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은 거짓말을 먹고 자라며 뚝뚝 진흙을 흘려요. 유키는 그곳 '짜증 쓰레기 박물관'에서 오빠의 노란 강아지 인형을 발견한답니다. 늘 어른스럽게만 보이던 오빠 역시 이 어둡고 혼란스러운 지하 세계를 헤맨 적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요. 모두 다 자신을 떠나버리고 멀리한다며 엉엉 우는 괴물을 유키가 꼭 안아주면서 엉켜있던 마음의 실타래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지요.
저자 베아트리체 알레마냐는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를 무대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랍니다. 1996년 프랑스 몽트뢰유 도서전에서 '미래의 인물상'을 받으며 일찌감치 주목받았어요. 이후 2007년 <파리에 간 사자>로 볼로냐 라가치상을, 2020년 <사라지는 것들>로 프랑스 소시에르상을, 2022년 <우리는 공원에 간다>로 다시 한번 라가치상 스페셜 멘션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답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기념상과 안데르센상 후보로도 꾸준히 지명되는 거장이지요.
작가의 작품 세계는 늘 어린이의 내면과 불안, 존재의 본질을 향해 있어요. 다양한 질감이 느껴지는 재료를 활용해 거칠면서도 따스한 감성을 캔버스에 담아내지요. 형광빛이 도는 쨍한 색감과 어둡고 탁한 색채를 대비시키는 스타일이 인상적입니다. <유리 아이> <어린이> <페퍼와 나> 같은 전작들을 함께 읽어보면 상처를 치유하고 내면을 단단하게 다져가는 작가 특유의 다정한 통찰력을 느낄 수 있어요.
유키가 내려간 하수구 밑 지하 터널은 무의식의 세계.. 즉 겉으로 드러내기 싫은 어두운 감정들이 억눌려 있는 내면의 밑바닥을 상징하는 거 같아요. 끈적거리는 진흙 괴물과 콧물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감정 찌꺼기들이지요. 짜증, 분노, 슬픔 같은 감정들은 예쁘게 다듬어지지 않은 채 진흙처럼 자신에게 엉겨 붙어 있어요. 자신의 진짜 마음을 외면하고 피하고, 거짓말을 할수록 이 부정적인 감정 덩어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답니다. 보기 흉한 괴물은 다름 아닌 사랑 받고 싶어, 관심받고 싶어 투정 부리는 유키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에요.
모두가 같은 불안을 품고 산다는 위로
오빠의 강아지 인형을 발견하는 장면은 이 책의 빛나는 지점 중 하나예요. 나만 못나서 툭하면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는 줄 알았는데 타인 역시 나와 똑같은 고민과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답니다. 누구나 마음속 깊은 곳에 자신만의 진흙 괴물 한 마리쯤은 키우고 있다는 깨달음은 묘한 안도감과 연대감을 선사하지요. 타인의 내면을 향한 이해의 폭이 한 뼘 더 넓어지는 순간이랍니다.
성인이 된 유키도 다시 진흙 괴물과 조우할 수 있을까요? 틀림없이 그럴 겁니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슬픔과 짜증, 불안이라는 감정들이 마법처럼 증발하고 사라지지는 않으니까요. 어른이 되어서도 이따금 하수구 뚜껑이 열리고 축축한 진흙 괴물이 불쑥 모습을 드러내겠지요.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유키는 더 이상 괴물을 두려워하거나 외면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그저 다가가 꼭 안아주면 괴물은 더 이상 몸집을 불리지 않고 얌전해진다는 것을 이미 배웠기 때문이에요. 자신의 치부, 어두운 면까지 끌어안을 줄 아는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할 유키의 앞날이 그려진답니다.
라임 신간 <내 마음속 진흙 괴물에게>는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라고 가르치는 대신..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다독이는 법을 알려주는 가치 있는 그림책이랍니다. 페이지마다 펼쳐지는 환상적인 화면 구성과 인물의 섬세한 감정 묘사가 이야기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려요.
자기감정을 통제하는 데 서툰 아이들 그리고 여전히 내면의 엉킨 전깃줄을 풀지 못해 끙끙대는 어른들 모두에게 커다란 위안이 되어줄 책이에요. 어둑하고 못난 내 마음까지 온전히 사랑하고 싶은 이들에게 꼭 한번 펼쳐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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