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평짜리 베란다 목공소 - 세상에서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
김준호 지음 / 더퀘스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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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나는 주말마다 나무를 깎는 도시의 목수가 됩니다."라는 띠지의 문구가 눈에 쏙 들어와서 읽게 된 책이다. 게다가 황보름 작가와 임리아 작가가 강력 추천한 책이라니. 읽기도 전부터 과연 어떤 내용의 책일지 무지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을 황보름 작가는 '무료하고 밋밋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칭하고 있다. 매일 반복되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지 돈을 들여 비행기를 타고 멀리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것을 사기 위해 몇시간 동안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집 안의 아주 작은 베란다에 마련한 목공소를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직장인인 저자는 주말이면 번잡한 일상을 뒤로하고 베란다에 차린 작은 목송소에서 사각사각 도시의 나무를 까는 목수가 된다. 상상만 해봐도 참 멋져 보인다. 목공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과연 어떤 매력을 가진 지는 다 알지는 못해도 목공을 통해 얻은 경험을 토대로한 그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오직 자신만을 위한 일, 그리고 잠시 멈추고 쉬어가는 일, 그것이야 말로 행복한 삶을 사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목공을 하다보면 나무를 여럿 이어붙여 하나의 큰 판으로 만드는 '집성'이라는 작업이 필요할 때가 있다. 저자는 무를 집성하는 일을 하다보면 나무의 결을 맞추는 것이 사람과 맞추어가는 일과 너무 닮아있다고 말한다. 나무의 결을 자연스럽게 맞추기 위해서는 무늬가 흐르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결을 맞추어야 보기에도 좋고 집성한 티가 잘 나지 않는다. 그래야 하나의 넓은 판재로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오랜 세월 자라며 띠게 된 세로 방향의 결대로 붙은 나무들끼리는 더욱 단단하게 굳어 떨어지지 않는다. 강제로 분리하려고 해도 잘되지 않을 만큼 말이다. 마치 각기 달리 살아온 두 사람의 삶의 결이 인연이라는 접착제로 엉겨 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참 신기하게 목공의 일은 그렇게 우리네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리고 목공을 하면서 깨달은 진리는 '잠깐 쉬었다 가기'다. 계속 반복되는 실수를 하게 되는 자신이 한심하게 생각되어 목공 장인 선생님에게 원인을 물었더니, 선생님의 답은 "한 번에 다 끝내려고 하니까 그렇지. 30분쯤 쉬었다 다시 해봐. 그러면 보여."였다고 한다. 한번 시작하면 쉼 없이 작업을 해왔던 저자는 매사에 과도하게 목표지향적인 생활방식이 오히려 실수를 유도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후 의식적으로다 중간에 잠깐 쉰다는 저자의 말은 우리의 삶에서도 빠르게 가는 것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잠시라도 쉬어가며 쉼과 일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야 우리는 행복하면서 더 좋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어느 순간 쳇바퀴 도는 조직의 한 부품이 되었다고 느껴 더 이상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스스로가 주도하는 인생의 2막에 도전해보기로 한다. 컴퓨터 화면만 보던 몸을 일으켜 땀을 뚝뚝 흘리며 온몸을 움직이는 일은 안 쓰던 근육을 하나하나 일깨웠고, 지루하던 삶에도 생기를 불어넣었다. 생각하는 것 대신 몰입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 인지를 알게 되었고, 아무리 작은 소품이라 할지라도 쓰는 이의 입장을 배려하는 태도를 배웠다. 그리고 작은 틈만 생겨도 결국 틀어지는 나무의 습성은 인간관계를 묘하고 닮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였다. 그리고 저자는 가구와 인테리어를 보는 눈과 스마트스토어에 작품을 올려 고객과 만나는 요령도 덤으로 얻게 되었다 한다. 그렇게 이 책에는 저자는 목공을 하게 되면서 얻게 되는 깨달음과 울림이 솔직하고 담백하게 닮아 있다. 그래서 나처럼 목공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하더라도 그가 전하는 진심과 깨달음은 고스란히 전해져 나의 마음도 울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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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 - 제2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보름달문고 93
하신하 지음, 안경미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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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 평가단으로 선정되어 한 편만 본 것이 못내 아쉬웠는데, 온 책으로 다시 만나게 되니 더 반가웠다. 이 책은 제2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다섯 편의 SF동화를 수록하고 있다. 제일 먼저 수록되어 있는 <반짝이는 별먼지>를 만났을 때 너무 좋았기에 나머지 네 편의 작품에도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다.


제일 처음에 수록되어 있던 <반짝이는 별먼지>가 우주 복권에 대한 이야기로 믿음에 대한 시각화를 이야기하고 있다면 두번째로 수록된 <타보타의 아이들>은 인간들은 다 떠나고 로봇들만 남은 타보타 행성에서 작은 이끼를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로봇 티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타보타는 우리 은하에 속하는 타보 항성계의 네번째 행성으로 화성과 타이타의 뒤를 이어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탐사 기지를 설립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타보타를 인류가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고, 결국 타보타에 남은 것은 로봇들 뿐이었다. 그 중 주인공 티티는 인간과 수준 높은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설계된 인간형 인공 지능 로봇이다.


티티라는 이름은 탐사 기지의 홍 박사가 지어준 이름이다. 하지만 결국 타보타의 척박한 환경은 인간이 살 수 없게 되어 티티와 다른 로봇들만 남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같이 이야기를 나누던 인간들은 사라졌지만 티티는 언제나 묻고 대답을 기다리곤 했다. 로봇은 감정이 없다고들 생각하지만, 티티에게는 인간과의 친밀한 교감을 위해 언어와 감정이 함께 프로그래밍되어 있엇고, 인간들은 떠나면서 자원을 채굴하고 분석하여 본부와 교신하는 주요 기능만 남기고 기지의 기능 대부분을 정지시켰지만 티티의 감정과 표현 기능은 삭제하지 못했다. 결국 티티는 그렇게 혼잣말하는 로봇으로 남게 된 것이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계속되었던 티티의 이야기들이 왠지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 티티의 이야기들이 모두 혼잣말이었기 때문인 듯 싶다.


그런데 어느 날 티티는 온실에서 이끼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티티와 타보타의 로봇들은 빛도 온도도 습도도 생명체가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척박한 환경에서 이끼가 살 수 있도록 연대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티티는 홍박사가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이끼에게 '보보'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몸을 낮춰 속삭였다. "보보, 나의 작고 소중한 친구."라고 말하며 말이다. 그렇게 티티와 로봇들의 연대를 통해 보보는 씩씩하게 자라 온식 구석구석을 퍼져 나갔다. 하지만 또 폭풍은 불어닥쳤고, 과연 보보는 어떻게 되었을까? 겨우 찾아낸 보보는 색깔이 변한 채로 숨죽여 있었는데... 티티와 보보의 뒷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으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사람도 아닌 로봇과 작은 이끼의 이야기가 이토록 따스하고 조마조마하다니. 티티가 보보가 생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듯이 나 역시 읽는 내내 티티와 보보를 응원하였다. 이들의 우정이 오래오래 이어지길 바라면서 말이다. 티티의 다리에 매달린 보보를 보며 서로 사랑을 나누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 티티의 이야기는 왠지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는 부모의 고귀한 사랑이 티티의 이야기에서 묻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보보를 응원하는 티티의 모습은 울컥하게 만들었다. 티티의 사랑의 의미와 끝까지 보보를 응원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나머지 세편의 동화 역시 많은 여운을 남기게 한다. 가족의 품에서 인간인 줄 알았으나 휴머노이드였던 진이 그리워하는 부모에 대한 이야기와 기억을 담은 <달로 가는 길>과 소심하고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까지 하는 현우에게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우주인들. 그리고 우주인들로 인해 변하게 된 현우의 이야기를 담은 <들어오지 마시오>. 그리고 지구를 떠난지 오랜 시간이 흘러 허약해진 엄마와 동생은 동면에 들어가고 아빠는 생존을 위해 주인공 지나의 몸을 기계와 결합시켜 트랜스휴먼이 된 지나의 이야기를 담은 <지나 3.0>. 한편 한편이 주는 울림은 정말 오래오래 지속될 듯 싶다.


이 책은 정말 다양한 우주적인 존재들이 등장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이 책 속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온 우주가 너의 친구"라고 말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기회를 놓치지 말고 한 발 한 발 나아가라는 응원의 목소리를 함께 전하는 듯 하다. 따스한 그 응원의 목소리와 울림이 우주적 존재들과 함께 잔잔히 전해져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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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여행 무작정 따라하기 - 어쩌다 시작된 2주 동안의 우주여행 가이드북
에밀리아노 리치 지음, 최보민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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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읽어도 아주 흥미롭다. 어쩌다 시작된 우주여행이라니. 조만간 이러한 시대가 우리 앞에 열리겠지? 생각만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 책은 이탈리아 최초로 과학의 대중화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국가상을 받은 천문학자 에밀리아노 리치가 쓴 책으로 2주 동안의 우주여행을 계획하는 지구인들을 위한 책이다. 정말 2주 동안의 우주여행이 가능한 걸까? 이 책은 본격적인 내용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가 우주로 여행을 가는 것은 온전히 상상의 산물임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우주버스를 제외한 책 속의 다른 정보는 모두 과학 출판물에 기록되어 찾아볼 수 있는 사실적인 내용이라고 하니 더 기대가 된다.


이 책은 총 14일 동안 펼쳐지는 우주여행에 대한 정보를 가득 담고 있다. 각 천체별 필수 여행 코스부터 화성을 여행하기 위한 최적의 시기, 울퉁불퉁한 수성을 횡단하기 위한 최고의 수단, 금성을 여행할 때 챙겨야 할 물품, 착륙이 불가능한 가스행성을 탐험하는 방법 등 우주여행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우주여행 필수 상식과 정보를 담고 있다. 만약 우주여행을 혹시라도 꿈꾸고 있다면 아마 이 책은 최초이자 최적의 우주여행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첫 목적지지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달이다. 그리고 이 책은 여행의 목적지별, 즉 천체별로 제일 첫 장에는 사진과 기본 정보를 수록하여 목적지에 대한 기본 정보를 세밀히 알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깝다고 하여 달이 덜 매력적인 곳은 아니다. 여행자들에게 달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여행지이며 볼거리도 풍성하다. 이 책에서는 달에서 꼭 봐야 할 장소로 1969년 7월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에 최초로 발을 디딘 유인우주선 아폴로 11호의 무대를 빼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 정확한 지점은 고요의 바다라는 용암평원의 남서쪽으로 역사적인 장소인 만큼 꼭 가봐야할 장소일 듯 시팓. 그리고 자연에서의 산책을 즐긴다면 아펜닌 산맥을 추천하고 있다.아펜닌 산맥에서 내려와서는 달에 있는 멋진 충돌 크레이터, 그중에서 코페르니쿠스 크레이터를 추천한다. 이 책에서 추천하는 코스로 달 앞면의 볼거리를 즐겨보다면 얼마나 흥미로운 여행이 될까. 상상만해도 기분이 무척이나 좋아진다.


그리고 달 여행에서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우면서도 멋진 풍경은 바로 달에서 바라본 지구다. 지구에서 늘 바라보는 달과는 너무나 다른 예쁜 파란색의 지구. 사진으로만 봐도 너무 예쁜데 실제로 본다면 그 느낌은 얼마나 경이로울까.


그리고 달의 뒷면을 여행할 때에는 땅의 기복이 심하기 때문에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면 탐험하기 힘들 수 있다고 경고를 하고 있다. 하지만 달의 뒷면의 탐험이 가지는 흥미로운 점은 바로 '마리아'는 거의 없고 크기가 다양한 크레이터들이 있다는 거다. 그 중 하나로 미국항공우주국의 아폴로프로젝트에 헌정된 지름 537킬로미터의 거대한 아폴로 크레이터와 남극 에이트켄 분지를 이 책은 추천하고 있다. 그리고 달의 뒷면을 여행할 때 적당한 음악을 준비하기를 추천한다. 삶에서 처음으로 우리의 행성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느끼게 될 깊은 고독감을 달래줄 수 있는 음악이라면 더 좋다고 말이다. 이 책에서 추천하는 장소와 필요한 음악, 그리고 풍경들을 하나씩 읽다보니 달이라는 천체에 매력에 폭 빠지게 된다. 언젠가 실제로 갈 수 있는 그 날이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대로 14일 동안 우주여행을 무작정 따라가다 보니 이태껏 나와는 멀게만 느꼈던 우주가 한층 가까워진 듯하다. 달에서 시작하여 화성, 수성, 등등 하나의 목적지를 지날 때마다 우주라는 곳이 얼마나 넓고 경이로운 곳인지, 우리가 이태껏 우주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2021년 7월,최초로 민간인 우주여행이 시작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앞으로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 역시 연구 혹은 탐자의 목적이 아닌 순수한 관광을 목적으로 민간인 우주여행의 시대가 시작될 것이다. 그 머지않은 미래를 위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면 어떨까. 아마 누구라도 이 책을 통해 우주여행의 매력에 폭 빠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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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
정원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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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작가의 신간이라서 읽게 된 책이다. <올해의 미숙>으로 굉장히 깊은 인상을 남겼던 정원 작가의 이 책은 재미도 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많은 것들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될 뿐만 아니라 똑똑한 것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주인공 정훈이 4학년이 된 첫날, 선생님들은 왜 남자와 여자를 짝꿍으로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정훈은 담임 선생님에게 성별에 상관없이 짝꿍을 해달라고 건의하고 싶다. 왜나하면 친구 윤석진과 같이 앉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훈은 선생님을 설득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궁리하게 되는데, 과연 정훈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선생님을 설득할 수 있을까?


정훈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다시 짝꿍을 정하게 되었지만 아쉽게도 정훈은 윤석진과 짝꿍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준서를 보며 정훈은 친한 친구와 짝꿍이 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 왜냐면 짝꿍이 된 준서와 친해지면 되는 거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정훈이 생각해낸 기발한 아이디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렇게 짝꿍이 된 준서집에 놀러가 준서네 할머니가 끓여주신 짜파게티를 먹게 된 정훈. 그런데 짜파게티가 맛이 없어도 너무 없다. 그런 정훈에게 준서는 할머니가 만들면 짜파게티도 맛이 없다고 말하지만 할머니가 들을 수 없게 조용히 속삭인다. 그리고 "맛있니?"라고 물어보는 준서 할머니에게는 정훈은 솔직히가 아닌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이 책 속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말함에 있어 주저하지 않지만 속깊은 배려심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위해 주는 배려와 다정함은 이 책의 아이들이 가진 정말 예쁜 모습들이다.


준서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슬퍼하는 준서를 위한 정훈의 위로는 바로 할머니처럼 똑같이 맛없는 짜파게티를 끓여주는 것이다. 식탁에 준서와 같이 앉아 함께 맛없는 짜파게티를 먹어주는 일. 이만큼 따스한 위로가 또 있을까.


이 책 속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것들이 참 많다. 짝꿍, 짜장라면, 급식, 떡볶이, 우산, 여름방학 등등. 각각의 소중한 것들에 대한 에피소드는 제각각인듯 하지만 공통된 무언가로 이어져 있다. 그리고 이 책 속 세상은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데, 성별이나 외모로 인한 차별, 노키즈 존,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조차 없는 것에 대한 항의 등등이 바로 그러하다. 그렇게 현실의 우리 세계가 지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이 책 속 아이들과 사람들은 그냥 피하지 않거나 모른 척하지 않는다. 문제에 정면으로 마주하여 자기 목소리를 내고, 소중한 무엇을 위해 따스한 손길을 서스럼없이 내밀어준다. 무엇보다 어른 중심이 아니라 아이들 중심에서 이 모든 이야기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이 책은 더더 매력적이다. 키득거리며 웃다가 눈물이 핑 도는 감동까지 선사하는 정훈과 친구들의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이며 그 소중한 것들을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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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자 하신하 작가의 신작인 <우주의 속삭임>을 출간전 가제본 판으로 조금 일찍 만나게 되었다. <우주의 속삭임>에는 총5편의 동화가 수록되어 있는데 내가 만난 것은 그 중 <반짝이는 별먼지>이다.


<반짝이는 별먼지>의 이야기는 할머니가 당첨선물을 기다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나는 당첨선물을 기다리고 있다는 할머니의 말을 믿지 않는다. 왜냐면 할머니는 복권을 사러 나간 적이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나가지도 못하는 할머니가 복권 당첨을 기다린다니. 주인공 나는 아무래도 치매에 걸린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나는 할머니와 단둘이 오래된 여행자의 집인 '별먼지'에서 살고 있다. 주인공 나의 친구들은 와이파이가 빵빵하게 터지는 집에서 유튜브를 보거나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듣지만 주인 나의 집에는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볼 수 있는 컴퓨터는 커녕 텔레비전도 없다. 그렇기에 주인공 나는 오로지 라디오만 들을 수 있다. 그리고 할머니는 하루 종일 라디오를 들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예전에 할머니는 여행자의 집을 위해 종일 음식을 만들거나 빨래를 하고, 집 안을 쓸고 닦았다. 하지만 심한 관절염으로 휠체어에 앉아지내시게 되면서 이제 '별먼지'에는 가끔 길을 잘못 든 사람만 찾아오는 곳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보니 여행자의 발길이 뜸해진 별먼지는 점점 더 낡고 먼지만 쌓여 갔다. 주인공 나는 '별먼지'라는 이름 때문에 사람들이 더 안 오는 것 같아서 '별이 빛나는 집'이라고 이름을 바꾸자고 하지만 할머니는 "어차피 우린 다 먼지야"라고 답하며 끄덕도 하지 않는다.이 책의 매력이라면 배경이나 이야기의 설정도 참 독특하면서 좋지만 더더 좋은 것은 툭툭 던지는 듯 무심하게 말씀하는 할머니의 말씀들이다.

 

텔레비전도 없고 컴퓨터도 없고 친구도 없는 주인공 나에게 한 할머니의 "온 우주가 다 네 친구야."라는 말은 참 따스하다. 이 말을 주인공 나는 온 우주에 네 친구든 단 하나도 없다는 말로 해석하지만 그 안에 담긴 할머니의 따스한 마음을 아마 주인공 나 역시 알고 있다.


그런데, 커다란 가방을 맨 한 남자가 별먼지를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급 진행되게 된다. 그 남자의 이름은 제로로 제로는 아주 오랫동안 외계인을 찾아다녔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2층 곳곳을 청소하고 다음날은 1층 전체를 청소하고, 그 다음 날에는 물이 잘 내려가지 않는 화장실 세면대와 변기, 부엌의 오래된 수전을 고쳤다. 나중에는 창고에서 공구를 꺼내 구석구석을 자기 마음대로 고쳤고 부족한 공구가 있으면 메고 온 배낭에서 꺼내 낡고 고장난 것을 고치고, 현관의 타일을 새로 붙이고, 바깥에 나가 나무의 가지를 치고 마당을 정리했다. 여행자인 제로가 이렇게 별먼지를 청소하고 수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어느 날 별먼지에 왠 차가 멈추고 정장을 입은 두 사람이 내렸다. 나는 제로에게 정장을 입은 두사람이 지구인처럼 분장한 외계인이라고 말을 한다. 정말 두 사람은 외계인인 것일까?


두 사람은 정말 외계인이었고, 할머니가 복권에 당첨되었단다. 그것도 50년 전의 우주 복권에 당첨되어 두 사람은 그 선물을 전하러 왔단다. 그리고 주인공 나는 할머니가 복권에 당첨되었으니 천문학적인 당첨금을 받을꺼라고 생각한다. 과연 할머니는 우주 복권의 당첨되어 무엇을 받았을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면서 감동적인 장면은 바로 할머니와 주인공 나의 이별 장면이다. 할머니와의 이별을 앞두고 슬퍼하는 주인공 나와 혼자 있을 나를 걱정하는 할머니에게 제로는 "온 우주가 다 친구입니다."라는 말을 한다. 할머니가 혼자인 나를 위로했던 말을 제로는 할머니와 나에게 전함으로써 따스한 위안의 손길을 내밀어주는 것이다. 비록 할머니는 떠났지만 제로와 함께 별먼지를 더 멋진 곳으로 만들어갈 내일을 꿈꾸면서 이 작품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나와 제로의 이야기는 끝이 없을 꺼라는 여운을 주면서 말이다. 이 책은 우주에 있어 먼지와 같은 존재인 우리가 머물다가 떠날지라도 온 우주는 우리 곁에서 다정한 친구가 되어줄 꺼라는 말이 따스한 믿음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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