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비가 내리면 창비아동문고 349
신주선 지음, 방새미 그림 / 창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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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환경 문제는 흔히 어렵고 무거운 주제로 여겨지지만 동화는 이러한 문제를 어린이의 시선에서 새롭게 해석할 수 있게끔 하며 더 깊은 사유를 이끌어 낸다. 신주선 작가의 동화집인 이 책은 해양 오염과 산림 훼손, 동물 살처분처럼 우리 사회가 마주한 생태적 현실을 피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환상적인 서사로 풀어내고 있다. 2019년 부산아동문학상 수상 이후 7년 만에 발표된 이번 동화집은 생명과 환경에 대한 저자의 지속적인 관심을 여섯 편의 이야기로 묶어서 동화를 통해 현실을 더 깊게 성찰할 수 있음을 깨닫게 만든다.

이 책은 교훈을 직접 제시하기보다 이야기 전개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바다 생물의 탈출을 그린 모험담, 동물 구조와 살처분을 다룬 상상력 있는 설정, 플라스틱과 개발 문제를 비틀어 바라보는 장면들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절제된 문장과 균형 잡힌 유머는 생명의 가치와 회복의 가능성을 차분히 드러내며 책을 읽는 이들로 하여금 환경 문제를 자기 몫의 질문으로 받아들이도록 이끌고 있다.


책의 표제작이자 제일 처음 실린 <바다 비가 내리면>은 한밤중 낡은 아파트에 내리는 낯선 비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주인공 나가 창문을 닫을 까 고민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서늘한 바람과 함께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퍼지고 창밖에는 공중을 헤엄치듯 날아다니는 물고기와 해파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현실과 바다가 뒤섞인 이 장면에서 주인공 나는 자연스럽게 하늘 위로 떠오르게 되고 그곳에서 바다 생물들의 무리와 가오리 등에 올라탄 정체불명의 소년을 만나게 된다.

소년은 자신을 용왕의 아들이라고 밝히며 인간의 도시에 갇혀 있는 바다 생물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목적지는 아쿠아리움으로, 그곳에 친구가 잡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길을 아는 인간으로서 이들의 안내를 맡게 된다. 이야기는 주인공 나가 큰 거북의 등에 올라타 도시 위를 이동하며 바다 비가 내리는 동안에만 가능한 이 특별한 여정을 함께하는 과정으로 전개된다. 바다 비는 용왕의 아들이 오랜 시간 준비해 만들어 낸 것으로 바다와 땅의 경계를 잠시 허무는 장치로 작동한다. 동화는 이 설정을 통해 바다 생물들이 인간의 공간으로 오게 된 이유와 용왕의 아들이 향하는 목적지를 분명하게 제시하며 이야기를 이어가고 이 환상적인 이야기들은 어느 새 책에 폭 빠지게 만든다.

이야기는 한 아이의 모험을 그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간이 만든 공간 속으로 밀려 들어온 바다 생물들의 처지를 이야기의 중심에 두고 있다. 여기서 아쿠아리움은 보호라는 이름으로 생명이 분리되는 장소로 등장하며 용왕의 아들이 친구를 찾기 위해 그곳으로 향하는 설정은 인간 중심의 시각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바다와 육지를 이어 주는 바다 비는 두 세계의 경계를 잠시 느슨하게 만드는 장치로 보이지 않던 생태적 현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여정에 동참한 바다 생물들은 각자 잃어버린 존재를 안고 있으며 이들의 침묵은 이야기의 무게를 더한다.

그리고 동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모든 문제가 말끔히 정리되지는 않아서 더 인상적이다. 여전히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생명이 남아 있고 주인공 나가 다시 바다 비를 부르는 장면은 현실의 생태 문제가 단번에 해결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저자는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독자가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이는 바다 생물들이 왜 인간의 영역에 갇히게 되었는지, 그 상황을 만든 책임은 어디에 있는 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책은 여섯 편의 단편을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하나의 질문을 공유하며 이어지는 구성으로 완성된다. 바다와 숲, 동물과 도시라는 각기 다른 무대는 인간의 판단과 행동이 생명에 어떤 결과를 남기는 지를 계속하여 환기시킨다. 저자는 오염과 개발, 살처분과 전시 같은 현실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상상력에 기반한 설정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상황을 이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로써 이 책은 지식을 전달하는 설명서가 아니라 사유의 출발점이 되는 이야기로 자리 잡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이 강조하는 바는 생명이 관리되거나 보호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관계를 맺으며 존재하는 주체라는 점이다. 이야기 속 존재들은 침묵하지 않고 자신의 위치에서 움직이며 인간 중심의 질서를 흔든다. 또한 저자는 명확한 결론이나 행동 지침을 제시하기보다독자가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과 그에 따른 책임을 다시 생각하도록 만들며 더 깊은 울림을 전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어린이에게는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어른에게는 익숙해진 현실을 재고하게 만들며 지속 가능한 삶을 모색하는 첫 단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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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 남은 김미자
김중미 지음 / 사계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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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미 작가의 에세이라서 읽게 된 책이다. 가족에 대한 기록은 개인의 기억을 넘어서 한 시대의 풍경을 드러내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동안 아동청소년문학을 통해 사회의 여러 모습을 꾸준히 다뤄 온저자가 처음으로 자신의 가족사를 기록한 에세이다. 인지장애를 앓는 어머니를 돌보는 과정에서 시작된 이 책은 한 가정의 기억을 따라가며 197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변화 속에서 주변부로 밀려났던 삶의 모습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책은 가족 내 돌봄이라는 구체적인 상황을 중심으로 세대 간의 연결과 여성의 삶을 이야기한다. 어머니의 시간은 외할머니의 삶으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가족 관계와 사회 구조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는 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경험을 기록하고 해석하는 데 집중하며 개인의 삶이 사회와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한 가족의 이야기를 읽는 동시에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사회적 맥락을 함께 돌아보게 되며 그 먹먹함과 긴 여운을 쉽사리 잊을 수가 없다.


책의 프롤로그는 저자는 어머니와의 관계를 돌아보며 이상화된 모성의 이미지와 자신의 경험 사이의 간극을 정리하고 있다. 어머니는 자녀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렀고 저자는 그로 인해 흔히 말하는 어머니의 품을 당연한 것으로 느끼지 못했다. 인천으로 이주한 이후 어머니의 삶은 점차 불안정해졌고, 경제적, 의료적 여건 속에서 몸과 마음의 병을 겪게 된다. 이러한 삶의 조건은 어머니의 성격과 가족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후 인지장애가 진행되면서 어머니는 기억을 하나씩 잃어 가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와 조심스러운 말투는 끝까지 남아 있다. 저자는 어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어떤 딸이었는지, 어머니에게 어떤 존재였는 지를 다시 묻는다. 동시에 외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자신으로 이어지는 세 세대의 삶을 돌아보며 완벽한 엄마가 되려는 노력과 일과 돌봄을 병행하려는 시도가 모두 쉽지 않았음을 인정한다. 이러한 글 속에 담긴 저자의 생각이나 감정들은 단지 개인만의 것이 아니라서 더더욱 어머니의 이야기들에 귀기울이게 되고 먹먹해진다.


책은 인지장애로 기억을 잃어 가는 어머니를 돌보는 현재의 장면에서 출발하여 저자가 미처 알지 못했던 김미자라는 한 사람의 삶으로 시선을 넓혀 간다. 저자는 오랫동안 가족의 가난을 견디며 살아온 것을 자식으로서의 역할을 다한 결과로 여겨 왔지만 형제와 친척들의 기억을 따라가며 어머니의 삶을 새롭게 이해하게 된다. 어머니에게 가난 그 자체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가난이 반복적으로 만들어 낸 이주와 단절이었다. 더 낮은 주거비를 찾아 옮겨 다닌 동네들에서 관계는 쉽게 이어질 수 없었고 어머니는 늘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 위치에 머물렀다. 이 과정에서 자자는 현재의 자신이 부모와 조부모 세대가 지나온 시간 위에 놓여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게 된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외할머니와 조부모 세대로 확장되며 가족을 둘러싼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구체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시장에서 타협하지 않던 외할머니의 태도, 항구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거리낌 없이 커피를 내주던 모습은 당시 지역 공동체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또한 어린 시절 처음으로 꿈이라는 질문을 받았던 경험은 저자가 성장 과정에서 얼마나 이른 시기에 현실을 체념하도록 요구받았는 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개인의 가족사를 넘어 세대와 계층, 지역의 조건이 한 사람의 삶과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저자는 기억을 잃은 어머니에게 끝까지 남아 있는 역할이 '엄마’라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자녀의 이름과 관계는 흐릿해졌지만 붙잡아 주어야 할 존재가 있다는 감각과 먼저 챙기려는 태도는 사라지지 않는다. 모든 기억이 지워진 뒤에도 남아 있는 이 정체성은 존경스럽기보다 오히려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한 사람의 삶이 수많은 이름과 역할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마지막에 남은 것이 오직 ‘엄마’라는 자리뿐이라는 사실에서 저자는 강한 감정의 동요를 느꼈고 바로 '엄마만 남은 김미자'가 이 책의 제목이 된 것이다. 이 말들은 돌봄의 의미를 넘어 개인으로서의 삶이 어디까지 보존될 수 있는 지를 되묻게 하며 나 역시 딸이자 엄마이기에 무척이나 울컥해졌다.


책의 후반부에서 작가는 어머니의 인지장애를 개인의 불행으로만 해석하지 않고 그 삶이 놓여 있던 조건을 함께 바라본다. 요양원이 좋다고 말하는 김미자의 선택은 돌봄의 편의가 아니라 ‘엄마’라는 역할에서 잠시 벗어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욕구로 읽혀서 더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저자는 외할머니, 이모, 어머니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삶을 따라가며 반복된 인지장애가 단순한 유전이 아니라 오랜 시간 감내해 온 삶의 무게에서 비롯된 결과일 수 있음을 조심스럽게 짚는다. 이는 가족의 이야기를 넘어 개인이 사회적 역할 속에서 어떻게 소진되는 지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책은 엄마로서 최선을 다한다는 말의 의미를 현실적으로 다시 짚고 있다. 밥상을 차리는 일을 통해 사랑을 전했던 어머니의 방식은 저자가 직접 자녀를 키우며 비로소 이해하게 된 일이다. 반복적인 노동과 시간의 투입으로 유지되는 과업 중심의 돌봄은 많은 여성에게 공통된 삶의 방식이었으며 이는 부족함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 속에서 도달한 결과였던 거다. 저자는 자신의 선택 역시 그러한 맥락 위에 있음을 인정하며 후회나 미화 대신 서로의 역할을 정당하게 평가한다. 그렇게 이 책은 돌봄과 노동, 신념과 공동체가 한 개인의 삶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차분히 정리하며 일상의 실천이 어떻게 사회적 가치로 확장되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저자의 어머니의 이야기이지만 우리 모두의 어머니의 이야기인 책 속의 이야기는 더 많은 공감을 자아내며 몰입하게 되고, 이태껏 미처 깨닫기 못했던 그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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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루의 멋진 크리스마스
셀린 리 지음 / 창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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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만 보아도 마음이 따스해지는 책이다. 이 책은 홀로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외로운 한 고양이 루의 크리스마스를 따뜻한 여정으로 그려내고 있다. 겨울과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는 외로움과 연결, 환대라는 감정을 중심으로 두고 어린 독자들에게 함께 있음의 의미에 대해 정말 따스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 루는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야 할 상황에 놓이지만 예상치 못한 기차 여행과 그 여정 속의 사건들을 통해 진정한 따스함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과정 속의 일상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림으로 풀어내어 더더욱 고양이 루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단순한 플롯 속에서도 관계의 변화와 감정의 이동으 아주 자연스럽게 흐르며 진심 어린 환대가 어떠한 경험으로 남는지를 깨닫게 만들며 읽는 이의 마음도 따스하게 만든다.

책의 이야기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밤에서 시작된다. 모두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고양이 루만은 혼자였다.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하는 루는 집으로 가는 길 내내 “흥, 나는 크리스마스가 정말 싫어!”라고 투덜거린다.


루의 집 앞에는 이웃 강아지 티스푼이 기다리고 있었다. 티스푼은 루에게 멋진 크리스마스 계획이 있다고 말하지만, 루는 망설이다가 지금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후 혼자 돌아온 루는 저녁을 챙겨 먹고,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한 뒤 좋아하는 책을 골라 침대에 누웠지만, 기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사실, 할머니 없이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가 낯설기만 한 루는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했던 거다. 그런 루를 찾아온 친구 티스푼에게 루는 처음엔 차갑게 대하였지만, 곧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진심을 담은 편지를 건넨다. 할머니와의 기억을 떠올리며 루는 스스로의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고 작지만 중요한 변화를 받아들인다. 다음 날 티스푼은 루를 기차역으로 데려간다.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루는 조금씩 마음이 풀리는 것을 느낀다. 그렇게 이 책은 마음을 닫은 루가 다시 온기를 되찾아 가는 과정을 조용히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크리스마스를 화려한 이벤트로 보내기보다 작은 배려와 환대가 어떻게 한 사람의 일상에 변화를 가져오는지 보여주면서 더더욱 깊은 여운과 울림을 남긴다. 기차가 전나무 때문에 멈춰 선 장면에서 루가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안하고 승객들이 각자 가진 물건을 모아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은 공동체적 행동의 의미를 드러내며 깨달음을 전한다. 그리고 티스푼의 가족이 루를 자연스럽게 맞아들이며 새로운 자리를 내어주는 결말 역시 관계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듯하다.

또한 저자 셀린 리의 일러스트는 텍스트가 말하지 않는 여백을 섬세하게 채워 따스함을 충분하게 전한다. 공간의 구조, 사물의 질감, 인물의 표정 등이 서사의 흐름을 뒷받침하며 이야기의 밀도를 높인다. 루가 할머니와의 기억을 되짚거나 새로운 환경에서 조심스럽게 마음을 여는 장면은 그림의 역할을 통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구성은 독자로 하여금 과장된 감동이 아니라 관계가 회복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외로움 속에서도,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비로소 느껴지는 온기와 그 가치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되새기게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는 고양이 루의 멋진 크리스마스를 오래오래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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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을 이기는 생기부 독서법
김수미 지음 / 빅피시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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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대입 제도 속에서 달라진 입시 제도에 대해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는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일 것이다. 특히 내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단순히 성적만으로는 명문대 입시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분명해졌다. 이 책은 이러한 고민을 가진 이들에게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내신 2등급으로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들의 사례를 통해 생기부에 독서를 효과적으로 녹여내는 전략을 소개한다.

이 책의 강점은 단순한 독서 권장에 그치지 않고 실제 생기부 작성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생활 속 독서를 어떻게 세특과 진로 활동, 면접까지 연결 지을 수 있는 지를 상세하게 설명하며, 2028 대입 개편안과 고교학점제 등 변화하는 입시 환경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26년 차 독서교육 전문가의 노하우가 담긴 이 책은 고가의 입시 컨설팅 없이도 충분한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실용적이고도 현실적인 대입 전략서라 할 수 있다.

책의 프롤로그는 “이제 고등학생이니까 책은 그만 읽어야죠”라는 현실적인 말 한마디로 시작한다. 오랜 시간 입시 현장에서 독서는 비효율적인 활동으로 여겨졌고, 속도와 정확성 중심의 문제풀이 능력이 더 큰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과 수능 비중의 점진적 축소, 생활기록부 중심의 평가 확대는 이러한 흐름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이제 대학은 단순한 성적을 넘어서 학생의 사고력, 탐구 자세, 진로와의 연계성 등을 두루 살펴보며 독서는 그 핵심 축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독서를 어떻게 입시에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지를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27년간 독서교육 현장을 지켜본 저자는 실제 교육 현장에서 축적한 사례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생이 직접 실천 가능한 전략을 제시한다. 책은 입시 구조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1장)에서 시작하여 진로 설계 및 탐구 역량과의 연계 방안(2장), 생활기록부에 녹여낼 수 있는 독서 활용법(3장), 그리고 실전 합격 사례 분석(4장)까지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 책은 복잡한 입시 제도를 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내고, 독서가 왜 지금 필요한 지에 대한 해답을 명확히 제시한다.


우선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책은 입시 용어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수록하여 독자가 내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2028 대입 개편의 핵심은 지식 암기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학생의 사고력과 탐구력, 그리고 전공 적합성을 다면적으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특히 고교학점제와 통합형 수능의 도입은 과목 간 경계를 허물고 융합적 사고를 요구하는 문제 해결 능력을 강조한다. 단순히 높은 내신 등급이 아니라 어떤 과정을 통해 그 학생이 성장했는 가를 평가하는 정성평가가 확대되면서 내용 중심의 기록과 학습 과정의 깊이가 대입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독서는 단순한 부가 활동이 아닌 학교생활기록부 전반을 설계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실제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와 면접, 진로활동 등 대입의 주요 평가 요소는 모두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 쌓은 생각과 태도, 표현력을 요구한다. 인문·사회, 과학·기술,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통합형 사고를 요구하는 수능 문항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교과서 바깥의 지식을 흡수하고 연결하는 독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공과 진로에 맞는 독서를 꾸준히 이어가며 사고를 확장하고 이를 생기부에 전략적으로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바뀐 입시에서 독서력은 보조 활동이 아니라, 모든 기록과 평가를 관통하는 핵심 역량이 된 것이다.

책의 가장 큰 강점은 막연히 독서가 중요하다는 주장을 넘어서, 실제 학교생활 속에서 책을 어떻게 읽고, 어떻게 생기부에 연결할 수 있는 지를 구체적으로 안내한하고 있다는 거다. 학년별 수강 과목 선택 전략부터 탐구보고서 작성, 세특 활용법, 전공 계열별 추천 도서까지, 지금 당장 실천 가능한 내용을 풍부하게 담고 있어 더 유용하다. 특히 같은 활동이라도 어떻게 기록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세특 사례 비교는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실질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초판 한정으로 제공되는 특별 부록인 <무조건 통하는 계열별 생기부 필독서 100〉을 통해 진로와 전공에 따른 독서 방향까지 명확히 제시한다. 단순히 많이 읽는 독서가 아니라 전공 적합성과 탐구 역량을 드러내는 전략적인 독서를 도와주는 이 목록은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지 막막한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입시 제도가 복잡해질수록 본질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고 본다. 이 책은 단순한 입시 기술서가 아니라 독서를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그 성장 과정을 생기부에 설득력 있게 담아내는 방법을 안내하는 가장 현실적인 입시 가이드에 가깝다. 그리고 책은 진로, 탐구, 세특, 면접까지 모든 과정을 관통하는 힘은 바로 독서력임을 다시금 깨닫게 만들기에 수험생뿐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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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란 말 따위 - 딸을 빼앗긴 엄마의 마약 카르텔 추적기
아잠 아흐메드 지음, 정해영 옮김 / 동아시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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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한 어머니가 딸을 납치 당하는 개인적 비극에서 출발하여 국가 시스템의 부재와 조직 범죄가 만든 멕시코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뉴욕타임스 국제 탐사보도 특파원인 아잠 아흐메드는 4년에 걸쳐 현장을 취재하고 수백 시간의 인터뷰를 통해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직접 카르텔 조직원을 추적한 미리암 로드리게스의 삶을 치밀하게 재구성하였다. 책은 단순한 범죄 기록을 넘어 공권력의 무능과 지역사회의 침묵 속에서 한 개인이 어떻게 정의를 실현해 나갔는 지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멕시코 북동부를 장악한 마약 카르텔 세타스와 그에 맞선 미리암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폭력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피해자가 스스로 수사관이 되어야 했던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저자는 미리암의 추적기를 통해 멕시코 현대사에 깊이 뿌리내린 조직범죄과 권력 유착, 그리고 제 기능을 상실한 법체계를 함께 드러낸다. 그리고 책은 단일 사건에 국한된 기록이 아니라 개인의 분투를 통해 사회 전체의 병리적 구조를 비판하는 문제의식으로 확장하여 깊은 울림을 남긴다.


책의 프롤로그는 국경 도시에서 미리암이 낯선 남성을 뒤쫓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단순한 감시가 아닌 구조적 한계 속에서 벌어진 사실상의 사적 수사에 가깝다. 딸을 납치당한 지 2년, 경찰과 수사당국은 아무런 실마리도 제공하지 못했고 공권력은 절차를 반복하는 데 그쳤다. 결국 미리암 로드리게스는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용의자들의 행방을 추적하며 마약 카르텔의 말단 조직원들까지 직접 대면하기에 이른다. 이는 한 개인의 감정적 보복만이 아니라 기존 수사 체계가 실질적으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조치였다. 미리암은 반복되는 형식적 대응과 무책임한 처리 과정을 확인하며 공적 시스템에 의존해서는 사건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기에 그녀의 추적 행위는 감정의 동요가 아니라, 작동하지 않는 구조를 보완하기 위한 현실적 선택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미리암은 사건 이전까지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인물도, 법 제도에 익숙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러나 딸 카렌이 납치된 이후, 가족은 범인의 요구에 따라 몸값을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했다. 사건 해결에 책임을 져야 할 국가 기관은 오히려 피해자 가족을 방치했고, 미리암은 제도와 절차가 오히려 현실을 가리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뚜렷하게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미리암의 절친이 그녀를 두고 “두려움은 한낱 단어일 뿐”이라고 표현한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책 속에 등장하는 그녀의 행적과 비교해보면 이 표현이 지나치지 않게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사랑하는 딸을 잃은 평범한 어머니가 이런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떠올리면 이 문장은 단순한 인물 묘사를 넘어선 씁쓸함을 남긴다.


책의 이야기는 미리암 개인의 사건에서 출발하지만 곧 멕시코 곳곳에서 사라져간 사람들의 현실로 시선을 확장한다. 미리암은 딸이 납치된 후 가족은 요구받은 몸값까지 지불했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사실 이는 비단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공권력이 사실상 기능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반복되던 구조적 실패였다. 걸프 카르텔과 세타스가 분리되면서 폭력은 걷잡을 수 없이 증가했고, 그 여파는 시민들의 일상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특히 산페르난도를 중심으로 흔적 없이 실종되는 사람들이 급증했는데 이들은 ‘사라진 사람들(los desaparecidos)’로 불리며 마치 존재 자체가 지워진 것처럼 취급되었다. 미리암이 추적을 멈추지 못했던 이유에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인식도 자리하고 있었다.

미리암의 행동은 단순한 대응이라기보다 정보의 수집과 정리, 대상 파악과 같은 실질적 행위를 기반으로 한 체계적 움직임에 가까웠기에 더 인상적이다. 그녀의 지휘 아래 여러 용의자가 검거되거나 제거되었고, 미리암이 축적한 자료는 정식 사건기록을 방불케 할 만큼 세밀한 수준으로 쌓여갔다. 이는 국가가 맡아야 할 역할이 개인에게 떠넘겨진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카르텔 간의 충돌이 격화되고, 정부와 사법기관이 이를 통제하지 못한 사이 납치는 돈벌이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폭력의 방향은 점차 평범한 사람들에게 향했고 실종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적인 위험으로 변했다. 미리암이 도대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고 너무나 찬혹한 현실 앞에서 할말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미리암의 움직임이 복수에서 머물지 않고 연대의 형태로 확장되는 과정을 함께 조명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많은 실종 피해자 가족이 기본적인 법적 절차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리암은 직접 정리한 방대한 자료와 행정 경험을 토대로 그들을 돕기 시작했다. 그는 피해자 가족 단체를 조직했고, 정부를 압박해 암매장지의 유해를 신원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을 움직였다. 거대한 폭력 앞에서 국가가 비어 있는 자리에 미리암의 활동은 실종자 문제를 공적 영역으로 끌어올린 사례가 되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미리암의 행적에 대한 추적 그 자체보다도 사라진 사람들을 둘러싼 사회적 무관심과 제도의 공백이 어떻게 평범한 개인을 행동하게 만들었는 가에 관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 책에서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개인적 고통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통제 장치로 기능한다는 점이 무척이나 인상 깊으면서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마약 카르텔의 폭력과 국가 시스템의 무능은 시민을 침묵시키는 공포를 만들어냈고 그 구조 속에서 실종과 학살은 일상적인 사건처럼 취급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억압적 환경에서도 두려움이 절대적 기준이 되지 않는 순간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미리암의 행적을 단순한 복수의 서사로만 다루지 않았다. 오히려 두려움을 견디는 과정과 제 기능을 잃은 공권력의 공백을 메우려는 실천과 점차 다른 피해자 가족들과 연대로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개인의 행동이 사회 변화를 촉발할 수 있음을 깨닫게 만든다. 특히 폭력의 피해자였던 이들이 스스로 기록을 축적하고 조직을 만들며 실종 문제를 공적 문제로 재정의하는 모습은 공포에 잠식된 공동체가 회복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보여주는 듯하다.

결국 이 책은 두려움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어떻게 권력의 도구로 사용되고 어떻게 시민을 무력하게 만드는 지를 정확히 짚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두려움에 머무르지 않고 행동으로 전환할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미리암의 궤적은 그 사실을 입증하는 예로 제시되며 독자는 그녀의 생을 통해 용기가 특별한 자질이 아니라 붕괴된 구조 속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방식임을 이해하게 된다. 따라서 이 책은 폭력의 반복을 고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두려움을 넘어서는 실천이 왜 필요한지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두려움은 이미 사회 곳곳에 스며 있지만 그 감정 자체가 우리의 행동을 결정해야 할 이유는 되지 않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된다. 무력감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작은 선택들이야말로 부패한 권력 구조를 흔들고 공동체의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 출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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