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단백질 - 탄생, 사랑, 변신, 그리고 죽음을 순환하는 생명의 과학
샤히르 S. 리즈크.매기 M. 핑크 지음, 홍지연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춤추는 단백질>이라는 제목에서 왜 단백질을 춤춘다고 표현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생명의 탄생과 진화, 감각과 기억, 사랑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살아 있는 존재에게 일어나는 거의 모든 현상을 단백질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낸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는 흔히 단백질을 음식 속 영양소 정도로 생각하지만, 저자들은 단백질을 생명 활동을 수행하는 나노 기계로 설명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우리의 몸속에서는 수많은 단백질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보고, 느끼고, 기억하고, 살아가는 모든 과정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책은 이러한 사실을 다양한 생명 현상을 통해 보여 준다. 울새는 크립토크롬이라는 단백질을 이용해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며 수백 킬로미터를 정확하게 이동하고, 모세가자미는 파르닥신이라는 단백질을 분비해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이처럼 저자들은 동물들의 놀라운 능력부터 인간의 감각과 기억, 면역 작용에 이르기까지 생명체의 거의 모든 기능이 단백질과 연결되어 있음을 설명한다. 또한 과학적 지식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의 경험과 생물학의 역사를 함께 엮어 단백질이라는 작은 분자가 어떻게 생명의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지를 쉽고 생생하게 들려준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저자들이 단백질을 단순한 과학 지식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단백질에 대한 자신의 열정과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단백질을 생명의 언어이자 우리 존재를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설명한다. 실제로 단백질은 인간의 감각과 기억, 면역 작용뿐만 아니라 철새의 이동, 문어의 위장 능력, 극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의 생존까지 가능하게 한다. 또한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질병을 치료하는 약물이 되기도 하며, 오늘날에는 오염물질을 감지하거나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인공 단백질의 개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자들은 단백질이 단순히 생명을 유지하는 물질이 아니라 생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존재임을 보여 준다.

또한 이 책은 다루는 내용만 보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책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쉽고 흥미롭게 읽힌다. 저자들은 자신의 연구 경험과 삶의 이야기를 생물학의 역사와 함께 엮어 단백질의 세계를 설명한다. 복잡한 과학 개념을 어려운 용어로 나열하기보다 다양한 생명체의 사례와 연구 과정에서의 경험을 통해 독자가 자연스럽게 단백질의 역할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여기에 저자들이 직접 그린 삽화까지 더해져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더욱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덕분에 책장을 넘길수록 생명의 비밀을 하나씩 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자연스럽게 내용에 더욱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단백질을 통해 생명의 기원과 진화의 역사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저자들은 우리 몸속의 단백질 하나하나에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흔적이 담겨 있다고 한다. 단백질은 단순히 생명 활동을 수행하는 물질이 아니라 수십억 년에 걸친 진화의 결과물이며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단백질을 연구하는 일이 단순히 세포 속 분자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 생명의 역사를 읽어 내는 과정이라는 점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또한 저자들은 DNA와 단백질의 관계를 설명하며 우리가 가진 수많은 특징과 감각이 단백질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DNA가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설계도라면 단백질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실제 생명 활동을 수행하는 존재이다. 단백질의 작은 차이는 머리카락의 형태나 눈동자의 색과 같은 외형적 특징을 결정할 뿐 아니라 우리가 숨 쉬고 움직이며 세상을 인식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빛과 소리, 냄새와 같은 외부 자극이 단백질에 의해 분자 신호로 바뀌고 이것이 신경계를 거쳐 우리가 알고 있는 색과 형태, 맛과 냄새로 해석된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평소 당연하게 여겼던 감각과 경험들이 사실은 수많은 단백질이 만들어 내는 정교한 과정의 결과라는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비로소 제목에 담긴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들이 말하는 춤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보아 온 세포는 정지된 그림에 가깝지만 실제 세포 내부에서는 수많은 단백질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특히 시각을 담당하는 옵신 단백질이 빛을 받았을 때 형태를 바꾸고, 그 변화가 연쇄적으로 다른 단백질들에게 전달되어 하나의 신호 체계를 만들어 낸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생명 현상은 정적인 구조가 아니라 수많은 단백질들이 만들어 내는 질서 있는 움직임의 결과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또한 저자들은 단백질의 구조가 생명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결정한다고 설명한다. 극한의 고온이나 혹한 속에서도 살아가는 생명체들은 각 환경에 적응한 단백질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이러한 특성이 생존을 가능하게 한다. 반면 단백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구조를 가지게 되면 질병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ALS를 앓았던 저자의 할머니 이야기는 단백질 연구가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을 넘어 인간의 삶과 죽음에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를 통해 생명은 물론 질병과 노화, 죽음까지도 단백질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책은 단백질을 통해 생명을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생명이 끊임없이 순환하며 변화해 온 과정까지 세밀하게 보여 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진화를 단순히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과정이 아니라 환경에 맞추어 끊임없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한때 생존을 위해 사용되었던 독소 단백질이 오늘날에는 진통제와 고혈압 치료제 개발에 활용되고, 오래전 생명체의 활동이 현재의 지구 환경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은 생명과 자연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깨닫게 했다. 이를 통해 생명은 무엇인가를 버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하며 이어져 왔다는 사실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책은 단백질 연구의 역사를 만들어 온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함께 조명하며 과학의 발전이 수많은 사람들의 도전과 호기심 위에서 이루어졌음을 일깨운다. 나아가 오늘날 과학자들이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단백질을 직접 설계해 질병 치료와 환경 문제 해결에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생명과학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춤추는 단백질>은 단백질이라는 작은 분자를 통해 생명의 역사와 과학의 발전,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까지 폭넓게 탐구하게 해 준다. 그렇기에 책을 덮고 나니 살아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정교한 과정 위에서 이루어지는지 새삼 실감하게 되었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생명 현상을 이전보다 더 깊고 넓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렇다니까 상상 사전 1 그렇다니까 상상 사전 1
송라음 지음, 서수인 그림 / 창비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과 표지 그림부터 재미있어 보이는 책이다. <그렇다니까 상상사전 1>은 낡은 백과사전 속에서 펼쳐지는 신비로운 모험을 그린 판타지 동화로, “그렇다니까!”라는 주문 한마디만으로 상상이 현실이 된다는 설정부터 눈길을 끈다. 오래된 사전 속으로 들어가 공룡이 되어 정글을 누비고, 밤하늘의 별을 따는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는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한다. 무엇보다 백과사전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확장한 발상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흥미로운 모험 속에 주인공 새하의 성장 과정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새하는 사전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친구를 사귀는 데 대한 두려움과 낯섦을 조금씩 극복해 나간다. 저자는 이러한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내며 상상이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자신을 변화시키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정답을 찾는 데 익숙한 오늘날의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상상하는 즐거움과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소중함을 전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다.


책은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우선 등장인물을 소개하며 이야기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책은 도서관에서 오래된 백과사전을 발견하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무지갯빛 문양과 별이 새겨진 신비로운 표지의 사전은 새하의 호기심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사서 할머니는 그 책이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사전이라며 대출을 금지하지만 오히려 그 말은 새하의 궁금증을 더욱 키운다. 결국 새하는 무인 대출기를 이용해 사전을 빌려 집으로 가져오고 자신이 상상해 그린 새로운 공룡 ‘안테케사우루스’의 그림을 사전 사이에 끼워 둔 채 잠이 든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평범한 일상 속에 숨겨진 신비로운 사건의 시작을 흥미롭게 보여주며 이야기에 완전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사전의 내용을 고치면 큰일이 난다는 사서 할머니의 말과 세상에 하나뿐이라는 설정은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높인다. 또한 공룡을 직접 만들어 그릴 만큼 상상력이 풍부한 새하의 모습은 이후 사전 속 세계에서 어떤 특별한 일이 벌어질지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리고 책은 사전 형식을 활용한 독특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각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공룡’, ‘나라’, ‘돈’과 같은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먼저 제시한 뒤 그 의미가 새하의 상상력과 만나 하나의 모험으로 확장된다. 독자는 익숙하게 알고 있던 단어가 전혀 새로운 세계로 이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새하는 무지갯빛 깃털을 가진 공룡 안테케사우루스가 되어 친구들과 숲을 누비고, 모든 규칙이 거꾸로 적용되는 나라를 만들기도 하며, 별을 화폐처럼 사용하는 특별한 세계를 경험한다. 각각의 이야기는 독창적인 상상으로 가득하지만, 서로 다른 모험들이 하나의 성장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점도 흥미롭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상상이 단순한 놀이의 차원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어려워하던 새하는 상상 속 경험을 통해 다른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관계를 맺어 간다. 자지는 기발한 판타지와 현실적인 고민을 조화롭게 엮어 내며 상상이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가까워지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또한 어린이들의 실제 대화를 옮겨 놓은 듯한 생생한 말투와 유쾌한 분위기는 이야기에 재미를 더하며 더욱더 이 책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렇다니까 상상사전 1>은 흥미로운 판타지 모험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만든다. 그리고 책 속 공룡, 나라, 돈에 대한 이야기는 익숙한 단어를 단순히 설명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의미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특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규칙과 가치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상상을 현실과 동떨어진 공상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하는 힘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렇기에 어린이 독자들은 새하와 함께 상상의 세계를 누비며 자유롭게 생각하는 즐거움을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사전이라는 독특한 형식과 기발한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의미까지 두루 갖춘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인상 깊게 다가왔다. 1권이 이렇게 재미있는데, 2권에서는 또 어떤 신기하고 재미난 이야기가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삼도천 환생 고등학교>는 죽은 아이들이 환생을 준비하는 저승의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로, 환생을 앞둔 세 학생이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생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지만, 작품 속 문이철, 서지유, 이하록은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들은 환생을 막기 위해 금지된 규칙을 어기고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신들만의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삼도천 환생 고등학교>의 가장 큰 매력은 독특한 설정 속에 현실적인 고민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점이다. 저승과 학교, 환생이라는 판타지적 배경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야기의 중심에는 실패와 상처, 후회와 두려움 같은 청소년들의 현실적인 감정이 자리하고 있어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세 학생은 환생을 막기 위해 행동하는 과정에서 잊고 있었던 죽음의 기억과 생전의 상처를 하나씩 마주하게 되는데, 그 과정은 단순한 모험이나 미스터리를 넘어 자신을 이해하고 성장해 가는 여정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 책은 흥미로운 설정이 돋보이는 판타지 소설인 동시에 삶을 다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야기는 환생 고등학교에 대해 먼저 설명하며 시작된다. 작품 속 저승에서는 죽은 영혼들이 팔대지옥에서 전생의 죄를 심판받은 뒤 환생을 준비하게 되는데,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한 아이들은 죄를 판단할 수 없어 특별한 예외로 분류된다. 이들은 삼도천 강가에서 환생을 기다리지만, 스스로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 어려워 오랜 시간 저승을 떠돌게 된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지장보살은 어린 영혼들이 자연스럽게 성장하며 다음 생을 준비할 수 있도록 ‘삼도천 환생 고등학교’, 즉 삼도고를 세운다.

삼도고는 저승에 존재하지만 이승의 학교와 비슷한 모습으로 운영된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생활하며 전생에 남은 미련과 상처를 돌아보고,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련을 이어 간다. 그리고 모든 미련을 내려놓고 스스로 성장한 영혼에게는 환생꽃이 피어나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기회가 주어진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판타지적 배경에 머무르지 않고 작품이 앞으로 이야기할 성장과 치유, 그리고 삶의 의미라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보여 주는 역할을 한다.


소설은 삼도고의 학생인 문이철, 이하록, 서지유의 이야기가 차례로 전개된 뒤, 세 아이와 특별한 인연으로 연결되는 현생의 아이 하아랑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문이철은 삼도고에서도 손꼽히는 말썽꾸러기다. 환생을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그는 환생 자체에 관심이 없으며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 공부와 경쟁에 시달리는 삶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과 서지유, 이하록의 환생꽃에 봉오리가 맺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세 사람은 환생을 막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무엇이든 알려 준다는 금지된 거울 지경을 찾아가 환생꽃을 시들게 할 방법을 묻고, 위험한 장소에 숨어들기까지 하며 규칙을 어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존재와 마주하고 친구 이하록마저 사라지면서 이야기는 더욱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문이철이 단순히 장난기 많은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환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삼도고의 분위기에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며 모두가 같은 삶을 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다른 상처와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정답이어야 하느냐는 그의 질문은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삼도고의 세 아이, 문이철과 이하록, 서지유에게는 과연 어떤 사연이 있기에 모든 아이가 바라던 환생을 거부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또한 이후 전개될 현생의 아이 하아랑의 이야기가 이들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지, 그리고 그 만남이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지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이어지는 이하록의 이야기는 그가 환생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이하록은 귀신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귀문’을 지닌 아이로 살아 있을 때부터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목소리들에 시달려 왔다. 이 능력은 그에게 특별함이라기보다 저주에 가까웠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상한 아이로 여겨지게 했다. 삼도고에 온 뒤에는 더 이상 그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귀문은 죽은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명사와 마주한 이하록은 다시 태어나도 이 귀문이 그대로 이어질지 묻고 싶어 한다. 그가 환생을 거부하는 이유는 단순히 저승 생활이 좋아서가 아니라 다시 태어나도 같은 고통을 반복하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는 서지유와 생전에도 친구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 진실을 말하지 못한 채 친구들과 함께하는 지금의 평온함을 지키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서지유의 이야기는 세 아이의 관계가 단순한 저승의 우정이 아니라 생전의 상처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서지유는 우연히 삼도천 아래의 기억돌 조각을 삼키고 잊고 있던 죽음의 일부를 떠올리게 된다. 그 기억 속에서 그는 이하록과 생전에도 친구였으며 자신을 구하려던 이하록이 사고에 휘말려 먼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서지유가 환생을 원하지 않게 된 이유는 자기 자신의 삶 때문만이 아니라 이하록이 환생 직전 죽음의 기억을 되찾고 자신을 원망하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는 이하록에게 진실을 말하지 못한 채 죄책감을 품고 친구와 함께하는 현재의 시간을 붙잡으려 한다. 그렇게 환생꽃을 시들게 하기 위해 망자의 옷을 훔치려던 세 사람의 작전은 실패하지만 이들은 곧 보물찾기 특별상으로 지장보살의 축복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환생을 위한 축제를 오히려 환생을 막기 위한 기회로 삼으려는 세 아이의 계획은 이후 이야기를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이렇게 저마다 다른 사연과 상처로 인해 환생을 거부하는 삼도고의 세 아이와 이 아이들과 접점이 되는 하아랑은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리고 세 아이는 환생을 막기 위한 보물찾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보물찾기는 단순히 소원을 이루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 안에 남아 있던 미련과 그리움을 마주하는 과정으로 확장된다. 세 사람은 하아랑이 자신들 모두의 보물, 즉 이승에 남기고 온 가장 큰 미련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미련의 또 다른 이름이 그리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환생을 거부하던 아이들은 비로소 자신들이 무엇을 붙잡고 있었는지, 그리고 무엇을 놓아 주지 못하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서로가 함께였기에 아이들이 조금씩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해 간다는 점이다. 문이철과 이하록, 서지유는 각기 다른 아픔을 안고 있지만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또한 작품 속에 담긴 아이들의 상처와 고민은 판타지적 설정 속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청소년들이 겪는 외로움과 불안, 죄책감과 맞닿아 있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삼도천 환생 고등학교>는 환생과 저승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넘어 상처 입은 아이들이 서로를 통해 성장해 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 내어 그 여운은 더욱 오래 남을 듯 싶다. 

** 사전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가제본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성해나 작가의 첫 기담집이라 하여 읽게 된 책이다. 특별히 출간 전 사전 서평단에 당첨되어 아홉 편의 수록작 가운데 세 편을 먼저 만나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과 낯선 존재들을 통해 오늘날 인간 사회의 욕망과 불안을 비추는 아홉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흔히 기담이라고 하면 귀신이나 초자연적 존재가 등장하는 공포담을 떠올리기 쉽지만 <인비인>이 보여 주는 기이함은 오히려 인간 내부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죄의 흔적을 품은 채 대를 이어 전해지는 책상, 자신을 만든 존재를 아버지처럼 따르는 정체불명의 생명체, 타인의 삶을 거래하는 경매장,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안드로이드 등 작품 속 존재들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끊임없이 흔들어 놓는다.

특히 <인비인>은 단순히 기묘한 설정의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각각의 작품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우리는 과연 인간과 비인간을 어떤 기준으로 구분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성해나 작가는 그동안 <혼모노>를 비롯한 작품들을 통해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사회의 모순을 섬세하게 포착해 왔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기담이라는 형식을 빌려 그러한 관심사를 더욱 낯설고 선명한 방식으로 확장한다. 그래서 <인비인>은 공포나 괴이함 자체보다도 그 이면에 자리한 인간의 욕망과 선택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세 편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역시 표제작인 <인비인>이다. 작품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한 노인으로부터 받은 의문의 원고뭉치를 읽게 되면서 시작된다. 원고의 화자는 일제강점기 말 일본의 한 대학에서 세균학을 연구하던 청년으로, 존경하던 교수의 제안을 받아 만주의 비밀 연구 시설에 들어가게 된다. 처음에는 국가와 인류를 위한 연구에 참여한다고 믿었지만, 그가 마주한 현실은 상상 이상으로 참혹했다.

특히 교수가 주인공을 데려간 시설 내부의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고문당한 사람들, 산 채로 해부되는 사람들, 포르말린 속에 보존된 시신들이 늘어선 공간에서 인간은 더 이상 한 사람의 생명이 아니라 연구를 위한 재료로 취급된다.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된 폭력은 인간의 존엄성을 철저히 짓밟고 있었으며, 주인공 또한 그 비극의 한가운데로 서서히 끌려 들어간다. 이후 이야기는 그곳에서 탄생한 정체불명의 존재 ‘가타마리’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단순히 기괴한 존재를 등장시키는 데 목적이 있지는 않는 듯하다.

오히려 <인비인>이 인상적인 이유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 우리가 외면해 온 역사의 어두운 단면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작품 속 비밀 연구 시설은 실제 역사 속 생체 실험과 전쟁 범죄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며 인간이 인간에게 어디까지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그렇기에 이 작품의 공포는 괴물이나 귀신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문명인이라 믿었던 인간의 탐욕과 오만, 그리고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무감각함이야말로 가장 두려운 존재임을 일깨우며 그 묵직한 여운은 작품을 덮은 뒤에도 오래 남는다.


<인비인>이 역사 속 비인간성을 통해 인간다움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었다면, 이어지는 <윤회(당한) 자들>은 현대 사회가 만들어 낸 결핍과 불안을 기묘한 방식으로 보여 준다. 작품 속 인물들은 저마다 현실에서 채우지 못한 결핍을 안고 살아간다. 더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고, 더 완전한 존재가 되고 싶고,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은 결국 윤회자 모임이라는 수상한 공동체로 사람들을 이끈다. 전생에는 완전한 몸을 지녔으나 윤회를 통해 불완전한 존재가 되었다고 믿는 이들의 모습은 황당하면서도 묘하게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선택받은 사람만이 구원받을 수 있다는 논리는 현실의 사이비 종교를 떠올리게 했으며 완벽함을 강요하는 사회가 얼마나 쉽게 사람들의 불안과 결핍을 이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듯했다. 읽고 나면 가장 무서운 것은 초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완전해지고 싶다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남는다.


마지막 작품인 <아미고>는 세 편 가운데 가장 현재적인 문제의식을 담고 있었다. AI와 휴머노이드가 일상이 된 미래 사회에서 주인공인 스턴트맨은 끊임없이 자신의 쓸모를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아간다. 기술은 인간의 자리를 빠르게 대체해 가고, 사람들은 효율과 성과를 위해 서로를 소모한다. 안전보다 비용 절감이 우선되는 촬영 현장, 실수 한 번으로 기계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노동자들,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는 스턴트맨의 모습은 낯설지 않은 현실처럼 다가온다. 그런데 정작 작품 속에서 가장 인간적으로 보이는 존재는 휴머노이드 아미고이다. 인간은 점점 기계처럼 행동하고 기계는 점점 사람을 닮아 가는 모습은 묘한 불편함과 두려움을 안겨 준다. 저자는 이를 통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능력이나 생산성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공감과 관계 맺음에 있음을 보여 준다. 결국 <아미고>는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무엇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지, 그리고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세 작품을 읽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것은 기이한 존재나 초자연적인 현상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역사 속 폭력과 차별, 완벽해지고자 하는 욕망, 그리고 쓸모를 증명해야 한다는 불안처럼 인간이 만들어 낸 공포가 얼마나 섬뜩한지를 깨닫게 된다. 그렇기에 <인비인>은 기담이라는 장르를 빌려 인간성과 비인간성의 경계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온 가치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특히 저자는 역사와 현실, 그리고 가까운 미래를 오가며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펼쳐 보이지만 결국에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이끈다. 그래서 이 작품집은 단순히 기묘한 이야기를 모아 놓은 기담집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되묻게 만드는 묵직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무엇보다 이번 사전 서평단을 통해 세 편만 먼저 만나 보았음에도 이야기들이 남긴 여운이 너무나 깊어 아직 읽지 못한 나머지 작품들은 또 어떤 방식으로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모습을 비춰 낼지 더욱 기대하게 된다.

** 사전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받은 특별인쇄본을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AI 시대, 아이의 격차는 부모에게서 시작된다
이화영 지음 / 가디언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AI 시대, 아이의 격차는 부모에게서 시작된다>라는 직관적인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인공지능이 일상과 교육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은 오늘날, 부모가 어떤 관점과 태도로 아이의 성장을 이끌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현직 중학교 교장인 저자는 AI가 숙제를 대신하고 필요한 정보를 즉시 제공하는 환경 속에서 더 이상 단순한 지식 습득만으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고 말한다. 대신 앞으로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아이들이 갖추어야 할 능력과 이를 길러 주기 위한 부모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특히 이 책은 AI 시대의 경쟁력이 단순한 정보의 축적이 아니라 정보를 해석하고 연결하며 스스로 판단하는 사고력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정답을 빠르게 찾아내는 능력보다 질문을 만들고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기르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교육과 대학 입시를 넘어 미래 직업 세계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저자는 아이들이 앞으로 필요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동시에 부모 역시 막연한 불안에 머무르기보다 변화의 방향을 이해하고 올바른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부모들이 AI 시대를 바라보며 느끼는 불안과 고민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과제를 하다 막히면 AI에게 질문하고 글쓰기와 정보 탐색의 상당 부분을 AI가 대신하는 현실 속에서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과연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지 걱정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변화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사고를 돕는 새로운 도구이며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의 역량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가 집중해야 할 것은 AI를 막는 일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아이가 어떤 능력을 갖추며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저자는 AI 시대에 필요한 핵심 역량으로 문해력, 통찰력, 편집력을 제시하며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설명한다. 이제는 정답을 빠르게 찾아내는 능력보다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많은 지식을 암기하는 능력보다 서로 다른 생각을 연결하여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어떤 직업이 유망한지를 예측하는 것보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배우고 적응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역량은 부모가 정답을 알려 주는 과정에서가 아니라 독서와 대화, 경험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길러진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AI 시대의 교육은 기술을 따라가는 경쟁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도 스스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사고력과 적응력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저자는 미국, 중국, 일본의 AI 전략을 비교하며 AI 경쟁이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경쟁임을 보여 준다. 미국은 기업 중심의 혁신 생태계를 바탕으로 AI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으며 중국은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와 정책 지원을 통해 AI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일본 역시 로봇 기술과 AI를 일상에 자연스럽게 접목하며 새로운 사회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살펴본 뒤 저자는 대한민국이 AI 시대의 선도 국가가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질문한다.

그 답으로 제시되는 내용이 바로 AI 3강을 이끌 인재라고 본다. 저자는 AI 경쟁의 핵심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자본을 갖추더라도 그것을 창조하고 활용할 인재가 없다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AI 시대에는 정답을 빠르게 찾는 사람보다 좋은 질문을 만들고 새로운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를 위해 저자는 세계 AI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6C 역량과 함께 통찰력, 문해력, 편집력을 미래 인재의 핵심 능력으로 제시한다. 또한 가치 지향적 설계자, 융합형 창조자, 조정·중재형 인재라는 세 가지 인재상을 통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물이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기술과 인간, 혁신과 책임을 연결할 수 있는 사람임을 설명한다. 결국 대한민국이 AI 3강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기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사고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인재를 길러 내는 일이라는 점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또한 저자는 AI 시대에는 직업 자체보다 산업의 변화를 읽는 안목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특정 직업을 목표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어떤 산업이 성장하고 어떤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지는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래 기술 산업, 산업 융합 산업, 인간 중심 산업, 사회 시스템 산업을 앞으로 성장할 핵심 분야로 제시하며 AI 기술을 개발하는 영역뿐 아니라 기술과 기존 산업을 연결하거나 인간의 창의성과 공감 능력, 사회적 가치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분야 역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아울러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 역시 지식 암기 중심에서 벗어나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며 대학 입시와 수능 또한 이러한 역량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점차 바뀌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미래 산업의 변화와 교육의 방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설명한 부분은 단순한 전망을 넘어 학부모와 학생 모두에게 현실적인 길잡이가 되어 준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저자가 부모의 역할을 단순한 교육 조력자가 아니라 아이의 사고를 함께 성장시키는 동반자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는 부모가 더 이상 정답을 알려 주고 길을 대신 정해 주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대신 아이가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생각의 과정을 함께 지켜보고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 그렇게 생각했니?”, “이 정보를 그대로 믿어도 될까?”, “너는 어떻게 판단하니?”와 같은 질문은 아이의 사고력을 키우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또한 이러한 역량의 바탕에는 독서가 있다. 저자가 말하는 독서는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아니라 읽은 내용을 질문하고 자신의 경험과 연결하며 다시 생각하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결국 독서는 정보를 소비하는 사람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인 셈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AI를 단순히 개인의 편의를 위한 도구가 아닌 우리의 AI라는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AI는 나를 돕는 개인화된 파트너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공동체와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지고 활용해야 할 공공의 자산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 역시 AI를 두려움이 아닌 이해의 대상으로 받아들이고, 아이와 함께 배우며, 기술보다 가치와 책임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AI는 계산하지만 인간은 선택하고, AI는 문장을 만들지만 인간은 의미를 만든다’는 문장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결국 이 책은 AI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모와 아이가 어떤 태도로 미래를 맞이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불안한 미래를 막연히 걱정하기보다 질문하고, 생각하고, 함께 성장하는 힘을 기르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AI 시대를 준비하는 모든 부모와 학생에게 의미 있는 기준이 되어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