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클럽 1 - 보름밤의 담력 시험 도도클럽 1
조우리 지음 / 창비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 그림 속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아 읽게 된 책이다. <도도 클럽 1 - 보름밤의 담력시험>은 한국 전통의 도사를 키우는 도량중학교를 배경으로 각자의 비밀을 지닌 비아, 도림, 소이가 도사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이야기를 그린다. 여기에 도깨비와 요괴, 부적과 도술 등 우리 전통 설화의 요소를 더해 학교 판타지라는 익숙한 장르를 새로운 분위기로 풀어내고 있다.

이야기는 도량중학교 입학을 앞둔 세 친구가 보름밤 담력시험에 참여하면서 시작된다. 도깨비왕의 후계자인 비아, 도사 집안 출신으로 부적을 사용하는 도림, 인간을 관찰하기 위해 지구에 온 외계인 소이는 각자의 비밀을 간직한 채 요괴와 맞서게 된다.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인 이 책은 세 친구가 서로를 알아가고 도사로서 첫 시험을 치르는 과정을 통해 앞으로 펼쳐질 모험과 성장의 시작을 보여 준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도량중학교 신입생들이 예비 소집일에 참석하기 위해 도량산을 오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이들은 보호자와 함께 산 아래에 도착하지만, 안내문을 든 채 혼자 학교를 찾아가야 한다. 그중 비아는 새로운 학교와 친구들을 생각하며 설레지만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까 긴장하기도 한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오른쪽 가슴에 손을 얹는 모습에서 비아가 인간이 아닌 어린 도깨비라는 사실도 드러난다.

학교로 향하는 길에서 아이들은 오르막길과 갈림길을 지나며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기 시작한다. 처음 만난 아이들이 같은 목적지를 향해 걷는 과정은 앞으로 이들이 친구가 되고 함께 사건을 겪게 될 것임을 보여 준다. 산속에 자리한 도량중학교와 학생들만 참석할 수 있는 예비 소집일, 그리고 저마다 비밀을 지닌 신입생들의 등장은 학교가 평범한 곳이 아니라는 점을 알리며 이후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높인다.


도량중학교에 들어선 뒤에는 또 다른 주인공 도림이 모습을 드러낸다. 신입생 대표로 단상에 오른 도림은 단정한 단발머리와 또렷한 인상만으로도 첫 등장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비아와는 다른 분위기를 지닌 도림은 유서 깊은 도사 집안의 막내딸로, 도사라는 존재와 도량중학교의 비밀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덕분에 도림을 통해 작품의 세계관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도림이 지니고 있는 만사형통 부적은 이후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장치이자 어떤 사건이 다가올지 기대하게 만든다. 도림의 아버지는 꼭 필요한 순간에만 사용하라고 당부하지만, 언제 어떤 상황에서 그 부적이 쓰이게 될지는 쉽게 짐작할 수 없다. 이처럼 저자는 도사와 부적이라는 우리 전통의 소재를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녹여 내며 앞으로 펼쳐질 사건을 기대하게 만든다. 비아와 도림, 그리고 아직 모습을 모두 드러내지 않은 소이가 어떤 방식으로 힘을 모아 가게 될지 더욱 궁금해진다.

본격적인 모험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보름밤에 열리는 신입생 담력시험이다. 룸메이트가 된 비아와 도림은 늘 수첩을 들고 다니는 소이와 함께 예상하지 못한 일에 휘말리게 된다. 서로 다른 성격과 비밀을 지닌 세 아이가 처음으로 힘을 모으는 과정은 앞으로 이어질 모험의 출발점이 된다.

그리고 담력시험은 단순히 용기를 겨루는 행사가 아니라 도량중학교에 숨겨진 또 다른 비밀을 암시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학생들만의 전통이라고 생각했던 시험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곳곳에 남겨진 단서들은 '이 시험은 왜 열리는 것일까?'라는 궁금증을 품게 만든다. 저자는 사건의 실체를 쉽게 드러내지 않은 채 긴장감을 이어 가며 독자가 세 친구와 함께 학교의 비밀을 따라가도록 이끈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세 친구가 마주하게 될 첫 번째 모험의 결말이 궁금해진다.

이 책은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인 동시에 시리즈의 출발점 역할을 한다. 첫 권에서는 도도클럽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세 친구가 처음으로 힘을 모으는 모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앞으로 이어질 모험을 위한 배경과 인물들의 관계를 차근차근 쌓아 나간다. 그래서 이번 이야기는 사건의 해결 자체보다 도도클럽이 어떤 모임이며 세 친구가 어떤 여정을 시작하게 되는지를 보여 주는 데 의미를 두고 있는 듯하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한국 전통 설화의 소재를 학교 판타지와 자연스럽게 결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깨비와 도사, 요괴와 부적 같은 요소를 학교생활 속에 녹여 내면서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도록 구성하고 있어 굉장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나몬 작가의 그림은 도량중학교와 등장인물의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고 책 말미에 수록된 한자어 사전은 작품 속 용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첫 권에서 도도클럽이 결성되고 첫 사건이 마무리된 만큼 앞으로 이들이 어떤 사건을 만나고 도사로서 어떻게 성장해 갈지 다음 권의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진다이아를 사랑해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김선미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의 띠지에 적힌 “슬픔도 유행이 되어야 사람들이 안 잊어.”라는 문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가제본 서평단으로 작품의 일부를 먼저 읽었을 때는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 단숨에 읽었지만, 결말까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유명 인플루언서 진다이아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어떻게 밝혀질지, 작가가 이 사건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는지 너무 궁금했는데 정식 출간과 함께 비로소 작품 전체를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우리는 진다이아를 사랑해>는 유명 인플루언서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그 이면에는 소셜미디어 시대의 인간관계와 인정 욕구를 담아내고 있다. 소설은 조회수와 '좋아요'가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온라인에서 소비되는 이미지가 실제 삶을 대신하는 현실을 날카롭게 그려낸다. 과잉기억증후군을 앓는 '다니'가 진다이아의 주변 사람들을 만나며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은 단순히 한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작품은 우리가 타인을 얼마나 쉽게 소비하고 판단하는지, 그리고 화면 속 이미지가 아닌 한 사람 자체를 바라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되짚어 보게 한다.


이야기의 시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진다이아의 죽음보다 그 죽음을 둘러싼 온라인의 풍경이다. 마지막 게시물의 댓글 창에는 추모와 비난, 의혹이 뒤섞여 끊임없이 쌓이고, 새로 고침을 할 때마다 '좋아요' 수는 늘어나지만 팔로워 수는 빠르게 줄어든다. 이 장면은 한 사람의 죽음마저도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소비되고, 관심 또한 빠르게 다른 곳으로 옮겨 가는 소셜미디어의 단면을 보여 준다.

저자는 이러한 풍경을 제시한 뒤 곧바로 사건의 진실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진다이아를 둘러싼 엇갈린 반응과 분위기를 먼저 보여 주며 '과연 진다이아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녀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라는 궁금증을 자연스럽게 품게 한다. 이후 이야기는 그 질문을 따라 진다이아의 삶을 하나씩 되짚어 나가고 독자는 흩어진 단서를 따라가며 사건의 진실에 점점 더 몰입하게 된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진다이아를 하나의 인물로 그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엄마와 동생 루비, 세정, 수영, 그리고 서준까지 저마다 기억하는 진다이아의 모습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가족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저자는 한 사람을 둘러싼 여러 기억과 감정을 쌓아 가며 인플루언서라는 이미지 뒤에 있던 진다이아의 삶을 보여 준다.

다니가 진다이아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장소에서 그녀의 흔적을 되짚어 보는 장면도 인상 깊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사진 한 장이었지만 진다이아에게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기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남는다. 소설은 이 장면을 통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이 어떻게 타인의 시선과 숫자에 자신을 맞추는 삶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결국 진다이아의 이야기는 한 인플루언서의 죽음을 넘어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가장 오래 남는 것은 바로 '본다는 것'의 의미이다. 추모식장에서는 진다이아를 기리는 영상이 흐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사진을 찍고 게시물에 올릴 문구와 해시태그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것을 바라보고 있었고, 이 장면은 무엇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가 받아들이는 세상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타인을 기억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 사람보다 이미지와 반응에 더 익숙한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진다이아를 사랑해>는 인플루언서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넘어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작품이다. 우리는 보이는 모습만으로 누군가를 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기준으로 쉽게 판단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소설은 서로 다른 기억과 시선 속에서 한 사람을 단정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 주며 타인을 이해하기에 앞서 먼저 제대로 바라보려는 태도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화면 너머의 누군가를 향한 이야기인 동시에 지금 우리가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정 조절 -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나를 지켜 내는 방법
권혜경 지음 / 을유문화사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나를 지켜내는 방법'이라는 소제목의 문구가 인상 깊어 읽게 된 책이다.이 책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이해하고 건강하게 다루는 방법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2016년 출간 이후 감정 조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꾸준히 읽혀 온 이 책은 출간 10주년을 맞아 개정증보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저자는 지난 10년 동안 축적한 심리 치료 경험과 연구 성과를 반영해 오늘날 더욱 중요해진 감정 조절의 의미를 다시 정리하며 개인의 마음을 돌보는 일이 건강한 관계와 안정된 삶의 출발점임을 강조한다.

이번 개정증보판은 변화한 사회 현실을 반영해 내용을 한층 보강했다고 한다. 세대 간 트라우마의 대물림과 내면가족체계(IFS) 심리 치료를 비롯하여 남녀 갈등, 여성을 향한 폭력, 공포를 이용한 진영 갈등, 마음의 다중성 등 현대 사회에서 더욱 중요해진 심리적 문제들을 새롭게 다루고 있다. 여기에 애착 유형 검사와 장별 명상 실습을 추가하여 독자가 자신의 감정을 직접 돌아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도 눈에 띈다. 책은 변화한 사회 환경 속에서 감정을 바라보는 시각과 마음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다 폭넓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책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부분은 감정 조절의 핵심을 안전감에서 찾는 관점이다. 저자는 감정 조절을 단순히 마음을 다스리는 심리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생존 본능과 연결된 기능으로 설명하고 있다. 인간은 오랜 진화 과정에서 안전한 상태를 유지할 때 비로소 사고하고 협력하며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발달해 왔다. 반대로 신체적·심리적 안전이 위협받는 순간에는 이를 생존의 위기로 인식해 싸우거나 도망가고 때로는 얼어붙는 방어 반응을 우선적으로 작동시킨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이성적인 판단이나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보다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 먼저가 되므로, 감정 조절 역시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설명이 인상 깊었다.

저자는 이러한 안전감을 개인의 문제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가정에서 형성되는 개인적 안전감 뿐 아니라 학교와 직장, 사회와 국가처럼 자신이 속한 공동체 안에서 느끼는 사회적 안전감 역시 감정 조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결국 안정된 환경은 개인이 자신의 감정을 유연하게 다루고 균형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토대가 되며 감정 조절이 가능한 개인들이 다시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더 큰 안전감을 형성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감정 조절을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감을 바탕으로 작동하는 인간의 생존 시스템으로 설명한 점은 이 책의 핵심 메시지이자 가장 설득력 있게 다가온 부분이다.


책은 먼저 감정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로잡으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감정을 현재의 경험을 빠르게 해석하고 행동의 방향을 알려 주는 생존의 신호로 설명한다. 불안은 위험을 피하도록 경고하고, 기쁨은 긍정적인 경험을 반복하도록 이끌며, 슬픔과 분노 역시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감정은 표정과 시선, 목소리, 몸짓 같은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타인에게 자신의 상태를 전달하고 서로 공감하도록 돕는 중요한 소통 수단이기도 하다. 결국 감정은 삶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아니라 인간이 생존하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기 위해 갖추게 된 필수적인 기능이라는 저자의 설명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이러한 관점 위에서 저자는 감정 조절의 의미를 다시 정의한다. 감정 조절은 화를 참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며 좋은 감정만 선택적으로 느끼는 상태는 더더욱 아니다. 모든 감정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되 그 감정에 휘둘려 이성을 잃지도, 반대로 감정을 무감각하게 차단하지도 않는 상태가 진정한 감정 조절이라는 것이다. 특히 사람마다 감정을 견딜 수 있는 범위가 다르다는 설명이 인상 깊었다. 감정 조절이 잘되는 사람은 다양한 감정을 안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균형을 유지하는 반면, 그 범위가 좁을수록 작은 자극에도 쉽게 분노하거나 불안과 우울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한다. 감정을 없애려 하기보다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마음의 폭을 넓혀 가는 것이 감정 조절의 본질이라는 점을 책을 통해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감정 조절을 뇌과학적 관점에서 설명한 부분도 흥미로웠다. 저자는 몸과 마음을 서로 분리된 것으로 보는 대신, 하나의 경험을 함께 처리하며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로 바라본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인간의 뇌를 생존 기능을 담당하는 뇌간, 감정과 기억을 다루는 변연계, 이성과 판단을 맡는 대뇌피질로 나누어 살펴본다. 특히 변연계에 속한 편도체는 위험을 감지하는 화재경보기처럼 작동해 사소한 자극에도 위협 신호를 보낼 수 있고 해마는 경험을 시간과 공간의 맥락 속에서 기억으로 저장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강한 감정에 압도되면 경험이 온전한 이야기로 정리되지 못한 채 파편적인 감각과 공포로 남을 수 있으며 이후 비슷한 자극을 만났을 때 과거의 일이 현재 다시 일어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이 설명을 통해 감정적으로 과도하게 반응하는 행동을 단순히 의지 부족이나 성격의 문제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대뇌피질, 특히 전전두엽은 감정을 조절하고 행동의 결과를 예상하며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위협이 강하게 감지되면 편도체와 뇌간의 생존 반응이 우선하면서 전전두엽의 이성적 판단 능력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워진다. 이때 자율신경계도 함께 반응해 교감신경은 심장박동과 호흡을 빠르게 하며 싸우거나 도망갈 준비를 시키고, 부교감신경은 몸을 느리게 하며 휴식과 회복을 돕는다. 두 체계가 상황에 맞게 균형을 이루면 다시 안정된 상태로 돌아갈 수 있지만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불안과 분노가 계속되거나 무기력하게 얼어붙는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결국 감정 조절은 생각만으로 마음을 통제하는 일이 아니라 뇌와 신체, 기억과 신경계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위협에서 벗어나 평형을 회복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후 책은 감정 조절의 원리와 원인을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를 실제 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심호흡과 근육 이완, 명상처럼 몸의 긴장을 낮추는 방법부터 상상과 놀이,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활용하는 방법, 관계 속 갈등을 보다 건강하게 다루는 태도까지 폭넓게 다룬다. 도파민과 옥시토신, 엔도르핀 등 감정과 관련된 신체 반응을 활용하는 방법도 소개하여 자신의 상태에 맞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유아기에 양육자와 맺은 관계가 성인이 된 이후의 대인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설명하고 독자가 자신의 관계 방식을 직접 살펴볼 수 있도록 ‘성인 애착 검사’를 실어 이해를 돕고 있다. 여기에 각 장의 내용과 연결된 명상 실습까지 더해져 책에서 배운 개념을 머리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신체 반응을 직접 관찰하고 연습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더욱 유용하다.

결국 <감정 조절>은 감정 문제를 개인의 의지나 성격 탓으로 돌리지 않고 한 사람이 살아온 관계와 환경, 몸과 신경계의 반응까지 함께 살펴보게 만든다. 감정에 쉽게 휩쓸리는 사람을 단순히 참을성이 부족하거나 미성숙하다고 판단하기보다 그 사람이 어떤 위협을 경험했고 왜 방어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었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의 감정 상태는 가정과 학교, 직장과 사회의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감정 조절을 개인적인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보여주고 있어 더욱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감정을 없애거나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고 있어 더 현실적이다. 불안과 분노, 슬픔 같은 감정도 삶에 필요한 신호임을 인정하고 그 감정이 삶 전체를 지배하지 않도록 다시 중심을 찾는 힘을 기르는 데 초점을 둔다. 자신의 애착 유형과 반복되는 반응을 점검하고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실천하다 보면 감정에 끌려가기보다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며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조금씩 넓어질 수 있다. 책을 통해 오늘날 처럼 불안과 갈등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나를 지킨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건강한 관계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책을 통해 차분히 다시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아주 큰 의미가 있는 시간을 선물하였다고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성 인간 - 그들의 다크 심리를 무력화하는 7가지 심리 전략
리앤 텐 브링크 지음, 김효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성 인간'이라는 제목에 궁금증이 생겨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사이코패스, 나르시시스트, 마키아벨리언, 사디즘과 같은 이른바 어둠의 성격 유형을 지닌 사람들이 개인과 조직,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심리학 연구를 바탕으로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인물들이 영화나 범죄 사건 속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직장의 상사, 동료, 연인, 이웃처럼 일상 속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임을 보여 주며 그들의 행동 원리와 거짓, 조종의 메커니즘을 객관적인 연구 결과를 통해 설명한다.

특히 이 책은 단순히 독성 인간의 특징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우리는 오히려 그들에게 쉽게 끌리는지, 무례함을 능력으로 착각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거짓말과 가스라이팅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지 등을 다양한 사례와 실험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교도소 수감자부터 헤지펀드 매니저,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연구 대상을 바탕으로 독성 인간이 권력을 획득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을 분석하는 한편, 그들의 조종과 기만에서 벗어나 삶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대응 방안까지 함께 제시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저자는 먼저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이 오랫동안 편견과 오해 속에서 사용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동성애자에게까지 사이코패스 성격이라는 낙인을 찍었던 사례를 통해 개념이 얼마나 모호하게 남용되었는지를 설명한 뒤, 현대 심리학은 이를 냉담함과 조종성, 충동성, 반사회성 등으로 이루어진 측정 가능한 성격 특성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이러한 어두운 성향은 연쇄살인범이나 강력범죄자 같은 극단적인 인물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이유 없이 타인을 괴롭히는 이웃이나 자신을 과시하며 뒤에서 험담하는 동료, 상대를 통제하려는 연인처럼 우리의 일상 속 다양한 인간관계에서도 쉽게 발견될 수 있음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이를 바탕으로 사이코패시는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틀임을 강조하고 있다.

책은 인간 본성 전체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수의 독성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협력과 공감을 바탕으로 살아가지만 독성 인간에게 권력과 신뢰가 집중될 때 조직과 사회의 기준은 쉽게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 책은 독성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을 미리 식별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제시하며 더 나아가 이러한 인물이 영향력을 얻지 못하도록 우리의 판단 기준을 돌아볼 필요성을 제안한다. 결국 독성 인간을 연구하는 목적은 인간을 불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한 인간관계와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통찰을 제공하는 데 있음을 일깨워 준다.


이러한 독성 인간은 극소수의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사회 곳곳에 다양한 형태로 분포하고 있다. 저자는 여러 심리학 연구를 종합한 결과, 연구 대상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체 인구의 약 20퍼센트가 비교적 강한 어둠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적십자사 헌혈자나 노숙자 쉼터 자원봉사자처럼 친사회적 행동을 실천하는 집단에서는 그 비율이 더 낮아질 수 있는 반면, 수감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훨씬 높은 수치가 나타났다. 이는 독성 인간이 특정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연속선 형태로 분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평소에는 선량한 사람이라도 극심한 스트레스나 특정한 환경에서는 일시적으로 냉담하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다는 '상황적 사이코패스' 개념을 제시하며 인간의 행동은 성격과 환경이 함께 만들어 낸 결과임을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어두운 성향은 하나의 모습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저자는 이를 이해하기 위한 심리학적 틀로 '어둠의 네 가지 유형(Dark Tetrad)'을 제시한다. 사이코패시를 비롯해 과도한 자기애를 보이는 나르시시즘, 타인을 계산적으로 이용하고 조종하려는 마키아벨리즘, 타인의 고통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디즘은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니지만 공감 능력의 결핍과 타인을 도구처럼 대하는 태도라는 공통된 기반을 공유한다. 또한 이러한 성향은 반사회성 성격장애나 자기애성 성격장애 등과도 일부 맞닿아 있지만 동일한 개념은 아니며 각각의 특성을 함께 이해할 때 현실에서 마주하는 독성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독성 인간의 특성을 이해했다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그들을 어떻게 알아볼 것인가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독성 인간에게 쉽게 속는 이유가 피상적 매력에 있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자신감 있고 호감 가는 모습으로 다가와 상대의 신뢰를 얻은 뒤 조종과 기만을 시작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상대의 말을 사실로 받아들이려는 '진실 기본값(truth-default)'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거짓말을 의심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독성 인간은 이러한 인간 심리를 누구보다 교묘하게 이용하며 관계의 주도권을 장악한다.

그렇다고 이들의 거짓을 알아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눈을 피하거나 안절부절못한다는 통념과 달리 진실을 가려내는 핵심은 비언어적 행동보다 이야기의 구체성과 일관성에 있다고 설명한다. 준비된 거짓말은 예상하지 못한 질문 앞에서 쉽게 허점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실제 사건 분석과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독성 인간의 행동 패턴을 읽어내는 질문법과 진단 기준을 제시하며 중요한 것은 상대를 무조건 의심하는 태도가 아니라 반복되는 행동과 모순된 언행을 차분히 관찰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독성 인간을 알아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직감에만 의존하기보다 심리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상대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데 있음을 깨닫게 한다.

책을 다 읽고 오래 남은 질문은 '독성 인간을 어떻게 없앨 것인가'가 아니라 '나는 그들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이다. 저자는 관계를 끊을 수 있다면 미련보다 현실을 선택하고 떠날 수 없는 관계라면 명확한 경계를 세우며 상대의 말보다 행동과 사실을 확인하라고 권한다. 독성 인간이 언젠가는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에 자신의 삶을 맡기기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지켜 내는 편이 훨씬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뜻이다. 관계의 방향은 결국 상대의 변화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서 결정된다는 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책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독성은 특정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군중심리와 경쟁, 스트레스 같은 환경 속에서 누구에게나 드러날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이야기한다. 평범한 사람도 상황에 따라 독성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타인을 경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나자신의 말과 행동까지 돌아보게 한다. 결국 건강한 관계는 누군가를 바꾸려는 기대보다 서로를 존중하고 스스로의 태도를 다듬으려는 노력 속에서 만들어짐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아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성 인간 - 그들의 다크 심리를 무력화하는 7가지 심리 전략
리앤 텐 브링크 지음, 김효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주고받는 이유를 심리학적으로 풀어내고, 독성 인간을 피하는 법을 넘어 현명하게 관계를 지켜 나가는 방법까지 들려줄 것 같아 기대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