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코드 (특별합본판) - 재능을 지배하는 세 가지 법칙
대니얼 코일 지음, 윤미나.이지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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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어떤 일을 잘하는 사람을 보고 '재능을 타고 났다'고 말한다. 노력하는 사람이 최고라는 의견도 빈번하게 듣지만, 그래도 여전히 재능의 중요성이 저평가되지는 않는 실상이다. <탤런트 코드>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증폭시킨 사람들의 사례를 분석하고, 그 분석 내용을 뇌과학을 통해 해석한다. 단순히 '저 사람은 재능을 타고 나서 잘하는거야' 식의 논리가 아닌, '분석해보니 이런 공통점이 있었고, 그 공통점 기저에는 이런 뇌과학 원리가 있더라' 식의 전개여서 꽤나 흥미로웠다. 

저자는 2장에서 '인간은 미엘리누스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포인트가 바로 인간의 뇌 속의 '미엘린'층이다. 저자는 '폭발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분석한 결과로 그들이 실수를 교정하고 특정한 행동을 정확하게 되풀이하는 과정 속에서 본래의 재능이 '폭발하는' 것을 목격했고, 그 이유를 미엘린층에서 찾았다. 뇌 속의 미엘린층은 쉽게 말하면 정확성을 담당하는 곳인데, 미엘린층이 두꺼울수록 특정 행동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그 정확도가 본래 자신의 재능과 관련된 메커니즘에 작용될 때 우리가 흔히 '재능이 폭발'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렇게 짧게 요약한 것만 읽으면 감은 오지만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기 어려운데, 책에서는 우리와 친근한 박세리 선수를 비롯해 분야에 구애 받지 않는 많은 사례들이 언급되어 있어서 여러 장을 통해 인간이 왜 미엘리누스인지 잘 설명해두었다.

사실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지 못한, 혹은 인지하지 못한 사람에겐 이 책의 이야기가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도 있겠구나 싶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재능을 고조시킬 수 있는 것은 알겠지만, 정작 재능이 뭔지 모르면 먼 이야기로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잘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도 했다. 재능을 고조시키는 것과 별개로 자신이 잘하고 싶은 일을 잘하는 것에도 저자가 다루는 뇌과학 원리가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된다. 물론 내가 이 책에 등장한 수많은 재능 폭발 방법들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그 방법들을 다 따르기엔 너무 힘들고, 나에게 맞지 않는 방법도 몇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중 나에게 맞는 일부를 골라서 적용한다면, 나도 지금보다는 더 나은 일처리 능력을 가진 사람이 될 것이라 생각했고, 당장 몇몇은 내 일상 속에 녹여보기로 결심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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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앨리스 먼로 컬렉션
앨리스 먼로 지음, 서정은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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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에게 노벨문학상이란 의심할 여지도 없이 인간사를 냉철하게 꿰뚫는 무언가를 가진 '장편 소설' 혹은 '시'의 영역이다. 그런데 최근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의 개정판을 발견하며 단편소설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그녀의 글들이 일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시하는 것에 주목한다는 사실을 여러 리뷰와 인터뷰를 통해 접하곤 꽤나 놀랐다. 보통 노벨문학상이 주는 이미지는 '난해하다' 혹은 '어렵다'인데, 과연 그녀의 소설들은 어떨지 궁금해서, 웅진지식하우스에 번역되어 있는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행복한 그림자의 춤>, <런어웨이> 중 제목이 가장 끌리는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을 선택해 읽었다.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에 수록된 대부분의 소설은 40쪽 내외의 짧은 길이고, 표제작만 약 80쪽 가량 된다. 그래서인지 매일 하나씩만 읽자라고 결심했는데, 생각보다 하나를 읽을 때 걸리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놀라기도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기억>과 <곰이 산을 넘어오다>, 두 편이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다. 두 편이 내용은 완전히 다르지만 유사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느껴졌고, 그 형식이 마음에 들었다. <기억>은 '메리얼'이라는 여인의 이야기가 주가 된다. 노년의 메리얼은 젊었을 적 자신의 남편의 장례식에서 왔던 의사와의 만남을 차근차근 떠올리고, 그 만남이 자신이 독신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버팀목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이런 깨달음의 과정이 약 40쪽에 걸쳐 전개되어 있는데,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고 분석하는 노년의 메리얼의 모습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곰이 산을 넘어오다>는 마지막으로 수록된 작품인데, 마지막이라 그런지, 아니면 소설 내용 자체 때문인지 시선을 끌었다. 사건은 노년의 여인 피오나가 알츠하이머에 걸려 시설에 들어가고, 자신의 남편인 그랜트의 존재를 잊고 그 곳에서 만난 오브리라는 남성에게 '여보'라고 부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자신이 예전에 바람 핀 것에 대한 복수로 시작된 장난은 아닐까, 만약 이 상황이 지속되면 피오나와 오브리가 함께하는 것이 아내를 위한 일인가 등 끊임없이 고민하던 그랜트의 고민과 회상이 소설 대부분을 채운다. 스포일러가 될까 줄거리 소개는 여기서 마치지만, 생각보다 사소하게, 때로는 깊게 고민하는 그랜트의 모습을 보며 노년 부부에게 '사랑'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 소설이다.

나는 <기억>과 <곰이 산을 넘어오다>를 가장 흥미롭게 읽었지만, 다른 리뷰들을 보면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단편에 대한 호감을 표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입맛에 따라 재밌는 소설을 발견하고 읽을 수 있는 단편집이다. 때때로 이해하기 힘든 표현이나 전혀 무관해 보이는 제목 선정에 궁금해질 때가 있었는데, 번역의 한계라 느껴진다. 나는 특히 '곰이 산을 넘어오다'라는 제목이 왜 붙었는지 궁금해서 영어로 구글링을 해보았더니, 알츠하이머를 인생이라는 산에서 갑작스레 내려오게 되는 곰의 모습에 비유하기 위해 이런 제목을 붙였다는 설명과 함께 실제 해당 표현이 가끔 쓰이는 영어 표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 한국어로 읽든, 영어로 읽든, 가볍게 여러 생각을 하며 읽기 좋은 단편집이라, 조만간 앨리스 먼로의 다른 단편집도 찾아 읽을 예정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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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배신하지 않는 공부의 기술 - 당신의 노력을 합격으로 바꾸는 14일 완성 공부 습관 프로젝트
이상욱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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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할 때마다 듣는 질문 중 하나는 바로 '선생님은 어떻게 공부했어요?'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조금 난감하다. 뭔가 특별한 공부법을 기대하는 것 같은 아이의 얼굴에 대고 수업 잘 듣고, 복습 열심히 하고, 시험 기간엔 여러 문제집들을 열심히 풀었다고 하면 뭔가 기대에 못 미치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내가 '무한반복'을 통해 공부를 한 것도 사실이니, 공부법을 궁금해하는 학생에게 어떤 답을 해주어야 좋을지 항상 고민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내가 공부한 방식과 꽤 유사하게 공부한 의사 유투버의 책, <절대 배신하지 않는 공부의 기술>을 읽게 되었다.

처음 책을 집어 들었을 땐 솔직히 불안했다. 공부 관련 책을 몇 권 읽어보았지만 대부분 기대 미만이었기 때문이다. 흔하고 뻔하면서도 도움이 안 되는 이야기를 담은 공부 책이 많았고, 나는 그런 책들에게서 어느 동기도 발견하지 못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도 비슷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다. 하지만 이 책은 개인적으로 꽤 잘 쓰여졌다고 느껴졌다. 여러 포인트에서 이런 생각을 했지만,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이 책이 좋다고 판단했다. 첫 번째로는 기존의 공부 방식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사용한 질문들이 내가 실제로 많이 받았고, 내가 하기도 한 질문들이었다. 특히나 "노력도 재능일까요?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보면 타고난 것 같아요"라는 질문을 염두에 두고 내용을 읽으며, 실제로 이런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읽기에 적합한 책이라 판단했다. 저 질문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담고 있다고 느꼈다.

두번째로, 나를 비롯한 내 주변 사람들이 많이 하는 방식의 공부법이 담겨있다. 저자가 1/4/7/14 공부법이라고 표현하는 이 공부법은 나와 내 주변인들이 많이 활용하는 복습법과 아주 유사하고, 실제로 효과도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각 날짜에 공부할 분량을 정해 그것을 이행하는 것이지만, 이 날짜 설정부터 쉽지 않은 학생들이라면 이 책의 도움을 받는 게 좋아 보인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공부법뿐 아니라 계획을 세우는 법에 대해서도 질문을 많이 받는데, 이 정도면 내가 설명하는 것보다 이 책을 한 번 읽히는 게 학생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꼼꼼하게 쓰여진 책이다.

저자는 공부 유투브를 운영하고, 이 책을 출판하면서도 이 1/4/7/14 공부법이 누구에게나 완벽한 공부법은 아님을 밝힌다. 즉, 이 공부법이 맞지 않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애정을 가진 과외 학생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공부법에 대해 궁금해하고 질문할 정도의 학생이라면 이 책을 통해 14일 정도를 투자해 어떤 복습 방식이 자신에게 맞는지 시험해보고, 그 과정에서 공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답을 제시하는 건 아니지만, 좋은 공부 참고도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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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펭귄클래식 19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최진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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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를 배우면서도 러시아문학과는 그리 친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려 한 3개월 전쯤부터 한 권씩 차근차근 읽어보고 있다. 그러던 중 이반 투르게네프가 러시아 내에서는 대문호로 여겨지면서도 러시아 외부에서는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에 비해 평가절하된 작가라는 말을 접하곤 그의 소설을 읽어보겠다고 결심했다. 여러 소설들 중 표지가 가장 아름다운 펭귄클래식의 <첫사랑>을 골랐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꿈꿨으나 말 그대로 첫사랑의 매운맛 이야기로 가득했다. 충격과 놀라움으로 가득한 러시아 문학에서 풋풋한 첫사랑을 기대한 내가 잘못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 나름대로 또 재미가 있어서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첫사랑>은 150쪽도 되지 않는 짧은 소설로, 마흔이 넘은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의 "나의 첫사랑은 전혀 평범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시작으로 그가 자신의 첫사랑을 회상하며 쓴 노트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1833년 16살의 여름, 모스크바의 부모님 댁 바로 옆집에 이사 온 자세키나 공작부인과 그녀의 딸 지나이다가 이사를 온다. 강단 있는 성격을 가진 아름다운 연상의 여인 지나이다의 웃음을 보는 순간 블라디미르는 사랑에 빠진다. 블라디미르를 비롯한 몇몇 남성들은 지나이다와 사랑놀음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블라디미르는 질투, 감동, 슬픔, 모욕감, 황홀한 기쁨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 감정을 어떠한 식으로 묘사하기도 어려워 이 첫사랑의 감정 자체가 지나이다라고 정의하는 블라디미르의 모습에서 사랑에 빠져 그 감정의 노예가 되어버린 사람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는 사실 지나이다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녀의 연인을 죽여버리고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 결심한 블라디미르 앞에는 그녀의 사랑을 받아들여주지 않으면서도 그녀를 채찍질하고 잠자리를 가지는 자신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열렬히 사랑하며 웃으며 받아들이는 사랑하는 지나이다의 모습이 등장한다. 이런 폭풍우 같은 일들이 지나간 뒤 블라디미르는 첫사랑의 돌풍을 뒤로 하고 대학에 진학하게 되고, 아버지와 지나이다의 소식을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첫사랑'이라는 제목 아래 이런 소설도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운 소설이다. 그 내용과 표현은 아주 충격적이었지만, 그 충격 덕에 감정의 노예가 된 인간이 어떠한 행동까지 할 수 있는지, 특히나 가학적인 것까지 수용하게 만드는 사랑의 성질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 16살 블라디미르가 처음 가졌던 순수한 첫사랑이 어떤 감정들을 불러일으키고, 그 감정들이 또 어떤 사건과 또다른 감정으로 이어지는지 목격하는 재미가 톡톡했다. 이 소설 자체가 저자 이반 투르게네프의 아버지를 그린 소설이라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저자는 그런 자신의 아버지를 아름답고 매력적인 사람이라 설명하며 이 소설에서 그리고자 한 것이 비단 첫사랑의 혼란, 외도 등이 아니라 사랑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 그 자체에 대한 것임을 시사한다. 나 역시나 소설을 저자의 삶과 연결지어 어떠한 답을 찾는 것보다는 소설 그 자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소설은 정말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보게 하는 열정적인 소설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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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늑대들 2, 회색 도시를 지나 웅진 모두의 그림책 38
전이수.김나윤 지음 / 웅진주니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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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수 작가의 그림책은 볼 때마다 놀랍다. 전이수 작가 또래의 아이들을 떠올려서 그런지, 아니면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해도 놀라운 그 표현력 때문인지 새 그림책을 펼칠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번 신간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기존의 작품과 갤러리 이름과 동일하게 '걸어가는 늑대들'이라는 제목을 달고 출판된 이 책에선 전이수 작가가 좋아하는 늑대들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그림과 더불어 이야기가 너무 뜻깊어서 두세 번 반복해 읽었다. 그 어느 때보다 현재에 잘 어울리는 글과 그림으로 가득하다.

그림책은 늑대들이 새로운 곳에 발을 디디며 시작된다. 그런데 새로 간 그 도시는 무채색으로 가득하다. 뚜렷한 특징 없이 사람들도, 건물들도 모두 회색인 도시 속에서 늑대들은 이상함을 느낀다. 게다가 사람들 또한 사람이라기 보다는 새의 모습을 하고 있다.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해서 귀는 퇴화되고 입은 도드라진 새 같은 사람들은 하루종일 빛이 나는 네모난 상자만 쳐다보고 앉아있다. 어린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새의 모습으로 변해가며 네모난 상자 앞에서 매일을 보낸다.

이상한 도시를 살펴보던 중 늑대들은 도시 속 사람들이 산, 바다, 노을 등 색채 가득한 풍경들을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게다가 그 누구도 그 풍경들을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계속 돌아다니던 늑대들은 유하라는 소년을 만나고, 유하는 아주 작은 용기로 도시 밖을 탐험하기로 결심한다. 때로는 늑대들을 따라, 때로는 늑대들과 떨어져 가지각색의 풍경을 보고 느끼며 유하는 귀를 되찾고, 그의 입은 들어가고, 자신만의 색채를 되찾게 된다.

검정과 하양, 두 가지 색으로만 이루어져 새의 모습을 하고 있던 유하가 자신의 색을 되찾고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올 때쯤 늑대들은 또다시 새로운 곳으로 길을 떠난다. 늑대들은 어디로 갈지, 새로운 곳에서 무엇을 할지 아무 것도 적혀있진 않지만, 전이수 작가는 늑대들의 여정이 계속될 것임을 암시한다. 자신만의 색 없이 모두 네모난 상자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회색 도시와 그 도시를 벗어나 자신의 색을 찾아 자유롭게 세상을 즐기는 유하의 대비는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불확실한 상황 속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확신이 안 서는 요즘, 이 책은 마치 책 속 늑대들이 유하의 조그마한 용기를 기다려주는 것처럼 따스한 위로로 다가온다.

책 표지를 보면 저자에 전이수 작가와 함께 그의 어머니 김나윤 작가의 이름도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전이수 작가의 작가의 말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어머니가 그렸던 '산'이라는 작품에 자신의 색을 더해, 원래 좋아하던 늑대 이야기에 어머니와의 대화를 더해 새로운 책을 만들고 싶었고, 실제로 만들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는 전이수 작가의 말에서 많은 생각이 오갔다. 참 아름다운 색을 가진 어린이 작가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강했다. 앞으로도 좋은 책을 많이 보여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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