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딸이 왕따 가해자입니다
시로야기 슈고 지음, 정지원 옮김 / 빈페이지 / 2024년 4월
평점 :
시로야기 슈고 <내 딸이 왕따 가해자입니다>,
학폭 왕따 문제를 피해자와 가해자 쌍방의 시점에서 그린 화제작.
심리 상담가이자 <마음 근육 튼튼한 내가 되는 법>의 저자 박상미 교수가 추천한 신간이다.
첫 페이지 칠판에 새겨진 두 글자를 바라보는 고하루의 뒷모습이 섬뜩하다. 이후 잔인하고 참담한 이야기 전개를 예고하는 듯하다. 전체 형식은 4컷 만화의 연속으로 가벼이 읽을 수 있는 구성이다. 허나 읽다 보면 전염병처럼 번지는 학교 폭력의 확산에 성인이자 학부모로서 책임감을 지울 수 없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타인이 아닌 우리 아이들에게도 능히 벌어질 수 있는 일처럼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고하루와 마나.. 초등 5학년 같은 반 친구인 둘은 학폭 왕따 사건에 휘말리면서 피해자와 가해자 입장으로 나뉘어 갈등을 겪게 된다. 서로의 부모님과 학교 전체로 걷잡을 수 없이 학폭 문제가 확대되고, SNS를 통해 세상 밖으로 일파만파 소문이 퍼지면서 누가 피해자고 가해자인지 특정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만다.
책을 읽으면서 지난날이 떠오른다. 큰 아이가 유치원 다니던 시절, 어느 날부터인가 교실에 바래다주던 내 손을 꼭 붙잡고는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거다. "아빠, 2층까지 같이 올라가 주면 안 돼?" 아이의 떨리는 눈빛을 보고 난 그러마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후에 알고 보니 남들보다 성장이 빨랐던, 조숙한 같은 반 아이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다행히 사건 초기에 전모를 알게 되어, 가해 아동과 학부모로부터 사과를 받고 다시는 그런 괴롭힘 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약속을 받았다. 분명히 당시 유치원 담당 선생님은 아이들의 제한된 활동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상 징후와 행동을 감지하고 목격했을 것이다. 하지만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일부 교육 담당자들은 책임을 피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을 피하고 학부모에게 이후 대응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온갖 고통을 겪고 트라우마,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은 결국 우리 아이들이다.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무릇 아이들처럼 순진무구하게 잔인한 동물이 있을까 싶다. 진화를 거듭한 영장류의 후손답게 무리 안에서 강자와 약자를 본능적으로 가름하고, 어느 무리에 가담해야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 미성년자인 아이들의 폭력성을 과소평가하고 무시하면 안 된다. 미숙하고 절제심이 미약한 탓에.. 약자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보복과 괴롭힘은 성인보다 더하고, 잔인함은 야생의 고릴라나 원숭이처럼 극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건, 가능한 빠른 교사/학부모의 개입, 가르침 그리고 따끔한 훈육이다.
만약 사회와 가정의 적극적인 개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커뮤니티는 일체의 자비가 없는 약육강식의 정글로 변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탈락하고 도태되는 아이들은 벼랑 끝으로 몰릴 것이다.
한국은 초등 저학년부터 과도한 입시 준비, 선행 사교육으로 인해 공교육이 무너졌고, 이로 인해 교권은 바닥 아래로 추락했다. 가득이나 공부로 인한 압박, 스트레스가 상당한데, 여기에 학폭 왕따 문제까지 더해진다면 피해 아이들이 감당해야 하는 중압감의 무게는 배가 될 것이다. 벼랑 끝에 매달린 채 오래 버티기 힘든 상황에 내몰리는 아이들의 절박함, 위태로움.. 우리는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작금의 위급한 상황을 바로 인식하고, 학폭 사건을 조기에 방지, 차단할 수 있는 학교와 가정, 공권력이 함께 관여하는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보완해야 한다. 피해자들의 트라우마가 이어지지 않도록 학폭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와 처벌, 격리 등 적극적인 훈육이 뒤따라야 한다.
시로야기 슈고 <내 딸이 왕따 가해자입니다>는 학부모와 아이들이 읽기 쉬운 만화체를 통해, 우리 사회/교육계의 현실을 고발하고 학폭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필독서로 삼을 만하다.
더불어 책과 함께 아빠와 엄마, 아이가 궁금한 점을 기록하고, 서로 돌려보며 소통할 수 있는 '소통 노트'를 제공합니다.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을 더 깊고 재미있게, 몰랐던 부분은 새로이 알고 이해하며, 가족끼리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으니 적극 활용해 봅시다!
#서평단 #도서협찬 #내딸이왕따가해자입니다 #시로야기슈고 #빈페이지 #정지원옮김 #학교폭력 #학폭 #따돌림왕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