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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숨결 가까이 - 무너진 삶을 일으키는 자연의 방식에 관하여
리처드 메이비 지음, 신소희 옮김 / 사계절 / 2024년 5월
평점 :
"숲에서의 1년은 메트로놈 움직임처럼 규칙적이다. 자연은 오래된 기억과 회복력을 지닌 장소다."
"나는 글쓰기를 다시 익히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언어와 상상력은 우리를 자연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기보다 자연과 다시 연결해 줄 가장 강력하고도 자연스러운 도구다."
영국 최고의 자연 작가이자 식물학자로 손꼽히는 '리처드 메이비'가 신간 <야생의 숨결 가까이>로 찾아왔다. 그는 <영국 식물 백과사전>, <춤추는 식물>등 30여 권의 자연과 식물에 관한 책을 저술했다.
저자는 새들을 바라본다. 호수와 습지대 위를 떼 지어 배회하고 부유하는 새무리들. 칼새, 도요새, 물떼새, 두루미, 갈까마귀, 찌르레기, 홍머리오리 등. 우리에게 생소한 새들의 춤사위와 날갯짓, 습성이 책에 소개된다.
그는 새들이 사라지는 동쪽 끝을 바라보다가 자신 또한 정든 정착지를 떠나야 할 시기가 왔음을 깨닫는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진 공허함과 우울. 창백하고 음울한 그의 낯빛은 어디서부터 잘못되고 그릇되었는지를 찾기에는 이미 늦었음을 알려준다. 지인이 거주하는 이스트 앵글리아, 브레클랜드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그는 원초적인 자연 그대로의 산림에 묻혀 살아가게 된다.
계절이 바뀌면서 하루하루 천변만화하는 자연을 주의 깊게 관찰한 그는 사색적인 기록을 펼쳐놓는다. 자연 속에서 어울려 서식하고, 치열한 투쟁을 통해 생존하는 동식물들의 행동 양식을 서술한다. 문학, 생태학, 역사학 등에 통달한, 박학다식한 저자의 지식은 그가 영국 최고의 자연 작가이자 왕립 문학협회 회원으로 선임되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리처드 메이비는 같은 종과 전쟁을 벌이고 대량 학살을 주저하지 않는 인간의 야만성과 보호하고 공존해야 할 자연 생태계를 말살하는 무책임함을 반성한다. 갈수록 비인격적으로 극개인적으로 일탈하는 인간들의 우울함, 단절감을 치유하고 회복하기 위해 자연으로 돌아가, 인간을 포함해 하나로 연결된 생태계의 의미를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 또한 원시 자연에 둘러싸여, 야생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끼며 심신을 회복시켰다고 고백한다. 또한 글쓰기를 통해 언어와 상상력을 동원해 생생한 자연을 서술하고,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존재들과 연결되기를 희망하면서 무너진 삶을 다시 세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성찰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존재 가치를 탐구하는 리처드 메이비의 <야생의 숨결 가까이>. 인간 문명의 무자비함과 일탈을 방조하는, 우리를 기울어진 운동장 구석으로 밀어붙이는 속도전에 지친 이라면 꼭 읽어보시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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