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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과학책 - 엉뚱한 호기심에서 시작되는 유쾌한 과학 교양
김진우(은잡지) 지음, 최재천 감수 / 빅피시 / 2025년 11월
평점 :
제목과 표지만 보아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을 듯하여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일상에서 한 번쯤 떠올려 보았을 법한 사소한 질문에서 출발하고 있다. 태아의 배변 여부, 펭귄이 동상에 걸리지 않는 이유, 벌집이 육각형인 까닭과 같은 질문은 가볍게 넘길 수 있는 호기심처럼 보이지만 책은 그 이면에 자리한 생물학, 화학, 생태학, 신경과학의 원리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복잡한 이론을 나열하기보다 그림과 스토리텔링을 활용하여 개념을 구조화하여 이야기하여 누구에게라도 과학을 일상과 분리된 학문이 아니라 생활 속 현상을 해석하는 도구로 인식하도록 돕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자연의 구조와 기능을 과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대멸종 이후에도 생존할 수 있었던 거북의 등껍질 구조, 동상을 방지하는 펭귄 발의 혈관 배열, 고속열차 설계에도 활용되는 벌집의 허니콤 구조 등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자연 속 형상과 배열이 단순한 모양이 아니라 효율과 생존 전략의 결과임을 설명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연을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탐구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며 관찰과 질문이 과학적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자연을 단순한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로 인식하게 만든다. 인간을 지구의 지배자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지구는 결코 인간만의 공간이 아니다. 수많은 생명체가 각자의 방식으로 환경에 적응하며 공존해 왔고, 인간 역시 그 생태계의 일부인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자연을 통제하는 태도가 아니라 다양한 생물과 어떻게 지속적으로 공존할 수 있을 지를 이해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생명체의 구조와 생존 전략을 존중하고 과학적 탐구를 통해 그 원리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책은 5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과학 채널 〈은근한 잡다한 지식〉의 두 번째 저서로, 전작 <엉뚱한 과학책>에 이어 보다 확장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심해에서 하늘에 이르기까지 살아 있는 모든 존재를 탐구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사람과 동물, 진화와 적응, 생태와 환경을 폭넓게 아우르고 있다. 하지만 과학 지식을 단편적으로 나열하는 대신, 질문을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하여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개념을 이해하도록 구성하고 있는 게 큰 매력이다.
책은 총 6개의 장으로 이루어 있으며 인체의 신비로운 작동 원리에서 출발해 동물의 생존 기술과 진화 과정, 생태계의 상호 연결성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히여 이야기하고 있다. 이어 곤충의 세계와 동물의 일상 행동 속 과학적 원리까지 다루며 지구 생명체 전반을 하나의 흐름 속에서 조망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개별 사례를 넘어 지구라는 하나의 체계 안에서 모든 생명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먼저 ‘태아도 엄마 뱃속에서 똥을 쌀까?’라는 질문을 통해 인체의 기본적인 생리 작용을 설명하고 있다. 태아는 탯줄과 태반을 통해 이미 소화 과정을 거친 영양분만을 전달 받기 때문에 일반적인 음식물 찌꺼기로 인한 대변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즉 태아의 몸에는 배설해야 할 불필요한 소화 부산물이 거의 남지 않는다. 다만 태아는 양수를 마시고 일부를 소변으로 배출하는데 이 소변은 다시 양수의 일부가 된다. 이러한 순환 과정은 태아 발달에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으로 위생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한편 태아의 장에는 탈락한 세포와 점액, 미처 흡수되지 않은 양수 등이 축적되어 ‘태변’이라 불리는 물질이 형성된다. 태변은 대개 출생 직후 배출되지만 드물게 자궁 내에서 배출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태변이 양수와 함께 태아의 폐로 들어가면 ‘태변 흡입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으며 출생 직후 호흡 곤란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초음파 관찰이 이루어지며 필요할 경우 폐 세척 등의 의학적 처치를 시행한다. 이 사례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하여해 인체의 발달 과정과 의학적 관리의 중요성까지 연결되는 과학적 설명의 전개 방식을 잘 보여준다.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사례로 제시되는 것은 노르웨이 하르다에르비다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순록 집단 폐사 사건이다. 2016년 8월, 번개가 툰드라 지대에 떨어지면서 무리 지어 있던 야생 순록 323마리가 한꺼번에 즉사했다. 갑작스러운 자연 재해로 대규모 사체가 발생하자 이를 치워야 할지 여부를 두고 논쟁이 일어났다. 주민들은 부패로 인한 악취와 해충 증가, 생태계 훼손을 우려했지만 국립공원 측은 번개와 폐사 모두 자연 현상이라는 점을 들어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사체 주변에는 구더기와 설치류가 늘어났고, 이를 먹이로 삼는 새와 까마귀, 여우, 검수리 등 상위 포식자까지 차례로 등장했다. 연구 결과 몇 년 사이 조류와 육식동물의 개체 수가 증가하고, 특정 식물의 종자 확산이 이루어지는 등 생태계 내 상호작용이 활발해졌다. 인간이 개입하지 않은 선택이 오히려 새로운 생태적 균형을 형성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 사례는 자연 현상을 단기적 문제로만 판단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생태계의 자정 능력과 순환 구조를 이해해야 함을 보여준다.
책은 흔히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넘겼던 익숙한 장면을 낯선 시각으로 다시 해석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책은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생명 현상과 자연의 구조가 실제로는 치밀한 생리 작용과 진화의 축적이라는 점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 준다. 질문에서 출발해 근거를 따라가며 설명에 이르는 전개 방식 덕분에 우리는 개별 지식을 단편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원리가 형성되는 과정을 함께 이해하게 된다. 그 결과 과학적 개념이 한층 명확하게 정리되고 복잡하게 느껴졌던 내용도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책은 서로 다른 분야의 내용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제시함으로써 자연 현상을 하나의 흐름 속에서 바라보게 한다. 인체의 작동 원리, 동물의 적응 전략, 생태계의 상호 관계는 따로 떨어진 주제가 아니라 동일한 법칙 안에서 설명된다. 이러한 구성은 과학을 암기해야 할 정보의 집합이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는 합리적 틀로 인식하게 만든다. 읽는 과정 자체가 과학적 사고 방식을 연습하는 시간이 되며 동시에 과학적 원리를 보다 쉽게 체득하도록 도와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유용한 시간이 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