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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낮잠
브라이언 라이스 지음, 서현정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6년 5월
평점 :
칼데콧 명예상 수상 작가 브라이언 라이스가 짓고, 서현정 번역가가 우리말로 옮긴 그림책 <고양이의 낮잠>은 단순한 동화책을 넘어 다양한 미술관을 탐험하는 작품이랍니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그는 보스턴 미술관 학교에서 수학한 이력을 바탕으로 예술과 상상력을 결합한 독창적인 세계를 그려냈어요. 작가는 자신의 반려묘인 러시안블루 & 샴 믹스묘 '딜런'이 외출 후 수염에 거미줄을 잔뜩 묻히고 돌아온 일화에서 영감을 얻어 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해요. 전작 <에번의 개>나 박쥐 시리즈에서 보여준 섬세한 묘사와 서정적인 분위기가 이번 작품에서는 다채로운 미술사 탐험으로 경이롭게 확장되었답니다.
붉은 노을이 비치는 거실, 평화롭게 잠을 자던 아기 고양이 딜런이 사각거리는 생쥐를 발견하며 이야기가 시작돼요. 생쥐를 쫓아 벽에 걸린 2006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이집트 유물전 포스터로 뛰어든 고양이는 놀라운 시공간 초월 모험을 마주하게 됩니다. 기원전 이집트의 부조 벽화 속으로 들어간 고양이는 상형 문자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하고, 14세기 프랑스 왕비 잔 데브뢰의 기도서 속에서는 낯선 자를 잡으라고 소리치는 왕과 병사들을 피해 달아나죠. 멕시코의 구운 도자기 개를 만나 잔뜩 겁을 먹기도 하고, 페트루스 크리스투스의 유화 <젊은 여성의 초상> 속 딸기를 먹는 소녀 앞을 쏜살같이 지나가기도 한답니다. 화려한 색감의 성 안토니오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깨뜨릴 듯 넘나드는가 하면.. 아프리카 바울레족의 목조 가면 위에서 까마귀에게 길을 묻거나, 조지아 오키프의 풍경화 <검은 곳 II>를 지나는 추격전이 리얼하게 펼쳐져요.
정신없이 아홉 점의 예술 작품들을 넘나들던 고양이는 어느 순간 생쥐도 먹이도 없는 낯선 공간에서 길을 잃었다는 무서운 사실을 깨닫고 덜컥 외로움에 빠진답니다. 다행히 쥐를 몰아낸 고양이를 향해 환호하는 이집트인들 덕분에 좁고 먼지 낀 문을 열고 나와 마법처럼 원래의 따뜻한 거실로 돌아오게 돼요. 이처럼 액자 안팎을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구성은 독자들에게 타임머신을 타고 새로운 전시실의 문을 여는 듯한 신선함, 감동을 느끼게 한답니다.
<고양이의 낮잠>이 지닌 특별한 매력은 삽화가 컴퓨터 그래픽을 거친 디지털 작업이 아닌 100% 아날로그 방식으로 완성되었다는 점이에요. 작가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있는 실제 작품들의 모조품을 직접 만들고, 그 안에 고양이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고되면서 매력적인 길을 택했어요. 유화와 아크릴 물감을 칠하는 것은 물론 실제로 금박을 입히고 점토를 빚어 도자기를 만들거나, 유리를 자르고 납땜하여 스테인드글라스를 직접 제작했답니다. 캔버스의 붓 터치부터 고대 유물의 갈라진 틈까지 입체적으로 표현된 그림들은 원작이 지닌 고유한 아우라를 책장 위에 생생하게 구현해 냈어요.
책 말미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사랑이 담긴 노력의 결실이자 상상력의 비행'이라고 찬사를 보냈듯.. 이 책은 예술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뜻깊은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일깨워요. 작가의 땀방울이 가득 녹아 있기에 어린이들에게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즐거운 놀이터가 되고, 성인들에게는 아름다움을 곁에 두고 감상할 수 있는 멋진 아트북으로 다가온답니다. 시간을 초월한 명작들의 발자취를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현실로 돌아와 포근한 낮잠을 청하는 고양이 딜런의 온기를 흠뻑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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