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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경제학 나쁜 경제학 - 노벨상 경제학자가 바라본 미국, 그리고 기회와 불평등
앵거스 디턴 지음, 안현실.정성철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4년 9월
평점 :
“좋은 경제학 나쁜 경제학 (앵거슨 디턴 著, 안현실, 정성철 共譯, 한국경제신문, 원제 : Economics in America: An Immigrant Economist Explores the Land of Inequality)”를 읽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경제학자 앵거스 디턴이 미국 경제와 사회의 불평등을 경제학적 시각에서 분석한 책입니다. 저자는 본인 스스로가 이민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학이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봅니다.
미국의 의료 시스템, 불평등, 빈곤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며, 경제학이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설명하고 해결할 수 있는지 탐구합니다. 저자는 경제학의 역할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정치와 경제학의 상호작용, 그리고 경제학자들이 실제 사회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을 현실 세계와 긴밀히 연결시키면서 저자는 복잡하고 난해한 경제 이론을 일반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또한 동시에 이러한 이론들이 실제 사회 문제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에 관한 장에서 저자는 199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최저임금 논쟁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경제학 연구가 어떻게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이 책은 경제학의 한계와 문제점을 솔직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이 지나치게 자본 중심적이며, 인간의 행복과 복지를 단순히 돈으로만 측정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합니다. 특히 미국의 의료 시스템을 분석하는 장에서, 저자는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비효율적인 미국의 의료 체계를 날카롭게 지적하며, 이는 단순한 경제적 효율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특히 경제 측정의 복잡성과 그 정치적 함의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특히 인플레이션과 빈곤 측정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이러한 측정이 단순한 기술적 과제를 넘어 깊은 사회경제적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인플레이션 측정과 관련하여, 저자는 소비 패턴의 변화, 새로운 상품의 등장, 품질 변화 등이 정확한 측정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합니다. 더 나아가, 그는 인플레이션 측정 결과가 연금, 최저임금, 세금 등 다양한 정책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주제가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1996년 보스킨 위원회의 보고서를 둘러싼 논란을 예로 들며, 저자는 인플레이션 측정의 정치적 민감성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빈곤을 측정하는데 있어서, 본질적으로 주관적인 과정임을 강조하며,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의 개념 차이가 측정 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합니다. 특히 미국의 공식적인 빈곤 측정 시스템에 대한 그의 비판은 신랄합니다. 저자는 현재의 시스템이 실제 생활 수준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며, 이로 인해 정책 결정에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경제라는 사회적 현상을 측정하는데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문제들도 많습니다. 데이터 수집의 어려움, 특히 개발도상국에서의 데이터 신뢰성 문제, 측정 방법론의 변화가 시계열 데이터의 일관성에 미치는 영향, 국가 간 경제 지표 비교의 어려움 등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이를 통해 저자는 경제 측정이 단순히 숫자를 다루는 작업이 아니라, 결국은 복잡한 사회 현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경제학과 정치의 관계에 관한 지적이나 학계 내부의 성차별에 대한 문제 역시 생각해볼 거리가 있습니다. 저자는 경제학자들이 종종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경제적 분석에 반영한다고 지적하며, 이로 인해 경제학이 객관성을 잃고 정치적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합니다.
또한 여성 경제학자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대한 지적은 단순히 평등의 문제를 넘어서, 다양성 부족으로 인해 경제학 연구의 질과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지적입니다.
이러한 주장과 지적들은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가지는 신뢰성과 영향력, 올바른 학문에 대한 방향성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제기로 보입니다.
이 책은 경제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비판적 성찰에 큰 가치를 두고 싶습니다. 저자는 노벨상 수상자라는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현재의 경제학과 경제학자들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경제학의 가치와 잠재력을 인정합니다. 그는 경제학이 인간의 복지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라고 믿으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책임감 있게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여져 있습니다. 디턴의 명쾌한 설명과 다양한 예시는 복잡한 경제 개념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저자의 개인적 경험담과 노벨상 수상 과정에 대한 이야기 역시 책을 읽어나가는데 흥미를 주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의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글로벌 경제의 상호연결성을 고려할 때, 다른 국가들의 상황에 대한 더 많은 논의가 있었으면 더욱 풍성한 내용으로 읽어볼 수 있었을 것인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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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