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딘 리클스 지음, 허윤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6월
평점 :
"인생이 짧은 게 아니라 우리가 인생을 크게 낭비하고 있다."_<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세네카
딘 리클스의 삶과 죽음의 의미, 시간의 유한성을 다룬 신간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이미 쟁쟁한 철학자, 현자들이 위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고 저술한 수많은 책이 존재한다.
저자는 스토아학파 철학자의 대표이자 로마의 폭군 황제 네로의 스승으로 유명한 '세네카'를 거론하고, 동명의 책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론하고 확장했음을 밝힌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무한하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버킷 리스트에 빼곡히 채운 모든 희망 사항들을 이룰 수 있을까? 세계 방방곡곡 명승지와 오지까지 탐험하며 구글 지도에 빨간 핀 포인트를 빈틈 없이 꽂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간의 의술과 노화 단계는 그대로인지라, 환갑 이후의 생은 치매와 각종 불치병에 걸려 고통에 허덕이며 제발 삶을 끝내달라, 허공을 향해 외칠지도 모르겠다. 어찌했든 시간이 늘어진다는 상상만으로도 긴장감이 풀어지고 삶이 느슨하게 루즈해지는 기분이 든다.
뭔가 끝없이 흘러가는 강물에 나룻배를 띄운 채로 누워 영영 흘러갈 것만 같은 느낌. 그러다 급류에 휘말려 소용돌이치다가 폭포에 다다라 급 생을 마감할 것만 같은 기시감도 느껴진다.
저자 딘 리클스는 우리의 인생은 그 유한함, 언제든 죽음이 다가올 수 있다는 위기감과 두려움이 본질이라고 말한다. 인생이 끝이 없이, 막 뽑은 엿가락처럼 주욱 늘어지기만 한다면 우리는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우리가 의미 없는 SNS와 게임, 쇼츠 영상에 한없이 빠지고, 타인의 의지에 의해 무의미한 일을 하는 순간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시간은 우리 곁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가 죽음이라는 절벽 끝에서 우리를 어서 오라 손짓한다.
우리는 자신이 진정 원하고 추구해야 하는 일에 대해 알고 있다. 단순히 취미 생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평생을 바쳐 몰입하고 노력해야만 그 업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저자가 인용하는 저명한 철학자, 과학자, 심리학자와 작가들의 조언은 삶과 죽음, 시간의 의미를 깨닫고, 자신이 원하는 길을 적시에 개척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는 현재를 의미 있게 자신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저자가 말하는 주체적 '개성화 단계'에 어떻게 돌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안내서라 할 수 있다.
나 또한 이 책을 읽고서 마음속 깊이 울리는 경고 메시지에 귀 기울일 수 있었다. 내 앞에 놓인 시간은 모래시계 상단에서 줄어드는 모래처럼 줄어들고 있다. 시간과 더불어 몸이 늙어감에 따라 정신은 흐릿해지고 눈은 침침해진다.
그럼에도 책장에 꽂힌 무수한 책들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그중에 한 권을 골라 손에 쥘 수밖에 없는 것은.. 독서와 글쓰기만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한 줌 시간을 의미 있게 소비하는 유일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것만이 나를 존재하게 하는, 빛나게 하는 유일한 업이기 때문이리라.
아스라이 펼쳐진 나만의 길을 걷다가 언젠가는 지치고 긴장감이 풀어지고, 멍 때리는 시간이 길어질 때가 올 것이다. 그럴 때면 난 서가에 꽂힌 딘 리클스_<인생의 짧음에 관하여>를 손에 쥐고 천천히 정독하리라. 언젠가 코앞에 닥칠 죽음을 예감하며 삶의 고삐를 당기리라. 이 책을 평생 소장해야 하는 이유이다.
#서평단 #도서협찬 #인문학 #철학 #세네카 #인생의짧음에관하여 #을유문화사 #딘리클스 #신간추천리뷰 #삶과죽음 #시간아멈추어다오 #평생소장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