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동물 기록 - 피터 아마이젠하우펜 아카이브
호안 폰쿠베르타.페레 포르미게라 지음 / 이은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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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것은 가능한 것의 일부에 불과하다."_프랑수아 자코브,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1965년)



세상은 보이는 것만이 진짜가 아니다. 우리 눈에 띄지 않는 상상 속 동물들이 어둑한 해저에서, 덩굴이 엉킨 밀림에서 혹은 구불한 동굴 깊이 은신한 채 생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스페인의 작가 호안 폰쿠베르타와 페레 포르미게라는 영국 스코틀랜드 북부 지방 Cape Wrath, 어느 민박집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지하실에서 산처럼 쌓인 자료 더미를 발견했다. 독일어로 쓰인 연구 노트와 사진 필름, 녹이 슨 해부도구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흉측한 박제 동물들이 지하 창고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휴가를 반납한 두 작가들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해묵은 연구 자료들을 분석하고 정리했다. 방대한 연구 자료의 주인은 뮌헨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피터 아마이젠하우젠' 교수(1895~1955?). 그는 현실에 존재하는 미지의 동물들을 찾아 그들의 생태를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1932년 그는 결국 선을 넘었다. 윤리적으로 금지된, 동물의 조직 및 장기 이식술을 시도하다가 발각되어 대학에서 퇴출된 것이다. 이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오지를 탐험하고, 희귀 동물 종을 탐구하다가 1955년 8월 홀연 자취를 감추었다. 소유한 차만이 어느 해안 절벽 위에서 발견되었을 뿐.. 그는 유령처럼 사라져 버렸다.


호안 폰쿠베르타와 페레 포르미게라는 연구 자료와 사진들을 바탕으로 책을 저술했다. 몸체는 뱀, 다리는 조류의 그것이 달린 괴이한 동물이 우리를 경악하게 한다. 먹이를 포획하기 위해 휘파람을 부르고, 날카로운 독침을 날리는 미지의 생물.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거북 등껍질을 지닌 거대한 조류의 날개를 펼친 학명 '트레스켈로니아 아티스'의 실사진과 엑스레이 사진이 존재를 증명한다. 큰 날개를 가진 암고양이의 골격이 남아있는 '펠리스 페나투스'와 두 다리가 뻗은 육지 어류 '익티오카프라 아이로파기아'는 환상적인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뛰쳐나온 것처럼 생생하고 현실감이 가득하다. 호기심 충만한 아이들은 눈을 빛내며 페이지를 넘길 것이고, 동심이 차오르는 어른들 또한 경탄의 박수를 칠지도 모른다.



강건한 네 다리를 지상에 우뚝 박고 서 있는 영장류 네안데르탈 인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리스 신화의 '켄타우로스'가 환생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신비한 느낌을 자아낸다. 거대한 토템 석상의 머리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유니콘의 뿔이 솟은 수리 날개원숭이의 실물을 접하면, 합리적인 의심이 솟을 수밖에 없다. 피터 아마이젠하우젠' 교수는 진정 미래를 내다보는 우주 어딘가의 비밀스러운 차원의 문을 열어젖힌 것이 아닐까. 미지의 신을 영접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 신화 속 동물들이 출몰한 미래 어느 시점으로 자유로이 차원 이동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점차 짙어지는 것이다.



호안 폰쿠베르타와 페레 포르미게라, 두 저자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일종의 페이크-다큐/생물도감을 남기겠다는 의도로 <비밀의 동물 기록>을 저술했다. 그들의 의도는 보기 좋게 성공했으며, 전 세계의 독자들은 이 책에 열광했다. 전설의 애니메이션 '포켓몬' 시리즈에 등장한, 광적인 팬들을 거느리는 몇몇 인기몬들이 현생하여 이 책에 실려 있다. 우리는 어릴 적 꿈꾸고 상상하던, 신화적인 괴이한 동물들의 학술적인 존재 근거를 열람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이 책을 대대로 남겨 소장해야 할 장서 목록 상단에 추가할 수밖에 없으리라.





#서평단 #비밀의동물기록 #이상한동물 #신비한동물 #환상동물 #이은북 #호안폰쿠베르타 #페레포르미게라 #피터아마이젠하우펜교수 #소장가치만점 #신간추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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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 마르틴 베크 시리즈 6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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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불꽃. 하지만 철저하게 절제된 불꽃. 통제되지 않고 방향을 잃은 분노는 실패하기 마련이라는 어렴풋한 인식. 하지만 불꽃이 아예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 불꽃은 반드시 타고 있어야 한다는 것._서문 14p, 아르네 달

자신이 쓴 것을 들여다보면서, 콜베리는 이 우울한 표에 꼭 맞는 제목을 떠올렸다.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_363p



말뫼의 사보이 호텔 안 고급 레스토랑에서 한 방의 총성이 울린다. 피격자는 스웨덴 굴지의 대기업 총수인 '팔름그렌'. 살인자는 대담하게도 한낮에 총격을 가하고는 창문을 넘어 현장을 벗어났다.

관할 지역 말뫼 경찰들이 초동 수사 단계에서 헤매고 헛발질을 한 덕분에 '마르틴 베크'는 상부의 부름을 받아 사건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시리즈 여섯 번째 작품에 이르러 그의 신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18년 동안 동고동락한 아내 잉아와 별거에 들어갔고, 경찰 실무 경험이 전무한 신임 국장 '말름'이 그의 신경을 건드린다. 국내외 정치/외교적인 문제로 확대되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상부와 달리 베크는 개인적인 치정이나 원한에 의한 단순 살인이라 추측하는데..



현장의 레스토랑에 합석했던 이들을 바탕으로 탐문 수사를 진행하는 베크와 동료들. 기억력이 비상한 멜란데르는 운 좋게 휴가 중이고, 대신 콜베리와 라르손이 힘을 보태 그의 수사를 돕는다. 말뫼의 담당 형사들 또한 최초 수사의 혼란을 수습하고 단계적으로 포위망을 좁힌다. 스웨덴의 도심은 탐욕스러운 자본가, 소위 말하는 부르주아들이 장악하여 서민들의 고혈을 빨아들이는 상황. 국외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은 점차 고조되어 곳곳에서 우발적인 폭력 사태가 벌어진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간의 대립, 갈수록 더하는 빈부 격차, 계층/민족 간 차별 등 심화되는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유력한 용의자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마르틴 베크의 촉이 맞았다. 총을 들어 탐욕에 가득 찬 자본가를 응징한 자는 사회의 밑바닥으로 전락한 수많은 노동자들과 함께 고투를 거듭하다 분연히 일어난 평범한 자였다. 계획범죄가 아닌 충동적으로 발생한 우발적인 살인 사건. 공동 저자 셰발과 발뢰는 걸신들린 돼지처럼 자본을 탐식하는 자본가들의 폭압을 견디다 못해 노동자들이 연대 투쟁을 통해 부조리한 사회를 전복할 거라 예상했다. 그들의 사회주의 사상이 적극 투영된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는 무능하고 부패한 경찰들을 '으깬 감자'에 견주어 비꼬았다. 

시리즈마다 감초처럼 등장해 터프한 라르손 형사에게 혼쭐이 나는 크반트와 크리스티안손 경찰이 '으깬 감자'와 연루되어 어김없이 고초를 겪는다. 사실 이들이 정석대로 공항버스 터미널을 향해 순찰을 했다면 이번, 시리즈는 조기에 종결되어 분량이 반으로 줄어들었을지 모른다. 전말이 궁금한 분들은 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참고로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는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그리스!>라는 구호를 익살스럽게 바꾼 것이다. 스웨덴 시민들이 시위할 때 장벽을 쌓은 경찰들을 향해 "돼지 같은 경찰들아!"라고 조롱할 때 외치는 구호라 한다. 책을 읽고 나면 여전히 서민들과 노동자들의 피땀을 짜내는 기업가들. 온라인/AI 시대 체계적이고 고도화된 디지털 자본가들을 향해 외치는.. 셰발과 발뢰가 남기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서평단 #폴리스폴리스포타티스모스 #엘릭시르 #마이셰발 #페르발뢰 #마르틴베크시리즈 #경찰형사느와르 #김명남번역 #스웨덴범죄소설 #마르틴베크시리즈정주행멤버 #문학동네 #책추천리뷰 #돼지같은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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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루프 창비교육 성장소설 11
박서련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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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에서 나고 자란 작가. 한겨레문학상,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박서련 작가의 첫 청소년 소설집 <고백 루프>. 근래에 창작한 청소년 소설 다섯 편과 작가가 청소년 시절 쓴 소설 두 편이 3부로 나뉘어 창작 후기와 함께 실렸다.


1부의 시작을 여는 <솔직한 마음>은 아이돌 막내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면서, 쌓여가는 억한 심정과 속마음을 내색 안 하려는 가장된 담담함을 1인칭 시점으로 그린다. 곁에서 맴도는 원따(원래 왕따)를 어떻게든 친구로 포섭하려는 그녀의 노력이 애처롭다. 어떻게든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그녀의 노력이 결실을 맺으려는 마지막 장면에서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다. 

누구에게나 정서적 고향으로 남아 있을, 어린 시절 단관 극장에 대한 추억을 되살릴 만한 <안녕, 장수극장>의 도입부를 읽자마자.. 지금은 멀티플렉스로 바뀐 쌍문동 구 '동광 극장'에 대한 애잔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초딩 시절 그곳에서 상영한 <마루치와 아라치>, <우뢰매> 시리즈가 떠오르는 한편, 상영관에 진동하던 팝콘이며 사발면 냄새가 그립다. 


1부의 마지막 <엄마만큼 좋아해>는 아이들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머리를 가지런히 묶어 주겠다는 아빠의 서투른 손길을 냅다 거부하고 엄마에게 달려가던 아이들. 봉두난발 휘날리며 "엄마~! 나 머리 묶어줘. 이쁘게 말이야!" 소리치며 방방 뛰던 아이들 모습이 떠올라 절로 웃을 수밖에 없더라. 이쁜 이모에게 머리를 맡기려는 주비의 마음, 자신의 양 갈래머리 스타일을 따라 한 친구 시아에 대한 질투심이 너무나 귀엽고 앙증맞게 그려진다. 전국 각지의 이모와 삼촌의 마음을 들었다 놓을 만한, 심쿵 한 소설이라 할 만하다.


페이지를 넘기면 2부에 속한 표제작 <고백 루프>가 기다린다. 하루의 끝에 되돌이표가 맺힌 것처럼, 되풀이되는 타임 루프에 갇힌 현지는 매일 행복한 고민에 빠지는데.. 학교에서 잘나가는 우지현이 수줍은 고백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현지는 무한 루프에서 탈출할 방법을 어렴풋 깨닫게 된다. 앞표지에 그려진 빨간 곰 젤리처럼 상큼하고 스위트한, 페이지마다 핑크빛 하트가 가득 담긴 청소년 애정소설이 아닐까 싶다.


3부는 작가가 20여 년 전, 청소년 시기에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두 편이 실려 있다. 우리는 이태준 작가, 김소진 작가 등이 출생한 철원에서 나고 자란 박서련 작가의 어엿한 뿌리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짚어볼 수 있다.


엄지손톱에 박힌 묵은 가시가 점점 깊숙이 박히는 듯한 혼란하고 불안한 당시의 마음, 곁에 유일하게 남은 띠동갑 엄마이자 큰언니의 발톱을 조심스레 깎아주고 손질하는 마음이 애틋하고 아련하게 피어오른다. 우리는 박서련 작가의 소설집 원형에 언뜻 드러나는 상처가 아물어 돋아난 새 살을 만져본다. 작가가 말한 "눈물이 나도록 연하고 깨끗한 살"이 그 아래 웅크린 채, 눈부신 빛을 기다리고 있다.




#서평단 #창비교육 #고백루프 #박서련작가 #청소년소설집 #성장소설 #신간추천리뷰 #창작의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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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숨결 가까이 - 무너진 삶을 일으키는 자연의 방식에 관하여
리처드 메이비 지음, 신소희 옮김 / 사계절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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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의 1년은 메트로놈 움직임처럼 규칙적이다. 자연은 오래된 기억과 회복력을 지닌 장소다."

"나는 글쓰기를 다시 익히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언어와 상상력은 우리를 자연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기보다 자연과 다시 연결해 줄 가장 강력하고도 자연스러운 도구다."



영국 최고의 자연 작가이자 식물학자로 손꼽히는 '리처드 메이비'가 신간 <야생의 숨결 가까이>로 찾아왔다. 그는 <영국 식물 백과사전>, <춤추는 식물>등 30여 권의 자연과 식물에 관한 책을 저술했다.



저자는 새들을 바라본다. 호수와 습지대 위를 떼 지어 배회하고 부유하는 새무리들. 칼새, 도요새, 물떼새, 두루미, 갈까마귀, 찌르레기, 홍머리오리 등. 우리에게 생소한 새들의 춤사위와 날갯짓, 습성이 책에 소개된다.

그는 새들이 사라지는 동쪽 끝을 바라보다가 자신 또한 정든 정착지를 떠나야 할 시기가 왔음을 깨닫는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진 공허함과 우울. 창백하고 음울한 그의 낯빛은 어디서부터 잘못되고 그릇되었는지를 찾기에는 이미 늦었음을 알려준다. 지인이 거주하는 이스트 앵글리아, 브레클랜드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그는 원초적인 자연 그대로의 산림에 묻혀 살아가게 된다.


계절이 바뀌면서 하루하루 천변만화하는 자연을 주의 깊게 관찰한 그는 사색적인 기록을 펼쳐놓는다. 자연 속에서 어울려 서식하고, 치열한 투쟁을 통해 생존하는 동식물들의 행동 양식을 서술한다. 문학, 생태학, 역사학 등에 통달한, 박학다식한 저자의 지식은 그가 영국 최고의 자연 작가이자 왕립 문학협회 회원으로 선임되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리처드 메이비는 같은 종과 전쟁을 벌이고 대량 학살을 주저하지 않는 인간의 야만성과 보호하고 공존해야 할 자연 생태계를 말살하는 무책임함을 반성한다. 갈수록 비인격적으로 극개인적으로 일탈하는 인간들의 우울함, 단절감을 치유하고 회복하기 위해 자연으로 돌아가, 인간을 포함해 하나로 연결된 생태계의 의미를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 또한 원시 자연에 둘러싸여, 야생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끼며 심신을 회복시켰다고 고백한다. 또한 글쓰기를 통해 언어와 상상력을 동원해 생생한 자연을 서술하고,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존재들과 연결되기를 희망하면서 무너진 삶을 다시 세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성찰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존재 가치를 탐구하는 리처드 메이비의 <야생의 숨결 가까이>. 인간 문명의 무자비함과 일탈을 방조하는, 우리를 기울어진 운동장 구석으로 밀어붙이는 속도전에 지친 이라면 꼭 읽어보시라 추천하고 싶다.





#서평단 #야생의숨결가까이 #리처드메이비 #사계절출판사 #신간추천리뷰 #자연과생물가까이 #신소희번역 #이스트앵글리아 #브레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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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의 소녀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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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태양과 같다. 세상 만물을 모두 비추지만, 정작 자신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으니까.."_빅토르 위고

"마태복음 7장 13절을 기억하시죠?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_83p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기욤 뮈소'의 2016 년작 <브루클린의 소녀>가 리커버판으로 재출간되었다.

라파엘은 첫 결혼의 실패로 인해 진정 사랑하는 안나의 비밀을 실토하게 하려 애를 쓴다. 곁의 누군가가 비밀을 감추고 있다면 모르는 척 용인하는 것도 삶의 지혜련만.. 그는 집요하게 매달려 그녀의 입을 열게 만든다. 허나 그 비밀은 안나가 목숨을 걸고 무덤까지 지고 가려던 끔찍한 비극을 품고 있었으니.. 베일에 싸인 그녀의 과거 행적을 되짚으면서 라파엘은 점차 드러나는 충격적인 사건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기욤 뮈소는 로맨스/스릴러 소설의 거장답게 라파엘과 안나 주변의 인물들을 차례로 등장시켜 그들 시점에서 사건을 재조명하고, 이야기를 구성하는 퍼즐 조각을 하나씩 끼워 맞춘다. 라파엘과 조력자 마르크가 프랑스와 뉴욕을 오가며 포착한 실낱같은 단서들은 낱낱이 흩어진 퍼즐 조각들이 큰 그림을 이루어 한 인물을 가리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자신의 이기적인 야욕을 위해, 대의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어린 소녀와 일가족을 희생시킨 용의자의 정체를 밝히지만, 법의 심판대에 올리지 못하고 유야무야 타협하는 결말이 지극히 현실적이다. 어쩌면 기욤 뮈소는 집권 기간 내내 미국을 분열시키고, 최근 유죄 평결을 받은 미국의 트럼프가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로 다시 나서는 웃지 못할 현실을 예견했는지도 모른다.



기욤 뮈소는 막대한 자본과 결탁해 부패하고 타락한 작금의 거대 정치세력들을 비판한다. 이들이 추종하는 '대의'란 것이 암암리에 개개인을 짓밟아 희생양으로 전락케 하는, 피 묻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경고한다.


저자는 브루클린의 한 소녀가 지옥 한가운데 파묻혔다가, 지상으로 탈출하여 불굴의 의지로 갱생하는 일대기를 신데렐라 스토리이자 리얼한 복수극으로 완성시켰다. 정신없이 달리던 롤러코스터가 평탄한 선로에 들어서는가 싶더니, 모두의 예상을 뒤집는 막판 반전 서사에 이르러 감탄사를 뱉으면 어느새 소설은 종착역이다. 우리는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서스펜스 마스터 '기욤 뮈소'가 자아낸 이야기에 매혹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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