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하우스 레이크
레이철 케인 지음, 유혜영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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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스아프리카에’라는 출판사가 있습니다. “장미의 이름(움베르토 에코 著, 이윤기 譯, 열린책들, 원제 : Il Nome della Rosa)”에 나오는 불타 버린 비밀 서고의 이름인데 이를 재현하듯이 양질의 장르소설을 대중에게 소개하려는 의미의 명명이라고 합니다.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87분서 시리즈”, “가나리야 마스터 시리즈” 등과 같이 미스터리 / 스릴러 장르를 주력으로 하는데 각 시리즈를 꾸준히 출판하면서도 탁월한 작품 선정으로 인해 대형 출판사의 장르 전문 임프린트로 착각했을 정도입니다. (작품 선정도 탁월하지만 무엇보다 아름다운 표지도 이 출판사의 자랑거리일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에 이 출판사에서 신간이 출간되었습니다. “스틸하우스 레이크(레이철 케인 著, 유혜영 譯, 피니스아프리카에)”라는 작품입니다. 



지나 로열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전업 주부입니다. 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인해 모범적이었던 남편이 연쇄 살인마임이 드러나게 되면서 공범 내지 종범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됩니다. 1년 여에 걸친 재판 끝에 무죄임이 드러나지만 인터넷에는 이미 그녀의 신상이 공개된 상태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가 무죄임을 믿지 않습니다. 그녀 뿐 아니라 그녀의 아이들까지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신분과 사는 지역을 바꿔가며 도망다는 방법 밖에는 없게 되죠. 그웬 프록터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정착한 테네시 주 스틸하우스레이크에 점차 정을 붙이게 되고 하나 둘씩 친구들이 생기게 되는 와중에 전 남편의 연쇄 살인 수법과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자신의 진정한 신분을 드러낼 수 없는 상황에서 조여오는 수사망, 누가 진짜 친구이고 적인지 알 수 없는 데다 과거에는 도망이라는 선택지를 선택하면 되었는데 이제 더 이상 그 방법을 고를 수만은 없는 상황에 빠져 들어가게 됩니다. 



이 작품은 지나 로열/그웬 프록터의 심리와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나 로열이었을 때는 ‘지나’로 호칭되는 3인칭 시점이었는데 그웬 프록터로 신분을 바꿨을 때 1인칭 시점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런 서술 구조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의 경우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주인공에 이입하여, 책을 읽는 도중 책을 덮고 한번씩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 정도의 긴장감이 책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지므로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400페이지에 가까울 정도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그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Wow) 그리고 사건이 대부분 해결이 되어가는 마지막, 결정적인 한방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Ps. 작중 주인공인 지나 로열/그웬 프록터를 보면서 자꾸 “터미네이터”의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 役)가 생각나더라구요. 순진하기만 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의심하고 대비해야만 하는 여전사….


Ps. 스틸하우스 레이크 시리즈가 4부까지 나왔고 계속 시리즈가 이어지는 것 같은데 피니스아프리카에 출판사에서 계속 출판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스틸하우스레이크, #레이철케인, #피니스아프리카에, #유혜영, #여전사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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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어
커스티 애플바움 지음, 김아림 옮김 / 리듬문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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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본질은 아(我)와 비아(非我)를 가르는 구분의 기준이 되는 한계로 유형의 울타리, 벽, 국경선일 수도 있고 무형의 심리적, 정서적 그것일 수도 있습니다. 만리장성이나 베를린 장벽, 혹은 여행금지국가처럼 국가 권력에 의해 아(我)와 비아(非我)가 규정되고 이를 구분하는 경계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과 교통이 발달하여 인류 역사상 소통이 가장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현대에 들어 서면서부터는 권력에 의해 서로의 소통을 완전히 막아서는 경계보다는 혐오, 편견 무지, 관습, 타성, 공포로 말미암은 마음의 벽에 의한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는 그 안에서 행복하다고 믿고 있기도 합니다.

 

(이하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페니스윅이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수십 년째 ‘조용한 전쟁’을 치루고 있는 국가에 소속되어 있는 마을로 모든 집안의 장남, 장녀는 14살이 되면 ‘조용한 전쟁’을 치루기 위한 병사가 되기 위해 캠프로 떠나야 합니다. 이러한 책무는 모든 이들에게 주어지며 첫째를 국가에 바침으로써 다른 가족은 마을의 경계 안에서 비교적 안온한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며 그러한 삶이 행복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책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방랑자가 되어 경계 밖에서 떠돌아야 합니다. 이런 책무가 수십 년 이어지다 보니 경계는 모든 이들에게 금기가 되어버립니다. “경계를 넘어 (커스티 애플바움 著, 김아림 譯, 리듬문고, 원제 : The Middler)”에서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작중 주인공인 나, ‘메기’는 첫째가 아니기에 첫째가 누리고 있는 특권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무엇이든 해도 되고, 무엇을 하든 인정을 받고, 발언권도 강합니다. 하지만 둘째인 메기의 말은 아무도 듣지 않고, 집안 일을 도와야 합니다. 첫째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지요. 하지만 캠프로 떠나야 하는 첫째들의 두려움을 접하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무엇인지 모를 의문을 품게 됩니다. 

그러던 와중에 방랑자 소녀 ‘우나’를 만나게 됩니다. 마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즉 우나를 붙잡기 위해 만나고 있다고 자신을 속이지만, 사실은 우나와의 만남이 즐겁습니다. 우나와의 만남이 계속될수록 메기의 마음 속에 마을의 금기를 어겼다는 죄책감과 두려움이 점점 자라나지만, 결국 메기는 마을의 금기를 깨어버리고 두려움에 맞서나가며 무엇인지 몰랐던 불합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됩니다.


‘헝거 게임(수잔 콜린스 著, 이원열 譯, 북폴리오)’ 시리즈, ‘롱워크(스티븐 킹 著, 송경아 譯,황금가지)’, ‘배틀로얄 (타카미 코슌 著, 권일영 譯, 대원씨아이)’ 등과 같이 10대 청소년이 권력에 의해 차출되어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영어덜트 SF이지만 규모를 마을 단위로 줄이고 수행하는 임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대신 주인공인 메기의 심리와 행동에 치중함으로써 메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 메기가 되어 있을 정도로 몰입감이 매우 좋습니다. 특히 영어덜트 장르에서 흔히 보이는 각성의 순간은 없지만 메기의 심리가 자연스럽게 중첩되면서 행위에 대한 당위성과 타당성을 부여하는 묘사는 압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가인 커스티 애플바움 (Kirsty Applebaum)의 첫 작품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이며 다음 작품을 기대할 만큼 좋은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경계를넘어, #커스티애플바움, #김아림, #리듬문고, #SF, #디스토피아, #리뷰어스클럽, #청소년문학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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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신과 영웅들 - 레전드 오브 레전드
댄 그린 지음, 데이비드 리틀턴 그림, 고정아 옮김 / 제제의숲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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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에 빠져들기 위해 침대에 눕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두 딸들이 쪼르르 달려옵니다. 


“아빠, 옛날 이야기 해주세요.”


잠자는 것을 유독 싫어하던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동화나 설화, 역사 속 이야기를 한 토막씩 해주었는데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모양입니다. 


두 딸에게 팔베개를 해주고 버터가 되어버린 호랑이 이야기를 하는데 


“지난 번에 해준 이야기잖아요.”


큰 애가 시큰둥해 합니다. 


아, 이제 이야기거리가 바닥나 버린 것 같습니다. 


결국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어야 할 때군요.


그리스, 로마, 북유럽 신화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줍니다.


특히 그리스 신화는 별자리랑 같이 이야기해주면 정말 좋아합니다. 


이렇게 몇 년을 하다 보니 아이들도 신화와 영웅담을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얼마 전 큰 애가 읽을 만한 신화 책이 없냐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은 초등학생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운 책들이라 추천해주기 애매했는데, 때 마침 “세계의 신과 영웅들 (댄 그린 著, 데이비드 리틀턴 畵, 고정아 譯, 제제의숲, 원제 : Legendary: Myths and Legends as They've Never Been Told Before!)”이 출간되었습니다. 



번역서이니 일단 Goodreads에 가서 평점을 살펴봅니다. 4.80! 


WOW, 아직까지 이런 평점을 본 적이 없습니다. 어마어마한 책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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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Rating한 사람이 5명 밖에는 되지 않군요. (어쩐지…) 리뷰도 2개 밖에는 없지만 평은 비교적 괜찮습니다. OK.



책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판형이 큽니다. 그런데 큰 판형과 큼직한 그림이 시원하니 매우 잘 어울립니다. 



목차를 보니 그리스 로마 신화를 중심으로 북유럽, 러시아, 이집트, 폴리네시아 (아빠, 마우이야 마우이!!),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국, 일본 등등의 신화와 영웅담을 골고루 엮어 놨습니다. (한국은 없네요. /한숨)



이야기 하나 하나는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호흡을 짧게 끊어서 갑니다. 또한 위트 있는 그림, 케릭터들의 표정이 아이들을 매우 즐겁게 해주네요. 또 중간 중간 어려운 단어나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간단하게 주석으로 설명도 해주고 있어요. (포르파이가 뭔지 저도 모르겠는걸요. 책에서 설명 안해줬다면 아마 포도 파이의 오타가 아닐까라고 했겠죠)


책은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읽기에 부담 없고 재미있어요. 한 두 에피소드씩 읽어줘도 좋고, 아이들이 스스로 읽도록 해도 좋아요.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대중의 주목도가 떨어졌던 지역의 신화와 영웅담이 많이 나와주어 흥미를 더해주는 덕분에 매우 만족스럽게 책을 읽었답니다. (대중의 주목도가 떨어진다고 해서 재미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


당분간 큰 딸은 이 책을 끼고 살 것 같아요.



Ps. 아빠 마법 천자문에 나온 손오공이야! 



(어, 아니야.)



#세계의신과영웅들, #제제의숲, #댄그린, #데이비드리틀턴, #고정아, #신화, #영웅담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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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로운 공룡의 역사 - 지구상 가장 찬란했던 진화와 멸종의 연대기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양병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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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공룡은 특유의 멋진 생김새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비극적인 종말로 인해 지금은 볼 수 없다는 점 (새가 공룡의 한 갈래라는 것에 살짝 눈을 감는다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로망이죠. 하지만 화석만으로 연구할 수 밖에 없는 고생물학의 특성 상 점차 시간이 지나고 연구성과가 누적되면서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공룡의 모습과 생태는 점점 바뀌어 왔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공룡의 모습과 생태는 쥬라기 공원 시리즈에서 기인한 그것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영화에서 묘사한 공룡은 실제의 모습을 그려낸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로 며칠 전 미얀마에서 발견된 호박 속의 공룡 두개골 화석은 2g 정도밖에 나가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오쿨루덴타비스 카운그라에’라고 명명된 이 공룡은 지금까지의 그 어떤 공룡보다도 작은 공룡이 되었지요. 심지어 공룡의 후예라 할 수 있는 벌새 중 가장 작은 종과 비슷한 크기(2g)라고 하니 정말 작기는 합니다. 이렇 듯 공룡과 관련한 고생물학 이론은 새로운 것으로 업데이트되는 주기가 매우 빠릅니다. 그렇기에 제가 생각하고 있는 공룡의 모습 역시 아마도 최신의 연구 성과가 반영된 모습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공룡에 대한 최신의 연구 성과가 반영된 고생물학 관련 대중 서적을 찾아보려 해도 그 높은 공룡의 인기에 비하면 의외로 출간이 자주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과학 분야에서 공룡을 검색하면 1~3년 단위로 출간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동용을 제외하면 그나마 얼마 안되더라구요.) 




그런데 이번에 제대로 된 공룡에 대한 대중과학서가 출간되었습니다. 바로 “완전히 새로운 공룡의 역사 (스티브 브루사테 著, 양병찬 譯, 웅진지식하우스, 원제 : The Rise and Fall of the Dinosaurs)”입니다. 보통 번역서를 선택할 때 Goodreads 평점을 주로 보는데 이 책은 4.13의 높은 평점에다 별 다섯 개를 준 리뷰어가 39%, 별 네 개를 준 리뷰어가 41%일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저자인 스티븐 브루사테 (Stephen Brusatte)는 30대의 젊은 고생물학자로 학문적 성취 뿐 아니라 대중과학서를 통한 고생물학의 대중화에도 많은 공헌을 하고 있으며 2021년에 개봉 예정인 ‘쥬라기 월드 3’에 자문을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책에서 폴란드에서 동료 과학자와 함께 화석을 발굴하는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묘사로 매우 생생합니다. 그러다 화석을 찾아냅니다. 바로 프로로토닥틸루스라는 트라이아스기의 고대 파충류입니다. 이 파충류의 흔적 화석을 통해 ‘쩍 벌린 동물’이 아닌 ‘똑바로 걷는’ 공룡의 조상이자 최초의 공룡형류의 하나임을 밝혀내는 이 이야기는 고생물학자가 단순히 화석을 쓱 보고 “이건 무슨 공룡이야”라고 결정내리지 않고 화석을 통해 알아낸 많은 과학적 사실을 교차 검증하여 결론을 내리는 과정을 설명이 아닌 이야기 속에서 알 수 있게 서술해 놓았습니다. 


 


또한 마치 다큐멘터리나 영화를 보는 듯한 스토리 텔링을 통해 공룡의 생태에 대해 독자가 쉽게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물론 티라노 사우르스나 벨로시랩터, 브라키오 사우르스 정도만 알고 있는 우리 일반인으로서는 난생 처음 들어본 라틴어로 되어 있는 각종 공룡의 학명이 어려워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굳이 그런 공룡의 이름을 외워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을 통해 공룡이 어떤 모습이었고,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멸종했으며, 지금 우리 곁에 어떤 존재로 살아남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으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지 않고서는 아마 공룡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공룡을 좋아하고 공룡에 대해 보다 잘 알고 싶은 분들은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 할 것입니다.



Ps. 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김도윤 著, 한빛비즈), 공룡 오디세이 (스콧 샘슨 著, 김명주 譯, 뿌리와이파리)와 함께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완전히새로운공룡의역사, #스티브브루사테, #양병찬, #웅진지식하우스, #쥬라기월드, #쥬라기공원, #공룡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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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출연진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김영하 작가는 굵직한 국내 문학상을 휩쓸다시피하기도 했고 해외에서도 수상 경력이 있을 만큼 문명(文名)을 가지고 있는 중견 작가입니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대표작을 “살인자의 기억법(문학동네, 2013)”으로 기억할 만큼 트렌디하고 장르적 장치를 활용한 글쓰기에도 익숙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김영하 작가가 7년만에 새로운 소설을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바로 “작별 인사(김영하 著, 밀리의서재, 2020)”입니다. 하지만 전자책 플랫폼인 ‘밀리의 서재’에서 밀리 오리지널이라는 시리즈로 단독 공개한 책이다 보니 때문에 알라딘, 예스24, 교보문고 등 시중 서점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김영하 작가는 ‘디지털 원주민 세대’가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읽고 있다’고 진단하고 그들을 ‘바꾸려고 할 게 아니라 그들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며, ‘플레이어의 확대’라는 관점에서 이번 신작을 서점에서 판매하는 종이책이 아닌 플랫폼 중심의 전자책으로 출판하는 이유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작가의 새로운 도전이나 시도에 대한 설명이긴 하지만 지속적 독점 판매는 해당 플랫폼에 접근하기 어려운 대상을 배제할 수 있으므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시중 서점에서도 판매하는 형태의 제한적 독점 형태로 운영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밀리 오리지널로 출간된 “시티 픽션”, “내일은 초인간”, “작별 인사” 등은 전국 도서관 장서 검색에서 검색되지 않더군요. 공적 영역에서조차 접근이 제한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으므로 향후 개선되리라 믿습니다.


(이하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아버지와 함께 안락하게 살고 있던 17세 소년 “철”은 산책 도중 강제로 납치되어 휴머노이드 수용소에 수감됩니다. 익숙했던 공간과 상황에서 멀어지게 된 “철”은 수용소에 함께 수감된 여러 휴머노이드로부터 정체성에 대해 의심을 받게 되고, 스스로도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반군이 수용소를 공격하는 와중에 그곳에서 만난 “선”, “민”과 함께 탈출하게 되고… 결국 “철”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깨닫게 되는데..


 


그렇습니다. 김영하의 신작 “작별 인사”는 인간과 비인간 지성체의 존재와 대결을 다룬 SF 소설입니다. 앞서 설명하였듯이 문명(文名)이 높은 작가의 첫 SF 소설을 읽는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수령한 당일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다음에는 매우 당혹스러웠습니다.


분명 작품 자체는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게 읽힘에도 불구하고 이 당혹감은 어디에서 왔을까 곰곰히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익숙한, 혹은 어디서 본 듯한 설정이나 소재가 너무 많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철’은 스스로를 인간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남성 과학자에 의해 창조된 비인간 지성체였다라는 설정은 “우주소년 아톰”과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또한 주인공이 광대한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초지성체로 변해간다는 설정은 “뉴로멘서(윌리엄 깁슨 著, 김창규 譯, 황금가지)”라던가,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덴마”의 닥터 고드, “루시”의 루시 (스칼렛 요한슨 役)등의 설정과 동일합니다. 그리고 장기 이식용 클론으로 만들어진 ‘선’에 대한 설정은 “아일랜드”, “나를 보내지마(가즈오 이시구로 著, 김남주 譯, 민음사)”, “마이 시스터즈 키퍼(조디 피코 著, 이지민 譯, SISO)” 등의 설정과 같습니다. 덧붙여 ’선’의 아버지는 ‘얼음과 불의 노래’에서 나오는 크레스터와 설정이 겹칩니다. 마지막으로 작중에서 인류가 소멸하는 데 큰 기여를 한 디지털 마약 역시 “카프리카”, “스노크래시 (닐 스티븐슨 著, 남명성 譯, 북스캔) 등 SF에서 자주 다루는 소재입니다.


이러한 설정이나 소재들을 전형적인 SF 장르적인 장치라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설정의 과잉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설정이나 소재들을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내지 못하고 오히려 이야기 위에 붕 떠버린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직접적인 설명이 과도하게 많아지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훌륭한 문체, 좋은 주제 의식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SF라는 장르를 처음 다루다 보니 장르적 장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SF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이러한 부분이 식상함 혹은 당혹스러움으로 다가오겠지만 SF라는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오히려 친절함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SF의 저변이 보다 넓어지기 위해서는 결국 독자가 늘어나야 하는데 아무래도 SF가 입문이 어렵다는 편견이 있다 보니 이런 입문을 위한 작품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Ps. 이 작품의 제목이 왜 “작별 인사”일까 생각해봤는데 “철”이 자신을 돌봐 주던 부성(父性)에 대한 작별, “철”의 오래전 동료였던 “선”에 대한 작별, 네트워크 상에서의 약속 받은 영원한 생명에 대한 작별, 그리고 인간에 대한 작별 등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Ps. 작중 주인공의 이름이 “철”인데 영원한 기계 생명을 찾아가는 은하철도 999의 주인공 “철”에 대한 오마주일까요?


 


 


 


#작별인사, #김영하, #밀리의서재, #장르문학, #SF, #근미래, #아포칼립스,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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