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꿈
아라이 료지 지음, 엄혜숙 옮김 / 미디어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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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이 따뜻한 봄을 연상하게 만든다. 이 책은 2005년 아시아 최초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 문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대표 그림책 작가 아라이 료지의 신간이다. 애묘가로도 유명한 저자의 첫 고양이 그림책으로 화제를 모은 이 책은 집고양이와 길고양이의 꿈들이 이어지며 몽환적이면서 따스한 꿈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커다란 집에 살고 있는 고양이 꿈이를 소개하며 꿈이의 꿈 이야기로 시작된다. 꿈이는 언제는 꿈을 꾸고 있다. 집 밖을 걷는 꿈, 비탈길을 내려 큰 길을 걸아가는 꿈. 집이 아닌 꿈이가 가본 적 없는 집 밖 세계에 대한 꿈이다. 과연 꿈이가 가본 적 없는 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이어져 나오는 한 명의 집고양이의 이름은 집이다. 집이 역시 꿈이처럼 언제나 꿈을 꾸고 있다. 집이는 창문으로 보이는 거리를 바라보며 모퉁이를 돌아 구석 구석을 달리는 꿈을 꾼다. 집이가 가본 적 없는 길 저쪽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이어서 날름이, 산이, 야옹이... 이름이 너무 많은 길고양이 한마리가 등장한다. 고양이 역시 꿈을 꾸고 있다. 길고양이가 꾸는 꿈은 바로 누군가의 집에서 사는 꿈이다. 과연 길고양이가 들어가보지 못한 집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렇게 이 책에는 고양이들이 한 마리씩 등장하며 그들의 꿈이 과연 무엇인지를 묻고, 그들의 꿈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집에서만 사는 집 고양이는 가보지 못한 길 너머, 길 저쪽의 세계를 꿈꾸고, 부르는 사람에 따라 이름이 바껴 이름이 많은 길고양이는 들어가보지 못한 집안의 세상을 꿈꾼다. 그리고 늘 바다를 바라보며 꿈꾸는 선장이는 바다 저쪽의 세상을 꿈꾸며, 늘 하늘을 바라보며 꿈꾸는 하늘이는 하늘 저쪽 세상을 꿈꾼다. 그렇게 고양이들은 언제나 꿈을 꾸고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저쪽에는 무엇이 있을까? ' 고양이는 오늘도 따뜻한 무언가, 따뜻한 누군가에 대한 꿈을 꾸면서 '꾹꾹 꾹꾹 꿈꾸고 있다'고 말이다. 그렇게 고양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꿈을 꾸며 행복에 빠져 꾹꾹이를 반복한다. 꿈을 가지고 꿈을 꾸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고양이의 이야기는 꿈을 가진다는 것은 행복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렇기에 꿈꾸는 고양이의 모습들이 더욱 따스하게 느껴지고 행복이 전해지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에게도 그 따스함과 고이 간직되어진 행복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따뜻한 봄날의 풍경을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것처럼 이 책을 그져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참 행복해진다. 나른한 봄날의 햇살같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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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의 이희영 작가의 신작이라서 서평단에 신청했는데, 운좋게 당첨되어 발간되기 전 가제본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역시나 이희영작가 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설정에서 이야기의 전개들은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이 책은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고등학생 인시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얼굴을 보지 못한다는 설정이 신박하게 다가오면서 우리가 우리 자신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얼굴 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하며 읽게 만든다.


이 책의 시작은 주인공 시울이 자신이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함을 고백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시울이 언제부터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되었는지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정확하지는 않지만 여섯 살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시울은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 시울이 거울을 통해 볼 수 있는 건 눈, 코, 입을 가진 평범한 얼굴이 아니라 짙은 안개에 휩싸인 듯 뿌옇게 흐린 얼굴이거나 회색 구름이 소용돌이치는 모습이거나, 쇠라의 작품처럼 수많은 점이 찍혀있는 모습이거나, 젖소의 얼룩 무늬 등 온각 추상화적인 형상이다. 시울이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것은 시력의 문제도 아니며, 정신과적인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세상에서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사람은 오직 자신 뿐이라는 걸 깨달은 시울은 온갖 병원을 전전하며 다니다가 다른 이들에게는 자신이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살기로 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매일 보고 평가하는 자신의 얼굴을 정작 시울을 보지 못하며 알지도 못하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울은 그 상황에 나름 적응하며 무심하게 살아간다. 그렇게 펼쳐지는 시울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우리가 얼마나 평소 얼굴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나 자신은 거울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얼굴을 남들이 어떻게 보고 생각하는 지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많이 신경쓰고 의식하며 살고 있는 지를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시울을 통해 깨닫게 된다.


평범한 소녀 시울이는 그 누구보다 속깊은 면모가 있다. 암 수술 후 검진차 오신 할머니와 함께 시울이 보낸 데이트는 시울이 얼마나 속깊은 아이인지를 알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할머니와 함께 까페에 가서 생애 첫 카페라테를 마시고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파스타와 고르곤졸라 피자를 함께 먹는 시간을 통해 할머니의 소녀적인 호기심과 감성을 충족시켜준 시울의 행동과 늙어가는 할머니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는 부분은 찡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러한 시울의 일상을 보다보면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게 시울의 말처럼 외모가 아닌 다른 부분을 더 깊게 바라보게 하고 속깊은 아이로 성장하게 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러한 시울의 일상에 놀라운 변화가 찾아오게 되는 데 그것은 우연히 같은 반 아이 묵재가 던진 농구공에 맞아 새로 바꾼 교실 사물함에 부딪혀 얼굴에 상처가 생기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후 신기하게 그토록 보이지 않던 시울의 얼굴 중 새로 생긴 흉터만 거울을 통해 선명하게 보이게 된 것이다. 가족과 친구들은 모두 시율의 흉터를 걱정하지만 정작 시울은 난생처음 맞이하게 된 자신의 얼굴의 일부가 놀랍고 신기하다. 과연 시울의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시울의 뒷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 흉터는 그 고통의 시간을 지나왔다는 상징'이라는 흉터를 대하는 시울의 태도와 말은 이 책 중 가장 인상적이며 가슴에 남는다. 흉터가 왜 생기게 되었는지, 흉터가 남딘 것 보다는 그저 다른 이의 시선으로만 보았기에 무조건 감추려 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보게 된다.


그리고 무언가를 진심으로 본다는 것은 마음을 연다는 의미와도 같고, 진심을 보기 위한 그 너그러운 시선은 제일 먼저 자기 자신에게 향해야 한다는 작가의 말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신박한 설정과 조금 다르지만 특별한 시울이와의 시선으로 나 자신을, 그리고 세상을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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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문방구 1 : 뚝딱! 이야기 한판 - 제28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
정은정 지음, 유시연 그림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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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만 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이다. 특히 띠지 속 책 소개에 '어린이의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들어주는 매력 만점 도깨비'의 이야기라니 기대를 더욱 높인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무거나는 낮에는 문방구 주인 아저씨로 지내다 밤이 되면 도깨비로 변신하여 어린이의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들어주는 도깨비로 기존의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는 전혀 달라서 색다르게 다가온다. 그리고 아무거나의 문방구를 찾아온 어린이들이 손에 넣게 된 신비한 물건과 그 물건에 얽힌 옛이야기와 더불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동안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닫는 과정이 유쾌하면서도 흥미롭게 펼쳐지면서 독자들을 이야기속으로 잡아끄는 매력을 가졌다.


먼저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기 전에 아무거나의 앞 이야기가 먼저 소개된다. 옛날 옛날 이야기를 무지무지 좋아하는 도깨비가 살았는데 도깨비는 깊은 산속에 살지만 마을에 불쑥 나타나 사람들에게 대뜸 이야기 내기를 걸곤 하였다. 아무 이야기나 들어주는 도깨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끝나면 금화 한 냥을 주었고, 이 소문은 퍼지고 퍼져 도깨비는 어느새 '아무거나 도깨비'로 통하게 된다. 이야기라면 아무거나, 뭐든 다 좋다고 하니 어떤 사람은 일부러 아무 이야기를 냅자 짓고는 아무거나 도깨비를 만나려고 기다리기까지 하였다. 금화를 노리고 말이다. 어쨌든 그 덕분에 도깨비의 이야기 장부는 점점 두툼해졌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흘러 세상 모든 것이 변하였다. 딱 한가지 변한 게 없다면 그건 바로, 이야기를 좋아하는 그 도깨비였다. 도깨비는 여전히 이야기를 찾아 여기 저기를 기웃거리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을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 언젠가부터 어른이든 아이든 죄다 손에 든 핸드폰만 보고 이야기 자체를 하지 않자, 아무거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기가 막힌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아무거나가 인간으로 변해 사람들 세상으로 내려와 문방구를 차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되는 아무거나 문방구의 이야기. 앞으로 어떤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너무 기대가 된다.


아무거나 문방구에서 제일 처음 펼쳐지는 이야기는 바로 '젊어지는 달달 샘물'이다. 제이는 다른 친구들보다 나이가 많은 엄마가 창피하다. 엄마는 바라고 바래 아주 늦게서야 얻은 제이가 너무나 소중하지만 제이는 다른 친구 엄마들과는 달리 늙은 엄마가 창피하고 엄마가 좀 젊고 예뻤으면 좋겠다. 노래 학원을 가다 우연히 들린 아무거나 문방구에서 제이는 '젊어지는 달달 샘물'을 산다. 그리고 값을 치루려하니 문방구 아저씨는 돈은 받지 않고, "값은. 나중에. 곧 다시 오게 될 거야."라는 아리송한 말을 한다. 그렇게 구입하게 된 젊어지는 달달 샘물을 엄마가 마시게 되자 신기하게 한모금 마실 때마다 젊어졌다. 하지만 젊어지다 못해 제이보다 더 어린 아이가 되어버린 엄마. 아이로 변한 엄마는 제이를 따라 노래학원에 가고, 제이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엄마는 여기저기를 신나게 휘젓고 다니고 노래까지 부른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아이로 변한 엄마는 노래를 엄청 잘하는 거였다. 여하튼 이 모든게 당황스러운 제이 앞에 나타난 아무거나 문방구 아저씨.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를 하게 되는 제이.


그렇게 늙은 엄마를 부끄러워 여겼던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제이의 눈에는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어느새 나타난 아무거나 문방구의 직원인 고양이 귀신 어서옵쇼는 제이의 눈물을 병에 받았고, 그렇게 병에 담겨진 제이의 눈물이 이야기값으로 아무거나 문방구 아저씨에게 건네진다. 그리고 그 눈물을 통해서 진정한 엄마 사랑을 깨닫게 되는 제이. 과연 제이의 엄마는 그 뒤 어떻게 되었을까?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을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아무거나 문방구 1권에서 문방구를 찾아온 네 명의 아이들은 모두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던 중 우연히 문방구에 들어서게 된다. 문방구의 또 다른 직원으로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드는 고양이 귀신 어서옵쇼는 문방구에 들어온 아이들을 '구구절절 옛이야기 물건' 코너로 안내하고 아이들은 자신에게 꼭 필요한 물건들을 발견한다. 나이 많은 엄마를 창피하게 여겼던 제이는 마실 때마마 젊어지는 '달달 샘물'을, 공부도 반려동물의 돌봄도 귀찮았던 영재는 강아지로 변하게 해주는 '강아지 가면'을, 남에게 거절을 잘 못해 속상한 나리는 제 모습을 감출 수 있는 '도깨비 감투'를, 동생 때문에 원하는 물건을 독차지 못해 불만 스러운 지우는 뭐든 넣으면 두 배로 늘어나는 요술 컵을 얻는다. 그리고 아무거나는 그 모든 물건들을 공짜로 주면서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될거야"라는 아리송한 말을 남긴다. 아이들은 요술을 부리는 신기한 물건들 덕분에 해결되는 듯 하나 결국 완벽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고, 문방구로 돌아온 아이들은 이야기를 해달라는 도깨비 아무거나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게 된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의 고민을 스스로 해소하게 되고 이를 통해 아이들은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도깨비라는 신박한 설정과 옛 이야기 속의 물건들이 다시 요즘 아이들의 고민을 해소하는 요술 물건으로 등장하여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인다. 그리고 마지막에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아무거나는 도깨비로 변하고선 '내일은 또 무슨 이야기가 찾아오려나....?'라고 말하며 다음 이야기를 또 기대하게 만든다. 재미난 이야기와 깨달음을 주는 아무거나 문방구의 앞으로 이야기는 왠지 더더 재미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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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수선
최은영 지음, 모예진 그림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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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제목과 표지를 보고 있자니, 마음을 수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따스한 느낌의 그림은 책을 읽기 전부터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듯 하다. 이 책은 아픈 마음을 고장 난 사물에 비유하여 이야기를 전하는 그림책이다. 이 책은 옴니비스식으로 구성되어 시계, 전등, 침대, 텔레비젼, 문 손잡이,수도꼭지 등등 일상의 물건이 망가져서 벌어지게 되는 일을 기묘하게 펼쳐보이고 있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의 진행은 왠지 따스하게 마음을 감싸안아주며 위로를 전하는 듯 하다.


이 책의 이야기는 어느 퇴근 길, 무표정한 한 사람이 '마음 수선' 가게 앞에 놓여진 고장 난 시계를 가져가면서 시작된다. 시계 속 버꾸기는 울지 않고 좋용하기만 하고, 한 사람은 고장난 시계를 껴안고 정리되지 않은 캄캄한 집안으로 들어선다. 집 안의 전등은 고장이 났고,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캄캄한 집 안에 홀로 웅크린 사람의 모습이 위태롭고 외로워 보인다.


그리고 삐걱거리는 침대 때문일까. 도무지 잠을 잘 수 없다. 그리고 이어지는 텔레비전. 텔레비전도 고장이 난 것일까. 리모콘 버튼을 아무리 눌러 보아도 화면은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망가진 문 손잡이. 망가진 손잡이 때문에 들어갈 수 없어서 일까. 그 안에는 시들어 버린 잎사귀만이 가득하다. 고장난 수도꼭지는 물이 끝임없이 쏟아지게 만들어 욕실을 물바다로 만들어버렸다. ... 이렇게 고장나고 망가진 물건들은 사람들의 일상도 망가뜨리고야 만다.


고장난 사물로 인해 망가져 버린 일상들은 결국 누군가를 우울과 슬픔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만든다. 이 각각의 이야기들에 깊은 우울증에 빠진 상황이나 너무나 지치고 힘든 상황, 혹은 트라우마에 갇힌 누군가의 이야기를 대입하여 보게 된다면 더 많은 공감을 하게 될 듯 하다.


하지만 그렇게 우울과 절망에 빠져 비가 내리는 장면들로 이야기를 끝내지 않는다. 우산이 망가져서 온 몸에 비를 맞게 된 한 사람이 '행복하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라는 질문을 품게 되고 마치 그 질문에 대한 답처럼 책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가진 가방을 끄집어 내어 그 사람이 가방 속에서 비를 잠시 피하고 쉬어갈 수 있도록 만든다.


그리고 이 책은 망가져버린 일상과 절망, 우울에 빠진 이들에게 다시 말을 걸어온다. 반대편으로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고 말이다. 그렇게 펼쳐지는 앞서 보인 절망의 상황들이 밝고 넓게 변하는 장면들. 펑펑 흘린 눈물이 만든 수영장과 망가져버린 식물들 속에서 다시 피어난 꽃들,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는 달리던 기차는 오히려 바닷속으로 뛰어들어 멋진 여행을 하게 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우리는 반대편으로 돌린 시선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수선할 수 있다.


앞부분의 아주 어둡고 절망적인 장면들과는 너무나 대비되는 밝고 따뜻한 장면들은 우리에게 우리가 힘들고 지치는 상황이나 절망과 우울의 구렁텅이에서 반대편으로 시선을 돌려 누군가와 연대하여 있는 것으로 그 상황을 다르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게 이 책은 부정적인 감정이나 상황을 스스로 인지하고 타인과 공감하며 우리가 함께 그 상황에서 벗어나 나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때로는 자신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수선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이 책은 기묘하지만 따뜻하고, 무언가를 노력하고 애를 쓰는 게 아니라 그냥 있는 상황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말해주어 더 큰 위안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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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인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교양수업 - 평생의 무기가 되는 5가지 불변의 지식
사이토 다카시 지음, 신찬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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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과연 지적인 어른이 되기 위해서 꼭 알아야만 하는 교양 지식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 책은 '지혜의 거인'이라 불리는 메이지대학 문학부의 사이토 다카시 교수가 세상의 많은 지식 중에서도 꼭 알아두었으면 하는 교양,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빛바래지 않는 불변적인 필수 교양을 누구라도 쉽게 익히길 바라며 한 권에 엮어낸 책이라고 한다. 돈과 자본, 종교, 철학, 역사, 예술의 5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서로 연결되어 흘러가는 세상을 이해해 보는 것도 유익할 듯 싶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어렵게만 느껴졌던 돈과 자본, 종교, 철학, 역사, 예술의 5가지 축에 대한 교양의 입문서라는 점이다. 정말 쉬운 표현으로 5가지 주제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그 안에 정확성과 깊이는 놓치지 않고 있다. 덕분에 중요한 개념들에 대해 쉽고 깔끔하게 정리하여 알 수 있다. 그리고 각각의 개념에 대하여 좀 더 깊이 있게 알고 싶을 때 읽으면 딱 좋은 책들도 소개하고 있어서 더더 유익하다.


이 책에 실린 여러 교양들이 다 인상적이고 흥미로웠지만 그 중 내게 아주 인상적으로 다가온 구절은 바로 니체의 '정신 단계 변화'에 관한 이야기다. 과연 나의 정신은 어느 단계에 속하고 있는 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철학을 배울 때는 '새로운 생각에 도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하면 더 즐겨워진다는 저자의 말처럼 철학과 새로운 생각에 도전해보고 싶다.

니체의 이야기 뒤에 이 책에서 추천하는 책은 바로 니체의 <차라리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다. 이 책도 꼭 도전해보아야지. 니체의 책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추천하는 5가지 주제 축과 관련된 도서들을 하나씩 읽어보는 것도 참 좋을 듯 싶다.

<역사> 파트에서 '조일수호조규'에 대한 저자의 생각 역시 인상적이다. 조일수호조규에 대해 일본이 서양에게 당한 일들을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한 조선에 바로 써먹은 품성이 결여된 사건이라고 평한 점에서 그래도 역사를 바로 보는 학자들이 일본에 존재하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논어>의 구절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 하지 말아야 한다'를 들며 그 시절 일본이 공자의 말씀과는 반대인 일을 벌여 제국주의 국가가 되어갔고, 그 로 인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이와 관련된 모든 사건들은 일본의 부정적인 역사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나는 역사를 굉장히 좋아하는 1인이라 이 책의 5가지 주제 중 가장 재밌게 읽었던 부분이 <역사>였다.


이 책은 교양의 기초를 이루는 많은 내용들을 담고 있고 지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교양의 입문서이다. 그렇기에 더 읽어주길 바라는 책들을 차례로 소개하고 있고, 소개된 책들은 독자로 하여금 니체나 노장사장, 인상파 등의 재미에 빠져 스스로 더 책을 찾아 좀 더 깊게 교양을 쌓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그렇게 교양을 쌓다보면 저자는 비관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다소 낙관적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역사와 지식, 교양을 쌓으면 알기 때문에 그 속에서 더 희망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에 완전 공감이 된다. 알기 때문에 더 많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교양. 인류가 몇 천년간 쌓아온 지혜의 힘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지름길인데 구지 마다할 필요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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