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도감 - 학교생활 잘하는 법
김원아 지음, 주쓰 그림 / 창비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예비 초등학생 및 초등 저학년을 위한 학교생활 가이드라고 칭하면 딱인 듯하다. 이 책은 주인공 조아라가 친구들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친구 도감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어 초등학생의 하루 시간표를 따라 학교의 다양한 공간에서 친구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었다. 어린이 독자는 이 책에 담긴 학교의 다양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제각각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자연스레 배우게 될 듯 하다.


이 책의 이야기는 주인공 '조아라'가 자신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책은 친구들의 다양한 성격과 행동을 관찰하며 관계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라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활발한 소녀로, 더 많은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 마음에서 친구들의 행동과 특징을 하나하나 관찰하며 기록을 남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라는 친구들의 각기 다른 면모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다양한 성격의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제일 먼저 실린 발표시간에만 봐도 너무나 다양한 친구들이 존재한다. 자신있게 손을 드는 친구도 있고, 손을 들까 말까 망설이는 친구,목소리가 큰 친구와 목소리가 작은 친구, 앉아서 대답하는 친구, 일단 손부터 드는 친구,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친구, 속으로만 하는 친구 등등. 너무나 다양한 모습과 성격을 지닌 친구를 한 명씩 소개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이 책은 독자들에게 특별한 재미를 더하기 위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친구의 모습이 자신의 주변에도 있는지 확인 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두었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은 아라의 관찰을 따라가며 자신과 친구들의 다양한 모습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며 함께 어울리는 관계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은 친구를 소개하는 친구 도감이지만 단순히 친구에 관한 이야기만 담고 있는 게 아니다. 아라의 하루 시간표를 따라가며 다양한 친구들을 소개하고 각 시간이 끝나고 나면 꼭 기억해야 할 점들을 부록으로 덧붙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발표시간 뒤에는 발표시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발표하는 자세, 발표를 듣는 자세와 더불어 다양한 발표 형태까지 함께 상세하게 설명함으로써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 좀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 책은 앞서 말한 것처럼 초등학생의 하루 시간표를 바탕으로 학교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모습들을 생생하게 담아 내어 이제 막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된 아이들이 좀 더 편안하고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북으로 활용해도 좋을 듯 싶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은 예를 들어, 교실은 친구들과 대화하며 함께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는 장소이고, 보건실은 아프거나 힘들 때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치유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아갈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학교의 모든 공간은 친구들을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무대로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학교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친구들과의 관계를 깊게 만들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임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현직 선생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 생활에서 알아야할 노하우와 규칙을 세밀하면서도 유쾌하게 담아 아이들에게 학교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다. 그리고 학교라는 장소에서 공동생활을 하면서 꼭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칙부터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까지 세세하게 배울 수 있어, 학교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갈등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단순한 이야기로 끝이 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며 친구들과 조화롭게 지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기까지 하니,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거나 저학년 아이들에게 완전 추천하고 싶다.

 

#김원아 #주쓰 #내친구도감 #학교생활잘하는법 #창비 #나는3학년7반2번애벌레 #학교생활가이드 #초등학교생활 #어린이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한부 - 백은별 장편소설
백은별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우울과 방황의 경계에 선 사춘기 청소년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낸 성장 소설이다. 15살의 시선으로 그려낸 청소년의 우울증과 자살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아주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담담한 어투가 더욱 가슴 아프게 파고드는 소설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모두가 잠들었을 꼭두새벽, 깨어 있던 주인공 수아에게 도착한 문자와 사진에 놀라 학교로 뛰어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겉옷도 걸치지 않은 채 마구 뛰어간 옥상에는 잘못 보았다면 좋았을, 윤서가 있었다. 윤서는 수아를 기다렸던 건지, "진짜 와줬네."라는 말을 남긴 책 옥상 아래로 떨어져 죽는다. 그 모든 장면을 목격한 수아의 비극은 그렇게 시작된다. 첫 장면부터 너무나 극단적인 이 책, 담담한 어투로 담아낸 청소년의 우울증, 자살, 그리고 자해, 따돌림 등의 이야기는 사실 너무 극단적이며 충격적이다. 지금 우리의 아이들이 이토록 힘들고 아프게 지내고 있는데 어른인 우리는 너무 아이들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는 내내 떨치기가 힘들어 가슴 아팠다.


이 후 이 책은 윤서가 죽음을 선택하게 된 그 날 이전 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윤서와 수아와 어떻게 절친이 되었고, 윤서를 따돌리는 아이들의 이야기와 주현, 윤서와 함께한 파자마 파티, 주현이 전학간 후 다시 친하게 된 선유와 정아와의 에피소드 등. 정말 평범한 일상들을 하나씩 풀어 놓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아이들의 우울증과 감정의 상태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 15살인 저자가 담아서일까. 정말 이렇게까지 라고 싶을 정도로 솔직하다. 죽고 싶다는 친구를 달래줘야 한다는 걸 알지만 너무나 귀찮다고 고백하는 장면 역시 15살의 저자가 아니라면 담을 수 없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여하튼 주인공 수아는 윤서의 죽음을 바로 눈 앞에서 목격한 이후, 자신도 윤서를 따라 죽기로 결심한다. 딱 1년 뒤 윤서가 죽은 날 죽을 것을 결심하며 그렇게 자발적인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게 되고 그 시간 동안의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의 주요 내용이기도 하다.


자발적 시한부의 삶을 살기로 하고 마음의 문을 꼭꼭 닫은 채 시간이 가길 바라는 수아의 앞에 한 아이가 나타난다. 여느 아이와는 달리 수아의 곁을 지키며 다가오는 성민. 성민은 무슨 사연이 있기에 수아의 곁을 지키려 하는 걸까. 그리고 과연 수아는 자발적 시한부의 삶을,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날 자살로 마무리 지었을까? 수아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생각보다 요즘 아이들의 우울의 정도는 깊고 심각하다고 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11년째 청소년 사명 원인 1위가 자살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대이다보니 지금 우리의 아이들은 '청소년 우울'과 '청소년 자살', 그리고 '자해' 와 같은 단어와 너무나 가까이 살고 있다. 이 책을 보면 소재가 너무 민감하고 극단적이라고 그 안에 이야기들 역시 너무나 충격적이라 이 책을 과연 아이들에게 추천해도 될까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 갈수록 자발적 시한부를 선택하였지만 결국 이 책의 주인공 수아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죽음이 아니라 살고 싶다는 것임을 깨닫는 순간, 간절히 수아가 제발 살아내기를 바라며 읽게 되었다. 그리고 윤서의 죽음 이후 1년이라는 시간동안 수아가 겪고 토해낸 모든 감정들은 우리에게 감정을 숨기기 보다 이를 인정하고 표현해 낼 때 비로소 그 감정과 아픔, 상처로부터 치유될 수 있음을 깨닫게 만든다. 그래서 지금 바로 그 현장의 한 가운데에 살고 있는 15살 저자의 시선으로 전하는 날 것 그 자체의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정말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이 책을 통해 부디 아이들과 어른들이 서로의 감정을 드러내고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버찌의 선택 신나는 책읽기 67
이정란 지음, 지문 그림 / 창비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 속 사랑스런 강아지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두번이나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유기견 '버찌'가 신비한 콩알을 삼킨 후 사람처럼 말을 하게 되면서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새 주인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담은 책이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주인에게 버림받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절대 기죽지 않은 발랄하고 당찬 버찌가 마법의 콩을 먹고 사람처럼 말을 하게 된다는 설정 자체도 신박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만나는 여정 속의 이야기도 재미가 있어 이야기 속에 쏙 빠져들게 만든다. 기존의 개념에서 벗어나 새 주인을 찾아나서는 버찌의 유쾌한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 책의 이야기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주인에서 버림받게 된 버찌가 아무도 없는 공워에서 왜 자신이 버려졌는지를 생각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버찌는 자신이 왜 버려지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털도 보드랍고, 주인 말도 잘 듣고, 똑똑한데다가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절대음감 강아지인 자신이 왜 두 번이나 버려지게 되었는지를 생각하면 할 수록 버찌는 분했다. 생각 끝에 버찌는 보란 듯이 멋지게 살가라는 다짐을 한다. 그리고 자신이 사람처럼 말을 하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하늘에 떠 있는 달님에게 소원을 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버찌 눈 앞에 마법처럼 분홍색의 커다란 콩이 나타난 것이다. 버찌는 그 콩을 날름 입에 넣어 삼키는데 목에 딱 걸린 콩은 아무리 애를 써도 다시 나오진 않았고, 결국 버찌는 스르르 잠들고야 만다.


그리고 다음날, 새로운 주인이 자신 앞에 나타나길 바라는 버찌는 자신이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음을 깨닫는다. 버찌 앞에 나타난 월래 할머니. 처음 만났지만 배고파하는 버찌를 안쓰럽게 여긴 월래 할머니는 버찌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라면을 끓여주고 버찌는 맛있게 먹는다.


월래 할머니가 끓여준 라면에 폭 빠진 버찌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다정한 원래 할머니가 마음에 든 버찌는 할머니의 집을 살펴보고선 새 주인으로 마음에 들었지만 할머니의 연세와 아픈 몸을 보고선 다른 주인을 찾아 나서게 된다. 과연 버찌는 자신에게 딱 맞는 주인을 찾을 수 있을까? 유기견 버찌의 주인찾기 여정이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에는 유기견 버찌의 새 주인 후보로 세 명의 사람이 나온다. 한 명은 공원에서 우연히 마주친 다정한 월래 할머니이고 그 다음은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어린이 우동찬, 그리고 뜻밖에도 다시 버찌를 찾아온 예전 주인이 바로 세 후보다. 늘 인간에게 선택을 받기만 하던 동물이 반대로 새 주인을 선택한다는 신박한 설정이 눈길을 잡아끄는 동시에 우리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버찌 앞에 나타난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은 이 책의 재미를 더한다. 첫번째로 버찌 앞에 나타난 나원래 할머니는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는 버찌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워 쉬게 해준다. 마음씨도 따뜻하고 말도 잘 통하는 할머니를 주인으로 선택하고 싶지만 할머니의 나이 때문에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을지를 걱정하며 선택을 망설이게 된다. 그리고 두번째 후보인 우동찬은 좋아하는 친구에게 용기를 내어 고백하지만 거절 당한다. 우연히 그 장면을 보게 된 버찌는 동찬에게 위로를 하지만 동찬은 오히려 "누군가의 마음은 누군가의 것이지, 내 것은 아니"라며 친구의 선택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동찬을 통해 타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성숙하게 관계 맺는 법을 배우게 된 버찌는 이후 자신 앞에 나타난 옛 주인의 잔인한 말과 행동에 당차게 대응한다. 그리고 이 과정들을 통해 버찌는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조금도 그리워하지말 말고 자신을 존중해 줄 수 있는 가족을 찾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렇게 새로운 주인을 선택하게 된 버찌의 모습에서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과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법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사랑스러운 외모와 절대음감을 가진 비상한 강아지 버찌의 유쾌한 이야기들은 우리로 하여금 책읽는 재미를 일깨우기도 하지만 진정한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고 진정한 관계를 맺는 법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보게 하면서 마음 속까지 따뜻하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또다시 살리고 싶어서 -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싸웠던 외상외과의 1분 1초
허윤정 지음 / 시공사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제목인 '또다시 살리고 싶어서'과 소제목의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싸웠던 외상외과의 1분 1초'만 보아도 외상외과에서의 시간이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가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책은 병원 내에서도 가장 죽음과 가까운 곳, 삶과 죽음 사이에서 인간의 나약함과 바닥을 가장 생생하게 목도할 수 있는 외상센터에서 의사로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단국대학교 권역외상센터에서 일하는 외상외과 의사이다. 이 책은 먼저 외상센터는 사실 책이나 쓸 정도로 한가한 곳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 사고가 끊이지 않고 늘 인력이 부족한 곳이다. 그런 곳이기에 혹자는 책 쓸 시간에 환자나 한 명 더 살리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맡았던 환자의 마지막 순간과 그 때의 감정, 그리고 그들의 인생을 모나게 했던 풍파에 대해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 이야기들을 하나씩 읽다보니 의사 중에서 가장 극한의 멘털과 체력이 필요한 곳에서 저자를 버티게 한 것은 바로 환자를 향한 지독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오로지 환자를 살려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순간 순간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자꾸 목이 메어온다. 그리고 환자를 향한 그 지독한 사랑과 진심이 너무나 생생하게 전해진다.


외상센터에 있다보면 죽음을 자주 목도할 수 밖에 없다. 그곳은 CPR이 일상적인 곳이다. 사실 CPR을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외상 환자의 경우 손상 이후 경과한 시간과 그 손상의 정도에 따라 중단의 여부가 결정된다. 권역 밖에서 이미 많은 시간을 보내고 온 할머니 환자의 CPR의 중단 여부를 보호자에게 물으러 간 저자는 제발 CPR을 멈추지 말아달라는 보호자의 부탁을 저버릴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 그가 5년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CPR을 그만해 달라고 한 자신을 5년간 미친듯이 후회했다는 말에 그러한 결정을 내렸던 거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중단하는 것이 맞다고 할 수 있지만 남겨진 유족의 마음을 헤아려 멈추지 않고 더 해보겠다는 말과 함께 위로의 말을 건네는 장면은 다시 울컥하게 만든다. 그리고 의사는 단지 사람을 살리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인건의 존엄과 감정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함을 다시금 깨달아본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치유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 그러한 사람이 이토록 많거늘 우리는 너무나 차가운 시선을 그들에게 던졌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1분 1초를 다투어 어렵사리 살려낸 환자가 "저를 왜 살리셨어요."라고 말하였을 때 저자는 그 어떤 메스보다 더 깊고 예리하게 가슴을 후벼파는 듯했다는 사연에서 자살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 말을 한 환자를 향해 "당신이 열두 번 실려 와도, 또다시 살려 낼 겁니다."라고 말할꺼라는 저자의 말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동안 우리는 의사를 단순한 생명의 연장을 위한 행위를 하는 사람이라고 여긴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끝까지 생명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가득 담긴 저자의 답에 인간의 생명이 지니는 가치와 존엄을 다시 깨닫게 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절망을 마주할 때 우리는 판단보다는 이해와 지지로 다가가야 함을 배우게 된다.


저자는 두 가지 이유로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먼저 말한 바와 같이 자신을 거쳐간 환자들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의료 대란 이후 힘겹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필수 의료 종사자들에게 관심과 응원을 부탁하기 위해서이다. 처음 외상외과 의사가 되고자 했던 그 소중한 마음들이 지쳐 사라지고 있다는 저자의 고백에 의료 대란 이후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해하기에 앞서 당장의 불편함만을 보고 얼마나 날카롭고 차가운 시선 보냈는지를 되돌아보게 된다. 그렇기에 이 책 가득 담긴 저자의 이야기들은 지금 우리가 그들에게 내어야 목소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는 그들을 응원하는 것임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은 마지막에 부록으로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법'을 통해 저자는 외상 사고를 피하고 가족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상세하게 담고 있다. 그 방법들을 하나씩 읽다보면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외상 사고를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모든 사고는 예고편은 없지만 일상 생활 속의 많은 부분에서 조심하고 부록에 실린 안전을 위한 방법들을 지킨다면 큰 사고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 생생하게 담긴 사람이 죽고 사는 이야기, 사람을 살리기 위해 어떻게 고민하고 있는지, 의사로서의 사명감 등 솔직한 고백들을 들려줘서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또 다시 살리고 싶어서' 의료 현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그들의 진심을 기억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희
황민구.이도연 지음 / 부크럼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법 영상 분석가인 황민구님의 첫 장편 소설이라 해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 최고의 법 영상 분석가인 황민구님과 에세이부터 드라마 극본까지 다방면으로 활동 중인 이도연 작가님의 협업으로 출간된 장편소설이다. 주인공인 법 영상분석가 '대아'가 동아리 후배인 '선희'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프레임 밖에 존재하는 용의자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법 영상 분석가인 대아의 시선으로 오직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정답이라 믿음 아래 프레임 밖 진실을 찾아 나서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반전은 이야기 속에 흠뻑 빠져들게 만든다.


이 책의 이야기는 법 영상 분석가로서 주인공 대아가 법원에 출두하여 증인으로서 맹세를 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유명해지려고 법 영상 분석을 직업으로 삼은 것은 아니었지만 수년 동안 영상 분석을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논문에 몰두하며 지낸 결과 대아는 어느 새 법 영상 분석의 전문가가 되어 유명해졌다. 하여 오늘처럼 재판에 감정 증인으로 자주 출두하곤 했는데, 대아를 따라 법 영상 분석 전문가라고 칭하지만 엉터리인 상대측 증인을 보고나니 일 자체에 환멸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법원으로 오기 3시간 전 대아는 대학 병원에서 망막색소변증으로 곧 시력을 잃게 될 꺼라는 진단까지 받게 된다.모든 걸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대아 앞에 갑작스레 나타난 동아리 후배의 선희의 동생 선영. 선영을 통해 대아는 선희가 3년 전 제주도에서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제 자리에서 잘 살고 있을 꺼라고 생각했던 선희가 죽었을 거라니. 대아는 충격에 휩싸인다. 그리고 선영을 통해 듣게 되는 선희가 우울증이었다는 사실과 남편과 제주도에 한달 살기를 하러 갔다가 죽었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선영은 대아에게 선희의 인스타그램 계정과 선희의 스마트폰 클라우드에서 다운 받은 원본 사진을 넣은 USB를 주며 선희의 살아 생전 이야기를 써달라는 부탁을 한다. 참 잔인한 부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대아는 USB 속에 담긴 사진 한장을 샘플로 보던 중 선희가 왠지 무슨 이야기를 남겼을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모든 일을 중지시키고 대아는 충동적인듯 선희의 이야기를 쫓아 제주도로 향한다.


제주도에 간 대아는 그녀의 흔적이 담긴 USB 속 사진들을 통해 제주도에서 선희의 시간이 그리 좋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사진 속 선희를 찾기 위해 AI 안면 인식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한 결과 울고 있는 선희의 모습과 블랙박스 속 영상. 그리고 병원 진료까지 그녀의 흔적을 따라가다가 대아는 선희가 남편인 변호사 동연에서 가정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과연 선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진실은 무엇일까? 프레임 밖에 존재하는 진실을 찾아 나서는 대아의 이야기를 통해 선희가 남긴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면 진짜 범인은 누구인지 너무나 궁금해진다.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냉철하면서도 이성적인 영상 분석가 대아. 제주도에서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선희, 그리고 누구보다 아내를 사랑하는 변호사 동연. 이들의 얽히고설킨 제주도에서의 발자취를 따라가던 대아는 3년전 기록과 증언, 그리고 선희가 남긴 사진 속 진실을 바탕으로 모두에게 잊혀져 버린 사건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 여정의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우리 눈이 얼마나 진실을 잘 보지 못하고 믿고 싶은대로만 보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진 진실을 보지 못하는 지를 깨닫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극악무도한 범죄자에게 벌을 내리는 것을 넘어서 법은 단 한 사람의 억울한 이도 없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기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대아의 결심이 더 깊은 울림을 남긴다. 아무리 희망이 멀어보이고 무력함이 느껴질지라도 우리는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의지를 잃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모두는 진실에는 승자나 패자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 들이고 묵묵히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진실을 알고 싶어하고, 그것을 세상에 알리며 누구 한 명이라도 억울한 죄를 뒤짚어 쓰지 않기를 바라는 두 저자의 간절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때로는 세상과 마주하는 일이 아득한 두려움으로 다가올지라도 이 책을 통해 세상이 생각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슴에 담아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