 작가 첫 장편소설 <봄이 오기 전에>는 전생의 얽힘과 현생의 인연을 계절이라는 은유로 풀어낸 판타지 로맨스다. 작가 한봄은 자신의 필명처럼.. 글을 쓰는 동안 늘 봄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청춘의 불안과 상처 회복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작가는 처음엔 역경을 이겨내는 눈부신 봄을 그리려 했으나, 서사 속으로 깊이 들어가며 역설적으로 가장 따뜻한 겨울을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불의의 사고로 인한 저체온증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주인공 이봄을 비롯해 첫사랑 도영, 언니 이설, 차율 등 네 청춘이 서로의 상처를 깊이 이해하고 보듬는 과정이 서사의 중심을 이룬다. 어둑한 터널 같은 팍팍한 일상을 견뎌내는 이들에게 다정한 온기와 진정한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누구에게나 견디기 벅찬 시린 계절이 찾아온다. <봄이 오기 전에>는 차가운 현실을 버텨내는 네 사람의 상처와 치유 과정을 전생과 현생이라는 독특한 궤적으로 엮어낸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이들에게 사소하지만 진심 어린 온기가 얼마나 큰 구원이 될 수 있는지 잔잔히 증명하는 이야기다. 소설의 중심에는 11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주인공 봄이 있다. 교도소에 가지 않으려 타인의 차에 몸을 던진 이모부 탓에 발생한 이 비극적인 사고는 남은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그날 이후 봄은 겨울마다 극심한 저체온증, 통증에 시달리며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트라우마를 동시에 겪는다.


봄의 언니 설은 부모님의 죽음이 누군가의 탓이라 여기며 헤어 나올 수 없는 깊은 죄책감과 원망을 안고 살아간다. 고통스러운 기억 속에 갇힌 자매 앞에 봄의 첫사랑 도영과 미스터리한 인물 율이 등장하며 오랜 인연의 실타래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단순한 남녀의 사랑을 넘어 영혼 깊은 곳에 새겨진 전생의 업보를 조명하며 깊이를 더한다. 봄이 개화산 사고 이후 반복해서 꾸는 꿈은 서사를 관통하는 핵심 미스터리다. 꿈속에서 한 남자는 자신을 찔러 피를 흘리며 "꽃이 피고 져도 우리의 이야기를 꼭 기억해 줘..."라고 애원한다. 이 강렬한 꿈의 파편들은 '개화 찻집'이라는 신비로운 공간을 매개로 현재의 인물들을 단단하게 잇는다. 설과 율이 산신의 허락을 받아 운영하는 개화 찻집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곳이 아니다. 계절의 변화와 인물 간 관계의 시간을 넘어선 결속을 상징하며 다친 마음을 달래는 치유의 공간으로 작용한다. 찻집에 감도는 기운은 등장인물들이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현재를 직시하도록 돕는다.


두드러지는 대목은 인물들이 각자의 상처를 마주하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껴안는 순간들이다. 도영은 과거의 아픔 때문에 끊임없이 불안해하는 봄의 곁을 묵묵히 지킨다. 억지로 괜찮은 척할 필요가 없다고 다독이는 도영의 존재는 봄에게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명장면으로 꼽히는 율의 고백 역시 짙은 여운을 남긴다. 율은 크리스마스가 생일인 설에게 동백꽃을 건네며 진심을 전한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꼭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줄게요. 설이 씨도 내게 그렇게 말해줘요."_312p


이 문장은 누군가의 존재 자체를 긍정하고 축복하는 마음이 얼어붙은 영혼을 어떻게 구원하는지 보여준다.


작가는 혹독한 겨울을 억지로 지워내는 대신 곁에 머무는 이의 체온으로 그 계절을 오롯이 견디게 만든다.

삶은 때때로 겨울이기도 때때로 봄이기도 하다는 책 속의 통찰처럼 영원히 지속되는 고통은 없다. 시공간을 초월해 서로의 어둠을 밝혀주는 등불이 된 봄, 도영, 설, 율의 로맨스는 읽는 이의 마음까지 서서히 녹인다. 태양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널리 알려진 격언처럼 지금 혹독한 시련 한가운데 놓인 독자라면 <봄이 오기 전에>를 펼쳐보길 권한다.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연대하며 나아가는 주인공들의 발걸음을 통해 다가올 눈부신 봄의 기운을 미리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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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 베어 책꿈 11
캐서린 애플게이트 지음, 찰스 산토소 그림, 이원경 옮김 / 가람어린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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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어린이 신간 <포켓 베어>는 뉴베리 상 수상 작가이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인 캐서린 애플게이트의 2026년 신작으로 출간 직후 전 세계 독자들의 큰 주목을 받은 작품이랍니다. 책의 서두는 상처 입고 망가진 것들 사이로 스며드는 눈부신 빛을 노래하는 메리 올리버의 시 '증거'의 한 구절로 시작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전해요. 동물과 소외된 존재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작가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반>, <엔들링>, <오더>, <윌로딘> 등의 대표작을 통해 자연과의 공존 및 따뜻한 연대의 메시지를 전해 왔어요. 장난감들의 유쾌한 모험담 속에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과 버려진 존재들의 가치를 섬세하게 녹여낸 책이랍니다.


우리는 종종 낡고 버려진 것들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곤 해요. 캐서린 애플게이트의 <포켓 베어>는 상처 입고 버림받은 존재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큰 위안과 힘이 될 수 있는지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답니다. 이 이야기의 주 무대는 버려진 장난감들이 모여 사는 두 번째 기회의 집이에요. 자정이 되면 장난감들이 깨어나 신나는 파티를 열고 아침이 오면 다시 평범한 장난감으로 돌아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마법 같은 곳이지요. 집 주인 엘리자베타와 다샤는 장난감들이 말을 하고 살아 움직인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어요.


이 특별한 피난처를 이끄는 대장은 바로 낡은 곰 인형 '포켓'이랍니다. 포켓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들의 가슴 주머니에 쏙 들어가도록 만들어진 '파넬 테디 베어'예요. 전쟁터로 떠나는 병사들을 위한 사랑의 징표이자 든든한 행운의 부적으로 만들어졌던 포켓은 비록 여기저기 해지고 닳았지만 모두에게 깊은 존경을 받는 리더랍니다. 그리고 포켓의 곁에는 자신을 호랑이라 굳게 믿는 당찬 도둑고양이 '제피리나'가 있어요. 포켓의 오른팔이기에 '제피 상병'이라 부르기도 해요. 제피리나는 단순히 물건을 훔치는 것이 아니라 길에 버려진 장난감들을 구조해 포켓에게 데려다주는 고양이들의 로빈 후드랍니다. 작고 낡은 몸집에도 공동체를 꿋꿋이 지탱하는 포켓과 겉보기엔 까칠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제피리나의 우정은 참으로 감동적이에요.


평화롭던 이들의 일상은 어느 날 제피리나가 토마토소스를 잔뜩 뒤집어쓴 투박한 곰 인형을 물어 오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해요. 볼품없어 보이던 그 인형이 사실은 엄청난 값어치를 지닌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비밀이 밝혀지며 두 친구는 잊지 못할 흥미진진한 모험을 시작한답니다. 버려진 곰 인형에 대한 사연, 비밀이 밝혀지면서 인간에 의해 이름이 바뀌어요. 스파게티에서 베어원 그리고 베어 넘버원으로.. 베어원의 숨은 가치가 드러나면서 그를 노리는 욕심 가득한 비키 같은 어른도 등장해요. 비키는 디즈니 애니 <101마리 달마시안>에서 모피에 집착하고 달마시안 가족들을 노리는 악녀 '크루엘라'를 떠올리게 해요!


온갖 우여곡절 끝에 납치되었던 베어원은 다시 '두 번째 기회의 집'으로 돌아오고, 그와 포켓에 얽힌 비밀들이 드러납니다. 출생지가 다르지만 둘은 전쟁의 상흔을 겪었고, 따뜻한 장난감 친구들과 고양이, 인간들 곁에서 안식처를 찾았어요.


이 책은 겉으로는 재미있는 장난감들의 판타지 모험담을 띠고 있지만 그 속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위로가 담겨 있어요. 테디 베어의 오랜 역사와 전쟁이 남긴 상처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잔잔하게 스며들어 있거든요. 전쟁과 아픔을 견뎌낸 이들이 어떻게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서로의 온기로 다시 일어서는지를 조심스럽게 짚어내요. 세상의 기준으로는 낡고 망가져 쓸모없는 것처럼 보여도 누군가의 곁에서 사랑을 나눌 때 우리는 다시 눈부신 가치를 지닌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답니다.


가람어린이 신간 <포켓 베어>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두 번째 기회의 마법과 깊은 감동을 선물하는 아름다운 판타지 동화예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큰 감동을 선사한답니다!


포켓은 앙증맞은 앞발로 눈을 문질렀어.

"진정한 친구는 절대로 잃을 수 없어. 진정한 친구는 별과 같아.

보이지 않아도 항상 그 자리에 있지."_2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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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
팀 하포드 지음, 윤영삼 옮김 / 윌마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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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팀 하포드'는 일상 속 인간의 행동 심리를 경제학 관점으로 명쾌하게 풀어내는 독보적인 스토리텔링으로 현대의 애덤 스미스라는 찬사를 받는다. 전 세계 30개국 이상에서 번역된 밀리언셀러 <경제학 콘서트>로 대중적인 경제학 열풍을 일으켰으며 파이낸셜 타임스 시니어 칼럼니스트와 BBC 라디오 <모어 오어 레스> 진행자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경제 저널리즘에 기여한 공로로 바스티아 경제 저널리즘상을 두 차례 수상하고 대영제국 훈장(OBE)까지 받은 그는 철저한 통제와 정돈된 삶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무질서와 혼란의 숨겨진 힘을 역설한다.


윌마 출판사에서 10주년 기념 특별판으로 새롭게 출간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는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애덤 그랜트, 장강명 작가 등 오피니언 리더들의 추천을 받고 있다.


책은 총 9개의 장을 통해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어떻게 혁신과 창의성을 이끌어내는지 증명한다. 1장과 2장에서는 기계의 한계와 혼란스러운 세계의 단면을 비춘다. 저자는 고도로 자동화된 시스템이 오히려 인간의 대응 능력을 앗아가는 비극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27페이지에서 묘사된 에어프랑스 추락 사고 일화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잠에서 덜 깬 마르크 뒤부아 기장과 다비드 로베르 부기장이 통제 불능 상태의 여객기에서 겪은 극심한 혼란은 첨단 시스템에 맹목적으로 의존할 때 닥쳐오는 치명적인 위험을 경고한다.


3장과 4장에서는 고도의 전략과 의도적인 방해가 인간의 잠재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을 살핀다. 잘 짜인 계획보다 즉흥적인 행동이 예기치 않은 위협을 돌파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어지는 5장부터 9장까지는 예술과 비즈니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예측이 어려운 무질서한 환경이 발휘하는 마법을 추적한다. 10주년 기념 한국어판 특별 서문과 본문 곳곳에 등장하는 음악가들의 사례가 유독 짙은 여운을 남긴다. 쾰른 오페라 극장 밖에서 비를 맞으며 좌절한 피아니스트 키스 재릿을 설득한 17세 소녀 베라 브란데스의 이야기는 불완전하고 결함 있는 피아노가 만들어낸 기적 같은 명반의 탄생을 보여준다.


마일스 데이비스가 사전 연습 없이 즉흥 연주로 단 9시간 만에 재즈 역사상 빛나는 명반 <카인드 오브 블루>를 녹음한 일화 역시 정연한 규칙보다 약간의 혼돈이 얼마나 뛰어난 성취를 이루는지 증명한다. 구글과 애플의 상반된 공간 활용 방식, 지나친 숫자 중심의 평가가 낳는 맹점 등을 다루며 꽉 짜인 규율은 결국 창조성을 질식시킨다는 진실을 드러낸다.


우리는 결코 정돈될 수 없는 혼돈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통제 가능한 세상을 갈망한다. 팀 하포드는 삶을 진정으로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알고리즘이 빚어낸 무결점이 아니라 예기치 않은 상황 속에서 길을 찾는 인간 고유의 유연함이라고 말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노동을 빠르게 대체하는 시대에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무척 시의적절하다. 흠집 하나 없는 매끈하고 획일적인 정답만 좇다 보면 도리어 거대한 파국 앞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때로는 서툴고 이리저리 흔들리며 다소 엉뚱한 동기에 이끌리는 과정 자체가 우리를 더 단단하게 벼려낸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의 통찰을 실생활에 적용한다면 우리는 지적 자극과 창의력 향상을 위해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꾀할 수 있다. 늘 오가는 출퇴근길의 경로를 바꾸거나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사소한 일탈이 새로운 사유의 출발점이 된다. 잘 정돈된 환경에 얽매이기보다 작업 공간을 다소 어수선하게 두거나 촘촘한 계획표에 빈칸을 남겨두는 여유는 예기치 않은 아이디어가 스며들 틈을 만든다. 낯선 상황에 자신을 기꺼이 노출하고 익숙한 루틴을 의도적으로 깨뜨릴 때.. 뇌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 독창적인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지적 자극에 흥분할 것이다. 효율성이라는 좁은 틀에서 벗어나 삶의 무작위성, 랜덤함을 껴안을 때 비로소 굳게 닫혀 있던 가능성의 문이 열린다. 혼돈과 춤추며 진정한 자율성을 회복하고 창조적인 일상을 가꾸고 싶은 이들에게 명확한 이정표가 되어줄 책이다.


참고로 책 표지의 'MESSY'는 '지저분한', '어질러진', '엉망인'이라는 형용사다. 다리가 세 개임에도 똑바로 서 있는 스툴이 이 책의 내용을 잘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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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시적인 과학, 당신을 위한 최소한의 우주
우주플리즈 지음 / 모티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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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브 신간, 우주플리즈 지음 <이토록 시적인 과학, 당신을 위한 최소한의 우주>는 누적 조회수 7000만 회를 기록한 유명 우주과학 유튜버가 펴낸 우주 교양서다. 저자는 별의 탄생과 죽음, 은하의 역사 등 다소 차갑고 건조하게 느껴질 수 있는 천문학적 지식들을 인간의 감정과 삶에 잇닿은, 친근하고 감각적인 언어로 전한다. 압도적인 침묵 속에서 현대인에게 진중한 위로를 건네는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을 한 편의 아름다운 에세이처럼 다정하게 풀어냈다.


유튜버 '우주플리즈'는 단순한 과학 지식 전달을 넘어 철학적 사유와 예술적 감수성을 결합한 독보적인 영상 스타일을 자랑한다. 방대한 우주 다큐멘터리나 천문학적 사실들을 감성적인 배경음악, 한 편의 시를 읽어 내려가는 듯한 차분하고 호소력 있는 내레이션으로 엮어내는 것이 매력 포인트다. 팔로워들은 딱딱한 과학 강의가 아닌 마음을 다독이는 힐링 콘텐츠로 영상을 소비하며 광활한 우주 속에서 개개인의 삶과 감정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특유의 영상미에 열광한다. 지식의 단순 나열에 그치지 않고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묻는 인문학적 접근이 수많은 구독자를 사로잡은 비결이다.


"살면서 한 번쯤은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밤하늘을 올려다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저 까마득한 위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자 우주플리즈가 던지는 서두의 질문은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에 갇힌 우리의 시선을 138억 년이라는 아득한 시간과 끝없이 팽창하는 공간으로 단숨에 이끈다.


<이토록 시적인 과학, 당신을 위한 최소한의 우주>는 밤하늘의 낭만을 넘어 실제 우주가 품고 있는 뜨거운 진실과 압도적인 크기를 체감하게 만드는 치밀하고 매력적인 과학 서적이다. 거대한 우주의 침묵 속에서 초미세한 티끌에 불과한 인간 존재의 이유를 묻는 철학적 사유를 담아냈다.


목차를 바탕으로.. 1장과 2장은 축구공 크기로 축소한 태양을 기준으로 우주의 막대한 스케일을 가늠해 보며 우리가 서 있는 지구 주변의 이웃들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저자는 지구의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이웃 행성 금성을 묘사하며 "아름다운 이름은 치명적인 거짓말이다. 지구의 밤하늘에서는 가장 우아하고 밝게 빛나는 보석 같지만, 그 구름 아래는 태양계 최악의 불지옥이 펼쳐져 있다"라며 맹렬한 표면 온도를 지닌 금성의 이면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한다. 그저 아름다운 별빛으로만 소비되던 천체들이 저마다의 혹독한 역사를 지닌 입체적인 존재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3장과 4장은 태양계 이웃들의 진짜 모습과 은하 속으로 아득하게 뻗어나가는 여정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인류가 그토록 붉은 행성에 매달리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화성이 살기 좋아서가 아니라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단언하며 척박한 현실을 짚어낸다.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십억 년 전 화성은 지금의 지구와 무척 닮아 있었다. 따뜻했고 두꺼운 대기가 있었으며, 표면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흘렀다"라며 과거의 모습을 묘사한다. 생명이 피어날 수 있었던 이 행성은 덩치가 작아 중심핵이 빨리 식어버렸고, 생명체를 보호하는 자기장마저 잃어 치명적인 태양풍에 대기를 빼앗기고 말았다.


책은 화성을 다시 지구처럼 바꾸는 테라포밍의 험난한 도전을 바라보며 우리가 발 딛고 선 지구가 얼마나 놀라운 확률로 다종다양한 생명을 품고 있는지 역설한다. 태양계를 유지하는 에너지원인 태양에 대해서도 4000도의 태양 흑점과 6000도에 달하는 주변 온도의 극명한 대비를 구체적으로 서술하며 막강한 중력을 지닌 목성이 '태양계의 방패'라 불리는 이유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마지막 5장 우주의 처음과 끝에서는 공간 자체가 팽창하는 빅뱅의 어려운 개념을 부풀어 오르는 '풍선 위의 점'들에 빗대어 명쾌하게 시각화한다. 상대성이론, 사건의 지평선, 암흑물질 등 낯선 천문학 용어의 향연 속에서도 독자가 길을 잃지 않는 이유는 저자가 광활한 우주의 질서를 빌려 우리 삶의 무게를 다정하게 덜어주기 때문이다. 중심이 없는 팽창하는 우주에서는 역설적으로 우주를 올려다보는 관측자 모두가 각자 자기 우주의 중심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오늘 밤, 당신의 슬픔을 저 밤하늘의 침묵 속에 놓아주세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책을 읽고 나면 영원할 것 같던 미움도 세상이 무너질 듯한 절망과 불안도.. 결국 우주라는 무한한 시공간 속에서는 찰나에 부유하는 먼지 한 톨임을 깨닫는다. 아득한 우주의 경이로움이 나라는 작은 존재를 온전히 보듬어 안는 매력적인 독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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