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유년의 기억, 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소설로 그린 자화상 (개정판)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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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작가가 있다. 당신의 모든 문장이 나에겐 하나의 감명으로 다가오는 작가. 아마 사람마다 한 명씩은 있을 것이다. 나에겐 그런 작가가 두 명 있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이 돌아가신지 벌써 10년이나 된 박완서 작가님이다. 평소 당신에 대해 언급할 때 '박완서 선생님'이라고 칭할 정도로, 나는 그녀를 인격적으로도, 그녀의 글과 관련해서도 아주 존경한다. 간결하면서도 힘이 있고, 헛투루 쓰이지 않은 문장들은 읽을 때마다 나의 마음을 울린다. 이번에 웅진지식하우스에서 출간한 타계10주기 헌정 개정판으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가 새 옷을 입고 나왔다. 오랜만에 그녀의 문장에 다시 취해보았다.

처음 책머리를 폈을 때 약간 울컥했다. 연달아 있는 2002년 1월과 1992년 9월의 작가의 말을 다시 한 글자, 한 글자 읽으며 박완서 작가가 여전히 글로 우리의 곁에 남아있는 것만 같은 인상을 준다. 2002년의 작가의 말을 보면 '나의 생생한 기억의 공간을 받아 줄 다음 세대가 있다는 건 작가로서 누리는 특권이 아닐 수 없다'고 쓰여져있다. 그 문장을 여러 번 읽으며 '이 소설을 읽을 수 있는 것은 그녀의 다음 세대로서 누리는 특권'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두어 번 읽었고, 읽을 때마다 마음이 요동치는 책이라 사실 소설 내용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 않다. 다만 그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며 그녀의 기억으로 구성된 이 소설을 때론 기쁘게, 때론 슬프게 읽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당신께선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위안이라고 했지만, 그녀의 글을 즐겨읽는 나에겐 이 책의 존재 자체가 커다란 위안이다. 오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덮고,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주문했다.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작가의 글을 이렇게 다시 읽을 기회가 생겨 정말 감사하고 또 행복하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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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티의 플랜B - 다가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사람의 비밀
나희선(도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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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보는 것이 TV를 보는 것보다 당연해진 지금,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경쟁하듯 동영상을 올린다. 그러던 중 한동안 잘 듣지 못했던 유튜버의 이름, '도티'를 예상치 못한 책에서 발견했다. 도티는 몇 해 전 내가 초등학생 과외를 할 때 많이 들었던 유튜버의 이름이다. 나에겐 추천으로조차 뜨지 않는 그의 이름이 초등학생들에겐 아이돌만큼이나 유명했고, 그 뒤에 찾아보니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많은 컨텐츠를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한 번 검색해본 뒤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그런 그를 책으로 보니 신기하기도 했고, 의아하기도 했다. 특히나 내가 즐겨보는 유튜버들이 많이 소속되어 있는 샌드박스 네트워크 또한 그가 창업한 것이라니 놀라움과 궁금함 투성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할지 전혀 예상이 되지 않아서 궁금함을 안고 책을 펼쳤다.

<도티의 플랜B>는 비단 어떻게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는지, 어떤 컨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관련 이야기가 그의 삶에서 빠질 수는 없기에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결코 얼마나 벌고 얼마나 많은 조회수를 올리는 등의 이야기가 그의 초점은 아니다. '나희선'이라는 이름 석자로 발간한 이 책은 도티의 이야기이지만 사람 나희선에 대한 이야기다. 그가 현재의 위치에 오기까지 겪었던 여러 문제점들과 그를 극복한 방법, 어떻게 현재 이 위치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갑자기 찾아온 번아웃과 공황장애라는 변곡점을 통해 알아차린 중요한 것들 등 이 책은 그가 경험한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며 이런저런 컨텐츠가 다 나온다. 먹방은 물론이고, 게임방송도 흔하다. 인기 연예인과 함께 운영하거나 정말 흥미로운 컨텐츠가 아니면 오히려 살아남기 힘든 레드오션이 되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크리에이터는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했던 적이 참 많은데, 오히려 유튜브를 전부로 여기기 보다는 인간 나희선의 가치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그의 문장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물론 그는 이미 유명한 유튜버였지만, 금방 트렌드가 바뀌는 시장 속에서 자신을 온전히 생각하고 지킨다는 것이 생각만 해도 어려운데, 그걸 해낸 사람이라니 대단하게 느껴졌다.

10대, 20대가 읽으면 좋은 책이라 느꼈다. 특히 유튜브를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크리에이터에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나도 여러 생각을 하며 읽을 수 있었다. 무언가를 포기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용기, 상상을 현실로 만든 경험, 그리고 갑자기 훅 찾아온 절망을 다룬 법 등에 대해 읽으며 '나였으면 어땠을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볼 수 있다. 사람냄새가 가득한 책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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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리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6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신인섭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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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에 걸쳐 6권으로 이루어진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을 다 읽었다. 처음엔 시리즈를 다 읽겠다는 마음 없이 <마음>(나쓰메 소세키)과 <인간실격>(다자이 오사무)를 읽었는데, 어쩌다보니 일문학에 빠져 연달아 읽게 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문학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제외하곤 전혀 읽지 않았는데, 어느새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산소리>까지 완독했다. 이전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책은 읽어본 적이 없지만, 그의 '아름다운 일본의 나'라는 노벨문학상 수상 후 연설은 일찍이 읽었다. 그 연설을 읽을 때 '참 예쁜 문장을 쓰는구나'하고 생각했는데, 그 아름다운 문장들을 다소 어두운 주제들을 다루는 <산소리>에서 보니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산소리>는 62세 노인 신고가 산이 울리는 소리를 '죽음의 소리'로 받아들이면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그린다. 친구들은 기괴하게 죽어가고, 참전 후 아들의 행실이 괴팍해지고, 사위가 마약에 취해 자살 소동을 벌이는 등 끊임없는 혼란이 신고 주변을 감싸고, 주변이 혼란해질수록 신고는 꿈에 의존하게 된다. 그리고 그 꿈을 통해 드러나는 신고의 욕망은 장이 거듭날수록 더 솔직해진다. 16개의 개별적이면서도 이어지는 단편들의 모음인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참 많은데, 내가 발견한 가장 주된 소재들은 해설에서도 지적되어 있듯 성(sexuality), 죽음, 그리고 꿈이다.

책 속에는 오묘한 여러 장면들이 반복해서 그려진다. 동경하던 여인이 죽자 마음에도 없는 그녀의 여동생과 결혼한 신고는 며느리 기쿠코에게서 처형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녀에 대한 욕망을 느낀다. 하지만 스스로가 시아버지임을 계속 상기시키며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려 노력하는데, 그 과정에서 그는 욕망과 허무, 밝은 빛과 쓸쓸한 어둠의 상태를 오간다. 심리묘사가 아주 섬세해서 때로는 거북할 지경이었지만, 그만큼 정확한 감정들이 책 속을 휘감는다.

의도치 않게 <산소리>와 오에 겐자부로의 단편집을 동시에 읽었다. 전후의 기괴한 상황을 애매하다고 표현하며 솔직하게 그린 오에와 대조되게 그 기괴함 마저도 아름답게 풀어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문장들을 읽으며 계속 감탄했다. 사실 가와바타 야스나리 하면 대부분이 <설국>을 읽는데, 나는 이 시리즈 덕에 비교적 덜 유명한 <산소리>를 먼저 읽어보게 되었는데, 아주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굳이 따지자면 시리즈 6권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야스나리의 다른 작품들과 더 출간된다면 웅진일문학선집의 다음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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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 - 부와 행복의 길로 이끌어준 46가지 깨달음
잭 캔필드.게이 헨드릭스 지음, 손정숙 옮김 / 리더스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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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을 바꾼 책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으로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이라는 책 한 권이 묶일 수 있다. 그동안 내게 인생책이란 좋은 생각에 오래 잠기게 한, 그러면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었는데, 이 책은 '변화'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인생책이 무엇인지 수십 명의 사람들에게 물었다. 너무나 유명한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저자들부터 변호사, 음악가, 기업가, 의사, 정치인, 작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짧게는 세네 페이지, 길게는 열 페이지 남짓한 분량으로 자신의 인생책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내가 세 번이나 읽은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가 상담심리학 박사 도린 버추의 인생을 바꾼 책이라는 점이 흥미로워서 그런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왜냐하면 내가 읽을 땐 그저 그 당시의 시대상을 엿보고, 열악한 상황에서 인간의 정신력의 동요와 중요성 등을 살피는 데 초점을 두었어서, 훌륭한 책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책이 현재의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해보지 않았기 떄문이다. 불안한 시기를 오래 보내고 있었던 버추 박사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속 정신과 의사가 보여준 정신력, 스스로를 믿는 능력 등에 영감을 받아 불안함의 연속이었던 삶 속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았다. 그 이후 그녀의 삶은 짧게 적힌 이력만 확인해도 이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게 보인다. 나에겐 많은 책 중 한 권이었던 책이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버추 박사의 에세이에서 느꼈다

나의 경우엔 여러 번 읽은 책이 반가워서 그런지 다 읽은 지금 버추 박사의 에세이가 기억에 가장 많이 남지만, 그 외에도 흥미로운 에세이들이 많았다. 10살 때 <인사이드 벤츨리>를 읽고 벤츨리 작가 같이 유머러스한 책을 쓰고 싶다고 결심한 뒤 실제로 퓰리처상 수상자가 된 데이브 베리, 우리에게 익숙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쓴 존 그레이가 소개하는 생소한 인생책 <초월의 길 완성의 길> 등 흥미로운 에세이들이 가득하다.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떤 책을 읽을지 고르지 못했을 때 이 책을 다시 한 번 펼칠 예정이다.

읽기 전엔 '책들의 책'이라는 인상이 강했는데, 읽고 나니 에세이집의 특성이 강한 책처럼 느껴졌다. 주제가 '인생책'인 에세이집이랄까? 새로운 책을 알아가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내가 이미 읽은, 혹은 들어본 책에 얽힌 어떤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짧게나마 엿볼 수 있어서 재밌었다. 한 일주일 간 이 책을 머리맡에 두고 자기 전에 읽었다. 책을 통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처럼 변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읽으며 다음에 이 책을 읽어볼까, 저 책을 사볼까 고민하는 시간이 꽤 즐거웠다. 에세이집으로도, 또 읽을 책을 찾기 위해 읽는 책으로도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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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죽음이 내게 말해준 것들
고칸 메구미 지음, 오시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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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관련된 책은 많고 다양하다. 일전에 리뷰했던 셀리 케이건 교수의 <DEATH 죽음이란 무엇인가>처럼 삶과 죽음을 철학적으로 분석한 책도 있고, 고재욱 요양 보호사가 치매 환자들을 돌보며 쓴 에세이 형식의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같은 책도 있다. <천 개의 죽음이 내게 말해준 것들>은 형식상으로는 에세이 형식의 후자와 가깝지만, 그 내용은 보다 깊고 철학적이었다. 특히 다른 사람이 아닌 스스로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것을 권고한다는 점에서 책을 읽는 내내 여러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었다.

저자는 '연명치료'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가진 간호사 겸 간병 소통전문가다. 준비되지 않은 죽음, 후회 없는 죽음에 대해 평소에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강연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이기에 연명치료라는 다소 모호한 치료의 기준에 대해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해 이야기를 펼친다. 실제로 많은 경우 환자 본인의 의사 보다는 가족의 결정에 따라 치료가 행해진다. 가족이 보호자이기도 하고, 환자 본인은 고통 속에서 병마와 싸우는데 매진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오는 문제, 즉 환자 본인의 생명권이 남의 손으로 넘어가는 문제를 지적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평소에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둘 것을 당부한다. 책을 읽으며 나 스스로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막상 하려니 너무 힘든 일이어서 왜 저자가 평소에 조금씩 해두라고 하는지 이해가 갔다.

사실 죽음은 가장 고심해야 하는 문제이면서도 가장 직면하기 힘든 문제다. 지금 당장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떠올리라고 한다면 분명 이성적인 사고는 커녕 눈물만 펑펑 쏟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평소에 생각해둬야 하는 문제다. 아무 준비도 없이 누군가의, 혹은 나의 죽음이 가까이 온다면 눈물만 쏟다가는 아무 것도 제대로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해 미리 생각해둬야 나중에 더 잘 대처할 수 있기에, 그리고 죽음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야 매일을 더 소중하게 보낼 수 있기에 죽음에 대해 미리 생각하라는 저자의 글에 읽을수록 공감이 갔다. 아마 이 조언이 그녀가 목격한 천 개의 죽음이 그녀에게 말해준 것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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