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해킹 - 사교육의 기술자들
문호진.단요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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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94년도 수능 & 본고사 부활 세대다. 당시 본고사 부활을 둘러싸고 얼마나 잡음이 많았는지 단 9개 대학만 본고사에 참여했다. 결국 97학년도 대입부터 본고사가 폐지되고 내신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입시 제도가 변화했다. 그 후로 대입 제도는 수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난 일절 관심을 끊었다. 매년 형태를 달리하는 대입과 수능은 내게 악몽이었고,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종의 트라우마였다.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부쩍 자라나 큰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했다. 수능을 보기까지 불과 6년이 남았다. 아내는 교육 분야에 종사하기 때문에 대입 제도의 변화에 민감하고 정보 습득이 빠르다. 종종 아내를 통해 정보를 얻기도 하고, 검색을 통해 올해는 어떻게 대입 제도가 바뀌는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동안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초등학생의 교과 과정, 특히 수학 과정의 난이도가 급상승하고 어려워지는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초등 저학년 과정에 이해가 어려운 분수와 소수가 나오는지에 대해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걸 보고, 불과 30년 만에 아이들의 지력과 논리력이 그만큼 상승했나 고개를 갸우뚱했다. 허나 아이들은 분수와 소수의 원리를 깨우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 앳된 아이들이 책상에 앉아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차라리 그 시간에 연령에 맞는 다른 과정을 학습하거나, 밖으로 나가 놀면 더 생산적인 활동이 아닐까 생각했다.




창비 출판사에서 보내준 <수능 해킹>을 읽었다.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수능은 계속해서 변화했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교육부와 평가원은 대외적으로 공표를 안 했을 뿐, 수능 출제 방향을 통해 내부적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정석적인 공교육만으로 수능 고득점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사교육과 유명 1타 강사를 통해 예상 문제를 짚고 문제 푸는 법을 숙달해야만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자인하고 있었다.

해마다 출제 난이도와 방향이 오락가락하고 퍼즐식 풀이, 직관적인 찍기를 강요하는 수능 문제로 인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전가되고 있다. 공교육 교과 과정은 사교육 선행 학습을 견제하기는커녕, 따라 하기에 급급해 초등학교 교과 과정부터 난이도가 대폭 상승했다. 공교육만으로 학습 진도를 채우기 어려운 아이들은 사교육 시장에 내몰리고 있으며, 학부모가 부담하는 그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수능 해킹>의 저자 단요/문호진 작가는 수능 제도의 지난한 변천사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그들은 아이들의 진로를 탐색하고, 대학/평생 학습으로의 길을 열어줘야 할 수능 제도가 기형적으로 변질되어 원래 선로에서 탈선했다고 말한다. 단순 문제풀이 & 고득점을 위한 수능, 관료제에 물든 교육부와 평가원의 존속을 위한 수능, 거대한 사교육 시장의 유지를 위한 수능으로 타락하여 본래 목적을 상실했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선로에서 벗어나 폭주하는 수능 제도를 원래 철로로 올려놓기 위해, 온 국민의 첨예한 문제 제기를 통한 정치권 압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수능 해킹> 을 읽으면서 매일 밤잠을 줄이면서 학업에 몰두하던 고3 시절이 떠올랐다.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학교에 붙잡히고, 주말에도 대입 학원에 갇히던 숨 막히는 내 인생의 암흑기. 가장 젊은 날의 열의와 기력을 이대로 무의미하게 소진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일방적인 무시와 무관심. 수능이라는 폭주 기관차는 여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질주 중이고, 갈수록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그 열차에 탑승한 우리 아이들이 불안에 떨고 있고, 신체적/정신적인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막대한 그 고통을 묵인하고 통과 의례로 치부할 것인가? 누구도 그 괴물을 멈출 생각이 없다는 것이, 모르는 척 눈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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