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아이의 격차는 부모에게서 시작된다
이화영 지음 / 가디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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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아이의 격차는 부모에게서 시작된다>라는 직관적인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인공지능이 일상과 교육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은 오늘날, 부모가 어떤 관점과 태도로 아이의 성장을 이끌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현직 중학교 교장인 저자는 AI가 숙제를 대신하고 필요한 정보를 즉시 제공하는 환경 속에서 더 이상 단순한 지식 습득만으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고 말한다. 대신 앞으로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아이들이 갖추어야 할 능력과 이를 길러 주기 위한 부모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특히 이 책은 AI 시대의 경쟁력이 단순한 정보의 축적이 아니라 정보를 해석하고 연결하며 스스로 판단하는 사고력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정답을 빠르게 찾아내는 능력보다 질문을 만들고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기르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교육과 대학 입시를 넘어 미래 직업 세계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저자는 아이들이 앞으로 필요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동시에 부모 역시 막연한 불안에 머무르기보다 변화의 방향을 이해하고 올바른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부모들이 AI 시대를 바라보며 느끼는 불안과 고민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과제를 하다 막히면 AI에게 질문하고 글쓰기와 정보 탐색의 상당 부분을 AI가 대신하는 현실 속에서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과연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지 걱정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변화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사고를 돕는 새로운 도구이며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의 역량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가 집중해야 할 것은 AI를 막는 일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아이가 어떤 능력을 갖추며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저자는 AI 시대에 필요한 핵심 역량으로 문해력, 통찰력, 편집력을 제시하며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설명한다. 이제는 정답을 빠르게 찾아내는 능력보다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많은 지식을 암기하는 능력보다 서로 다른 생각을 연결하여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어떤 직업이 유망한지를 예측하는 것보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배우고 적응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역량은 부모가 정답을 알려 주는 과정에서가 아니라 독서와 대화, 경험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길러진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AI 시대의 교육은 기술을 따라가는 경쟁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도 스스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사고력과 적응력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저자는 미국, 중국, 일본의 AI 전략을 비교하며 AI 경쟁이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경쟁임을 보여 준다. 미국은 기업 중심의 혁신 생태계를 바탕으로 AI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으며 중국은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와 정책 지원을 통해 AI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일본 역시 로봇 기술과 AI를 일상에 자연스럽게 접목하며 새로운 사회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살펴본 뒤 저자는 대한민국이 AI 시대의 선도 국가가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질문한다.

그 답으로 제시되는 내용이 바로 AI 3강을 이끌 인재라고 본다. 저자는 AI 경쟁의 핵심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자본을 갖추더라도 그것을 창조하고 활용할 인재가 없다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AI 시대에는 정답을 빠르게 찾는 사람보다 좋은 질문을 만들고 새로운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를 위해 저자는 세계 AI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6C 역량과 함께 통찰력, 문해력, 편집력을 미래 인재의 핵심 능력으로 제시한다. 또한 가치 지향적 설계자, 융합형 창조자, 조정·중재형 인재라는 세 가지 인재상을 통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물이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기술과 인간, 혁신과 책임을 연결할 수 있는 사람임을 설명한다. 결국 대한민국이 AI 3강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기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사고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인재를 길러 내는 일이라는 점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또한 저자는 AI 시대에는 직업 자체보다 산업의 변화를 읽는 안목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특정 직업을 목표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어떤 산업이 성장하고 어떤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지는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래 기술 산업, 산업 융합 산업, 인간 중심 산업, 사회 시스템 산업을 앞으로 성장할 핵심 분야로 제시하며 AI 기술을 개발하는 영역뿐 아니라 기술과 기존 산업을 연결하거나 인간의 창의성과 공감 능력, 사회적 가치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분야 역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아울러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 역시 지식 암기 중심에서 벗어나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며 대학 입시와 수능 또한 이러한 역량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점차 바뀌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미래 산업의 변화와 교육의 방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설명한 부분은 단순한 전망을 넘어 학부모와 학생 모두에게 현실적인 길잡이가 되어 준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저자가 부모의 역할을 단순한 교육 조력자가 아니라 아이의 사고를 함께 성장시키는 동반자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는 부모가 더 이상 정답을 알려 주고 길을 대신 정해 주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대신 아이가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생각의 과정을 함께 지켜보고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 그렇게 생각했니?”, “이 정보를 그대로 믿어도 될까?”, “너는 어떻게 판단하니?”와 같은 질문은 아이의 사고력을 키우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또한 이러한 역량의 바탕에는 독서가 있다. 저자가 말하는 독서는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아니라 읽은 내용을 질문하고 자신의 경험과 연결하며 다시 생각하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결국 독서는 정보를 소비하는 사람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인 셈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AI를 단순히 개인의 편의를 위한 도구가 아닌 우리의 AI라는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AI는 나를 돕는 개인화된 파트너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공동체와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지고 활용해야 할 공공의 자산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 역시 AI를 두려움이 아닌 이해의 대상으로 받아들이고, 아이와 함께 배우며, 기술보다 가치와 책임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AI는 계산하지만 인간은 선택하고, AI는 문장을 만들지만 인간은 의미를 만든다’는 문장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결국 이 책은 AI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모와 아이가 어떤 태도로 미래를 맞이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불안한 미래를 막연히 걱정하기보다 질문하고, 생각하고, 함께 성장하는 힘을 기르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AI 시대를 준비하는 모든 부모와 학생에게 의미 있는 기준이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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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럴 앰비션 - 이기적 야망의 종말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이정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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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있는 ‘선한 인간 본성이 만들어낸 새로운 야망의 정의’라는 글귀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휴먼카인드>를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한 기존의 냉소적 시각에 도전했던 뤼트허르 브레흐만이 한 걸음 더 나아가 개인의 재능과 열정을 어디에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성공을 좇아 금융, 광고, 플랫폼 산업에 몰리는 동안 기후 위기와 빈곤, 불평등 같은 인류의 중요한 문제들은 충분한 관심과 자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사용하려는 ‘선한 야망(Moral Ambition)’이 새로운 성공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 책은 단순히 이상적인 가치나 도덕적 당위를 이야기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역사 속에서 실제로 사회를 변화시킨 인물들과 오늘날 다양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는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선한 야망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또한 저자는 개인의 성공을 얼마나 많이 소유했는가가 아니라 사회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 냈는가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하며 지금 우리가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어디에 사용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결국 <모럴 앰비션>은 성공의 의미를 다시 묻고, 개인의 능력과 사회적 책임을 연결하는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우리가 가진 재능을 어디에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오늘날 가장 안타까운 낭비는 돈이나 자원이 아니라 사람들의 재능이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뛰어난 능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정해 놓은 성공의 기준을 좇는 데 그 재능을 사용하고 있으며 정작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문제들은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인생의 상당 부분을 일하며 살아가는 만큼 자신의 시간과 능력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는 단순한 진로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개념이 바로 ‘선한 야망(Moral Ambition)’이다. 선한 야망은 더 높은 지위나 더 많은 부를 얻기 위한 욕망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드는 데 사용하려는 의지를 뜻한다. 저자는 선한 야망이 특별한 영웅이나 뛰어난 사람들만의 몫이 아니라고 말한다.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든, 어떤 나이에 있든, 자신의 능력을 더 가치 있는 곳에 사용하기로 결심하는 순간 변화는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선한 야망을 펼치기에 늦은 때란 결코 없다고 강조하며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지금 자신이 가진 재능을 다시 바라보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책에서 제시하는 선한 야망의 여러 사례 중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 동북부의 작은 마을 니우란데의 이야기이다. 독일 점령기에 이 마을은 유럽에서도 드물 정도로 많은 유대인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아르놀트 다우베스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어떻게 평범한 주민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유대인을 숨겨 주게 되었는지를 추적한다. 흥미롭게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저항에 나선 사람들은 성격이나 성장 배경, 정치적 성향에서 특별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요청에 응답하고 작은 행동을 시작하는 계기였다. 한 사람의 용기 있는 행동은 또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이끌어 내며 공동체 전체로 확산되었고, 저항은 마치 전염병처럼 퍼져 나갔다.

이 사례를 통해 저자는 세상을 바꾸는 데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훌륭한 사람으로 태어났는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기를 선택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흔히 선한 행동이 선한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선한 행동을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사람이 변화한다고 설명한다. 즉,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선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한 일을 함으로써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선한 야망 역시 거창한 결심이나 특별한 자질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작은 실천 하나, 누군가의 요청에 응답하는 행동 하나가 더 큰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행동은 또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며 확산될 수 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은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행동을 선택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이 책이 말하는 선한 야망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 준다.


이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기 다른 시대와 환경 속에 살았지만 공통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겼다는 특징을 지닌다. 로자 파크스의 작은 저항은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 냈고, 니우란데 주민들의 용기는 수많은 생명을 구해 냈다. 저자는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역사를 움직이는 힘은 거대한 권력이나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자신의 책임을 외면하지 않고 행동에 나선 개인에게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영향은 현재에만 머무르지 않고 미래 세대에게까지 이어진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저자가 선한 야망의 범위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에서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으로까지 확장한다는 점이다. 그는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기술과 영향력을 갖게 되었지만, 동시에 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 자원 고갈과 같은 거대한 문제 역시 만들어냈다고 지적한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문명은 수많은 가능성을 열어 주었지만, 그 힘이 어떤 방향으로 사용되는지에 따라 미래의 모습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고 말한다. 현재의 작은 선택 하나가 수십 년, 나아가 수백 년 뒤의 세상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모럴 앰비션》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히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주어진 재능과 시간을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남길 것인가’에 가깝다. 저자는 재능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이며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디에 사용하느냐고 말한다. 또한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이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현실 속에서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한 행동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우리에게 세상을 바꾸는 일은 특별한 영웅의 몫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내리는 선택이 먼 미래의 삶까지 바꿀 수 있는 만큼 선한 야망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 시대가 짊어진 책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책을 덮고 난 뒤 나 역시 내가 가진 재능과 시간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앞으로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 불평등과 같은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의 능력을 활용하고 싶다는 다짐이 생겼다. 비록 한 사람의 힘은 작을지라도, 저자가 말하듯 변화는 행동을 선택한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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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사계절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6
하세가와 마리루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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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띠지 속 책 소개 문구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죽음을 앞둔 열네 살 소년의 몸에서 깨어난 주인공이 사계절을 살아가며 삶의 의미를 배워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얼핏 보면 삶과 죽음을 다룬 판타지 성장소설처럼 보이지만 작품은 특별한 설정 자체보다 그 속에서 인물들이 마주하는 감정과 선택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살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소년과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친구를 통해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를 차근차근 되짚어 나가며 이야기 속으로 이끈다.

특히 이 작품은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지나친 비극이나 감상에 기대지 않는다는 점이 돋보인다. 주인공은 친구와 가족, 학교와 계절의 변화를 경험하며 지금껏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해 나간다. 또한 살아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과 살아 있지만 삶을 포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대비시키며 삶의 의미와 존재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소설은 단순한 청소년 성장담을 넘어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 온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소설은 한 영혼이 지금 막 죽은 텐잔이라는 아이의 몸속으로 들어가 살아 있음을 느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름도 기억도 없는 영혼은 병원에서 눈을 뜨자마자 숨 쉬는 감각과 심장이 뛰는 소리, 손끝에 닿는 촉감과 창밖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 풍경에 연신 감탄한다. 따뜻한 햇살과 처음 맛본 푸딩의 달콤함마저도 그에게는 경이로운 경험이다. 우리가 너무 익숙해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이 그에게는 모두 처음 경험하는 순간들인 것이다. 이러한 설정은 우리가 평소 당연하게 여기던 일상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들며 독자를 단숨에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특히 살아 있는 인간이라면 너무 익숙해서 무심코 지나쳐 버릴 감각들을 낯선 존재의 시선을 통해 새롭게 보여 준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다. 작품은 숨을 쉬는 일, 음식을 먹는 일,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일조차 특별한 경험으로 그려내며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놀랍고 소중한 것인지를 일깨운다. 그러나 이러한 기쁨도 잠시, 영혼은 자신이 막 죽은 중학생 다카나시 텐잔의 몸을 빌려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더 나아가 자신을 쫓는 존재인 여우로부터 이 몸은 사계절이 지나면 완전히 죽게 될 것이라는 경고까지 듣게 된다. 살아 있음의 경이로움과 다가올 끝이 동시에 제시되는 이 설정은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키우며 텐잔의 몸으로 살아가게 된 영혼이 사계절 동안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기대하게 만든다.


그렇게 텐잔의 몸으로 살아가게 된 주인공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쉽게 흘려보내지 않는다. 텐잔의 아버지와 조부모, 친구 다쿠마를 만나며 그는 점차 텐잔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 간다. 처음에는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탄하던 존재였지만 학교에 다니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감정들을 하나씩 배워 나간다.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드는 시간, 가족이 건네는 걱정과 애정, 누군가를 소중하게 여기게 되는 마음까지 모두 그에게는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다. 기억상실을 핑계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주인공의 모습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지나치는 것들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주인공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이다. 학교 친구들은 팔로워 수와 ‘좋아요’의 개수에 관심을 기울이고 스마트폰 속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주인공은 그런 것들보다 지금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순간에 더 큰 의미를 둔다. 그는 하루하루 달라지는 계절의 변화와 친구들의 웃음소리, 밤하늘의 별빛 같은 사소한 풍경들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이러한 모습은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와 자극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우리는 어느새 화면 속 숫자와 평가에 익숙해진 나머지 곁에 있는 사람들과 나누는 시간, 평범한 하루가 주는 행복을 잊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소설은 이러한 질문을 통해 삶의 소중함이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작은 행복들 속에 있음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그러나 작품이 보여 주는 삶은 마냥 아름답고 행복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주인공이 세상의 소중함을 알아갈수록 그 이면에 존재하는 고통과 절망 역시 선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는 친구와 마주하는 장면은 작품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텐잔의 몸을 빌려서라도 살아가고 싶어 하는 주인공과 달리, 린은 살아 있을 수 있음에도 삶을 내려놓으려 한다. 이러한 대비는 살아 있다는 사실과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결코 같은 의미가 아님을 보여 준다.

이 과정에서 소설은 자살이라는 무거운 문제를 섣부른 위로나 단순한 교훈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삶이 왜 버거운지, 사람은 언제 살아갈 힘을 잃게 되는지를 담담하게 들여다본다. 주인공은 린을이해하고 붙잡고 싶어 하지만 타인의 아픔을 완전히 알 수 없다는 사실 또한 깨닫게 된다. 그래서 작품은 삶을 무조건 긍정하거나 희망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삶은 어렵고, 저마다의 고민과 상처를 안고 하루하루를 견뎌 나가야 한다는 현실을 정직하게 보여 준다. 그렇기에 <단 한 번의 사계절>은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겹고도 값진 일인지를 이야기하며, 지금 이 순간을 버티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결국 소설이 도달하는 곳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라고 본다. 주인공은 처음부터 살아 있기를 간절히 원했다.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이 세상에서 숨 쉬고, 누군가를 만나고, 기쁨과 슬픔을 느끼며 살아 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는 삶을 포기하려는 친구를 향해 살아 달라고 말한다. 언젠가 반드시 끝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계절 동안 주인공은 기쁨과 설렘뿐 아니라 상실과 절망, 아픔과 후회 역시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그 모든 감정을 겪고도 삶을 외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직 가 보지 못한 곳, 만나지 못한 사람, 경험하지 못한 순간들을 아쉬워하며 삶을 향한 애정을 놓지 않는다. 그렇기에 책을 다 읽고 나면 산다는 것은 단순히 하루를 버텨 내는 일이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가능성을 향해 끊임없이 손을 뻗는 일이라는 사실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이 책은 삶이 결코 쉽지 않다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럼에도 살아갈 만한 이유는 분명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지금을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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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안녕은 없다 텍스트T 21
김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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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연 작가의 신작이라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귀신을 볼 수 있는 고등학생 동찬이 탐정사무소 소장 영심과 직원 상구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어느 날 고객을 괴롭히는 스토커를 추적하던 영심과 상구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고 그 순간부터 이야기는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천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승에 남아 있는 영혼들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어 주어야 하는 두 사람은 귀신을 볼 수 있는 동찬의 도움을 받아 특별한 여정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귀신과 천국이라는 설정이 흥미롭게 다가왔지만 읽을수록 이 작품은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 사이에 남아 있는 그리움과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들을 깊이 있게 그려 낸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영혼들이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었고 그 속에 담긴 다양한 사연들은 ‘안녕’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이 책은 언젠가 누구나 마주하게 될 이별의 순간을 따뜻하면서도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며 긴 여운을 남긴다.


소설은 탐정사무소를 운영하는 영심과 조수 상구가 의뢰인을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한 건물에 나타난 여학생 귀신의 정체를 조사해 달라는 의뢰를 받는 과정은 마치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청소년 소설에서는 흔히 접하기 어려운 탐정사무소라는 설정과 개성 있는 두 인물의 조합이 자연스럽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작품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스토킹 피해자를 돕기 위해 나선 영심과 상구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목숨을 잃으면서 이야기는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된다. 초반부터 이어지는 빠른 전개는 단숨에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며 이후 펼쳐질 동찬과의 만남과 특별한 여정을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이후 영심과 상구는 천국으로 가기 위해 승천하지 못한 영혼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어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생전 마지막으로 의뢰받았던 미영 프라자의 여학생 귀신을 찾아 나선다. 귀신을 볼 수 있는 동찬의 도움으로 어렵게 마주한 여학생의 이름은 강진원. 그러나 진원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할 만큼 깊은 슬픔에 갇혀 있었고, 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진원의 삶과 죽음에 얽힌 이야기를 추적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부모를 일찍 여의한 뒤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온 언니 진경의 존재를 알게 되고 진원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만났던 친구에 대한 단서도 발견하게 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학교에서는 성실하고 모범적인 학생으로 알려졌던 진원이 왜 늦은 밤 미영 프라자에 가게 되었는지, 마지막으로 만난 친구와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끝내 전하지 못한 마음은 무엇이었는지가 조금씩 드러난다. 또한 어린 시절부터 귀신을 볼 수 있었던 동찬이 매일 찾아가는 윤아의 존재 역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작품은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물들이 품고 있는 상처와 비밀을 차근차근 풀어내며 자연스럽게 다음 장을 넘기게 만든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진원의 마지막 소원뿐 아니라 동찬과 윤아에게 숨겨진 이야기까지 궁금해지며 작품 속 세계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된다.

숨 가쁘게 이어지는 이야기들의 끝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은 감동을 남긴다. 작품 속 인물들은 각자의 상처와 후회, 그리고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품은 채 오랜 시간을 견뎌 왔지만, 마침내 진심을 마주하는 순간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동찬이 보여 주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다. 그는 단순히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야기에 끝까지 귀 기울이고 그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사람으로 성장해 간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에 건네는 그의 인사는 단순한 작별의 말이 아니라 상대의 아픔과 행복을 모두 품어 주는 따뜻한 응원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마음에 남는 것은 떠나는 이를 붙잡기보다 진심으로 보내 주는 동찬의 태도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언제나 슬프고 아쉽지만, 작품은 진정한 안녕이란 상대가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래서 이 책은 죽음과 이별을 다루면서도 결코 우울함만을 남기지 않는다. 오히려 누군가를 기억하는 일, 전하지 못한 마음을 전하는 일, 그리고 언젠가 찾아올 헤어짐을 받아들이는 일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그렇기에 책장을 덮고 나면 동찬이 건넨 마지막 인사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는다. 그리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너무 늦기 전에 진심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된 책을 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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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연 작가의 신작이라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귀신을 볼 수 있는 고등학생 동찬이 탐정사무소 소장 영심과 직원 상구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어느 날 고객을 괴롭히는 스토커를 추적하던 영심과 상구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고 그 순간부터 이야기는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천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승에 남아 있는 영혼들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어 주어야 하는 두 사람은 귀신을 볼 수 있는 동찬의 도움을 받아 특별한 여정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귀신과 천국이라는 설정이 흥미롭게 다가왔지만 읽을수록 이 작품은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 사이에 남아 있는 그리움과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들을 깊이 있게 그려 낸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영혼들이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었고 그 속에 담긴 다양한 사연들은 ‘안녕’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이 책은 언젠가 누구나 마주하게 될 이별의 순간을 따뜻하면서도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며 긴 여운을 남긴다.


소설은 탐정사무소를 운영하는 영심과 조수 상구가 의뢰인을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한 건물에 나타난 여학생 귀신의 정체를 조사해 달라는 의뢰를 받는 과정은 마치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청소년 소설에서는 흔히 접하기 어려운 탐정사무소라는 설정과 개성 있는 두 인물의 조합이 자연스럽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작품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스토킹 피해자를 돕기 위해 나선 영심과 상구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목숨을 잃으면서 이야기는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된다. 초반부터 이어지는 빠른 전개는 단숨에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며 이후 펼쳐질 동찬과의 만남과 특별한 여정을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이후 영심과 상구는 천국으로 가기 위해 승천하지 못한 영혼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어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생전 마지막으로 의뢰받았던 미영 프라자의 여학생 귀신을 찾아 나선다. 귀신을 볼 수 있는 동찬의 도움으로 어렵게 마주한 여학생의 이름은 강진원. 그러나 진원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할 만큼 깊은 슬픔에 갇혀 있었고, 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진원의 삶과 죽음에 얽힌 이야기를 추적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부모를 일찍 여의한 뒤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온 언니 진경의 존재를 알게 되고 진원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만났던 친구에 대한 단서도 발견하게 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학교에서는 성실하고 모범적인 학생으로 알려졌던 진원이 왜 늦은 밤 미영 프라자에 가게 되었는지, 마지막으로 만난 친구와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끝내 전하지 못한 마음은 무엇이었는지가 조금씩 드러난다. 또한 어린 시절부터 귀신을 볼 수 있었던 동찬이 매일 찾아가는 윤아의 존재 역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작품은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물들이 품고 있는 상처와 비밀을 차근차근 풀어내며 자연스럽게 다음 장을 넘기게 만든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진원의 마지막 소원뿐 아니라 동찬과 윤아에게 숨겨진 이야기까지 궁금해지며 작품 속 세계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된다.

숨 가쁘게 이어지는 이야기들의 끝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은 감동을 남긴다. 작품 속 인물들은 각자의 상처와 후회, 그리고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품은 채 오랜 시간을 견뎌 왔지만, 마침내 진심을 마주하는 순간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동찬이 보여 주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다. 그는 단순히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야기에 끝까지 귀 기울이고 그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사람으로 성장해 간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에 건네는 그의 인사는 단순한 작별의 말이 아니라 상대의 아픔과 행복을 모두 품어 주는 따뜻한 응원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마음에 남는 것은 떠나는 이를 붙잡기보다 진심으로 보내 주는 동찬의 태도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언제나 슬프고 아쉽지만, 작품은 진정한 안녕이란 상대가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래서 이 책은 죽음과 이별을 다루면서도 결코 우울함만을 남기지 않는다. 오히려 누군가를 기억하는 일, 전하지 못한 마음을 전하는 일, 그리고 언젠가 찾아올 헤어짐을 받아들이는 일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그렇기에 책장을 덮고 나면 동찬이 건넨 마지막 인사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는다. 그리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너무 늦기 전에 진심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된 책을 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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