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힘 - 인생의 무기가 되는 12가지 최소한의 수학도구
올리버 존슨 지음, 노태복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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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 속 문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과연 결국 수학적인 것만이 살아남는 것일까? 수학이라고 하면 다들 어렵고 딱딱하며 일상 생활과는 전혀 관계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 일상 곳곳에 수학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수학은 우리가 마주하는 거의 모든 문제를 아주 쉽고 간단하면서도 정확하게 해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교과서적인 순서에 상관없이 일상생활에서 수학을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12가지 도구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담고 있는 그래프, 지수로그 등 몇 가지 친숙한 수학개념으로 복잡한 청구서와 주식 차트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확률를 지배하는 큰 수의 법칙과 베이즈 정리는 내기에서 본전을 지키는 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이 책에는 수식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간단한 그림과 표만으로 수학이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지, 어떻게 우리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수학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깨닫게 만든다.

이 책은 백마디의 말보다 적절한 그래프로 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의 구조를 파악하는 기술로 대표되는 그래프에 관한 이야기를 제일 먼저 이야기하고 있다. 성의 없어 보일 정도로 간단하고 단순한 그래프 한 줄로 이자와 보험료, 축구선수 이적료, 박테리아 증식 등등 온갖 현상을 파악할 수 있다. 그래프는 데이터를 시각화하여 어떠한 사실을 토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학 모델을 찾아서 미래의 수치를 예측가능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때 조심해야 할 점이 있는데 그것은 지나치게 정확한 그래프의 함정이다. 경우의 수가 많이 주어지면 컴퓨터는 제한된 기간의 데이터를 설명하는 그럴듯한 곡선 하나를 찾아낸다. 그런 곡선은 순전히 우연의 일치일 수 있으며 미래값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다. 이를 보여주는 악명 높은 사례로 미국에서 팬데믹이 발발한 초기에 전직 미국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이 그런 곡선을 하나 제시한 적이 있다. <워싱턴 포스트>에서 '쿠빅 핏'이라고 부른 이 모델은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수가 '2020년 5월 15일에 반드시 0에 이른다'고 했지만 현실과는 완전 동떨어진 예측이었다. 그리고 이스라엘 우주국 국장 이츠하크 베이스라엘은 6차 다항식을 이용하여 코로나바이러스가 70일 뒤에 사라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 모델 역시 현실에 부합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데이터의 시각화를 하는 방법으로 그래프는 충분히 큰 의미가 있으나 수학 모델을 너무 믿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단기적으로는 매우 매력적인 모델이라 할지라도 어떤 예측이든 타당한지 알아보기 위해 일종의 '냄새 검사(상황의 진위성 등을 판단하기 위한 시험의 은유적인 표현)'를 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박테리아나 인구 증가 같은 생물학적 문제, 시간에 따라 돈이 불어나는 금융과 경제 문제, 차세대 컴퓨터의 성능 향상 등을 설명하는 데 아주 적합한 지수함수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지수적인 증가를 통해 상황을 보다 잘 읽어낼 뿐만 아니라 예측까지 가능하게 만드니 데이터를 읽어내는 기술로는 딱인 듯 싶다. 하지만 지수적 증거를 잘못 이해하는 경우도 있고, 현실에서는 제한 조건들이 존재하다보니 예측이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지수적 증가가 예측에 있어 무조건적인 성공을 보장하지 않음을 명심하게 만든다. 그리고 지수적 붕괴를 표현하는 데에는 로그스케일을 사용하면 되고 이를 통해 영국의 팬데믹 전개 양상을 이해한 점 역시 최근에 우리가 겪어던 일들을 시각화하여 보여주다보니 꽤 흥미로웠다. 팬데믹부터 금융시장, 심지어 축구선수의 이적료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사안을 살필 때 복리로 곱해지는 증가와 지수의 위력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확인해보니 지수와 로그가 다만 어려운 수치로만 보이진 않게 되지 않을까.


이렇게 이 책에서는 먼저 데이터를 구조를 파악하게 만드는 그래프, 뉴스 등에서 나오는 숫자를 이해하는 방법,지수적 증가와 로그스케일, 세상의 변화를 포착하는 방정식을 이야기함으로써 수치가 더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수치에 담긴 메세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2부에서는 무작위성을 이야기하는데 먼저 인간의 활동에서 나타는 무작위성의 핵심 개념과 무작위성과 예측 가능성이 어떻게 함께 존재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신뢰구간과 같은 통계 개념과 확률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미 가지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중요한 문제에 대한 통찰을 얻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마권업자가 정하는 승산 개념을 통해 확률의 또다른 관점을 소개하며 확률이 예측을 가능하게 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3부에서는 오늘날 세상을 수학적으로 이해하는 핵심적이고 최종적인 분야를 다룬다. 정보와 불확실성이라는 개념은 일상적 의사소통과 미디어 소비의 많은 부분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이며 엔트로피라는 양을 이용하여 수학적으로 정량화할 수 있다. 정보가 어떻게 잘못된 정보로 변질 되는지, 주식시장과 팬데믹의 진행과정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심지어 정보 자원 하나를 두고 어떻게 경쟁을 벌어지는지를 알아보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은 바로 수학을 기본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이다.


아주 단순한 수학적 규칙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수학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나에게 필요한 것을 빠르게 찾게 할 뿐만 아니라 위험에 대배한 성공 확률을 높이고, 미래을 예측하게 한다. 그렇기에 이 책에 담긴 12가지의 수학적 도구 모두를 내것화 한다면 아마도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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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창창 - 2024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우수선정도서
설재인 지음 / 밝은세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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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으로 인상 깊었던 설재인 작가의 신간이라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무채색과 같은 삶을 살아온 스물아홉의 청년이 세상에 의해 규정된 무기력한 자기 모습을 지워내고 스스로 선택한 색으로 자신만의 세계에 물들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곽용호'라는 이름을 빼고 그 어떤 것도 내세울 것이 없던 청년이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채워가는 모습들이 왠지 설레이게 만든다. '태몽'을 소재로 하여 태워나기도 전부터 정해지는 삶에 대한 규정에 맞선 주인공들의 모습들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주인공 곽용호는 태몽에 용과 호랑이가 등장하여서 '용호'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그는 이름 세 글자를 빼고 나면 특색이라고 전혀 없는 무채색에 가까운 사람이다. 스물 아홉 인생 내내 잘 나가는 작가인 엄마와 비교당하는 회백색 먼지가 가득한 내려앉은 캔버스 위의 엉성한 습작 스케치와 같은 사람이며 공부는 그냥저냥 해서 삼수 끝에 인 서울 4년제 대학에 가까스로 들어가긴 했으나 졸업 후 몇 년째 취업에 실패하고 있는 패배자이자 무기력 그 자체인 사람이었다.


곽용호는 어린 시절부터 세상에게도, 엄마에게도 늘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세상의 관심에서 빗겨나 있는 그가 유일하게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순간은 바로 오직 드라마계의 스타 작가이자 자신의 엄마인 곽문영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뿐이었다. 그렇게 무기력하고 무채색인 채로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던 어느 날 엄마, 곽문영이 사라지고야 만다. 한여름 아스팔트 도로에 내린 가랑비처럼 깨끗하게 증발해버린 엄마. 과연 엄마는 어디로 간 것일까? 엄마가 사라진 것도 기가 막히고 어안이 벙벙한 데 드라마 제작사 피디이지 곽문영의 수족인 오혜진 피디는 용호에게 한가지 제안을 해온다.


오혜진은 곽용호에게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만이라도 세븐믹스랑 하게 되는 엄마의 새드라마 '드림 런처스'를 대신 집필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지만 곽용호의 마음 깊숙이 한 구석에 버려져 두었던 자신의 꿈이 떠오른다. 학교에서 장래 희망을 적으라고 할 때마다 썼던 '작가'의 꿈. 하지만 엄마의 글재주에 비하면 곽용호의 재능은 얄팍하기 그지 없었고, '작가'는 그에게 먼지 쌓인 꿈이 되고야 말았었다. 그런데 그런 곽용호에게 '작가'를 해달라니. 비록 곽문영이라는 엄마의 이름으로 쓰는 엄마의 드라마지만 곽용호는 솔깃해진다. 무엇보다도 이태껏 쓸모라곤 없던 자신에게 일이 생긴 것이 아닌가.


곽용호는 고등학교 문학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이자 옛 애인 함장현과 함께 엄마의 드라마 '드림 런처스' 대본 작업을 시작한다. 걱정과는 달리 그들의 첫 대본은 무사 통과된 이후 그들의 작업에는 가속도가 붙는다. 신나게 집필 작업을 이어가던 중 오혜진 피디에게 사라진 엄마에 대한 단서를 찾았다는 전화를 받는다. 그제서야 곽용호는 자신이 이태껏 사라진 엄마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오혜진 피디는 곽용호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조문을 왔던 승복 입은 사람이 엄마가 사라진 것이랑 연관이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태껏 연락조차 하지 않았던 부산의 외삼촌을 찾아가 승복 입은 사람이 거주하는 절이 '광혜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광혜암'을 검색하니 지도에 뜨지도 않는, 경기도 외곽 어느 산에 위치한 을씨년쓰러운 암자였다. 그리고 광혜암에는 온갖 파손된 성상들이 가득했다. 기독교, 천주교, 뭔지 모를 종교의 우상들, 목 없는 불상, 하반신 없는 성모상, 부서진 십자가 등등. 모든 것이 의심스러운 광혜암은 과연 어떤 곳일까?


그리고 함장현과 함께 광혜암을 찾아간 곽용호는 대체 몇 살인지 알 수 없고, 둥근 털모자를 쓰고 넙데데한 얼굴에는 잡티의 흔적이 가득하여 피부에 붉은 빛이 돌아 아주 못나고 커다란 품종의 딸기 같아 보이는 사람을 마주하게 된다. 그 사람은 곽용호를 보자마자 "딸래미는 엄마를 똑 닮았네."라고 말한다. 도대체 이 사람은 누구이길래 곽용호의 엄마를 아는 것일까? 그리고 대체 왜 이런 이상한 곳에 엄마는 있는 것일까? 이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 속 주요 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꿈을 잃은 채 버티듯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팍팍하고 가혹한 현실 앞에서 그들은 꿈이라는 것을 꿀 수조차 없었다. 잘나가는 엄마의 그늘에 가려 무채색으로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며 스물 아홉이 되도록 변변한 직장조차 찾지 못해 패배감에 휩싸였던 곽용호. 좋지 않는 집안 형편으로 가고 싶은 대학이 아닌 장학금을 받고 들어간 다른 대학에서 몇 년째 졸업을 유예하며 4학년으로 살아가는 함장현. 신인 작가를 발굴하겠다는 야심 찬 꿈을 가지고 피디가 되었지만 현실은 스타 작가의 매니져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 오혜진. 이들은 제각각 각자의 자리에서 정말 최선을 다해 현실을 바꿔보려 하지만 쉽지 않았고, 이들에게는 좌절감만 가득했었다. 그러던 중 스타 작가 곽문영이 종적을 감추며 곽용호와 함장현은 삶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곽문영의 땜빵이라 하지만 마음 속에서 꺼내보지도 못했던 꿈을 한 번에 이루고, 재능을 인정받고, 무엇보다도 일을 해서 돈을 벌기 시작한다. 그렇게 곽용효와 함장현은 그 일들을 통해 처음으로 세상으로부터 인정받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오혜진 역시 이제서야 자신의 역할이 생긴 것 같아 기쁘다. 하지만 이 모든 기쁨과 행복도 잠시 이들은 불안감을 느낀다. 우리가 이렇게 일이 술술 풀릴 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계속되는 실패들 앞에서 그들의 삶에는 성공의 경험은 부재하였고,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조차 못했던 것이다. 낯선 현실과 복잡한 감정들 속에서도 곽용호와 함장현은 끝까지 함께 나아간다. 세상이 정해놓은 틀 안에서 비록 무채색에 가깝고, 외롭고, 상처받고, 기쁨을 누리는 것 역시 익숙치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향한 마음만큼은 늘 따뜻하고 다정한다. 이렇게 어떤 경우에도 함께 하는 이들읜 연대는 이 책의 모든 과정 속 이야기들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리고 꼬일 대로 꼬여버리고 뒤틀린 문영과 곽용호의 모녀 관계. 엄마 곽문영은 언제나 바빴고 그랬기에 곽용호는 늘 혼자였다. 아빠란 존재는 알지도 못했고 곽문영의 드라마가 대박이 나서 성공의 대로를 달리기 시작되자 곽용호는 더욱 방치된다. 그리고 곽용호는 잘나가는 엄마가, 미혼모라는 사실을 무기로 팔고 다니는 엄마가, 딸에게는 작은 관심조차도 없으면서도 휴머니즘 드라마를 뚝딱뚝딱 써내 시청자들의 눈물 콧물을 쏙 빼놓는 엄마가 너무나 가증스럽다. 그리고 세상 그 어떤 엄마도 곽문영보다 끔찍한 엄마는 없을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잘 나가는 엄마를 둬 먹고 살 걱정 없는 곽용호를 부러워하기만 한다. 사실 그에게는 이게 제일 문제였다. 엄마 덕에 먹고 사는 삶. 곽용호는 엄마라는 존재가 늘 뛰어넘어야 하는 대상이지만 현실은 엄마를 따라가기 조차 힘들다. 그렇기에 곽용호는 엄마를 증오하면서도 그의 돈으로 먹고 살아가는 자신을 혐오하기까지 하였다. 그렇기에 엄마가 사라져도 곽용호는 별 타격을 받지 않았지만 세상의 시선이 무서워 엄마를 찾아 나섰던 것이다. 엄마가 남긴 자취를 따라가다가 하나씩 알게 된 인간 곽문영의 삶. 그렇게 이들 모녀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이 책은 꼬질꼬질한 삶과 창창한 꿈, 그 어디쯤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청년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패와 성공 사이, 상실과 사랑 사이, 혐오와 연민 사이에서 늘 자리를 잡지 못했던 스물 아홉의 청년들에게 삶이란 불안정하고 불명확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렇지만 이들은 서로 연대하며 조금씩 자신만의 일을 하나씩 이루어 가며 자신만의 색깔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한 과정 속의 이야기가 왠지 뭉클하고 좀 더 응원하게 되면서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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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오 씨, 날다 - 임복순 동시집
임복순 지음, 도아마 그림 / 창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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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 속 셔틀 콕을 타고 날아오는 아이의 모습이 왠지 기분 좋게 만들며 눈길을 잡아끈다. 이 책은 2011년 창비 어린이 신인 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임복순 시인의 두번째 동시집으로 다정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어린이의 고유하고 천진한 모습을 발견할 뿐만 아니라 아이와 어른의 경계 없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풍경들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눈 오는 날 애벌레를 보고 싶다면>에서는 롱패딩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애벌레로 표현하고 있다. 눈 오는 날 운동장으로 가면 꼬물거리는 애벌레를 볼 수 있다고 시작되는 이 시는 어른들은 큰 애벌레, 아이들은 작은 애벌레라 칭한다. 그리고 까만 롱패딩을 입은 이들은 까만 애벌레, 하얀 롱패딩을 입은 이들은 하얀 애벌레로 칭하며 이들이 운동장에서 노는 모습들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귀여운 노란 롱패딩을 입은 이는 노란 애벌레로 이 시의 포인트가 되어준다. 이렇게 '롱패딩=애벌레'를 연상하면서 동시를 읽다보면 눈이 오는 날 운동장서 신나게 노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눈 앞에 펼쳐져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손금>이라는 시에 담긴 시인의 손금을 자신있게 봐주는 현지의 이야기에서 시인이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하며 배려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자신있게 생명선, 운명선, 결혼선까지 좋다고 말하는 현지에게 자신은 이미 결혼을 했다고 말해야 말지를 고민하는 시인의 마음에서 아이의 천진함과 그런 아이를 배려하고 있는 시인의 시선을 고스란히 느껴본다. 아이들의 천진함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켜주는 시인의 시선이야 말로 이 동시집이 가진 큰 매력이 아닐까.


그리고 표제작인 <김단오 씨, 날다>에서는 날아오르다 떨어지는 셔틀콕에서 '김단오'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이렇게 이름을 쓴 사람을 셔틀콕 생산자라 칭하는 시인의 세심한 시선은 이 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그리고 괄호를 통해 (셔틀콕 생산자 김단오)를 안아 주는 듯이 표현함으로써, 왠지 김단오씨를 응원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든다. 여기 저기서 날아오르는 김단오 씨, 그렇게 하늘 높이 날아오르길 나 또한 응원해 본다.


이 동시집의 저자인 임복순 시인은 시인이기도 하지만 초등학교 교사이다. 그렇다보니 시인은 사랑스런 아이들의 천진함과 순진무구함을 아주 세밀하게 관찰하고 생생하게 담아 내었다. 이 모든 시선들은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응원하는 시인의 시선에서 비롯된 것이라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나도 모르게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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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
박현민 지음 / 창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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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하는 작품마다 감탄을 자아내게 했던 박현민 작가의 신작이다. 그림책이라는 물성을 활용하여 탁월한 공간감과 단순한 색감으로 극대화된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는 박현민 작가의 작품들은 매번 신박하면서 기발하고, 그 이야기가 전하는 감동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책은 전설 속의 존재인 '예티'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며 인간과 자신이 다른 존재와 과연 공존 가능한 지를 묻는다. 이 책을 보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 사고로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책이 속 표지에서부터 예티에 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낸다. 예티에 대한 기사를 통해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예티를 포획할 예정임을 알려주는 동시에 예티가 좋아하는 음식이 바로 쌀국수이고, 유진 예티 연구소 소장 후보는 쌀국수를 아주 잘 만든다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과연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는 어떠할까?


이 책은 책이 속 표지에서부터 예티에 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낸다. 예티에 대한 기사를 통해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예티를 포획할 예정임을 알려주는 동시에 예티가 좋아하는 음식이 바로 쌀국수이고, 유진 예티 연구소 소장 후보는 쌀국수를 아주 잘 만든다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과연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는 어떠할까?


유진은 자신만의 비법으로 만든 쌀국수를 들고 높은 산을 오르고 올라 깊은 함정을 설치하고 함정을 감쪽같이 숨긴 후 그 위에 쌀국수를 올려 놓는다. 물론 젓가락도 빠트리지 않았다. 바로 예티가 나타났다. 그런데 예티는 쌀국수 가까이 오지 않았다. 뭐가 문제인지 생각해 본 결과 유진은 고수가 빠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시 높은 산을 내려가서 고수를 가지고 다시 올라온 유진. 그리고 쌀국수 위에 고수를 올려 놓자 예티는 바로 다가오고 함정에 빠지고야 만다. 예티가 함정에 빠지는 그 순간, 갑자기 거대한 산이 움직인다. 바로 자식을 찾으러 나온 예티의 엄마였다. 유진은 깜짝 놀랐지만 잠시 숨었다가 결국 어린 예티를 연구소로 데려 오는데 성공한다.


그렇게 연구소에 어린 예티와 함께 있게 된 유진. 예티와 진정한 친구가 되려면 가르칠 것이 많았다. 유진은 철문을 열고 예티와 함께 놀고 싶었지만, 가끔씩 예티가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면 두려웠다. 그래도 예티의 곁을 지키는 유진. 과연 유진은 예티와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은 예티와 그를 인간 사회에 융합시키고자 하는 '예티협회'와의 대립을 통해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인간 중심적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동물이나 자연을 쉽게 친구라 말하면서도 인간 중심적으로 함부로 대하는 우리의 모습들을 고스란히 담아냄으로써 우리 인간의 실상이 얼마나 부끄러운 모습인지를 깨닫게 만든다. 그리고 자연과 진정한 친구가 되어 공존하기 위해서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에게 묻는다.


예티와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예티를 잡아야 한다는 너무나 아이러니한 설정에서부터 우리는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자기 중심적인지를 알 수 있다. 유진이 쌀국수를 이고 설산을 넘는 모습, 고수를 빠뜨려 다시 설산을 내려가 다시 올라오는 모습, 예티에게 글자와 식사 예절을 가르치는 모습 등등은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며 이야기 속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그리고 책의 물성이 가진 공간감을 제대로 발휘하여 표현하였기에 예티가 얼마나 거대한 지 또한 느끼게 함으로써 예티가 자연을 상징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예티를 길들이려 하는 모습들은 우리 인간의 부끄러운 이면을 제대로 바라보게 만든다. 하지만 유진이 이러한 인간중심적 사고가 잘못 되었음을 깨닫고 진정한 예티와 친구가 되는 뒷부분의 이야기들은 나와 다른 존재와 진정한 친구가 되는 방법은 과연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에게 진정한 친구가 되어야 함을 깨닫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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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짝홀짝 호로록 - 제1회 창비그림책상 대상 수상작
손소영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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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의 표지의 색감과 기분 좋게 코코아를 먹는 동물들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여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다. 이 책은 제1회 창비그림책상 대상 수상작으로 보드랍고 따뜻한 그림으로 다양한 개성의 아이들을 환영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 만나는 고양이, 강아지, 오리가 어울리며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는 '꼬르륵' 배가 고픈 오리가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서 '뒤뚱뒤뚱' 어디론가로 향하고 배가 고파 쓰레기통을 '뒤적뒤적'이던 '꼬질꼬질'한 강아지가 '총총' 어디론가 향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오리와 강아지가 향한 곳은 바로 고양이가 사는 집이다.


조용히 낮잠을 자던 고양이는 '끔뻑끔뻑'이다가 '하~'하고 하품을 하고서 잠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더듬더듬'거리다 자신의 밥그릿에 담긴 우유를 '할짝할짝' 먹는데..


그리고 '와하하하' 웃음을 터트리는 고양이와 강아지와 오리. 그렇게 셋은 친구가 되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신나게 논다.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사고를 치는 셋의 모습을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 책은 이렇게 처음 만나가 된 오리와 강아지, 고양이가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를 문장이 아니라 58가지의 의성어와 의태어만으로 전달하면서 이들의 감정을 아주 생생하면서도 생동감있게 전달한다. 이 때 의성어, 의태어 각각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타이포그래피는 보는 재미를 더할 뿐만 아니라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에 '책을 읽는 모두가 신나게 놀고 따뜻하게 잠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이루는 노란색과 몽글몽글 따뜻한 그림은 그냥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고, 강아지와 오리, 고양이 셋이 서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의 이야기와 그림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보호자 곰이 주는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고 걱정없이 잠에 이르는 모습을 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몸이 나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야말로 작가의 바램 그대로를 이 책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따뜻한 그림과 이야기를 보는 것 말고도 이 책의 의성어와 의태어를 이용하여 아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쳐 이야기를 만들어 보다보면 이 책을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을 듯 하다. 추운 겨울 아이들과 함께 따뜻하고 달콤한 이 책과 함께 따스함과 재미를 나눠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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