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어
커스티 애플바움 지음, 김아림 옮김 / 리듬문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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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본질은 아(我)와 비아(非我)를 가르는 구분의 기준이 되는 한계로 유형의 울타리, 벽, 국경선일 수도 있고 무형의 심리적, 정서적 그것일 수도 있습니다. 만리장성이나 베를린 장벽, 혹은 여행금지국가처럼 국가 권력에 의해 아(我)와 비아(非我)가 규정되고 이를 구분하는 경계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과 교통이 발달하여 인류 역사상 소통이 가장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현대에 들어 서면서부터는 권력에 의해 서로의 소통을 완전히 막아서는 경계보다는 혐오, 편견 무지, 관습, 타성, 공포로 말미암은 마음의 벽에 의한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는 그 안에서 행복하다고 믿고 있기도 합니다.

 

(이하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페니스윅이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수십 년째 ‘조용한 전쟁’을 치루고 있는 국가에 소속되어 있는 마을로 모든 집안의 장남, 장녀는 14살이 되면 ‘조용한 전쟁’을 치루기 위한 병사가 되기 위해 캠프로 떠나야 합니다. 이러한 책무는 모든 이들에게 주어지며 첫째를 국가에 바침으로써 다른 가족은 마을의 경계 안에서 비교적 안온한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며 그러한 삶이 행복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책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방랑자가 되어 경계 밖에서 떠돌아야 합니다. 이런 책무가 수십 년 이어지다 보니 경계는 모든 이들에게 금기가 되어버립니다. “경계를 넘어 (커스티 애플바움 著, 김아림 譯, 리듬문고, 원제 : The Middler)”에서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작중 주인공인 나, ‘메기’는 첫째가 아니기에 첫째가 누리고 있는 특권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무엇이든 해도 되고, 무엇을 하든 인정을 받고, 발언권도 강합니다. 하지만 둘째인 메기의 말은 아무도 듣지 않고, 집안 일을 도와야 합니다. 첫째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지요. 하지만 캠프로 떠나야 하는 첫째들의 두려움을 접하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무엇인지 모를 의문을 품게 됩니다. 

그러던 와중에 방랑자 소녀 ‘우나’를 만나게 됩니다. 마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즉 우나를 붙잡기 위해 만나고 있다고 자신을 속이지만, 사실은 우나와의 만남이 즐겁습니다. 우나와의 만남이 계속될수록 메기의 마음 속에 마을의 금기를 어겼다는 죄책감과 두려움이 점점 자라나지만, 결국 메기는 마을의 금기를 깨어버리고 두려움에 맞서나가며 무엇인지 몰랐던 불합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됩니다.


‘헝거 게임(수잔 콜린스 著, 이원열 譯, 북폴리오)’ 시리즈, ‘롱워크(스티븐 킹 著, 송경아 譯,황금가지)’, ‘배틀로얄 (타카미 코슌 著, 권일영 譯, 대원씨아이)’ 등과 같이 10대 청소년이 권력에 의해 차출되어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영어덜트 SF이지만 규모를 마을 단위로 줄이고 수행하는 임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대신 주인공인 메기의 심리와 행동에 치중함으로써 메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 메기가 되어 있을 정도로 몰입감이 매우 좋습니다. 특히 영어덜트 장르에서 흔히 보이는 각성의 순간은 없지만 메기의 심리가 자연스럽게 중첩되면서 행위에 대한 당위성과 타당성을 부여하는 묘사는 압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가인 커스티 애플바움 (Kirsty Applebaum)의 첫 작품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이며 다음 작품을 기대할 만큼 좋은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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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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