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늑대들 2, 회색 도시를 지나 웅진 모두의 그림책 38
전이수.김나윤 지음 / 웅진주니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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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이수 작가의 그림책은 볼 때마다 놀랍다. 전이수 작가 또래의 아이들을 떠올려서 그런지, 아니면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해도 놀라운 그 표현력 때문인지 새 그림책을 펼칠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번 신간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기존의 작품과 갤러리 이름과 동일하게 '걸어가는 늑대들'이라는 제목을 달고 출판된 이 책에선 전이수 작가가 좋아하는 늑대들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그림과 더불어 이야기가 너무 뜻깊어서 두세 번 반복해 읽었다. 그 어느 때보다 현재에 잘 어울리는 글과 그림으로 가득하다.

그림책은 늑대들이 새로운 곳에 발을 디디며 시작된다. 그런데 새로 간 그 도시는 무채색으로 가득하다. 뚜렷한 특징 없이 사람들도, 건물들도 모두 회색인 도시 속에서 늑대들은 이상함을 느낀다. 게다가 사람들 또한 사람이라기 보다는 새의 모습을 하고 있다.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해서 귀는 퇴화되고 입은 도드라진 새 같은 사람들은 하루종일 빛이 나는 네모난 상자만 쳐다보고 앉아있다. 어린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새의 모습으로 변해가며 네모난 상자 앞에서 매일을 보낸다.

이상한 도시를 살펴보던 중 늑대들은 도시 속 사람들이 산, 바다, 노을 등 색채 가득한 풍경들을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게다가 그 누구도 그 풍경들을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계속 돌아다니던 늑대들은 유하라는 소년을 만나고, 유하는 아주 작은 용기로 도시 밖을 탐험하기로 결심한다. 때로는 늑대들을 따라, 때로는 늑대들과 떨어져 가지각색의 풍경을 보고 느끼며 유하는 귀를 되찾고, 그의 입은 들어가고, 자신만의 색채를 되찾게 된다.

검정과 하양, 두 가지 색으로만 이루어져 새의 모습을 하고 있던 유하가 자신의 색을 되찾고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올 때쯤 늑대들은 또다시 새로운 곳으로 길을 떠난다. 늑대들은 어디로 갈지, 새로운 곳에서 무엇을 할지 아무 것도 적혀있진 않지만, 전이수 작가는 늑대들의 여정이 계속될 것임을 암시한다. 자신만의 색 없이 모두 네모난 상자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회색 도시와 그 도시를 벗어나 자신의 색을 찾아 자유롭게 세상을 즐기는 유하의 대비는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불확실한 상황 속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확신이 안 서는 요즘, 이 책은 마치 책 속 늑대들이 유하의 조그마한 용기를 기다려주는 것처럼 따스한 위로로 다가온다.

책 표지를 보면 저자에 전이수 작가와 함께 그의 어머니 김나윤 작가의 이름도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전이수 작가의 작가의 말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어머니가 그렸던 '산'이라는 작품에 자신의 색을 더해, 원래 좋아하던 늑대 이야기에 어머니와의 대화를 더해 새로운 책을 만들고 싶었고, 실제로 만들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는 전이수 작가의 말에서 많은 생각이 오갔다. 참 아름다운 색을 가진 어린이 작가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강했다. 앞으로도 좋은 책을 많이 보여주리라 믿는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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