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진다이아를 사랑해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김선미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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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띠지에 적힌 “슬픔도 유행이 되어야 사람들이 안 잊어.”라는 문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가제본 서평단으로 작품의 일부를 먼저 읽었을 때는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 단숨에 읽었지만, 결말까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유명 인플루언서 진다이아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어떻게 밝혀질지, 작가가 이 사건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는지 너무 궁금했는데 정식 출간과 함께 비로소 작품 전체를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우리는 진다이아를 사랑해>는 유명 인플루언서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그 이면에는 소셜미디어 시대의 인간관계와 인정 욕구를 담아내고 있다. 소설은 조회수와 '좋아요'가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온라인에서 소비되는 이미지가 실제 삶을 대신하는 현실을 날카롭게 그려낸다. 과잉기억증후군을 앓는 '다니'가 진다이아의 주변 사람들을 만나며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은 단순히 한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작품은 우리가 타인을 얼마나 쉽게 소비하고 판단하는지, 그리고 화면 속 이미지가 아닌 한 사람 자체를 바라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되짚어 보게 한다.


이야기의 시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진다이아의 죽음보다 그 죽음을 둘러싼 온라인의 풍경이다. 마지막 게시물의 댓글 창에는 추모와 비난, 의혹이 뒤섞여 끊임없이 쌓이고, 새로 고침을 할 때마다 '좋아요' 수는 늘어나지만 팔로워 수는 빠르게 줄어든다. 이 장면은 한 사람의 죽음마저도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소비되고, 관심 또한 빠르게 다른 곳으로 옮겨 가는 소셜미디어의 단면을 보여 준다.

저자는 이러한 풍경을 제시한 뒤 곧바로 사건의 진실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진다이아를 둘러싼 엇갈린 반응과 분위기를 먼저 보여 주며 '과연 진다이아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녀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라는 궁금증을 자연스럽게 품게 한다. 이후 이야기는 그 질문을 따라 진다이아의 삶을 하나씩 되짚어 나가고 독자는 흩어진 단서를 따라가며 사건의 진실에 점점 더 몰입하게 된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진다이아를 하나의 인물로 그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엄마와 동생 루비, 세정, 수영, 그리고 서준까지 저마다 기억하는 진다이아의 모습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가족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저자는 한 사람을 둘러싼 여러 기억과 감정을 쌓아 가며 인플루언서라는 이미지 뒤에 있던 진다이아의 삶을 보여 준다.

다니가 진다이아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장소에서 그녀의 흔적을 되짚어 보는 장면도 인상 깊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사진 한 장이었지만 진다이아에게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기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남는다. 소설은 이 장면을 통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이 어떻게 타인의 시선과 숫자에 자신을 맞추는 삶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결국 진다이아의 이야기는 한 인플루언서의 죽음을 넘어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가장 오래 남는 것은 바로 '본다는 것'의 의미이다. 추모식장에서는 진다이아를 기리는 영상이 흐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사진을 찍고 게시물에 올릴 문구와 해시태그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것을 바라보고 있었고, 이 장면은 무엇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가 받아들이는 세상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타인을 기억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 사람보다 이미지와 반응에 더 익숙한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진다이아를 사랑해>는 인플루언서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넘어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작품이다. 우리는 보이는 모습만으로 누군가를 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기준으로 쉽게 판단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소설은 서로 다른 기억과 시선 속에서 한 사람을 단정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 주며 타인을 이해하기에 앞서 먼저 제대로 바라보려는 태도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화면 너머의 누군가를 향한 이야기인 동시에 지금 우리가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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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조절 -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나를 지켜 내는 방법
권혜경 지음 / 을유문화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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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나를 지켜내는 방법'이라는 소제목의 문구가 인상 깊어 읽게 된 책이다.이 책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이해하고 건강하게 다루는 방법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2016년 출간 이후 감정 조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꾸준히 읽혀 온 이 책은 출간 10주년을 맞아 개정증보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저자는 지난 10년 동안 축적한 심리 치료 경험과 연구 성과를 반영해 오늘날 더욱 중요해진 감정 조절의 의미를 다시 정리하며 개인의 마음을 돌보는 일이 건강한 관계와 안정된 삶의 출발점임을 강조한다.

이번 개정증보판은 변화한 사회 현실을 반영해 내용을 한층 보강했다고 한다. 세대 간 트라우마의 대물림과 내면가족체계(IFS) 심리 치료를 비롯하여 남녀 갈등, 여성을 향한 폭력, 공포를 이용한 진영 갈등, 마음의 다중성 등 현대 사회에서 더욱 중요해진 심리적 문제들을 새롭게 다루고 있다. 여기에 애착 유형 검사와 장별 명상 실습을 추가하여 독자가 자신의 감정을 직접 돌아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도 눈에 띈다. 책은 변화한 사회 환경 속에서 감정을 바라보는 시각과 마음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다 폭넓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책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부분은 감정 조절의 핵심을 안전감에서 찾는 관점이다. 저자는 감정 조절을 단순히 마음을 다스리는 심리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생존 본능과 연결된 기능으로 설명하고 있다. 인간은 오랜 진화 과정에서 안전한 상태를 유지할 때 비로소 사고하고 협력하며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발달해 왔다. 반대로 신체적·심리적 안전이 위협받는 순간에는 이를 생존의 위기로 인식해 싸우거나 도망가고 때로는 얼어붙는 방어 반응을 우선적으로 작동시킨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이성적인 판단이나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보다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 먼저가 되므로, 감정 조절 역시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설명이 인상 깊었다.

저자는 이러한 안전감을 개인의 문제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가정에서 형성되는 개인적 안전감 뿐 아니라 학교와 직장, 사회와 국가처럼 자신이 속한 공동체 안에서 느끼는 사회적 안전감 역시 감정 조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결국 안정된 환경은 개인이 자신의 감정을 유연하게 다루고 균형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토대가 되며 감정 조절이 가능한 개인들이 다시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더 큰 안전감을 형성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감정 조절을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감을 바탕으로 작동하는 인간의 생존 시스템으로 설명한 점은 이 책의 핵심 메시지이자 가장 설득력 있게 다가온 부분이다.


책은 먼저 감정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로잡으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감정을 현재의 경험을 빠르게 해석하고 행동의 방향을 알려 주는 생존의 신호로 설명한다. 불안은 위험을 피하도록 경고하고, 기쁨은 긍정적인 경험을 반복하도록 이끌며, 슬픔과 분노 역시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감정은 표정과 시선, 목소리, 몸짓 같은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타인에게 자신의 상태를 전달하고 서로 공감하도록 돕는 중요한 소통 수단이기도 하다. 결국 감정은 삶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아니라 인간이 생존하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기 위해 갖추게 된 필수적인 기능이라는 저자의 설명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이러한 관점 위에서 저자는 감정 조절의 의미를 다시 정의한다. 감정 조절은 화를 참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며 좋은 감정만 선택적으로 느끼는 상태는 더더욱 아니다. 모든 감정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되 그 감정에 휘둘려 이성을 잃지도, 반대로 감정을 무감각하게 차단하지도 않는 상태가 진정한 감정 조절이라는 것이다. 특히 사람마다 감정을 견딜 수 있는 범위가 다르다는 설명이 인상 깊었다. 감정 조절이 잘되는 사람은 다양한 감정을 안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균형을 유지하는 반면, 그 범위가 좁을수록 작은 자극에도 쉽게 분노하거나 불안과 우울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한다. 감정을 없애려 하기보다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마음의 폭을 넓혀 가는 것이 감정 조절의 본질이라는 점을 책을 통해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감정 조절을 뇌과학적 관점에서 설명한 부분도 흥미로웠다. 저자는 몸과 마음을 서로 분리된 것으로 보는 대신, 하나의 경험을 함께 처리하며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로 바라본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인간의 뇌를 생존 기능을 담당하는 뇌간, 감정과 기억을 다루는 변연계, 이성과 판단을 맡는 대뇌피질로 나누어 살펴본다. 특히 변연계에 속한 편도체는 위험을 감지하는 화재경보기처럼 작동해 사소한 자극에도 위협 신호를 보낼 수 있고 해마는 경험을 시간과 공간의 맥락 속에서 기억으로 저장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강한 감정에 압도되면 경험이 온전한 이야기로 정리되지 못한 채 파편적인 감각과 공포로 남을 수 있으며 이후 비슷한 자극을 만났을 때 과거의 일이 현재 다시 일어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이 설명을 통해 감정적으로 과도하게 반응하는 행동을 단순히 의지 부족이나 성격의 문제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대뇌피질, 특히 전전두엽은 감정을 조절하고 행동의 결과를 예상하며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위협이 강하게 감지되면 편도체와 뇌간의 생존 반응이 우선하면서 전전두엽의 이성적 판단 능력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워진다. 이때 자율신경계도 함께 반응해 교감신경은 심장박동과 호흡을 빠르게 하며 싸우거나 도망갈 준비를 시키고, 부교감신경은 몸을 느리게 하며 휴식과 회복을 돕는다. 두 체계가 상황에 맞게 균형을 이루면 다시 안정된 상태로 돌아갈 수 있지만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불안과 분노가 계속되거나 무기력하게 얼어붙는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결국 감정 조절은 생각만으로 마음을 통제하는 일이 아니라 뇌와 신체, 기억과 신경계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위협에서 벗어나 평형을 회복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후 책은 감정 조절의 원리와 원인을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를 실제 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심호흡과 근육 이완, 명상처럼 몸의 긴장을 낮추는 방법부터 상상과 놀이,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활용하는 방법, 관계 속 갈등을 보다 건강하게 다루는 태도까지 폭넓게 다룬다. 도파민과 옥시토신, 엔도르핀 등 감정과 관련된 신체 반응을 활용하는 방법도 소개하여 자신의 상태에 맞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유아기에 양육자와 맺은 관계가 성인이 된 이후의 대인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설명하고 독자가 자신의 관계 방식을 직접 살펴볼 수 있도록 ‘성인 애착 검사’를 실어 이해를 돕고 있다. 여기에 각 장의 내용과 연결된 명상 실습까지 더해져 책에서 배운 개념을 머리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신체 반응을 직접 관찰하고 연습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더욱 유용하다.

결국 <감정 조절>은 감정 문제를 개인의 의지나 성격 탓으로 돌리지 않고 한 사람이 살아온 관계와 환경, 몸과 신경계의 반응까지 함께 살펴보게 만든다. 감정에 쉽게 휩쓸리는 사람을 단순히 참을성이 부족하거나 미성숙하다고 판단하기보다 그 사람이 어떤 위협을 경험했고 왜 방어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었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의 감정 상태는 가정과 학교, 직장과 사회의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감정 조절을 개인적인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보여주고 있어 더욱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감정을 없애거나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고 있어 더 현실적이다. 불안과 분노, 슬픔 같은 감정도 삶에 필요한 신호임을 인정하고 그 감정이 삶 전체를 지배하지 않도록 다시 중심을 찾는 힘을 기르는 데 초점을 둔다. 자신의 애착 유형과 반복되는 반응을 점검하고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실천하다 보면 감정에 끌려가기보다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며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조금씩 넓어질 수 있다. 책을 통해 오늘날 처럼 불안과 갈등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나를 지킨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건강한 관계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책을 통해 차분히 다시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아주 큰 의미가 있는 시간을 선물하였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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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 인간 - 그들의 다크 심리를 무력화하는 7가지 심리 전략
리앤 텐 브링크 지음, 김효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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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 인간'이라는 제목에 궁금증이 생겨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사이코패스, 나르시시스트, 마키아벨리언, 사디즘과 같은 이른바 어둠의 성격 유형을 지닌 사람들이 개인과 조직,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심리학 연구를 바탕으로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인물들이 영화나 범죄 사건 속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직장의 상사, 동료, 연인, 이웃처럼 일상 속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임을 보여 주며 그들의 행동 원리와 거짓, 조종의 메커니즘을 객관적인 연구 결과를 통해 설명한다.

특히 이 책은 단순히 독성 인간의 특징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우리는 오히려 그들에게 쉽게 끌리는지, 무례함을 능력으로 착각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거짓말과 가스라이팅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지 등을 다양한 사례와 실험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교도소 수감자부터 헤지펀드 매니저,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연구 대상을 바탕으로 독성 인간이 권력을 획득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을 분석하는 한편, 그들의 조종과 기만에서 벗어나 삶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대응 방안까지 함께 제시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저자는 먼저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이 오랫동안 편견과 오해 속에서 사용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동성애자에게까지 사이코패스 성격이라는 낙인을 찍었던 사례를 통해 개념이 얼마나 모호하게 남용되었는지를 설명한 뒤, 현대 심리학은 이를 냉담함과 조종성, 충동성, 반사회성 등으로 이루어진 측정 가능한 성격 특성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이러한 어두운 성향은 연쇄살인범이나 강력범죄자 같은 극단적인 인물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이유 없이 타인을 괴롭히는 이웃이나 자신을 과시하며 뒤에서 험담하는 동료, 상대를 통제하려는 연인처럼 우리의 일상 속 다양한 인간관계에서도 쉽게 발견될 수 있음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이를 바탕으로 사이코패시는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틀임을 강조하고 있다.

책은 인간 본성 전체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수의 독성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협력과 공감을 바탕으로 살아가지만 독성 인간에게 권력과 신뢰가 집중될 때 조직과 사회의 기준은 쉽게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 책은 독성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을 미리 식별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제시하며 더 나아가 이러한 인물이 영향력을 얻지 못하도록 우리의 판단 기준을 돌아볼 필요성을 제안한다. 결국 독성 인간을 연구하는 목적은 인간을 불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한 인간관계와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통찰을 제공하는 데 있음을 일깨워 준다.


이러한 독성 인간은 극소수의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사회 곳곳에 다양한 형태로 분포하고 있다. 저자는 여러 심리학 연구를 종합한 결과, 연구 대상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체 인구의 약 20퍼센트가 비교적 강한 어둠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적십자사 헌혈자나 노숙자 쉼터 자원봉사자처럼 친사회적 행동을 실천하는 집단에서는 그 비율이 더 낮아질 수 있는 반면, 수감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훨씬 높은 수치가 나타났다. 이는 독성 인간이 특정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연속선 형태로 분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평소에는 선량한 사람이라도 극심한 스트레스나 특정한 환경에서는 일시적으로 냉담하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다는 '상황적 사이코패스' 개념을 제시하며 인간의 행동은 성격과 환경이 함께 만들어 낸 결과임을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어두운 성향은 하나의 모습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저자는 이를 이해하기 위한 심리학적 틀로 '어둠의 네 가지 유형(Dark Tetrad)'을 제시한다. 사이코패시를 비롯해 과도한 자기애를 보이는 나르시시즘, 타인을 계산적으로 이용하고 조종하려는 마키아벨리즘, 타인의 고통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디즘은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니지만 공감 능력의 결핍과 타인을 도구처럼 대하는 태도라는 공통된 기반을 공유한다. 또한 이러한 성향은 반사회성 성격장애나 자기애성 성격장애 등과도 일부 맞닿아 있지만 동일한 개념은 아니며 각각의 특성을 함께 이해할 때 현실에서 마주하는 독성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독성 인간의 특성을 이해했다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그들을 어떻게 알아볼 것인가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독성 인간에게 쉽게 속는 이유가 피상적 매력에 있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자신감 있고 호감 가는 모습으로 다가와 상대의 신뢰를 얻은 뒤 조종과 기만을 시작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상대의 말을 사실로 받아들이려는 '진실 기본값(truth-default)'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거짓말을 의심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독성 인간은 이러한 인간 심리를 누구보다 교묘하게 이용하며 관계의 주도권을 장악한다.

그렇다고 이들의 거짓을 알아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눈을 피하거나 안절부절못한다는 통념과 달리 진실을 가려내는 핵심은 비언어적 행동보다 이야기의 구체성과 일관성에 있다고 설명한다. 준비된 거짓말은 예상하지 못한 질문 앞에서 쉽게 허점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실제 사건 분석과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독성 인간의 행동 패턴을 읽어내는 질문법과 진단 기준을 제시하며 중요한 것은 상대를 무조건 의심하는 태도가 아니라 반복되는 행동과 모순된 언행을 차분히 관찰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독성 인간을 알아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직감에만 의존하기보다 심리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상대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데 있음을 깨닫게 한다.

책을 다 읽고 오래 남은 질문은 '독성 인간을 어떻게 없앨 것인가'가 아니라 '나는 그들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이다. 저자는 관계를 끊을 수 있다면 미련보다 현실을 선택하고 떠날 수 없는 관계라면 명확한 경계를 세우며 상대의 말보다 행동과 사실을 확인하라고 권한다. 독성 인간이 언젠가는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에 자신의 삶을 맡기기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지켜 내는 편이 훨씬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뜻이다. 관계의 방향은 결국 상대의 변화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서 결정된다는 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책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독성은 특정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군중심리와 경쟁, 스트레스 같은 환경 속에서 누구에게나 드러날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이야기한다. 평범한 사람도 상황에 따라 독성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타인을 경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나자신의 말과 행동까지 돌아보게 한다. 결국 건강한 관계는 누군가를 바꾸려는 기대보다 서로를 존중하고 스스로의 태도를 다듬으려는 노력 속에서 만들어짐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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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 인간 - 그들의 다크 심리를 무력화하는 7가지 심리 전략
리앤 텐 브링크 지음, 김효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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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주고받는 이유를 심리학적으로 풀어내고, 독성 인간을 피하는 법을 넘어 현명하게 관계를 지켜 나가는 방법까지 들려줄 것 같아 기대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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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이 내리는 시간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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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 속 “200쪽 남짓한 이 소설은 낭비되는 문장이 하나도 없다”라는 문장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브라질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한 여성이 고향에 남은 어머니와 화상통화를 이어 가며 서로의 삶을 이해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물리적으로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 매일 반복되는 스카이프 통화를 중심으로 서로에게 전하지 못하는 일상과 감정이 차곡차곡 쌓여 간다. 소설은 화려한 사건이나 극적인 갈등보다 일상의 대화와 침묵을 통해 멀어진 거리와 변해 가는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은 낯선 나라에서 새로운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며 조금씩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고, 어머니 역시 먼 곳에 있는 딸을 걱정하면서도 이전과는 다른 관계를 받아들이게 된다. 작품은 부모에게서 독립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자식과 그런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을 함께 담아내며 떠남과 남겨짐이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과정임을 보여 준다. 짧은 분량 속에서도 유학, 가족, 성장, 돌봄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밀도 있게 풀어내며 오늘날 많은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 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소설의 이야기는 미국 버몬트의 대학 기숙사에 도착한 주인공이 낯선 환경 속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다른 학생들이 고향에서 가져온 물건들로 자신의 방을 개성 있게 꾸며 가는 것과 달리 주인공의 방에는 생활에 꼭 필요한 몇 가지 물건만 놓여 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 속에서도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마련하며 새로운 일상에 적응해 가고, 브라질에 있는 어머니와는 화상통화로 서로의 안부를 전한다. 통화를 하기 전에는 방을 정리하고 밝은 모습을 보여 주려 애쓰고 어머니 역시 걱정을 감춘 채 딸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안심시키려 하지만 화면 너머에는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그리움과 걱정이 잔잔하게 흐른다.

시간이 흐르면서 주인공은 친구를 사귀고 새로운 환경에도 조금씩 적응해간다. 아름답게 물든 가을 캠퍼스를 거닐고 친구와 사진을 찍으며 새로운 일상을 즐기는 순간에는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잠시 옅어지는 듯하다. 그러나 그 감정은 결코 사라진 것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에 늘 자리하고 있다. 친구와 부모님께 보낼 사진을 함께 찍으며 웃는 장면에서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현재와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작품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와 고향을 잊지 못하는 마음이 공존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 내며 떠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설득력 있게 전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인공은 파티에 참여하고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리며 미국 대학 생활에 조금씩 스며든다. 낯선 문화와 언어를 배우고 또래 학생들의 생활방식에 적응해 가면서 자신도 그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가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매일 밤 이어지는 어머니와의 화상통화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딸은 미국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전하며 어머니를 안심시키려 하지만, 어머니는 딸의 말보다 표정과 목소리에서 미묘한 불안과 외로움을 먼저 읽어 낸다. 겉으로는 새로운 세상에 익숙해지는 듯 보이지만, 낯선 환경 속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흔들림은 끝내 감출 수 없다. 서로를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모습은 부모와 자식 사이의 익숙한 사랑의 방식을 담담하게 보여주며 많은 공감을 자아낸다.

이후 소설은 화상통화를 단순한 연락 수단이 아니라 두 사람이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공간으로 그려낸다. 모녀는 서로의 하루를 전하고 고향의 소식과 세상의 사건을 함께 나누며 멀어진 거리를 조금씩 좁혀 간다. 특별한 사건보다 사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화면 속 작은 얼굴은 오히려 서로를 가장 가까이 이어 주는 창이 된다. 비록 각자의 삶은 점점 달라지고 이전처럼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게 되었지만,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같은 이야기를 나누는 일만으로도 관계는 계속 이어진다. 작품은 이 과정을 통해 가족이란 언제나 같은 공간에 머무르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의 삶을 존중하면서도 변함없이 마음을 내어 주는 관계임을 전하고 있다.

소설은 딸, 어머니. 재회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부분에서는 낯선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 가는 딸의 시선을 따라가며 성장과 적응의 과정을 보여 준다면, 중반부에 이어지는 '어머니'에서는 같은 시간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비추며 작품의 의미를 한층 깊게 만든다.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나 역시 처음에는 딸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며 읽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 애쓰고 가족에게는 괜찮은 모습만 보여 주려는 마음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점이 어머니에게로 옮겨지는 순간, 딸이 미처 알지 못했던 빈자리와 외로움이 드러나는 장면들에서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머니는 딸이 멀리서도 씩씩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평범한 집안일을 하고 시간을 보내지만 딸이 떠난 집은 이전보다 훨씬 적막하게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랫동안 돌보지 못해 말라 버린 화분을 발견한 어머니는 끝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작은 화분 하나를 잊고 지냈다는 사실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딸이 떠난 뒤 무기력하게 흘러간 시간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가 남겨진 사람의 일상을 얼마나 크게 바꾸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며 그동안 활기차게 생활하는 딸의 모습만 바라보던 독자에게 부모의 사랑과 기다림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를 새삼 일깨워 준다.

<푸른빛이 내리는 시간>은 멀리 떨어져 살아가게 된 모녀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성장, 그리고 관계의 의미를 깊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소설은 물리적인 거리가 관계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만든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딸은 새로운 언어와 문화 속에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고, 어머니는 딸이 없는 일상을 묵묵히 견뎌낸다. 두 사람은 더 이상 같은 공간에서 살아갈 수는 없지만 서로의 하루를 전하고 마음을 헤아리려는 작은 노력들을 통해 여전히 가족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작품이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한쪽의 희생이나 헌신으로만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서로를 놓지 않으려는 마음,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끝까지 이해하려 애쓰는 태도가 잔잔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전한다. 책장을 덮고 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매일 밤 화면을 사이에 두고 안부를 묻던 모녀의 평범한 일상이다. 그 익숙한 풍경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은 여운으로 남아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든다. 부모의 곁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해 본 사람이라면,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지내며 그리움을 견뎌 본 사람이라면 이 소설이 전하는 감정에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나니 부모님께 먼저 안부를 전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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