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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 ㅣ 마르틴 베크 시리즈 6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9월
평점 :
분노의 불꽃. 하지만 철저하게 절제된 불꽃. 통제되지 않고 방향을 잃은 분노는 실패하기 마련이라는 어렴풋한 인식. 하지만 불꽃이 아예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 불꽃은 반드시 타고 있어야 한다는 것._서문 14p, 아르네 달
자신이 쓴 것을 들여다보면서, 콜베리는 이 우울한 표에 꼭 맞는 제목을 떠올렸다.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_363p
말뫼의 사보이 호텔 안 고급 레스토랑에서 한 방의 총성이 울린다. 피격자는 스웨덴 굴지의 대기업 총수인 '팔름그렌'. 살인자는 대담하게도 한낮에 총격을 가하고는 창문을 넘어 현장을 벗어났다.
관할 지역 말뫼 경찰들이 초동 수사 단계에서 헤매고 헛발질을 한 덕분에 '마르틴 베크'는 상부의 부름을 받아 사건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시리즈 여섯 번째 작품에 이르러 그의 신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18년 동안 동고동락한 아내 잉아와 별거에 들어갔고, 경찰 실무 경험이 전무한 신임 국장 '말름'이 그의 신경을 건드린다. 국내외 정치/외교적인 문제로 확대되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상부와 달리 베크는 개인적인 치정이나 원한에 의한 단순 살인이라 추측하는데..
현장의 레스토랑에 합석했던 이들을 바탕으로 탐문 수사를 진행하는 베크와 동료들. 기억력이 비상한 멜란데르는 운 좋게 휴가 중이고, 대신 콜베리와 라르손이 힘을 보태 그의 수사를 돕는다. 말뫼의 담당 형사들 또한 최초 수사의 혼란을 수습하고 단계적으로 포위망을 좁힌다. 스웨덴의 도심은 탐욕스러운 자본가, 소위 말하는 부르주아들이 장악하여 서민들의 고혈을 빨아들이는 상황. 국외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은 점차 고조되어 곳곳에서 우발적인 폭력 사태가 벌어진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간의 대립, 갈수록 더하는 빈부 격차, 계층/민족 간 차별 등 심화되는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유력한 용의자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마르틴 베크의 촉이 맞았다. 총을 들어 탐욕에 가득 찬 자본가를 응징한 자는 사회의 밑바닥으로 전락한 수많은 노동자들과 함께 고투를 거듭하다 분연히 일어난 평범한 자였다. 계획범죄가 아닌 충동적으로 발생한 우발적인 살인 사건. 공동 저자 셰발과 발뢰는 걸신들린 돼지처럼 자본을 탐식하는 자본가들의 폭압을 견디다 못해 노동자들이 연대 투쟁을 통해 부조리한 사회를 전복할 거라 예상했다. 그들의 사회주의 사상이 적극 투영된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는 무능하고 부패한 경찰들을 '으깬 감자'에 견주어 비꼬았다.
시리즈마다 감초처럼 등장해 터프한 라르손 형사에게 혼쭐이 나는 크반트와 크리스티안손 경찰이 '으깬 감자'와 연루되어 어김없이 고초를 겪는다. 사실 이들이 정석대로 공항버스 터미널을 향해 순찰을 했다면 이번, 시리즈는 조기에 종결되어 분량이 반으로 줄어들었을지 모른다. 전말이 궁금한 분들은 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참고로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는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그리스!>라는 구호를 익살스럽게 바꾼 것이다. 스웨덴 시민들이 시위할 때 장벽을 쌓은 경찰들을 향해 "돼지 같은 경찰들아!"라고 조롱할 때 외치는 구호라 한다. 책을 읽고 나면 여전히 서민들과 노동자들의 피땀을 짜내는 기업가들. 온라인/AI 시대 체계적이고 고도화된 디지털 자본가들을 향해 외치는.. 셰발과 발뢰가 남기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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