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돌! 한국사 배틀
김대한 지음, 이리 그림 / 알키미스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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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표지만 보면 마치 웹툰 한 편이 펼쳐질 듯한 인상을 받는다. 이는 <삼국지톡>의 이리 작가의 생생한 일러스트 덕분에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만화책도 익숙한 역사책도 아니다. 이 책은 한국사를 바라보는 방식을 한 차원 다르게 만드는 형식 자체가 새로운 역사 교양서라 하면 딱 맞을 듯 싶다.

다산 정약용이 사회자가 되고 고대 삼국의 인물들이 직접 나서 논쟁을 펼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책은 형식도, 내용도, 신박하다. 정리된 정보 대신 인물들의 목소리로 펼쳐지는 격론 속에서 역사는 지나간 시간들 속의 사건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현장의 목소리로 다가온다. 그리고 총 14라운드로 펼쳐지는 각각의 이야기는 주제도 주제지만 논쟁에 참여하는 인물 자체도 신선하다. 예를 들어 연개소문과 김유진, 의자왕이 '삼국통일'을 두고 논쟁을 펼치다니!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독자는 자연스레 다양한 관점과 시대의 논리를 함께 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이 책은 정보를 나열하거나 흐름을 정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역사를 전달하는 대신 독자를 역사 안으로 끌어들인다. 익숙했던 인물들을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고, 복잡했던 역사적 쟁점들에 대한 생생한 입씨름들은 역사를 알아가며 읽어내는 방식 자체를 바꾸어 놓는다.

책의 14개의 주제 중 인상 깊었던 두 번째 주제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해야 했을까?”에서는 고대 삼국의 통일을 둘러싼 다양한 관점이 충돌하고 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책은 각 인물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 지를 간결하게 소개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본격적인 내용에 앞서 토론에 참여하는 인물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주장을 정리하여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이 주제에 참여한 토론자로는 ‘통일은 어차피 신라!’를 주장하는 김유신과 최치원, ‘백제도 통일의 자격이 있다’는 입장의 의자왕, 그리고 ‘최강 고구려가 통일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개소문과 신채호가 등장한다. 그리고 다양한 시대에서 소환된 인물들이 각기 다른 논리와 가치관으로 삼국통일을 재조명하는 구성은 단순한 역사 설명을 넘어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까지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이 책에서는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해야 했을까?”의 주제로 통일을 둘러싼 역사적 시선을 정면으로 충돌하는 데 여기서는 사회자 다산 정약용의 진행 아래, 김유신(신라), 연개소문(고구려), 의자왕(백제), 신채호(근대 지식인), 최치원(신라 유학자) 등이 참여해 통일의 명분과 책임, 각국의 전략과 현실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익숙하게 받아들여졌던 신라의 삼국통일이라는 역사적 결론을 당연한 전제로 두지 않고, 고구려와 백제, 근대 지식인의 시각까지 불러들여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 장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신라는 외교력과 인재를 바탕으로 통일의 주역이 되었음을 강조하고, 고구려는 강력한 군사력과 자주성을 내세우며 통일의 적임자였다고 맞선다. 백제는 멸망의 책임을 외세와 내부 분열 탓으로 돌리며, 신채호는 통일을 외세와의 결탁으로 비판하고 고구려 중심 민족통일의 이상을 제시한다. 각 인물들은 자신이 처한 시대와 입장을 반영하며, 독자에게 단순한 역사 해석이 아닌 사고의 확장을 유도한다.

특히 이 장의 마지막, 정약용의 정리 멘트는 이 토론의 핵심을 명확하게 짚어낸다. 그는 신라의 삼국통일이 외세 의존, 불완전한 영토 회책의 마지막 장에서 다산 정약용이 전하는 말은 우리가 왜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그는 과거와 현재는 양자택일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이해해야 할 두 축이며, 역사 공부는 단순한 과거 정리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친일 청산 문제를 통해, 정확한 기준을 세우고 과거를 바로 이해하는 과정이 있어야 진정한 청산이 가능하다는 점을 짚는다. 그것이야말로 과거를 직시하고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점은, 역사를 ‘거울’에 비유하며 지난 날을 돌아보고 겸손을 배우며,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교훈으로 삼자는 메시지를 전한 대목이다. 이 책은 과거의 인물들을 현재로 소환해 흥미로운 토론을 펼치지만 궁극적으로는 독자가 오늘의 관점에서 역사를 성찰하고, 자신만의 균형 잡힌 시선을 갖게 하는 데 목적이 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이 책은 단지 재미있는 역사책 그 이상이라 할 수 있다. 오랜 논쟁 거리부터 시대를 관통하는 질문까지를 통해 역사 속 인물들의 뜨거운 대화를 통해 역사를 살아 숨 쉬게 만들고 독자 스스로 역사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각 장의 토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과거의 인물들이 낯설지 않게 다가오고,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민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 책은 특히, 역사가 왜 중요한 지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역사는 단지 과거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교훈을 얻고, 현재를 돌아보며,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겸손하게 과거를 되짚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성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며 이 책이 끝까지 놓지 않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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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혁명 - 인체 원리에서 신약 개발까지, 바이오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과학
김성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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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은 이제 모두의 필수 상식이다."

띠지 속 문장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단백질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아마 대부분 고기, 근육, 단백질 보충제과 같은 음식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러한 익숙한 이미지가 아니라 단백질이 단순한 영양소를 넘어 생명 유지와 건강을 좌우하는 핵심 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단백질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뼈, 피부, 근육은 물론 체내의 모든 생화학 반응을 주도하는 효소와 외부로부터 몸을 지키는 항체, 생리 기능을 조절하는 호르몬까지 모두를 이루고 있다. 이 책은 이처럼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단백질의 진면목을 드러내며 그 과학적 위상을 흥미롭고도 체계적으로 담고 있다.


특히 최근 25년간 노벨 화학상 수상 연구의 약 40%가 단백질 관련 분야라는 점, 2024년 에는 '단백질 구조 분석 인공지능'이 수상했다는 사실은 단백질 연구가 지금 과학계에서 얼마나 주목받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더불어 위고비, 오젬픽과 같은 신약이 단백질을 기반으로 하여 탄생하였다는 점은 이 작은 분자가 인류의 질병과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만든다. 이 책은 세계적인 바이오 석학 김성훈 교수가 집필하여 암, 면역, 대사질환 등 다양한 질병과 관련된 신기능 단백질을 직접 연구하여 온 그의 경험이 깊이 있게 담겨져 있다. 그리고 구지 과학을 전공하지 않았아도 쉽고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단백질에 대한 이해를 넘어 현대 생명과학의 흐름까지 통찰할 수 있는 안내서가 될 듯 싶다.


책은 지금까지 유전자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생명과학의 시선이 단백질로 옮겨가고 있음을 강조하며, 생명의 두 번째 암호인 단백질이 인류 건강과 미래 과학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짚는다. 유전자가 설계도라면, 단백질은 그 설계를 실제로 구현해 우리 몸을 구성하고 기능하게 만드는 실질적인 존재라는 점에서, 단백질에 대한 이해는 더 이상 과학자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알아야 할 필수 상식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2024년 노벨 화학상이 ‘단백질 구조 분석 인공지능’ 연구자들에게 돌아간 사실은, 과학계가 이제 단백질의 3차원 구조와 기능에 얼마나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지를 보여준다. 단백질은 단순히 근육이나 음식으로만 인식되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인체의 효소, 항체, 호르몬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거의 모든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물질이다.


이 책에서는 단백질의 기본 구성 단위인 아미노산, 단백질이 어떻게 접히고 기능하는 지를 비롯하여 잘못 접힌 단백질이 알츠하이머 같은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이라는 점도 설명하고 있다. 특히 고령 사회로 접어드는 현재, 단백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건강수명이 결정된다고 강조한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단백질’이라는 용어의 어원이다. 우리말 ‘단백질’은 ‘달걀 흰자’를 뜻하는 한자어 ‘단백(蛋白)’에서 비롯되었으며, 영어 단어 ‘protein’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proteios에서 유래했다. 이는 단백질이 생명체에서 얼마나 핵심적인 물질인 지를 반영한다. 그리고 이 책은 단백질이 우리 삶과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단백질 연구가 건강과 산업, 국가의 미래에까지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폭넓게 다루며, 독자들이 단백질의 세계를 이해하고 스스로의 건강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단백질이 단순한 영양소를 넘어 생명의 전 과정을 지탱하는 핵심 물질임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단백질이 어떤 구조로 이뤄져 있고, 그 구조에 따라 어떻게 다양한 생리적 기능을 수행하는 지를 구체적이고 흥미롭게 설명한다. 단백질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기본 재료이자, 생명 유지를 위한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효소, 산소와 같은 물질을 운반하는 운반체, 외부 병원체를 방어하는 항체, 세포 간 신호를 주고받는 호르몬, 그리고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운동 단백질까지 다방면에서 활약한다. 심지어 탄수화물과 지방이 부족할 때는 에너지원으로까지 사용된다. 이처럼 각 단백질이 맡은 고유한 기능은 아미노산 서열에 따라 형성된 3차원 구조 덕분에 가능하며, 이는 곧 단백질의 형태가 곧 기능을 결정한다는 과학적 원리로 이어진다. 저자는 이러한 원리를 음식과 요리를 비유로 들며 쉽게 풀어내어, 일반 독자도 단백질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이 책은 우리 몸을 이루는 단백질 하나하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통해, 건강과 생명 현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고 있다.


그리고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원인을 단백질의 오접힘(misfolding) 현상에서 찾으며, 단백질이 건강과 질병에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우리 몸에서 단백질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정확한 3차원 구조로 접혀야 하지만, 알츠하이머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잘못 접히고 응집되면서 독성을 띤 덩어리를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응집체는 뇌세포를 손상시키고 뉴런 간 신호 전달을 방해해, 결과적으로 기억력 저하나 인지 장애 등 알츠하이머의 증상을 유발한다. 책에서는 이 과정에서 샤페론(Chaperone) 단백질의 역할을 강조한다. 샤페론은 단백질이 올바른 구조로 접히도록 도와주며, 잘못 접힌 단백질을 다시 정리하거나 제거 경로로 유도해 세포 내 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조절자다. 그러나 알츠하이머에서는 이러한 샤페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독성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처럼 이책은 알츠하이머를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이라는 생명과학적 관점에서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뇌질환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함께 단백질 연구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단백질이 생명의 기본 단위일 뿐 아니라, 최첨단 의약 개발의 중심에 서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오젬픽(Ozempic)과 위고비(Wegovy)는 그 대표적인 예다. 이 두 약물은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라는 단백질 유사 펩타이드를 주성분으로 한 치료제로, 인체 호르몬 GLP-1을 모방해 혈당을 조절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 오젬픽은 2형 당뇨병 치료제로, 위고비는 비만 치료제로 각각 승인되었으며, 위고비의 경우 1년 반에 걸친 투여로 평균 체중의 15%를 감량할 수 있다는 임상 결과로 전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기존의 단순한 식욕억제제와 달리 단백질 기반 호르몬 작용을 정밀하게 모방하는 이 약물은 체내의 자연 생리작용에 가까운 방식으로 작동해 신약 개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 약물 개발에는 단백질 구조 예측 기술과 바이오 엔지니어링이 결합되었으며 이는 곧 단백질 연구와 인공지능이 융합된 바이오 혁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이 책은 단백질이 어떻게 병을 치료하고, 미래의 의료 패러다임을 바꿔놓고 있는 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렇기에 오젬픽과 위고비는 다이어트 약일 뿐만 아니라 단백질 기반 의약품의 진보를 상징하는 결과물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현대 바이오 산업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 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단백질이 단순한 영양소를 넘어, 생명과학, 의학, 식품과 신약 개발 등 현대 과학기술의 중심축이 되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저자는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 특히 단백질 접힘 과정과 그로 인한 질병 메커니즘을 흥미롭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알츠하이머와 같은 난치성 질환의 열쇠가 바로 단백질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또한 책은 오젬픽과 위고비처럼 단백질 기반의 최신 치료제가 어떻게 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지, 그리고 알파폴드와 같은 인공지능 기술이 단백질 구조 분석을 통해 신약 개발의 속도와 가능성을 어떻게 혁신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준다. 이처럼 과학적 깊이와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자세한 설명이 조화를 이루는 이 책은 단백질을 통해 인간의 건강, 산업, 미래를 읽어낼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무엇보다 단백질은 이제 과학자만 알아야 할 전문 지식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이해하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교양이다. 이 책은 이 중요한 사실을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며 독자들에게 단백질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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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롭, 드롭, 드롭
설재인 지음 / 슬로우리드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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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재인 작가의 신작이라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멸종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지금 이 사회에서 점점 사라지거나 밀려나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정교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설재인 작가 특유의 유머와 연민, 그리고 상상력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사회적 통찰이라 하겠다. 가정 폭력이나 지방 소멸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섬세하게 다루는 동시에 '정상'이라는 말의 이면을 뒤집으며 독자로 하여금 무엇이 기준이 되고 누가 주변으로 밀려나는지를 묻게 만든다.


책에는 총 네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고 이 책의 표제작인 <드롭, 드롭, 드롭>에 대해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다.


소설은 비혼 여성 예원과 그녀가 입양한 믹스견 ‘꼬똥’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야기는 예원이 전 애인을 따라 보호소 봉사를 하던 중,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된 1살 반의 백구 꼬똥을 만나게 되면서 시작된다. 전 애인은 봉사를 곧 그만두었지만 예원은 1년 간 꾸준히 꼬똥을 돌보다 결국 입양을 결심한다. 그녀가 꼬똥을 데려오기로 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자신의 부모보다 더 나은 보호자가 될 수 있다는 확신과 또 하나는 꼬똥의 어미 은별이 보호소에서 비참하게 죽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예원과 꼬똥은 투룸 빌라에서 함께 생활하며 서로에게 적응해간다. 예원은 추운 겨울에도 꼬똥이 좋아하는 호수 공원까지 산책을 다니며 깊은 유대감을 쌓아간다. 그러나 따뜻한 봄이 찾아오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꼬똥이 아이들을 극도로 무서워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활발하게 뛰노는 아이들이 공원과 일상을 가득 메우자 꼬똥은 공포에 질려 대로로 뛰어들 정도의 극단적인 반응을 보인다. 예원은 꼬똥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간식 훈련, 유치원, 가정 훈련사 등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모두 실패하고 만다. 결국 3살 반이 된 지금도 꼬똥은 어린이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예원은 사회가 기대하는 ‘어린이를 좋아하는 개’의 이미지와 자신이 키우는 반려견의 모습 사이에서 고민하고 이 간극 속에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의 무게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주인공 예원은 가족과 거의 교류 없이 살아가던 사람이다. 장녀로서 부모에게 일정한 용돈만 보내고 여동생 부부와는 1년에 한두 번 연락을 주고받는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아버지의 대장 종양 제거 수술을 계기로 5년 만에 가족 모임에 참석하기로 결심한다. 다만 문제는 꼬똥이었다. 어린이를 무서워하는 꼬똥을 두고 갈 수 없어 고민하던 예원은 여동생이 조카를 데려오지 않겠다고 하여 안심하고 꼬똥을 동반한다. 하지만 가족 모임 도중 갑작스러운 상황이 벌어진다. 여동생의 시부모가 조카를 데리고 불쑥 등장하면서 꼬똥은 심한 공포 반응을 보이고, 예원은 이를 진정시키느라 정신을 차릴 수 없다. 그동안 예원은 가족들로부터 ‘정상적인 삶을 살지 않는’ 존재로 인식되어 왔고 수군거림과 눈초리도 참고 견뎌왔지만, 끝내 부모가 꼬똥에게 손찌검을 가하자 폭발하고 만다. 예원은 꼬똥을 품에 안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예원은 곧바로 이사를 결심한다. 그리고 한반도의 남쪽 끝, 조용한 시골 마을 도상리의 낡은 주택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 그곳에서 꼬똥은 도시에서는 보여준 적 없던 활달하고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진정한 행복을 누린다. 예원은 처음으로 자신이 한 생명에게 두렵지 않은 하루를 선사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낀다. 하지만 이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어느 날 아침, 예원은 이상한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세상의 연령 구조가 뒤바뀌어 자신은 아이의 몸이 되고, 꼬똥은 어른을 두려워하는 본능대로 예원을 알아보지 못한 채 심하게 떨며 오줌까지 싸고 만다. 예원은 절망한다. 이제야 비로소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자신이 믿고 의지하던 유일한 존재조차 더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꼬똥에게 손을 내밀고 싶지만, 그 손이 이제는 공포가 되어버린 현실 앞에서 예원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이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결국 이 책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현실의 균열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지키며 살아야 하고, 또 누구의 곁에 머물 수 있을지를 물으며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 책에 담긴 네 편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모두 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않았던 사라지는 존재들과 그 곁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떠올리게 만든다.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로 밀려난 개인, 너무 작아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 끝내 이루지 못한 꿈이 바로 그 이야기의 중심이다. 이 책은 그런 삶들을 섬세하게 이야기하며 외면보다는 이해를, 단절보다는 연결을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멸종'이라는 단어를 빌려 지금 여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감정과 관계, 존엄의 실체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또한, 그 모든 것들이 사라지는 속도 앞에서도 여전히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버팀목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만든다. 그리고 그 작은 존재들의 고군분투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무너지는 세상에서도 서로를 향해 손을 내미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기에 이 책에 담긴 그 진심어린 이야기들은 왠지 오늘을 살아내는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응원으로 느껴지며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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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석의 한국사 한 권 - 한 줄 코드로 재밌게 읽고 평생 기억하는
서경석 지음, 염명훈 감수 / 창비교육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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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송인 서경석님이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합격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익숙한 분이 자신의 전공 분야도 아닌 한국사에 성취를 이뤄내신 데에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이번에 직접 쓴 한국사 책까지 출간하셨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렇게 호기심을 안고 펼쳐보게 된 책이 바로 이 책, <서경석의 한국사 한권>이다.


이 책은 단순히 연도와 사건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전통적인 역사책과는 조금 다른 면모를 지녔다. 저자 특유의 이야기 전달력과 오랜 시간 축적해온 학습 노하우를 고스란히 담아 독자가 역사를 쉽게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선사 시대부터 현대사까지 방대한 흐름 중에서도 꼭 알아야 할 장면만을 정제하여 담았으며, 그 안에는 저자 특유의 유머와 재치가 빛나는 설명과 비유, 그리고 핵심을 짚는 '한 줄 코드'를 더해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한 만화, 사진, 연표 등 다채로운 시각 자료가 함께 실려 있어 읽는 재미와 이해도를 높여준다. 한국사에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망설이던 사람에게 특히 추천할 만한 책이다.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핵심은 놓치지 않는 그야말로 한권으로 한국사를 정복할 수 있는 책이라 하겠다.

여느 역사책처럼 이 책 역시 구석기 시대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선사 시대 전문가'라는 다소 엉뚱한 선언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곧 이어지는 설명을 보면 누구나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주먹도끼와 찍개, 한국사 공부를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너무나 익숙한 그 유물 덕분에 구석기 시대는 왠지 친숙하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 사람들이 그 지점에서 멈춰버린다는 것이다. 고대는 커녕 신석기 시대로도 넘어가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현실을 저자 특유의 유머로 유쾌하게 꼬집으면서 본격적인 역사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처럼 시작부터 재치 있는 문장과 현실감 있는 비유는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며 딱딱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한국사를 누구라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이끈다.


그리고 이어 구석기 시대를 본격적으로 소개하기에 앞서, 선사 시대의 구분부터 차근히 짚고 넘어간다. 도구의 발전을 기준으로 구석기–신석기–청동기–철기로 나뉘며, ‘오래된 돌’의 시대인 구석기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구석기 시대의 사람들은 아직 옷을 만들 도구나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동물의 가죽이나 털을 이용해 몸을 보호했고, 식사는 사냥과 채집을 통해 해결했다. 즉, 이동하며 살아가는 수렵·채집 생활을 했고, 동굴이나 막집 같은 임시 거처에서 생활했다. 도구는 돌을 깨서 만든 ‘뗀석기’를 주로 사용했으며, 대표적인 도구로는 주먹도끼, 찍개, 슴베찌르개가 있다. 이들은 사냥, 해체, 방어 등 다양한 목적에 활용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연천 전곡리, 공주 석장리, 단양 수양개 등지에서 구석기 유물이 출토되었다. 저자는 이 모든 내용을 위트 있는 표현으로 풀어내며 독자가 자연스럽게 몰입하고 웃으며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각 장마다 핵심 내용을 ‘한 줄 코드’로 정리하여 오랫동안 기억에 남도록 이끌고 있다. 구석기 시대의 한줄코드는 구석기 시대로 시간 여행을 간 저자의 모습이 담긴 웃음이 절로 담긴 그림과 함께 실린 '월컴 구동막개'이다. ㅎㅎ


이 책에서 무령왕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 인상 깊게 다가온다. 백제의 중흥기를 이끈 왕으로서, 무령왕은 22담로에 왕족을 파견하여 지방 행정을 정비한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공주에 위치한 무령왕릉은 삼국 시대 왕릉 중 유일하게 주인과 조성 연대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무덤이라는 점에서 매우 귀중한 유산이다. 무령왕릉에서는 땅을 산 내용을 담은 ‘매지석’이 출토되었는데, 이는 도교적 사상과 결합된 종교적 행위로 해석되며, 백제가 당대 사상과 문화를 얼마나 폭넓게 수용했는지를 보여준다. 벽돌무덤의 형태는 중국 남조 양나라와의 교류를, 관재료로 사용된 일본산 나무는 왜(일본)와의 연결을 짐작하게 한다. 하나의 무덤을 통해 이처럼 다양한 국제적·문화적 연결 고리를 밝혀낼 수 있다는 사실은 문화재의 보존과 연구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저자는 자신이 어린 시절 대전·충남 지역에서 무령왕릉으로 소풍을 갔던 기억을 회고하며, 당시엔 이러한 의미를 잘 몰랐던 점을 아쉬워한다. 이 대목에서 나 역시 깊이 공감했다. 실제로 문화재나 유적지를 마주했을 때, 그것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알고 바라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단순한 구경을 넘어 의미 있는 만남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배움이 꼭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마음에 깊이 남는다. 그렇기에 이 책이 어린이·청소년에게도 널리 읽히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람에 나 또한 전적으로 동의하게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코 저자만의 독창적인 암기법, ‘한 줄 코드’다. 복잡한 연도, 어려운 개념, 헷갈리기 쉬운 사건 이름들도 짧고 기발한 문장 하나로 정리해 주며 읽는 이가 자연스럽게 외우고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단순한 암기를 넘어 기억에 남는 체험을 누구라도 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일본이 조선과 강제로 체결한 치욕적인 불평등 조약인 강화도 조약(1876년)은 “칠욕(치욕)스러운 조약”이라는 말장난으로, 또 임오군란(1882년)은 “팔이(82) 밀린 월급 제대로 줘!”라는 생생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이렇게 재치 있는 ‘한 줄 코드’는 복잡한 역사적 맥락과 연도를 머릿속에 단단히 고정시켜 준다. 이렇듯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누구라도 단순한 역사 지식을 넘어 기억의 즐거움과 학습의 자신감을 함께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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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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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작가의 신작이라서 읽게 된 책이다. <아몬드>와 <서른의 반격>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와 인간 내면의 경계를 깊이있게 다루었던 저자는 이번에는 노인의 나라라는 다소 파격적인 미래를 소재로 하였다. 고령화와 저출생, 이민자 문제와 고도의 과학 기술의 발달 등 지금 이 시대가 마주한 첨예한 이슈들을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미래에선 어떤 현실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될 지를 상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책은 단순 디스토피아적 소설 그 이상을 이야기한다. 읽으면 읽을 수록 단순히 소설 속 이야기라기 보다 현실의 우리 모습들 중 일부를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는 듯하여 더욱 책에 몰입하게 만든다. 


책은 주인공 유나라가 기록하는 일기 형식을 통해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마주하게 될 수도 있는 미래 사회의 풍경을 담고 있다. 먼저 시작은 1월 1일이다, 새해를 맞이하며 희망을 품고 시작한 유나라는 현실의 무게에 눌려 기운 없이 하루를 보내고, 1월 2일에는 룸메이트 엘리야와의 불편한 동거를 담고 있다. 그리고 1월 3일, 그녀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품어온 꿈, ‘시카모어 섬’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시카모어 섬은 실제 세계 어딘가에 존재하는 고급 실버 유토피아이자 동시에 고도로 발달한 메타버스 플랫폼 ‘시카모리아’로도 구현되어 있는 공간이다. 이 섬은 전 세계 슈퍼 리치 시니어들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35세 이하의 청년들이 함께 살아가는 특별 구역으로 단순한 요양시설이 아닌 생태적 복원과 첨단 기술이 결합된 실험적 사회 시스템이 작동하는 장소다. 유나라는 이 섬에 입도해 배우로 살아가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다. VR 장비를 통해 가상 시카모리아에 잠시 접속하면서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유토피아의 감각에 매혹되고, 그 안에서의 가능성을 상상하며 자신의 삶을 버티려 한다. 그러나 아직은 외부 방문자에 불과한 그녀에게 시카모어 섬은 선망과 좌절이 교차하는먼 낙원이다.


그리고 섬의 창립자 카밀리아 레드너는 한국계 여성으로, 과거 ‘쓰레기 섬’이라 불리던 오염된 무인도를 천문학적인 자산을 들여 재건하고, 친환경 기술과 자치 시스템으로 가짜 같지만 진짜 같은 사회를 만든 인물이다. 이 낙원은 엄격한 기준 속에 운영되며, 표면적으로는 노인과 청년의 공존을 내세우지만, 그 속에 숨겨진 10%의 정체와 카밀리아의 진짜 의도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현실에서 탈출구를 찾기 어려운 유나라는 이 디지털 낙원을 통해 꿈을 붙잡으려 하지만 메타버스조차 완전하지 않은 감각과 기술적 한계로 인해 다시금 현실의 벽을 실감한다. 시카모리아 속 찰랑이는 바닷물이 발끝에 끈적하게 전해질 때 그녀는 자신이 여전히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임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1월 4일, 유나라의 일기는 급격히 무너진 일상으로 시작된다. 휴가가 끝나고 평소처럼 호텔에 출근하여 청소를 하던 나라는 자신이 로봇에 대체되어 해고되었음을 통보된다. 그리고 그마저도 이미 처리된 사안이었다. 스물 아홉이라는 나이. 누군가는 아직 젊다고 말하겠지만 나라는 더 어린 사람들과 기계 사이에서 자신이 점점 밀려나고 있다는 현실 앞에서 막막함을 느낀다. 꿈조차 붙잡기 힘든 시대에 과연 젊음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데 암울한 현실 속에 막막함만을 안고 있던 유나라에게, 뜻밖의 변화가 찾아온다. 실직의 충격도 가시기 전에, 그녀는 국내 최대의 노인 복지 기관 ‘유카시엘’의 채용 추첨에 당첨된다. 그것도 전산 무작위 방식으로 진행된 비정기 추첨의 결과였다. 말 그대로 ‘기회’가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것이다.


2030년대 후반의 한국. 저출생과 고령화가 극에 달해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가 노인이 된 이 세계에서 청년은 오히려 소수자이자 사회적 약자다. 노동 현장에서는 AI와 로봇, 이민자들이 청년의 역할을 대신하며그들은 일자리와 존엄을 동시에 위협받는 삶을 살아간다. 국가 복지 시스템의 중심은 노인을 향해 있고, 청년은 그 시스템을 떠받치는 책임자로 기능할 뿐이다. 그런 구조 속에서 유나라에게 주어진 ‘유카시엘 상담사’라는 직무는 단순한 일자리를 넘어 또 하나의 생존권이며 미래를 위한 유일한 디딤돌이다. 유카시엘은 시카모어 섬과 연계된 시설로 이곳에서 쌓은 경력은 그녀의 꿈인 시카모어 입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후 유나라는 유카시엘에서 노인들을 돌보고, 상담하며, 시스템과 사람 사이의 빈틈을 체감하게 되는데.. 과연 유카시엘에서 유나라의 삶은 어떠한 이야기로 채워질까? 나라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책은 저출생과 고령화, 기술 발전이 극단에 이른 근미래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더 이상 다수도 주인공도 아닌 젊은이의 자리를 묻는다. 노인의 나라가 된 사회에서 청년은 소수자로 전락하고, AI와 이민자, 시스템의 논리 속에서 점차 존재의 의미를 잃어간다. 그 속에서 주인공 유나라가 기록하는 일기 형식의 서사는 사회 시스템이 말하지 않는 감정과 고통, 꿈과 저항을 날 것 그대로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온 사회 구조를 낯설게 뒤집어 놓았다. 과거에는 보호와 돌봄을 받아야 할 존재였던 노인들이 이제는 사회의 중심 다수를 형성하며 역설적으로 소수자 위치에 놓인 청년들이 이들을 부양하는 역할을 떠맡는다. 복지 체계의 방향이 역전된 이 사회는 복지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사회적 책임은 어떻게 분배되어야 하는 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이 설정은 단순한 미래적 상상이 아니라 현 시점에서 이미 감지되고 있는 구조적 불균형을 여가하여 보여주는 듯하여 더욱 눈길을 끌어당긴다.


동시에 이 소설은 기술 발전이 인간의 삶과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날카롭게 응시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일상이 보편화된 사회에서 여전히 기계가 넘어서지 못하는 인간 고유의 감정과 돌봄의 자리는 어디에 존재하는 지를 지속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유나라는 이러한 질문 속에서 점차, 기술적 효율성과 감정적 온기 사이의 간극을 절실히 체감해 나가고, 이는 곧 인간성을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게 만든다.


더불어 이 책에서 젊음이란 생물학적 연령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젊음’은 가능성과 생명력, 그리고 사회적 연대와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의 문제로 확장된다. 급격한 변화의 시대 속에서 과연 젊음이란 무엇을 의미하며 어떤 가치를 지니는 가라는 물음은 직접적으로 전해져 독자로 하여금 유나라와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는 세대 간 갈등이나 차별을 넘어서,사회 구성원 각자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 나아가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성찰하게 만든다. 결국 이 책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적 상상을 넘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연장선 위에서 작동하는 구조와 감정, 권력과 소외의 문제를 정교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고 나서도 긴 여운과 울림은 한동안 마음 속에 소용돌이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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