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자 하신하 작가의 신작인 <우주의 속삭임>을 출간전 가제본 판으로 조금 일찍 만나게 되었다. <우주의 속삭임>에는 총5편의 동화가 수록되어 있는데 내가 만난 것은 그 중 <반짝이는 별먼지>이다.


<반짝이는 별먼지>의 이야기는 할머니가 당첨선물을 기다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나는 당첨선물을 기다리고 있다는 할머니의 말을 믿지 않는다. 왜냐면 할머니는 복권을 사러 나간 적이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나가지도 못하는 할머니가 복권 당첨을 기다린다니. 주인공 나는 아무래도 치매에 걸린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나는 할머니와 단둘이 오래된 여행자의 집인 '별먼지'에서 살고 있다. 주인공 나의 친구들은 와이파이가 빵빵하게 터지는 집에서 유튜브를 보거나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듣지만 주인 나의 집에는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볼 수 있는 컴퓨터는 커녕 텔레비전도 없다. 그렇기에 주인공 나는 오로지 라디오만 들을 수 있다. 그리고 할머니는 하루 종일 라디오를 들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예전에 할머니는 여행자의 집을 위해 종일 음식을 만들거나 빨래를 하고, 집 안을 쓸고 닦았다. 하지만 심한 관절염으로 휠체어에 앉아지내시게 되면서 이제 '별먼지'에는 가끔 길을 잘못 든 사람만 찾아오는 곳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보니 여행자의 발길이 뜸해진 별먼지는 점점 더 낡고 먼지만 쌓여 갔다. 주인공 나는 '별먼지'라는 이름 때문에 사람들이 더 안 오는 것 같아서 '별이 빛나는 집'이라고 이름을 바꾸자고 하지만 할머니는 "어차피 우린 다 먼지야"라고 답하며 끄덕도 하지 않는다.이 책의 매력이라면 배경이나 이야기의 설정도 참 독특하면서 좋지만 더더 좋은 것은 툭툭 던지는 듯 무심하게 말씀하는 할머니의 말씀들이다.

 

텔레비전도 없고 컴퓨터도 없고 친구도 없는 주인공 나에게 한 할머니의 "온 우주가 다 네 친구야."라는 말은 참 따스하다. 이 말을 주인공 나는 온 우주에 네 친구든 단 하나도 없다는 말로 해석하지만 그 안에 담긴 할머니의 따스한 마음을 아마 주인공 나 역시 알고 있다.


그런데, 커다란 가방을 맨 한 남자가 별먼지를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급 진행되게 된다. 그 남자의 이름은 제로로 제로는 아주 오랫동안 외계인을 찾아다녔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2층 곳곳을 청소하고 다음날은 1층 전체를 청소하고, 그 다음 날에는 물이 잘 내려가지 않는 화장실 세면대와 변기, 부엌의 오래된 수전을 고쳤다. 나중에는 창고에서 공구를 꺼내 구석구석을 자기 마음대로 고쳤고 부족한 공구가 있으면 메고 온 배낭에서 꺼내 낡고 고장난 것을 고치고, 현관의 타일을 새로 붙이고, 바깥에 나가 나무의 가지를 치고 마당을 정리했다. 여행자인 제로가 이렇게 별먼지를 청소하고 수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어느 날 별먼지에 왠 차가 멈추고 정장을 입은 두 사람이 내렸다. 나는 제로에게 정장을 입은 두사람이 지구인처럼 분장한 외계인이라고 말을 한다. 정말 두 사람은 외계인인 것일까?


두 사람은 정말 외계인이었고, 할머니가 복권에 당첨되었단다. 그것도 50년 전의 우주 복권에 당첨되어 두 사람은 그 선물을 전하러 왔단다. 그리고 주인공 나는 할머니가 복권에 당첨되었으니 천문학적인 당첨금을 받을꺼라고 생각한다. 과연 할머니는 우주 복권의 당첨되어 무엇을 받았을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면서 감동적인 장면은 바로 할머니와 주인공 나의 이별 장면이다. 할머니와의 이별을 앞두고 슬퍼하는 주인공 나와 혼자 있을 나를 걱정하는 할머니에게 제로는 "온 우주가 다 친구입니다."라는 말을 한다. 할머니가 혼자인 나를 위로했던 말을 제로는 할머니와 나에게 전함으로써 따스한 위안의 손길을 내밀어주는 것이다. 비록 할머니는 떠났지만 제로와 함께 별먼지를 더 멋진 곳으로 만들어갈 내일을 꿈꾸면서 이 작품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나와 제로의 이야기는 끝이 없을 꺼라는 여운을 주면서 말이다. 이 책은 우주에 있어 먼지와 같은 존재인 우리가 머물다가 떠날지라도 온 우주는 우리 곁에서 다정한 친구가 되어줄 꺼라는 말이 따스한 믿음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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