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
정원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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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작가의 신간이라서 읽게 된 책이다. <올해의 미숙>으로 굉장히 깊은 인상을 남겼던 정원 작가의 이 책은 재미도 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많은 것들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될 뿐만 아니라 똑똑한 것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주인공 정훈이 4학년이 된 첫날, 선생님들은 왜 남자와 여자를 짝꿍으로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정훈은 담임 선생님에게 성별에 상관없이 짝꿍을 해달라고 건의하고 싶다. 왜나하면 친구 윤석진과 같이 앉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훈은 선생님을 설득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궁리하게 되는데, 과연 정훈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선생님을 설득할 수 있을까?


정훈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다시 짝꿍을 정하게 되었지만 아쉽게도 정훈은 윤석진과 짝꿍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준서를 보며 정훈은 친한 친구와 짝꿍이 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 왜냐면 짝꿍이 된 준서와 친해지면 되는 거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정훈이 생각해낸 기발한 아이디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렇게 짝꿍이 된 준서집에 놀러가 준서네 할머니가 끓여주신 짜파게티를 먹게 된 정훈. 그런데 짜파게티가 맛이 없어도 너무 없다. 그런 정훈에게 준서는 할머니가 만들면 짜파게티도 맛이 없다고 말하지만 할머니가 들을 수 없게 조용히 속삭인다. 그리고 "맛있니?"라고 물어보는 준서 할머니에게는 정훈은 솔직히가 아닌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이 책 속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말함에 있어 주저하지 않지만 속깊은 배려심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위해 주는 배려와 다정함은 이 책의 아이들이 가진 정말 예쁜 모습들이다.


준서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슬퍼하는 준서를 위한 정훈의 위로는 바로 할머니처럼 똑같이 맛없는 짜파게티를 끓여주는 것이다. 식탁에 준서와 같이 앉아 함께 맛없는 짜파게티를 먹어주는 일. 이만큼 따스한 위로가 또 있을까.


이 책 속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것들이 참 많다. 짝꿍, 짜장라면, 급식, 떡볶이, 우산, 여름방학 등등. 각각의 소중한 것들에 대한 에피소드는 제각각인듯 하지만 공통된 무언가로 이어져 있다. 그리고 이 책 속 세상은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데, 성별이나 외모로 인한 차별, 노키즈 존,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조차 없는 것에 대한 항의 등등이 바로 그러하다. 그렇게 현실의 우리 세계가 지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이 책 속 아이들과 사람들은 그냥 피하지 않거나 모른 척하지 않는다. 문제에 정면으로 마주하여 자기 목소리를 내고, 소중한 무엇을 위해 따스한 손길을 서스럼없이 내밀어준다. 무엇보다 어른 중심이 아니라 아이들 중심에서 이 모든 이야기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이 책은 더더 매력적이다. 키득거리며 웃다가 눈물이 핑 도는 감동까지 선사하는 정훈과 친구들의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이며 그 소중한 것들을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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