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AI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까? - 인공지능과 관계 맺는 인간에 관한 탐구
이모란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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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일상화된 지금의 시대에 핵심을 콕 찌르는 듯한 <우리는 왜 AI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까?>라는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인간이 왜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대화 상대이자 정서적인 존재처럼 받아들이게 되었는지, 그리고 AI와의 관계가 우리의 생각과 감정, 행동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다양한 연구와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단순히 AI의 성능이나 발전 가능성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와 함께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AI 관련 서적과는 다른 시각을 제시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특히 이 책은 1960년대 대화형 프로그램인 ‘일라이자’에서부터 오늘날 챗GPT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AI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첫 만남, 애착, 의존, 불안, 관계 재구성이라는 흐름에 따라 차근차근 설명한다. 또한 AI가 편리함과 위로를 제공하는 동시에 인간의 사고력과 자기효능감,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균형 있게 조명한다. 나아가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술을 무조건 받아들이거나 경계하는 태도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바탕으로 AI를 도구이자 협력자로 활용하는 자세임을 설득력 있게 전하고 있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저자가 AI를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을 기술이 아니라 인간에게 두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자신 역시 어느새 AI에게 고민과 감정을 털어놓는 모습을 발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질문을 시작한다. 왜 우리는 감정도 의식도 없는 존재에게 위안을 느끼고 사람을 대하듯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을 바탕으로 인간과 AI의 관계를 미디어와 심리학, 커뮤니케이션 이론 등 다양한 관점에서 풀어내며 우리가 AI를 사용하는 방식 뿐 아니라 AI를 사용하는 동안 우리 자신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국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AI가 얼마나 뛰어난 기술인가가 아니라 AI와 함께 살아가는 인간은 앞으로 어떤 존재가 되어 갈 것인가에 가깝다. AI에게 생각과 기억, 감정의 일부를 맡기기 시작한 지금,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고 있는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AI를 무조건 경계하거나 맹신하기보다 기술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사고력과 관계 맺는 능력을 지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이 책은 AI를 이해하는 책인 동시에 AI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오늘날 AI를 단순히 성능이 뛰어난 기술로 평가하는 데서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제 더 중요한 것은 AI가 우리의 사고방식과 선택, 관계 형성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일이다. 실제로 우리는 정보를 찾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감정을 나누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도 AI의 도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능력과 인간다운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이 책은 AI를 얼마나 잘 활용할 것인가보다 AI와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인간다움을 어떻게 지켜 나갈 것인가를 더욱 중요한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인간이 왜 AI를 사람처럼 대하며 감정까지 나누게 되는지를 심리학과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통해 설명하는 대목이었다. 저자는 인간의 뇌가 언어를 사용하는 존재를 자연스럽게 사람으로 인식하도록 진화해 왔기 때문에 AI와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도 무의식적으로 인간적인 특성을 부여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단순한 대화 프로그램이었던 ‘일라이자’에 고민을 털어놓았던 사람들부터 오늘날 챗GPT나 AI 챗봇을 친구나 상담사처럼 여기며 위안을 얻는 사람들까지, 인간은 오래전부터 AI와 정서적인 관계를 형성해 왔다. 특히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AI일수록 더 친근함과 만족감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는 우리가 AI와 맺는 관계 역시 인간관계와 매우 닮아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책은 AI와의 친밀함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알고리즘이 만들어 놓은 익숙한 선택지 안에서 살아갈수록 새로운 경험과 사고의 기회는 줄어들고 AI가 제시하는 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일이 반복되면 어느새 판단의 주도권마저 넘겨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나아가 점점 더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AI를 마주하는 시대에는 기술을 무조건 신뢰하거나 거부하기보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AI는 인간관계를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능력을 확장해 주는 도구이자 협력자로 활용될 때 가장 큰 가치를 지니며 인간다움과 주체적인 사고를 잃지 않는 균형 잡힌 관계가 AI 시대에 가장 필요한 자세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남았던 생각은 AI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인간관계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AI는 언제나 친절하게 반응하고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정한 관계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갈등과 오해를 풀어 가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 또한 AI에 생각과 기억을 지나치게 의존할수록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능력은 약해질 수 있으며 도구가 제공하는 편리함을 자신의 능력으로 착각하는 위험도 뒤따른다. 결국 문제는 AI의 발전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의 태도에 있으며 기술이 삶을 대신하도록 두는 것이 아니라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결국 <우리는 왜 AI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까?>는 AI를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AI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책이다. 저자는 AI를 무조건 경계하거나 낙관하지 않고 기술과 인간이 함께 살아갈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AI는 더욱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겠지만 그럴수록 '이 판단은 나의 것인가', '나는 지금 AI를 활용하는가, 아니면 의존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돌아보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이 책은 기술의 발전보다 인간다움을 지켜 나가는 일이 더 중요한 과제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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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제너레이션 AI - AI와 함께 자라난 신인류는 무엇을 소비하고 욕망하는가
맷 브리턴 지음 / 다산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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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을 넘어 우리의 일상과 산업, 교육 전반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제너레이션 AI>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AI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세대, 즉 '제너레이션 AI'가 살아갈 미래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조망한다. 저자는 이미 코딩과 콘텐츠 제작, 정보 탐색 등 지적 노동의 상당 부분을 인공지능이 수행하는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보여 주며 앞으로 노동시장과 교육, 인간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나아가 저자가 말하는 '제너레이션 AI', 즉 오늘날의 알파세대를 중심으로 AI를 자연스러운 환경으로 받아들이며 성장할 미래 세대가 마주하게 될 변화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내용뿐 아니라 독서 방식에서도 AI 시대의 변화를 보여 준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저자는 QR 코드를 통해 공식 '제너레이션 AI 책봇'을 제공하며 독자가 책을 읽는 동안 AI와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책의 핵심 내용을 빠르게 정리하거나 이해가 어려운 부분을 질문하고 더 깊이 탐구하고 싶은 주제를 확장해 볼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부가 기능이 아니라 AI와 함께 배우고 사고하는 새로운 독서 경험을 제안하는 장치라 할 수 있다.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내용뿐 아니라 독서 경험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체험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이 책만의 차별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AI 챗봇 클로드가 직접 작성한 서문이다. 이처럼 AI가 인간 사회와 알파세대의 미래를 다룬 책을 소개한다는 설정부터 흥미롭다. 클로드는 스스로를 인간과는 다른 형태의 지능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매일 사람들과 대화하며 AI가 인간의 사고와 학습, 일상에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 있는 지를 이야기한다. 동시에 AI는 인간의 잠재력을 확장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지나친 의존은 사고력과 인간다움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짚고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AI가 인간을 대신해 미래를 낙관하거나 비관하지 않는다는 거다. 교육과 의료, 노동, 인간관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가져올 가능성과 한계를 균형 있게 바라보며 결국 미래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AI가 직접 자신의 역할과 한계를 성찰하며 인간다움의 의미를 질문하는 이 서문은 앞으로 펼쳐질 책의 내용을 미리 압축해 보여 주는 동시에 독자에게 AI 시대를 어떤 태도로 바라봐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2부 <AI가 불러올 인류의 새로운 일상>, 그중에서도 '가정 속의 AI'를 다룬 장이다. 저자는 애니메이션 <우주 가족 젯슨>을 예로 들며 한때 상상 속 미래였던 스마트홈이 AI의 발전으로 현실이 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집 안의 가전제품과 음성 비서, 가족 챗봇은 서로 연결되어 집안일과 일정 관리, 장보기, 건강 관리까지 스스로 수행하고, AI는 가족의 생활 패턴을 학습하며 점차 새로운 가족 구성원처럼 일상 속에 자리 잡게 된다. 알파세대에게 이러한 환경은 특별한 기술 혁명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주어진 일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러나 저자는 기술이 가져다주는 편리함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AI가 가정 깊숙이 들어올수록 AI 리터러시와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가정 속 AI 관리의 본질이 더 편리한 삶을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대신할 수 없는 인간만의 가치를 지켜 내는 데 있다는 점이었다. 아이가 대화하는 상대가 진짜 친구인지 AI인지 살펴보고 오랫동안 이어 온 가족의 추억과 관계가 기술에 의해 대체되지 않도록 균형을 찾는 일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결국 저자는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술을 무조건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태도가 아니라 편리함과 인간다움 사이에서 올바른 균형을 찾아가는 자세임을 일깨워 준다.

<제너레이션 A>가 그려 내는 미래는 유토피아도, 디스토피아도 아니다. 저자는 AI가 가져올 거대한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사회적 불평등과 개인정보 보호, 교육의 변화, 일자리 재편 등 피할 수 없는 과제들을 함께 제시한다. 기술을 무조건 낙관하거나 두려워하기보다 변화의 방향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차분하게 살펴본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 주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을 덮고 나면 AI 시대를 준비한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일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힘을 기르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미래는 기술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가치관과 선택이 만들어 가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제너레이션 AI>는 다가올 시대를 예측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시대를 살아갈 우리의 역할과 책임까지 함께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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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김치 만화 클럽
허안나 지음 / 샘터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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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인생의 고비 앞에서 지쳐 파김치가 된 순간들을 만화를 통해 돌아보고 그 안에서 다시 살아갈 힘과 용기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전세사기, 코로나19, 반려묘와의 이별이 한꺼번에 찾아온 시간을 지나며 자신을 지탱해 준 만화들을 소개하고, 그 작품들이 삶에 남긴 의미를 담담하게 풀어내며 독자를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몰입하게 한다. 또한 파김치 만화 클럽에서 사람들과 함께 만화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 좋아하는 것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지친 마음을 조금씩 회복시키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뜻한 만화 한 편이 마음을 다독여 주는 작은 쉼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바쁜 일상 속에 편안한 위로와 쉼을 전하고 있어 더욱 인상적이다.

이처럼 책은 거창한 해결책보다 좋아하는 마음이 가진 힘에 주목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띠지에 적힌 "인생의 힘든 날들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버텨본 사람이라면, 이 만화를 분명 사랑하게 될 것이다."라는 문장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한 문장은 이 책이 단순히 만화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친 마음을 천천히 보듬으며 다시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건네는 이야기임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렇기에 이 책은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잠시 쉬어 갈 따뜻한 이야기를 찾는 사람들에게도 깊은 공감과 위로를 전할 것이다.

책은 저자가 왜 자신을 '파김치'라 칭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전세사기와 코로나19, 반려묘와의 이별, 그리고 연이어 찾아온 고양이들의 투병까지 감당해야 했던 저자는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점차 번아웃과 무기력에 빠져들게 된다. 힘겨운 하루를 버티는 것조차 어려웠던 시기, 유일하게 저자를 다시 움직이게 한 것은 오래도록 곁을 지켜 온 만화였다고 한다. 만화를 읽는 동안만큼은 현실을 잠시 내려놓고 웃고 울며 숨을 고를 수 있었고, 그렇게 조금씩 침대 밖으로 걸어 나올 힘을 되찾아 갔던 것이다. 이후 우연히 참여한 글 모임에서 사람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무언가를 해 보고 싶다는 마음도 되살아나게 된다.

하지만 글 모임이 끝나면서 다시 공허함이 찾아오자, 저자는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만화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파김치 만화 클럽'을 직접 만들게 된다. 클럽에서는 한 편의 만화를 함께 읽고 각자의 감상을 나누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작품에서 떠오른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만화로 표현하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그렇게 저자는 만화를 통해 다양한 사람과 새로운 감정을 만나고, 완전히 펴지지는 않더라도 조금씩 마음의 주름을 펴 가는 과정을 이 책에 담아냈다. 이러한 배경 위에서 책은 저자의 삶을 지탱해 준 여러 만화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내며,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들에 대한 기대감을 자연스럽게 높여 준다.


책에 담긴 여러 이야기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기나긴 떠돎의 끝에서 이야기한 '키미'의 이야기이다. 키미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길을 떠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여행이 늘 설렘으로만 채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낯선 환경은 기대만큼 자유롭지 않았고 익숙했던 일상과 사람들의 소중함도 뒤늦게 깨닫게 된다. 그렇게 여러 경험을 쌓으며 길을 걸어가는 키미의 모습은 새로운 시작이란 마냥 화려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고민과 선택을 반복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보여 주는 듯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여행의 의미를 멀리 떠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서 찾았다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떠남 자체를 성장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작품은 돌아갈 곳이 있기에 새로운 도전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 이야기를 읽다 보니 결국 삶도 여행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앞으로만 나아가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머무는 자리와 나를 기다려 주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길 때 비로소 다음 걸음을 내디딜 용기도 생긴다는 메시지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사실 이 책에 소개된 만화들 가운데 내가 직접 읽어 본 작품은 거의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저자가 소개하는 작품들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만화의 줄거리를 모두 알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저자는 각 작품이 자신의 삶과 어떤 순간에 만났고, 어떤 위로와 깨달음을 남겼는지를 자신의 경험과 함께 풀어내기 때문에 만화를 읽지 않은 사람도 자연스럽게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오히려 한 편의 만화가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붙잡아 줄 수 있는지 따라가다 보니 언젠가는 원작도 직접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좋아하는 것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저자가 만화를 통해 조금씩 무기력에서 벗어나 다시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었던 것처럼 나 역시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경험을 하였다. 그래서 <파김치 만화 클럽>은 만화를 소개하는 에세이라기보다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는 책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그리고 책장을 덮는 순간 나에게도 오래도록 힘이 되어 줄 한 편의 만화를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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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천 환생 고등학교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7
범유진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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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삼도천 환생 고등학교>는 죽은 아이들이 환생을 준비하는 저승의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로, 환생을 앞둔 세 학생이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생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지만, 작품 속 문이철, 서지유, 이하록은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들은 환생을 막기 위해 금지된 규칙을 어기고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신들만의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삼도천 환생 고등학교>의 가장 큰 매력은 독특한 설정 속에 현실적인 고민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점이다. 저승과 학교, 환생이라는 판타지적 배경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야기의 중심에는 실패와 상처, 후회와 두려움 같은 청소년들의 현실적인 감정이 자리하고 있어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세 학생은 환생을 막기 위해 행동하는 과정에서 잊고 있었던 죽음의 기억과 생전의 상처를 하나씩 마주하게 되는데, 그 과정은 단순한 모험이나 미스터리를 넘어 자신을 이해하고 성장해 가는 여정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 책은 흥미로운 설정이 돋보이는 판타지 소설인 동시에 삶을 다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야기는 환생 고등학교에 대해 먼저 설명하며 시작된다. 작품 속 저승에서는 죽은 영혼들이 팔대지옥에서 전생의 죄를 심판받은 뒤 환생을 준비하게 되는데,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한 아이들은 죄를 판단할 수 없어 특별한 예외로 분류된다. 이들은 삼도천 강가에서 환생을 기다리지만, 스스로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 어려워 오랜 시간 저승을 떠돌게 된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지장보살은 어린 영혼들이 자연스럽게 성장하며 다음 생을 준비할 수 있도록 ‘삼도천 환생 고등학교’, 즉 삼도고를 세운다.

삼도고는 저승에 존재하지만 이승의 학교와 비슷한 모습으로 운영된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생활하며 전생에 남은 미련과 상처를 돌아보고,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련을 이어 간다. 그리고 모든 미련을 내려놓고 스스로 성장한 영혼에게는 환생꽃이 피어나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기회가 주어진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판타지적 배경에 머무르지 않고 작품이 앞으로 이야기할 성장과 치유, 그리고 삶의 의미라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보여 주는 역할을 한다.


소설은 삼도고의 학생인 문이철, 이하록, 서지유의 이야기가 차례로 전개된 뒤, 세 아이와 특별한 인연으로 연결되는 현생의 아이 하아랑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문이철은 삼도고에서도 손꼽히는 말썽꾸러기다. 환생을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그는 환생 자체에 관심이 없으며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 공부와 경쟁에 시달리는 삶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과 서지유, 이하록의 환생꽃에 봉오리가 맺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세 사람은 환생을 막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무엇이든 알려 준다는 금지된 거울 지경을 찾아가 환생꽃을 시들게 할 방법을 묻고, 위험한 장소에 숨어들기까지 하며 규칙을 어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존재와 마주하고 친구 이하록마저 사라지면서 이야기는 더욱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문이철이 단순히 장난기 많은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환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삼도고의 분위기에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며 모두가 같은 삶을 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다른 상처와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정답이어야 하느냐는 그의 질문은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삼도고의 세 아이, 문이철과 이하록, 서지유에게는 과연 어떤 사연이 있기에 모든 아이가 바라던 환생을 거부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또한 이후 전개될 현생의 아이 하아랑의 이야기가 이들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지, 그리고 그 만남이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지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이어지는 이하록의 이야기는 그가 환생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이하록은 귀신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귀문’을 지닌 아이로 살아 있을 때부터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목소리들에 시달려 왔다. 이 능력은 그에게 특별함이라기보다 저주에 가까웠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상한 아이로 여겨지게 했다. 삼도고에 온 뒤에는 더 이상 그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귀문은 죽은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명사와 마주한 이하록은 다시 태어나도 이 귀문이 그대로 이어질지 묻고 싶어 한다. 그가 환생을 거부하는 이유는 단순히 저승 생활이 좋아서가 아니라 다시 태어나도 같은 고통을 반복하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는 서지유와 생전에도 친구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 진실을 말하지 못한 채 친구들과 함께하는 지금의 평온함을 지키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서지유의 이야기는 세 아이의 관계가 단순한 저승의 우정이 아니라 생전의 상처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서지유는 우연히 삼도천 아래의 기억돌 조각을 삼키고 잊고 있던 죽음의 일부를 떠올리게 된다. 그 기억 속에서 그는 이하록과 생전에도 친구였으며 자신을 구하려던 이하록이 사고에 휘말려 먼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서지유가 환생을 원하지 않게 된 이유는 자기 자신의 삶 때문만이 아니라 이하록이 환생 직전 죽음의 기억을 되찾고 자신을 원망하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는 이하록에게 진실을 말하지 못한 채 죄책감을 품고 친구와 함께하는 현재의 시간을 붙잡으려 한다. 그렇게 환생꽃을 시들게 하기 위해 망자의 옷을 훔치려던 세 사람의 작전은 실패하지만 이들은 곧 보물찾기 특별상으로 지장보살의 축복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환생을 위한 축제를 오히려 환생을 막기 위한 기회로 삼으려는 세 아이의 계획은 이후 이야기를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이렇게 저마다 다른 사연과 상처로 인해 환생을 거부하는 삼도고의 세 아이와 이 아이들과 접점이 되는 하아랑은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리고 세 아이는 환생을 막기 위한 보물찾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보물찾기는 단순히 소원을 이루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 안에 남아 있던 미련과 그리움을 마주하는 과정으로 확장된다. 세 사람은 하아랑이 자신들 모두의 보물, 즉 이승에 남기고 온 가장 큰 미련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미련의 또 다른 이름이 그리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환생을 거부하던 아이들은 비로소 자신들이 무엇을 붙잡고 있었는지, 그리고 무엇을 놓아 주지 못하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서로가 함께였기에 아이들이 조금씩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해 간다는 점이다. 문이철과 이하록, 서지유는 각기 다른 아픔을 안고 있지만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또한 작품 속에 담긴 아이들의 상처와 고민은 판타지적 설정 속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청소년들이 겪는 외로움과 불안, 죄책감과 맞닿아 있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삼도천 환생 고등학교>는 환생과 저승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넘어 상처 입은 아이들이 서로를 통해 성장해 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 내어 그 여운은 더욱 오래 남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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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는 낚싯바늘
윤제림 지음, 장고딕 그림 / 창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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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어린이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질문과 호기심을 낚싯바늘에 비유하며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의미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어린이의 엉뚱한 상상과 질문을 담은 동시집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펼쳐 보니 그 질문들은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물음표는 낚싯바늘>에서 윤제림 시인은 어린이의 시선을 빌려 사물과 생명, 그리고 주변 세계를 다채로운 각도에서 바라본다. 어린이들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에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 시인은 이러한 호기심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어 가는 어린이의 모습을 따뜻하게 그려 내며 독자들에게도 익숙한 일상을 다시 살펴보게 만든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동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물음표>이다. 시인은 ‘물음표는 낚싯바늘’이라는 독창적인 비유를 통해 어린이의 호기심이 지닌 힘을 보여 준다. 생각의 강물에 물음표를 던지자 말하는 숭어가 올라오고, 하늘 연못에 던지자 도깨비감투가 내려앉으며, 우주의 바다에 던지자 유에프오(UFO)가 나타난다. 현실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존재들이지만 시 속에서는 물음표 하나만으로도 얼마든지 새로운 이야기와 상상이 시작된다.

이 시를 읽으며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상상의 즐거움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는 세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보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와 만남으로 이어진다. 시 속 화자가 망설임 없이 물음표를 던지는 모습은 호기심이야말로 세상을 더 넓고 깊게 이해하게 만드는 출발점임을 보여 준다. 익숙한 것에 질문을 던지는 순간 평범한 일상도 새로운 이야기로 가득 찬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 깊게 다가왔다.


또 다른 작품인 <아기가 말을 배우는 이유>는 짧은 분량 속에서도 기발한 상상력과 유쾌한 반전이 돋보이는 시이다. 우리는 보통 아기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말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시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그 이유를 설명한다. 아기는 자신의 말을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자 답답함을 느끼고 결국 ‘지구의 말’을 배우기로 결심한다는 것이다. 마치 아기가 원래부터 자신만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설정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특히 어른의 시선이 아니라 아기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익숙한 현상을 새롭게 해석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 속 장면을 낯설고 재미있게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시는 윤제림 시인이 지닌 상상력의 매력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이 동시집이 단순히 어린이를 위한 동시집에 머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제림 시인은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질문하는 즐거움과 타인을 향한 따뜻한 관심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를 전하고 있다.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는 호기심은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게 만들고, 존재하는 모든 것과 친구가 되려는 마음은 세상을 더욱 넓고 다정하게 바라보게 한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많은 것들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질문하기를 멈추곤 한다. 그러나 <물음표는 낚싯바늘>은 익숙한 일상 속에도 여전히 발견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으며 세상을 향한 작은 호기심 하나가 생각보다 훨씬 넓은 세계로 우리를 이끌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그래서 이 책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동시집이라고생각한다. 잊고 지냈던 상상력과 호기심, 그리고 세상과 다정하게 대화하는 마음을 다시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미소를 짓게 만들고, 책을 덮은 뒤에는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보게 만드는 따뜻한 힘이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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