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새소설 15
김이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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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 모음 '새소설' 시리즈 신간으로 김이설 작가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가 출간되었다.

김이설 작가는 2006년부터 여러 소설집, 경장편 소설을 꾸준히 발표하며 한국 문학의 새로운 경향을 이끌고 있다.


어둠을 뚫고 세 여자가 강릉 어느 해안 도로를 헤매고 있다.

난주, 미경, 정은. 오십을 눈앞에 둔, 다양한 갱년기 증상을 겪는 그들은 20 대부터 서로의 비밀을 터놓는 절친 사이다. 그들은 젊을 적 찾았던 이 도시에서 희미하게 떠오르는 기억을 더듬으며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고, 현재 달라진 각자의 처지에 어색함을 감추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기시감, 친숙함으로 다가오는 인물들이다. 수능세대, X세대로 불리던 7080세대의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들. 술자리에서 늘어놓는 이런저런 넋두리는 실제 친구들의 수다판을 떠온 듯싶다.

가정, 회사, 건강 측면에서 하나둘씩 문제가 생기고, 갈등이 생기는 시기. 세 가지 모두 아무 문제 없이 승승장구하는 이는 극소수,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배우자와 사이가 틀어지거나 사춘기에 접어든 자식과 냉랭 전선을 구축해 고민하는 이들. 회사에서 정리 해고당해 떠밀리듯 자영업 전선에 뛰어든 이들도 적지 않다. 사십 대 후반, 노안은 기본에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등에 문제가 생기면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에 등장하는 이들 또한 자꾸만 낡아가고 퇴색하는 자신과 주위의 것들을 지키려 분투하는 이들이다.



갈수록 늘어가는 빚에 눌려 사회 변두리로 밀려나는 정은. 미경은 끝을 내지 못한 학생 운동과 이뤄지지 못한 성희 언니와의 관계에 괴로워한다. 난주는 일찍 결혼했지만 점점 가족의 틀에서 벗어나는 현실에 방황하고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들은 서로의 상황과 고민을 이해하면서도 일정 선을 존중하려 하고, 종종 그 영역을 침범하면 한 발짝 물러서거나 대립 각을 세우기도 한다. 티격태격 다툼을 벌여도 시간이 흐르면 술자리에서 소심하게 잔을 나누며 회포를 풀고 화해하는 세 친구들의 모습이 정겹다.


세 인물들은 각자가 품은 비밀들을 간직하고 있으며, 몇몇 비밀은 폭로되는 순간 가정과 지위, 명예는 허물어질 수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들은 끈끈한 우정과 의리로 서로의 비밀을 지키고 은닉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다. 앞으로 여생 동안 몇 번의 만남과 여행이 성사될지는 불확실하다. 우리는 함께 늙어가는 세 친구들이 술자리에서 또는 카페에서 서로의 허물을 건드리고, 속내를 드러내는 장면을 볼 때마다 쓴웃음을 짓고 부러움을 감출 수 없다. 

이제는 서로 먼 길을 떠나 얼굴 보기도 힘든 옛 친구들을 떠올리며, 오래간만에 안부 카톡을 보내볼까? 전화를 해볼까? 고민하지만 이내 폰을 닫고 눈을 감는다. 젊고 철없었던 그들과의 옛 추억을 회상하며, 이후 성사될 떠들썩한 만남을 고대하며 잠을 청한다. 부디 모두들 건강하고, 신상에 큰 변화가 없기를.. 난 속삭여 기도하며 그들의 안녕을 바란다.




#서평단 #우리가안도하는사이 #김이설작가 #자음과모음 #새소설시리즈 #강릉여행 #신간추천리뷰 #한국문학추천 #여성서사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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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커 래빗홀 YA
이희영 지음 / 래빗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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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로 잘 알려진, 40만 베스트셀러 이희영 작가의 신작이 출간되었어요.

그녀의 첫 타임슬립 판타지, 청소년소설 <셰이커>를 소개할게요.


"어른이 뭐냐?" 첫 문장이 의미심장해요. 무엇이 어른을 정의하지?라는 물음에

등장하는 나우, 성진, 한민이 각자의 의견을 말합니다. 커피에 교통 카드까지 아이와 어른을 구분 짓는 다양한 잣대가 등장하더니, 별안간 학창 시절의 동창들을 떠올립니다.

그들 중 '이내'는 불행한 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났음을 넌지시 암시해요. 고인의 여자친구 '하제'는 오랜 방황 끝에 현재 '나우'와 사귀는 사이지요. 이들 세 절친이 페이지에 얼굴을 내밀면서 본격적인 시간 여행 판타지가 시작됩니다. 나우는 거리를 걷다가 신묘한 블랙캣의 뒤를 홀린 듯 따라가요. 어둑한 골목 끝에는 신비한 바텐더가 기다리는 칵테일 바가 어서 들어오라! 반기고 있었지요. 나우는 바텐더가 특별히 제조한 '블루 아이즈'를 마시고는 정신을 잃고 다음날 깨어납니다.


놀랍게도 나우는 열아홉 살, 학창 시절로 되돌아갑니다. 어찌 보면 낯익은 타임 슬립 판타지 식 이야기 전개이지만, 이희영 작가는 과거와 현재 어디에도 머무르지 못하는 나우의 혼란한 상황을 잘 그려냈어요.

베프 '이내'와 '하제'의 첫 만남이 성사되는 그날을 자신의 것으로 가로채기 위해 약속 장소에 등장하지만, 남녀의 연은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필연을 찾아 어떻게든 맺어지고 말아요. 몰래 짝사랑하는 하제의 주위를 떠돌면서 나우는 자신의 기억에 남는 유년 시절의 몇몇 지점으로 시간 여행을 떠납니다.



과거 자신의 무심한 선택과 결정, 무기력한 포기로 인해 흘려보낸 시간과 기회들. 여러분들 모두 그런 순간들이 존재할 겁니다. 흘러간 지난날은 무수한 후회와 미련, 오해로 얼룩져 있지요. 사이사이 이어지는 그리운 이들, 사랑하는 이들과의 만남, 이별의 순간도 촘촘히 박혀 있어요. 언제든 자신이 원하는 생의 지점으로 타임-워프 할 수 있는 칵테일을 셰이크 하는 은밀한 바가 존재한다면.. 그곳은 우리에게 신이 내린 축복일까요? 아니면 악마의 저주일까요?


청소년소설 <셰이크>를 읽으면서 각자의 삶의 큰 줄기를 바꾸는, 과거의 몇몇 변곡점이 떠오르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저의 예를 들어볼까요? 고딩 시절, 그 친구에게 무심코 내뱉은 그 말을 다시 입안으로 삼켰으면 하는 후회. 사춘기 시절 극심하게 방황하는 나 자신을 붙들고 정신 차려라, 제발 힘을 내라! 셀프 위로하고 힘이 돼주었으면 하는 미련. 대학 전공 교수가 권유하던 미국 컨퍼런스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몇몇 인생의 선택지들.. <셰이커>의 묘미는 나우의 시간 여행 판타지를 따라가면서, 독자들 각자의 삶에 존재하는 곡절을 떠올리고 반추할 수 있다는 점인 거 같아요. 누구나 마음 깊이 품고 있는, 자면서도 이불킥을 냅다 찰 만한 회한 가득한 지점으로 데려가, 이를 만회하고 해소할 수 있는 나름의 동력을 제공하는 거죠.


허나 지나친 과거에의 집착은 정신 건강에 해로워요. 이제 책에 집중합시다!

나우는 시시각각 예정된 죽음으로 다가가는 친구 '이내'를 바라보면서, 서로의 삶의 방향을 바꾸려 결정을 내려요. 인간의 생사를 가르는 운명을 비틀려 하는 나우의 과감한 시도는 과연 이루어졌을지, 절친 이내와 연인 하제는 그의 곁에 어떤 인연으로 남았을지.. 이희영 작가의 신간 청소년소설 <셰이커>를 통해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도서협찬 #셰이커 #이희영작가 #래빗홀 #페인트 #청소년소설 #베스트셀러 #청소년추천도서 #타임슬립소설 #시간여행자 #판타지소설 #신간추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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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정치·직업으로서의 학문 현대지성 클래식 57
막스 베버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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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지성 클래식 57번째 시리즈는 막스 베버의 대표작 <직업으로서의 정치, 직업으로서의 학문> 완역 합본입니다.

당대 카를 마르크스와 쌍벽을 이룬 현대 사회과학의 거장이자 시대의 예언자 '막스 베버'.

그의 통찰력이 담긴 대표적인 강연문 2종이 박문재 전문 번역가의 매끄러운 번역과 충실한 각주/해제를 포함해 출간되었다.



제1차 세계 대전에서 패전한 독일 제국, 막스 베버는 혼란에 빠지고 위기에 처한 나라를 일으키기 위해 정치와 학문이 어떤 소명으로 역할을 다해야 하는지를 대중 앞에서 강연했다.

직업으로서 정치에 헌신하는 자는 강력한 열정과 자기 통제를 바탕으로 대중들에게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힘을 지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직업적인 정치가란 자신의 주장을 전파하는 연설가로서, 대중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리더로서 또한 타 정당과 이익 집단과 타협하고 네고하는 협상가로서의 자질을 타고나야만 한다. 이러한 선천적 자질뿐만 아니라 후천적으로 자신이 태어나고 속한 나라가 불구덩이에 처박히고 약소국의 지위를 면치 못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 자신의 나라에 복무/헌신하고 자국민을 보호하고 구원할 수 있는 소명을 가진 이어야만 한다.



또한 막스 베버는 같은 연장선 상에서 직업적인 학자/교육자에 대한 견해를 밝힌다. 그는 어떤 학문에 전념하는 이는 오로지 자신의 분야에 평생을 바쳐 몰두하는 사람이라 주장한다. 학자로서 길을 걷는 자는 위대한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다른 업을 엿보거나 겸하기를 포기하고 오직 자신의 우물을 깊게 파고드는 이라 말한다. 자신의 생을 걸고 천착하는 자. 즉 미지의 영역을 헤치고 나아가 태초의 진실에 다다르는 이, 노학자가 개척한 길을 뒤따라 새로이 곁길을 뚫고자 하는 모두가 배움을 청하고 흠모하는 이. 그가 바로 직업으로서 진정한 학자라 칭할 만하다. 베버는 이렇게 강연하면서 무소불위의 힘에 도취한 어느 학자가 롱기누스의 창처럼 휘두르는, 세미나 형식을 배제한 채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강요하고 일방적으로 피력하는 행위는 올바르지 않은, 너무나 쉽고 편리한 월권행위라 주장한다.



그런 학자가 존재한다면 강단에 서서 예언을 퍼뜨리기보다는 차라리 종교에 귀의하여 선지자 역할을 하라고 일갈한다. 어느 학자가 자신의 정치적 이념과 가치를 학문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대중들에게 강의하고,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베버에 따르면 전문적인 정치와 학문의 길은 겹칠 수 없으며, 각각의 업에 헌신하는 자들의 책무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어쩌면 1차 세계 대전의 패전 이후, 독일은 저명한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의 견해를 무시하고 학문이 정치사상에 봉사하고 헌신하는 월권행위를 저지름으로써 나치의 태동과 2차 세계대전의 발발이라는 참극을 다시 겪었는지도 모른다. 


시대를 앞서간 예언가 베버의 정치와 학문이라는, 두 분야를 아우르는 명강연의 완역본과 박문재 번역가의 명쾌한 해석을 탐독하고 싶은 분들은 현대지성 클래식 신간 <직업으로서의 정치, 직업으로서의 학문>을 펼쳐보길 바란다. 지금의 시대에도 통용될 수 있는, 혜안이 번득이는 명저라 할 수 있다.




#협찬 #직업으로서의정치학문 #정치 #학문 #막스베버 #사회학 #직업 #정치가 #윤리 #현대지성클래식 #박문재옮김 #2종완역합본 #신간추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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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이 왕따 가해자입니다
시로야기 슈고 지음, 정지원 옮김 / 빈페이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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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야기 슈고 <내 딸이 왕따 가해자입니다>,

학폭 왕따 문제를 피해자와 가해자 쌍방의 시점에서 그린 화제작.

심리 상담가이자 <마음 근육 튼튼한 내가 되는 법>의 저자 박상미 교수가 추천한 신간이다.



첫 페이지 칠판에 새겨진 두 글자를 바라보는 고하루의 뒷모습이 섬뜩하다. 이후 잔인하고 참담한 이야기 전개를 예고하는 듯하다. 전체 형식은 4컷 만화의 연속으로 가벼이 읽을 수 있는 구성이다. 허나 읽다 보면 전염병처럼 번지는 학교 폭력의 확산에 성인이자 학부모로서 책임감을 지울 수 없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타인이 아닌 우리 아이들에게도 능히 벌어질 수 있는 일처럼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고하루와 마나.. 초등 5학년 같은 반 친구인 둘은 학폭 왕따 사건에 휘말리면서 피해자와 가해자 입장으로 나뉘어 갈등을 겪게 된다. 서로의 부모님과 학교 전체로 걷잡을 수 없이 학폭 문제가 확대되고, SNS를 통해 세상 밖으로 일파만파 소문이 퍼지면서 누가 피해자고 가해자인지 특정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만다.



책을 읽으면서 지난날이 떠오른다. 큰 아이가 유치원 다니던 시절, 어느 날부터인가 교실에 바래다주던 내 손을 꼭 붙잡고는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거다. "아빠, 2층까지 같이 올라가 주면 안 돼?" 아이의 떨리는 눈빛을 보고 난 그러마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후에 알고 보니 남들보다 성장이 빨랐던, 조숙한 같은 반 아이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다행히 사건 초기에 전모를 알게 되어, 가해 아동과 학부모로부터 사과를 받고 다시는 그런 괴롭힘 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약속을 받았다. 분명히 당시 유치원 담당 선생님은 아이들의 제한된 활동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상 징후와 행동을 감지하고 목격했을 것이다. 하지만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일부 교육 담당자들은 책임을 피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을 피하고 학부모에게 이후 대응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온갖 고통을 겪고 트라우마,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은 결국 우리 아이들이다.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무릇 아이들처럼 순진무구하게 잔인한 동물이 있을까 싶다. 진화를 거듭한 영장류의 후손답게 무리 안에서 강자와 약자를 본능적으로 가름하고, 어느 무리에 가담해야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 미성년자인 아이들의 폭력성을 과소평가하고 무시하면 안 된다. 미숙하고 절제심이 미약한 탓에.. 약자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보복과 괴롭힘은 성인보다 더하고, 잔인함은 야생의 고릴라나 원숭이처럼 극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건, 가능한 빠른 교사/학부모의 개입, 가르침 그리고 따끔한 훈육이다.

만약 사회와 가정의 적극적인 개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커뮤니티는 일체의 자비가 없는 약육강식의 정글로 변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탈락하고 도태되는 아이들은 벼랑 끝으로 몰릴 것이다.



한국은 초등 저학년부터 과도한 입시 준비, 선행 사교육으로 인해 공교육이 무너졌고, 이로 인해 교권은 바닥 아래로 추락했다. 가득이나 공부로 인한 압박, 스트레스가 상당한데, 여기에 학폭 왕따 문제까지 더해진다면 피해 아이들이 감당해야 하는 중압감의 무게는 배가 될 것이다. 벼랑 끝에 매달린 채 오래 버티기 힘든 상황에 내몰리는 아이들의 절박함, 위태로움.. 우리는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작금의 위급한 상황을 바로 인식하고, 학폭 사건을 조기에 방지, 차단할 수 있는 학교와 가정, 공권력이 함께 관여하는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보완해야 한다. 피해자들의 트라우마가 이어지지 않도록 학폭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와 처벌, 격리 등 적극적인 훈육이 뒤따라야 한다.

시로야기 슈고 <내 딸이 왕따 가해자입니다>는 학부모와 아이들이 읽기 쉬운 만화체를 통해, 우리 사회/교육계의 현실을 고발하고 학폭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필독서로 삼을 만하다.


더불어 책과 함께 아빠와 엄마, 아이가 궁금한 점을 기록하고, 서로 돌려보며 소통할 수 있는 '소통 노트'를 제공합니다.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을 더 깊고 재미있게, 몰랐던 부분은 새로이 알고 이해하며, 가족끼리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으니 적극 활용해 봅시다!





#서평단 #도서협찬 #내딸이왕따가해자입니다 #시로야기슈고 #빈페이지 #정지원옮김 #학교폭력 #학폭 #따돌림왕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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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일 비비언 고닉 선집 3
비비언 고닉 지음, 김선형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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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대문자 L로 적힌 Life, 삶의 압력을 느끼려고 읽는다._26p

책을 다시 읽고 싶어서 더 오래 살고 싶다는 이 못 말리는 애서가의 당찬 포부에는

유쾌한 전염성이 있다._245p



작가들의 작가, 이 시대 최고의 저널리스트이자 에세이스트 '비비언 고닉'의 최근작 <끝나지 않은 일>. 글항아리에서 출간한 비비언 고닉 선집 마지막 책이다.

정식 출간본에 앞서 티저 북을 읽어 보았다. 20여 페이지의 발췌록과 옮긴이의 말 전문.

책의 일부를 들춰보았을 뿐인데도, 저자의 집필 의도와 방향, 관통하는 주제를 짚기에는 무리가 없다.


유한한 인간의 삶, 그와 함께 명멸하는 수많은 책들. 극히 일부는 세대를 넘어 빛을 발하는 클래식한 고전으로 남아 우리 곁을 지킨다. 과거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대단한 의미가 아닐 수 없다. 현재는 화려하고 자극적인 영상과 웹툰, 게임이 넘쳐나는,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기 어려운 요지경 세상. 혼란하고 번잡한 세상 살이 중에 어느 책을 재독한다는 것은 책과의 범상치 않은 인연에 의미를 둘 수도 있지만, 독서에의 열망과 의지를 다짐하고 정연한 삶을 향한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만 달성할 수 있는 거사임에 틀림없다.



희수를 훌쩍 넘은, 적지 않은 나이의 비비언 고닉은 밖으로 거동하여 급변하는 세상을 체험하기가 어렵다. 그녀는 노회한 몸을 움직이는 대신, 곁을 지키는 문학 작품을 '다시 읽는다'라는 행위를 통해 자신이 살아 있음을, 여전히 진화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처럼 보인다.

<흰옷을 입은 여인>, <작은 아씨들> 등 유년기를 통과하는 의식처럼 머물렀던 다수의 문학 작품을 통해 아직 영글지 않았어도 찬란한 젊음을 과시하던 시절을 추억한다. <사나운 애착>을 다시 읽으면서 증오에 가까운 어머니에 대한 감정을 다독이고, 여성 운동의 이론과 실천이 동떨어진 시대의 딜레마를 돌아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서술 방법, 즉 자기중심적인 일인칭 시점으로 진행하는 문학 평론에 대해 독자들이 자신의 곁에 바짝 다가서서 바라보고 사유하는 모든 것에 공감하기를 바라는 바람을 드러낸다. 어느 문학 작품을 재독하면서 처음 읽었을 때의 시공간으로 되돌아가 당시를 되돌아 보고, 과거와 현재에 비친 각각의 뉘앙스를 비교하고 음미하는 것. 시간의 흐름에 따른 두 자아가 거듭된 읽기를 통해 어떻게 분열하고 충돌하는지, 이러한 시행착오를 통해 균열되고 상처 입은 자아의 응어리들이 심사숙고 끝에 합일하고 화해하는 구체적 과정을 보여준다. 비비언 고닉은 통합되고 실천 가능한 자아라는 생의 위업에 다가서기 위한, 몸부림치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새겨진 분투의 기록을 여기에 남겼다.



난 <끝나지 않은 일> 일부를 읽으면서 지난날 읽었던 몇몇 책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생전 아버지가 곁에 어린 날 누이고 외우다시피 읊어주셨던 현진건 작가 <운수 좋은 날>의 마지막 장면.. 연중 손꼽을 정도로 돈벌이가 좋았던 운수 넘치는 하루의 마지막에, 싸늘히 식은 처의 시신을 붙들고 오열하는 어느 사내의 울부짖음을 복기하며 시대를 초월하는 삶의 예측불가함, 처절함에 경악한다. 언제든 방심하고 행복에 겨워하는 뒤통수를 냅다 후려갈기고, 뜨끈한 설렁탕 뚝배기를 뒤집을 수 있는 인간 운명의 얄팍함, 배신에 대해 깨닫는다.

또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석양을 바라보는 스칼렛 오하라의 그 유명한 마지막 외침보다..

"한 나라가 흥할 때는 물론 돈이 굴러들어 오지. 하지만 어느 나라가 망할 때도 부를 움켜쥘 수 있는 법이야."라는 작가의 글귀가 '각자도생'이 메인 키워드로 등장한 현시점에 더 마음에 와닿는다. 그 밖에 무수한 작품들의 복잡다단한 문장, 각양각색 이미지와 꼬리를 무는 대사들이 기억과 망각 경계선에서 떠돌고 있다.


처음 읽기도 쉽지 않은 시대에 '다시 읽기'라는 흔치 않는 행위가 깊이 없이 겉돌고 방황하는 현 세태의 우울과 공허함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제시되길 바라며.. 비비언 고닉의 <끝나지 않은 일> 전체를 완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이 글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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