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대멸종 시그널, 식량 전쟁 - 기후 변화와 식량 위기로 포착하는 파국의 신호들 서가명강 시리즈 34
남재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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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지구 기후 시스템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주로 온난화와 관련이 있으며,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 가스 배출이 대기 중의 온실 가스 농도를 증가시켜 지구의 기온 상승을 초래합니다. 기후 위기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지구의 자연 생태계, 기상 패턴, 해수면 수준 등이 변동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다양한 부정적인 영향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인류의 삶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온실 가스로 인한 기온 상승, 극한 기후는 농업이나 축산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가뭄이나 폭우로 인한 침수는 작물 손실을 야기하고, 특정 작물의 재배에 적합하지 않은 지역이 늘어나게 됩니다. 또한 각종 질병의 창궐이나 생태계 변화는 축산물과 농산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식량 위기를 가속화시킬 수 있습니다.


“6번째 대멸종 시그널, 식량 전쟁 (남재철 著, 21세기북스)”는 기후변화가 야기할 수 있는 식량 위기를 다룬 ‘서가명강’ 시리즈의 신간입니다. 


불과 5-6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 시달렸습니다. 베이비붐으로 인구는 급격히 늘어났지만 주식인 쌀 생산량은 그에 미치지 못했었지요. 늘어난 인구를 먹일 만큼 쌀이 충분하지 않아 혼분식 장려운동을 범정부 차원에서 독려해야 했을 정도입니다. 1970년 통일벼 개발 및 전국 보급을 통해 비로소 쌀 자급을 달성하면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산업화가 급속하게 진전되면서 농업은 정책과 국민의 관심권 밖으로 벗어나게 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40%대에 불과합니다. 곡물 자급률은 20%대에 불과한데 쌀을 제외하면 식량 자급률은 10%대, 곡물자급률은 한자리 수인 5%대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외국에서 식량 자원을 저렴하게 수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우리가 언제까지 식량 자원을 이렇게 저렴하게 수입할 수 있을까요? 

기후위기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식량 위기를 직접적으로 부추기는 방아쇠 역할을 합니다. 즉, 곡물을 비롯한 식량 자원의 국제 시세는 언제든지 폭등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지요. 우리나라는 많은 선진국 중에서 식량위기에 가장 취약한 국가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미 기후위기가 식량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고, 국제 시세가 올라갈 수 있음은 병충해 증가, 재배 적지 변화 뿐 아니라 팬데믹이나 전쟁 등 여러 사건들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멀리서 다가오는 사건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그 파국을 지금 당장 대비한다고 해도 그리 이른 것은 아닙니다. 이미 IMF와 세계은행에서는 2050년대 산업 메가 트렌드 중 하나로 농업테크라 강조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를 위해 농업에 투입되는 여러 자원을 고도화하고, 농업 경영을 일반 산업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무엇보다 식량 자원이 생산되는 농업 현장 역시 고도화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농업 현실을 보면 쉽지 않은 과제들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여러 대책들은 결국 돈과 전문지식이 필요하지만 현재 농업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과제들이지요. 결국 국가 정책으로 시행되어야 하고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현재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들은 역사 상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우리의 이 풍요로운 삶은 아마도 미래 세대의 풍요를 빌려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6번째대멸종시그널식량전쟁 #남재철 #21세기북스 #서가명강 #책과콩나무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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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
김준녕 지음 / 고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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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 (김준녕 作, 고블)”를 읽었습니다. 


김준녕 작가는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허블)”을 통해 ‘22년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SF 장르라는 그릇에 담을 수 있는 소재의 한계를 둘 수 없음을 잘 보여주는 작가라는 사실을 전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지요. 


전작이 장편이었던 것에 반해 이번에 읽은 “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는 단편 10작품을 모은 소설집입니다. 


‘아뇨, 둘의 기억은 아주 가치 있어요. 정말로요.’ (수록작 ‘경매’에서 발췌)


첫 작품인 ‘경매’는 기억만이 유일하게 팔 수 있는 자산으로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하더라도 여유 자산을 모을 수 없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사랑을 할 수 있음을, 인간성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기억을 팔아서라도 그 사랑과 인간성을 지키려 합니다. 

짧지만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입니다. SF가 아니었으면 작중 주인공은 장기를 팔거나 다른 무언가를 팔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에 주는 여운은 느끼지 못했을 거에요. 이 작품은 SF만이 줄 수 있는 ‘맛’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2번 지구, 가나요.’, ‘예, 가지요’ (수록작 ‘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에서 발췌) 


‘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는 참 독특한 작품입니다. 초반부는 대구 시내에서 버스를 타는 이야기를 그린 에세이처럼 흐릅니다. 하지만 버스가 한 번 멈추고 작품 분위기는 일변합니다. 아주 몽환적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결심하지요. 2번 지구로 가기로, 그곳에는 자신을 이해해줄 사람이 있을 것이라 믿으며.


길진 않지만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초반부에는 제가 다른 책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설이라기 보다는 에세이적 느낌이 많이 나는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 역시 SF가 담아낼 수 있는 소재와 이야기가 한계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록작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작품들이었습니다. 어떤 작품은 실험적이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이야기 자체의 재미를 느끼게도 해주었습니다. 김준녕 작가가 가진 이야기꾼으로서의 역량 뿐 아니라 세상에 대한 고민의 깊이도 함께 느낄 수 있었지요. 다음 작품도 기대해보겠습니다. 




#0번버스는2번지구로향한다 #김준녕 #고블 #책과콩나무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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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인 이야기 - 모험하고 싸우고 기도하고 조각하는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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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8년 한 남자가 베네치아 길거리에서 살해당합니다. 


이름은 로렌치노 데 메디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메디치 가문에 속한 사람입니다. 로렌치노는 단순히 메디치 가문의 사람인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사촌 형제이자 피렌체를 다스리던 알레산드로 공작을 암살하고 베네치아로 망명한 인물이기도 했지요. 



 그러면 로렌치노 암살을 사주한 배후는 누구였을까요? 여러 증거들은 알레산드로 공작이 암살당한 후 공작위에 오른 코시모 1세를 향해 있었습니다. 반박한 수 있는 증거가 발견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고 타당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대중이나 역사가들 모두 코시모가 벌인 복수극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50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최근 새로운 문서가 발견되면서 역사 속에 숨겨졌던 진범이 밝혀졌습니다. 바로 신성로마제국 황제인 카를 5세가 그 범인이었던 것입니다.



 카를 5세도 로렌치노를 살인 청부할 충분한 동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로렌치노에게 살해당한 알레산드로 공작이 카를 5세의 사위였기 때문이지요.  

 

 “문명과 바다(산처럼, 2009)”를 읽기 전까지는 주경철 교수를 단순히 유럽사 전공자이자 번역가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이후 “대항해 시대 (서울대학교출판부, 2008)”, “바다 인류 (휴머니스트, 2022)”, “모험과 문명의 교류사 (산처럼, 2015)”와 같은 저자의 문명사, 교류사와 관련한 저작들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저작을 남기는 훌륭한 학자가 있다는 사실에 이유모를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특히 “대항해 시대” 같은 저작은 기존 대륙 문명 관점의 역사 해석에서 벗어나 근대 세계사를 해양 세계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15~18세기에 이르는 세계사를 독자적으로 조망하였다는 평가를 얻고 있기도 합니다.  


아마도 일반 독자들에게 주경철 교수는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유럽사를 인물 중심으로 다룬 “유럽인 이야기 (휴머니스트, 2017)” 3부작에 대해 더 잘 알지 않나 싶습니다. 유럽사를 이야기 중심으로 흥미진진하게 다루면서도 학문적 깊이가 느껴지는 저작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중세 유럽인 이야기 (주경철 著, 휴머니스트)”는 “유럽인 이야기” 3부작의 프리퀄 성격을 가진 저작으로 바로 중세 시대를 다루고 있습니다. 



 빈란드라 불리오는 땅, 지금의 그린란드에 정착촌을 만들기도 하고, 콜럼버스보다 먼저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바이킹 이야기를 시작으로, 종교의 시대에 이름을 남긴 여러 인물들, 그리고 궁정에서 펼쳐진 권력 암투와 사랑 이야기, 전염병과 그 전염병이 불어온 사회 현상, 그리고 권력을 강화하려는 여러 권력자들의 이야기까지 이 책은 유럽 중세사를 여행하는 마일스톤이라 할 수 있는 인물과 사건들로 가득합니다.  




아티클 하나 하나는 10페이지 남짓이라 최근 독서 트렌드에도 맞게 관심 있는 부분만 짬 내서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금방 읽어버렸습니다. 중세 유럽사 입문서로도 손색없는 저작입니다. 



 Ps. 책의 마지막 아티클이 프라 마우로의 지도인 점은 저자의 전작들을 생각하면 의미심장합니다. 




 #주경철 #중세유럽인이야기 #휴머니스트 #리뷰어스클럽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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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1-19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뚱한 사진이 리뷰에 담긴 것 같네요,ㅠㅠ

Micca.Kim 2023-11-20 09:29   좋아요 0 | URL
아 그렇네요.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 불확정성원리 - 광학의 역사부터 슈뢰딩거 방정식의 탄생까지 노벨상 수상자들의 오리지널 논문으로 배우는 과학
정완상 지음 / 성림원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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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 불확정성 원리 (정완상 著, 성림원북스)”를 읽었습니다.


저자인 정완상 교수는 현재 경상대학교 물리학과에 재직 중인 물리학자로 대중과 소통하는 여러 과학 저작에도 열심인 분입니다. 이번에 읽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 불확정성 원리”는 다른 대중 과학 서적에서 다루지 않는 과학 이론과 관련한 논문 그 자체에 집중하여 독자들에게 해당 과학 이론을 설명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목과 달리 페이지를 넘겨가며 마냥 쉽게 읽을 수만은 없기는 합니다. 하지만 설명자체를 인터뷰나 강의 형식 등을 빌어 독자들의 접근을 보다 쉽게 하고 있습니다.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알아낼 수 없고, 두 측정값의 부정확도를 일정 이하로 줄일 수 없다”는 불확정성 원리는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의 핵심 개념 중 하나입니다. 즉, 이 책은 양자역학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양자역학의 탄생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개념을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까요? 볼츠만(Ludwig Boltzmann), 막스 플랑크 (Max Planck),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이나 드 브로이(Louis de Broglie)? 아니면 보어(Niels Bohr)나 하이젠베르그(Werner Heisenberg),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r), 막스 보른(Max Born), 폴 디렉(Paul Dirac)?


저자는 그 역사의 시작을 고대 그리스 헤론(Heron)까지 끌어올립니다. 양자역학을 설명하는데 광학을 빼놓을 수 없고 빛의 성질을 다룬 광학의 역사는 헤론(AD 1C)부터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헤론은 빛의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음을 처음 알아냈고 네덜란드의 스넬(Willebrord Snel van Royen)은 빛의 굴절 법칙을 찾아냈습니다. 

이후 페르마(Pierre de Fermat), 훅(Robert Hooke)과 같은 당대의 수학자, 과학자들이 빛의 성질에 대한 연구를 이어갔고 이후 빛을 설명하는 이론은 뉴턴(Isaac Newton)의 입자설과 하위헌스(Christiaan Huygens)의 파동설로 나뉘게 됩니다. 하지만 토마스 영 (Thomas Young)에 의한 이중 슬릿 실험으로 인해 파동설이 대세로 자리잡게 되지만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원리에 영향을 받은 드 브로이에 의해 ‘물질파’, 즉 물질의 성질과 파동의 성질을 모두 가진 개념이 설명되면서 빛의 성질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되게 됩니다.


수식이나 방정식이 있으면 책의 판매량은 그에 비례하여 줄어든다고 스티븐 호킹이 이야기했다고 하던가요? 이 책은 앞서 이야기한 양자역학의 역사를 설명하는데 있어 오리지널 논문을 바탕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수식이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수식만 나열하는 식이 아니라 수식 중간 중간에 질문과 대답 형식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어서 (설명을 받아들이려는 의지만 있다면) 생각보다 어렵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말이나 글로 설명할 때보다 오히려 개념이 명쾌하게 이해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 책은 불확정성에 대한 이론을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시리즈의 다른 책에서는 양자 역학과 원자 이론까지 설명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읽어보면 양자 역학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아질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가장쉬운과학수업 #불확정성원리 #정완상 #성림원북스 #책과콩나무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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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슬지 않는 세계
김아직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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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튜링(Alan Turing, 1912~1954)은 기계가 인간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계에 지능이 있는지를 판별하고자 하는 시험을 제안하면서 기계와 인간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언어적 행동이 가능한 기계는 지능을 가진 것을 보는 것이 타당하다 주장했습니다. 이를 튜링 테스트 혹은 이미테이션 게임이라 부릅니다. 


지능. 익숙한 단어이지만 이를 정의내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실 인간이 가진 철학적, 윤리적 고민은 인공 지능이 아닌, 태어날 때부터 인간인 종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왔기 때문에 인간이 아닌 다른 종 혹은 다른 존재의 지능에 대해서는 그 고민의 깊이가 얕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무엇인 지능인지, 무엇이 인간인지에 대한 사회 보편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그리고 ‘알파고’나 ‘Chat GPT’ 같은 인공지능이 사회에 큰 충격을 주게 되면서 무엇이 인간이고, 무엇이 지능인지에 대한 고민은 단순히 형이상학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녹슬지 않는 세계 (김아직 作, 북다)”를 읽었습니다.



루치아. 금속뼈대, 인공관절, 흡사 마네킹을 닮은 얼굴을 가진 이 존재를 안드로이드라 말합니다. 폐기 처분을 받고 도망친 로봇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이 아니지만 천국에 가고 싶어하는 인공 개체입니다. 죽음 너머로 떠난 그분을 돌보기 위해. 루치아는 천국에 가기 위해 노사제로부터 병자성사를 받습니다. 병자성사는 그 자체로 유효한 것. (Ex opere Operato) 이제 천국에 갈 수 있을까요?


레미지오. 루치아에게 병자성사를 행한 노신부입니다. 하지만 루치아에게 속았음을 알고 온갖 저주를 퍼붓습니다. 로봇은 천국에 갈 수 없는 것일까요? ‘우리의 천국’에는 기계를 위한 자리는 없는 것일까요? 자기인식이 가능한 기계라 하더라도 ‘인간이 아니기에’ 생명이 꺼지면 용광로에 던져지면 끝나는 것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치아로부터 구원을 받습니다. 



루치아는 인간의 천국을 넘본 죄로 마녀로 규정됩니다. 이제 다시 마녀 사냥이 시작됩니다. 



인간 만의 것을 넘본 존재. 그리고 인간이라는 범주의 확장 .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마녀 사냥. 이 소설은 독자에게 철학적 사유거리를 던져주는 흥미로운 소설입니다. 인간을 규정하는 범주적 특징은 무엇일지, 비인간이 인간다움을 획득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소설을 읽는 내내 흥미로운 생각들이 교차하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전혀 다른 분위기이지만 박성환 작가의 단편 ‘레디 메이드 보살’이 연상되는 시간이기도 했구요.






#녹슬지않는세계 #김아직 #북다 #책과콩나무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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